〈 238화 〉 23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3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너는 인간과 드래곤의 차이를 생각해본 적 있나?
유리아는 다시 입을 다물고 목소리에 집중했다. 오직 하나의 단어, 드래곤이란 단어가 유리아의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
‘프리실라….’
유진과 함께 몽상 세계로 사라진 드래곤 프리실라. 만약 유진이 돌아오지 못하고 프리실라 혼자 이 세계로 돌아온다면, 유리아는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프리실라를 죽여 버릴 것이다.
-인간은 약하다. 피부는 나뭇가지에도 찢어지고, 수명은 한정되어 있지. 두뇌는 또 어떤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학습 수준이다. 며칠을 굶으면 목숨을 걱정해야 하고, 잠을 자지 않으면 두뇌가 망가진다.
-그러나 드래곤은 강하다. 태어날 때부터 성인 인간 이상의 학습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비늘은 날카롭게 벼린 칼과 창으로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마나를 인식하고, 호흡을 할때마다 자연스레 육체가 마나를 받아들인다.
-힘, 마나, 수명… 그 어떤 것도 인간은 드래곤을 따라갈 수 없다. 아니, 인간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 모든 생물이 드래곤을 따라갈 수 없다. 나의 스승 또한 드래곤은 신이 창조한 위대한 존재이자 정점의 생물이라 칭했다.
-인간은 드래곤을 넘어설 수 없다. 그것이 상식이자, 법칙이었다.
-그러나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머리가 터지면 죽는다. 심장이 꿰뚫리면 죽는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인간은 드래곤에 비해 단지 아직 진화가 덜 되었을 뿐이라고. 몇 만 년, 몇 십 만 년이 지나면 인간 또한 드래곤 같은 존재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임을 믿었다!
-인간의 육체의 가능성을 믿었기에! 인간의 육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유리아는 이제 완전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 공간에서 벗어날 방법은 팔렉 프록신의 사념체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인간의 심장을 드래곤의 심장처럼 바꾸는 것이었다.
-인간이 드래곤의 심장과 비슷한 마나 기관을 가진다면 육체를 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인공으로 만든 심장을 이식해도, 기존의 심장을 강화해도 육체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간의 육체는 내 생각보다 약했다.
-몇 백번의 시도가 실패했다.
-나는 연구의 방향을 바꿨다. 심장 이전에 육체를 강화하자고.
역사에 기록된 팔렉 프록시는 극악한 흑마법사다. 그게 붙잡혀 실험당한 인간의 수는 최소 3,000명이 넘는다.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까지 합치면 두 배 이상은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성공했다.
-육체를 강화하고, 심장을 개조하는데 성공 한 것이다.
-비록 드래곤같은 존재가 되진 못했지만…, 내 연구로 인해 인간은 진화의 일보를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멍청한 마법사들은 나의 위대한 업적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아마도 놈들에게 잡혀 죽었겠지.
-상관없다. 그러나 나의 업적이, 인간의 진화의 한 발이 사라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마도서를 남겼다. 나의 지식과 업적을 증명해줄 누군가를 위해!
“……윽.”
유리아가 작게 신음했다.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법? 아니다. 이건 지식이다. 저항하려던 유리아는 지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식은 그저 지식일 뿐이니까.
-지금부터 너의 몸을 강화할 것이다.
“…….”
유리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몸이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를 흔들며 몸을 비틀어 보지만 간지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드래곤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 그건 탈피다.
-드래곤은 총 2번의 탈피를 겪는다.
-해츨링 드래곤이 어덜트 드래곤이 될 때, 어덜트 드래곤이 에이션트 드래곤이 될 때.
-드래곤은 탈피를 겪을 때마다 더 강력해지고, 더 순수해진다.
유리아는 자신의 피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코를 통해 악취가 느껴졌다.
-너의 육체는 한층 순수해졌다. 근력이 상승할 것이고, 마나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커윽!”
유리아의 몸이 꿈틀거렸다.
박동하던 심장이 멈추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슴에 고통이 몰려온다.
창같은 무언가에 심장이 꿰뚫린 것 같았지만, 시선을 내려 가슴을 쳐다보면 멀쩡했다.
-너의 심장 일부를 개조했다. 너는 이제 자연스레 마나 호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시 심장이 박동했다.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마나가 폐를 걸치지 않고 곧장 심장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양은 굉장히 미세하지만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육체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미세한 마나 중 일부는 심장에 남아 쌓이는 것을 느꼈다. 수련을 한다면 심장 속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축하한다. 드래곤 심장에 비하면 태양 앞의 촛불에 불과하지만…. 너는 지금 인간으로서 진화했다.
유리아는 문득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잊지 마라.
-나를 기억해라.
-나는 팔렌 프록신.
-인간을 진화시킨 마법사다!
???
툭.
허공에서 나타난 유리아는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떨어져 있는 마도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표지에 닿는 순간, 마도서가 모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
주인님이 실망하시려나.
작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상황을 확인했다. 도서관에 인기척은 없다. 마도서에 삼켜 쥐고 다시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많이 지나지 않은 듯 했다.
유리아는 이어서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아까 전투로 입었던 내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전투로 인해 일부가 찢어진 메이드복은 더러워져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카락에 끈적이는 검은색 액체가 묻어 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호흡을 할 때마다 마나가 들어오는 것이 심장을 통해 느껴진다.
손바닥을 펼쳤다. 굳은살이 사라져 험한 일은 전혀 하지 않은 귀족 여성의 아름다운 손이 되어 있었다.
유리아는 그림자 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검날에 검은 오러가 맺힌다. 아지랑이 같은 오러는 점점 압축되어 검날의 형태를 취했다. 오러 마스터인 전유물인 오러 블레이드다.
유리아는 마도서의 기연을 통해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메이지가 되었다.
‘해야 할 일은…….’
도서관 내에 있는 마도서를 비롯해 가치 있는 책들을 챙긴다.
그리고 이곳에서 유진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책장에 있는 마도서를 뽑으려던 유리아가 멈칫했다. 손이 더러웠던 탓이다.
마음 같아선 샤워를 하고 싶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유진이 돌아올 수도 있다.
유리아는 그림자 속에서 물과 수건, 여분의 메이드복을 꺼냈다.
???
“스승님!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이번 한 번만이라도 좋습니다!”
“저,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대가는 치를 테니 부디…!”
아르헨과 쥬라가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앞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프리실라가 있었다.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프리실라는 아르헨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국왕의 패악이라…. 좋다. 마침 한가했던 참이다. 그 국왕이 얼마나 잘났는지 확인해 보겠다.”
프리실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프리실라 님!”
아르헨과 쥬라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프리실라의 텔레포트 마법으로 저택에서 사라졌다.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프리실라가 나체인 상태로 서있었다.
“프리실라 님. 혹시 아르헨과 특별한 관계셨습니까?”
“보고도 모르겠느냐? 아르헨과 나는 사제 관계다.”
“……그 이상의 관계인건 아닙니까?”
“그 이상?”
“연인 관계 말입니다. 아까부터 아르헨이 자주 나오고 있으니…. 아르헨은 프리실라 님의 소중한 사람이 아닙니까?”
몽상 세계. 이 세계는 결국 꿈이자 정신세계다. 나는 아르헨을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아르헨이 자주 보이는 것은 프리실라가 원인인 게 확실하다.
“…처음으로 들인 인간 제자라 애착을 가졌을 뿐이다.”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 말을 하려다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르헨과 프리실라가 무슨 관계든 나와는 상관없었다. 나와 프리실라는 아무 관계도 아니니까.
“그런데 좀 이상하군요. 이건 분명 프리실라 님의 기억일 텐데… 왜 아르헨의 중심으로 나올까요?”
가령 아르헨이 어린 시절 지냈던 마을과 쥬라와 함께 이동하던 초원. 그곳에선 프리실라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르헨의 기억을 본적 있기 때문이니 이상할 것 없다.”
“…네?”
“…….”
그녀가 입을 다물고 걷기 시작했다. 설명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풍경이 바뀐다.
로브를 뒤집어쓴 프리실라가 왕관을 쓴 한 노인과 왕궁의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인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해 있었지만 눈동자는 피처럼 새빨갛다.
“코발트의 건국왕이 너였나… 레오시오.”
내 눈이 커졌다. 저 노인이 코발트 왕국의 건국왕이라면 갈리서스 코발트가 확실하다. 그러나 프리실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레오시오다.
레오시오 크라이소드. 원작에서 나오는 레드 드래곤.
“나는 즐기고 있을 뿐이다. 내게 간섭마라, 프리실라.”
“너의 폭정으로 왕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코발트 왕국에서 살고 있다. 너 때문에 나의 유희가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유희를 간섭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규칙이란 걸 잊은 건가?”
“코발트 왕국은 내가 세웠다만…. 흠. 뭐, 좋다. 어차피 슬슬 질리던 참이었다.”
“레오시오. 코발트의 백성들이 실종된다는 소문이 내 귀에 들렸다. 네 짓이냐?”
“설마. 내가 뭐하러 그런 짓을 하겠나?”
레오시오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레오시오! 저 새낀 배신자 입니다! 영생을 위해서 악마측에 붙은 빌어먹을 배신자라고요!’
프리실라에게 스포 해버리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원작 후반에 레오시오는 죽는다. 그 시체는 주인공인 카일이 갖게 된다. 카일은 그로인해 세계관 최강자의 위치에 오르며 마왕과 결전을 치른다.
‘프리실라가 내 말을 안 믿을 게 뻔하고, 레오시오의 시체도 탐나. 나중에 레오시오의 시체를 얻을 수 있다면….’
나의 이득을 위해서 레오시오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프리실라가 다시 움직였다. 정원 밖으로 나가자 어느 침실로 들어왔다.
아르헨과 쥬라가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고 있었다.
“아, 아으…, 아르헨…!”
“쥬라…!”
나는 아르헨의 물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영웅의 거시기는 클줄 알았는데 평범했다.
‘…그래도 부럽네. 내가 대신 잘 박아 줄 수 있는데…. 지금 달려가서 밀쳐내고 쥬라의 보지에 자지를 박아 버릴까?’
그러기엔 옆에 있는 프리실라의 눈치가 보였다. 프리실라는 조용히 아르헨과 쥬라의 정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선이 아르헨에게 꽂혀 있는 걸 보면, 그녀가 아르헨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나도 섹스하고 싶다. 쥬라의 보지는 어떤 느낌이려나?’
그때였다.
자지에서 조임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기해 있긴 한데 어떤 것과도 접촉한 상태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 이거 잠깐.’
아르헨이 움직일 때마다 내 자지에 느낌이 온다. 아르헨이 허리를 내리면 내 자지가 보지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 반대로 아르헨이 허리를 뒤로 빼면 내 자지가 보지 밖으로 나가는 기분이다.
‘아르헨의 감각과 내 감각이 동화된 건가?!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나는 내가 아르헨이 되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생생하게 아르헨의 감각이 느껴졌다. 손에서는 쥬라의 가슴 감촉이, 입술에서는 쥬라의 축축한 입술이 느껴진다. 뿐만이 아니라 아르헨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내게 흘려 들어온다.
사랑하는 여인, 쥬라를 안는다는 기쁨과 쾌락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와…. 이건 또 새로운 느낌이네.’
내게는 좀 불쾌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지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불만족스럽다.
“윽… 쥬라…!”
아르헨이 쥬라의 보지 안에 사정했다. 내 자지가 움찔 거렸으나, 사정하지는 않았다.
‘아니. 사정하기에는 자극이 한 참 부족하잖아. 고작 이 정도로 사정한다고?’
영웅은 꽤 많이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