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화 〉 24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4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나오자마자 유리아를 볼 수 있었다. 찢어진 메이드복은 없고 평소처럼 깔끔하면서도 우아하게 서있었다.
주위는 밤인 듯 어두컴컴했는데 그녀만큼은 똑똑히 잘 보였다.
“유리아! 기다려줬구나!”
양팔을 벌려 유리아를 끌어안으려다가 이질감을 느꼈다.
왠지 유리아의 청은발이 평소보다 더 윤기 있는 것 같고, 피부는 더 깨끗하게 변한 것 같았다.
“주인님. 여기 옷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아. 고마워.”
“입혀드리겠습니다.”
유리아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익숙하게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다른 메이드들이 내게 옷을 입히지만, 다른 메이드들이 없을 때에는 항상 그녀가 옷을 입혀주었다.
킁. 킁킁.
언제나와 같은 유리아의 향기가 느껴졌다.
‘으음?’
평소와 뭔가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달콤해지고 짙어졌다고 해야 하나?
‘몽상 세계에 있던 시간이 좀 길어서 그런가?’
나는 유리아를 빤히 쳐다봤다. 유리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항상 유리아를 안는 나는 알 수 있어! 유리아의 피부가 더 깨끗해졌어!’
그러다 유리아의 손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아의 손은 자세히 보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매일 하는 수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손에는 굳은살이 전혀 없었다. 무언가 변한게 틀림없었다.
“메이드. 벽을 넘었군. 설마 그 나이에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메이지가 될 줄이야. 넌 인간이 맞는 거냐?”
셔츠의 단추를 채우던 유리아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유리아의 시선이 프리실라에게 향했다.
프리실라는 오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몸이었고, 내가 남긴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특히나 사타구니에 나오는 하얀 정액. 누가 보더라도 방금 전까지 섹스를 하고 온 여자다.
그러나 내가 집중한 것은 프리실라의 말이었다.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메이지가 되었다고?!’
내 눈이 커지며 유리아를 샅샅이 살펴봤다. 허나 더 예뻐진 것 말고는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수준으로는 유리아의 실력을 꿰뚫어 볼 수 없는 것이다.
“역시 프리실라 님은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예. 말씀대로 벽을 하나 넘었습니다. 하지만… 프리실라 님을 보고 있자니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되는군요.”
“…건방지구나. 내게 도전하겠다는 것이냐?”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단지 제 부족함을 느꼈을 뿐입니다. 주인님을 위해 더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특할 수가!
감동받은 내가 양팔 벌려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만약 내가 유리아였다면 더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기는커녕 사방팔방에 자랑하며 여자를 따먹고 다녔을 텐데!
“아응…. 주인님….”
나는 유리아를 끌어안고 그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축하해. 유리아. 오늘밤은 상을 줘야겠네.”
내가 말하는 상은 단 한 가지뿐이다. 물론 유리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네에…. 주인님.”
내 손이 유리아의 엉덩이를 향하는 순간이었다.
“메이드. 악마와 베젤은 어떻게 됐느냐?”
나는 유리아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나도 우리가 가고 난 뒤의 상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리아가 무사한 걸 보자면 베젤은 죽은게 아닐까.
“…놓쳤습니다. 공간 이동으로 도망갔습니다.”
“마법이 아니라 악마의 힘을 이용해 도망갔겠지. 추적은 불가능하겠군. 그때부터 몇 시간이 지났느냐?”
“7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조용하군. 도서관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아무리 시간이 늦었다고 하더라도 내버려 둘리가 없을 텐데.”
“주인님과 프리실라 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공간이 일렁이는 걸 확인하고 사서들을 모두 기절시켜 밖으로 옮겼습니다.”
“잘했다. 덕분에 귀찮은 일은 피했구나.”
“프리실라 님을 위해 한 일은 아닙니다.”
“…하. 그렇겠지. 내 옷은 어디에 있느냐?”
“제가 챙겨두었습니다.”
바닥의 그림자가 지상으로 올라오더니 테이블이 되었다. 테이블 위에 프리실라의 옷이 있었다. 프리실라는 옷을 짚고는 입지 않고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만 가겠다. 이번 일은 발설하지 말거라.”
“차라리 이번에 정체를 완전히 드러내시고 아카데미… 아니, 코발트 왕국과 협력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리면 코발트 왕국은 협력할 것이다. 겉으로는 말이다.
“협력? 그 무능한 것들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냐. 일만 귀찮아질 뿐이다.”
무능하다.
드래곤의 눈으로 보자면 그럴 것이다.
‘귀찮아지는 건 동감이야. 귀족들은 겉으로는 큰일이다 하면서 어떻게든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 할 테고.’
코발트 왕국에는 위대한 존재가 함께하신다! 라는 문구를 내밀면서 뒤로는 온갖 패악을 부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코발트 왕국이 나선다고 해도 숨어 있는 악마를 찾고, 없앨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녀의 말대로 무능하다.
“이만 가겠다.”
그녀 주위의 마나가 요동치는게 느껴졌다. 나는 그녀가 마법으로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프리실라 님! 혹시 욕구불만이 되시면 저를 찾아오십시오! 제가 프리실라 님의 욕구를 풀어드리겠습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괜히 경거망동 하지 말도록.”
프리실라가 사라졌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예상은 했지만 바로 이렇게 미련 없이 떠나니 씁쓸했다.
‘드래곤 보지가 쫄깃했는데….’
얼마 후면 우리는 떠날 것이다. 원작을 생각하면 몇 년 후에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지만…. 원작 내용이 비틀린 것을 생각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 유리아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고 도서관을 벗어났다.
유리아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손으로는 풍만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기숙사로 향했다. 리젤과 켈리가 도시에 있으니 오늘밤은 유리아와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까… 그 마도서가 모래가 되었다고?”
“네. 죄송합니다. 명령대로 회수하려고 했습니다만… 설마 마도서가 발동할 줄 몰랐습니다.”
“괜찮아. 죄송할 것까지야. 원래 그 마도서는 네게 주려고 했어.”
굳이 회수하려고 했던 것은 광명승천도를 이용해 팔렉 프록신의 마도서를 강화시킬 속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효과가 더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마도서의 지식은 얻었을 테고… 육체도 강화되겠지?”
“네. 인체에 관한 지식을 얻었고, 신체 능력이 강화되며 기혈도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심장 일부가 개조되어 마나를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장 개조?”
“그 덕분에 호흡을 할 때마다 자연스레 마나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자, 잘됐네.”
심장 개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원작의 카일은 마도서를 통해 인체에 대한 지식과 육체 강화만을 얻는다. 기연은 얻지만 익스퍼트 상급으로 올라가진 못했다.
‘그런데 유리아는 오러 마스터, 아크메이지의 경지에 올랐지. 이건 나도 예상 못했어. 그냥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 경지까지 오를 줄이야.’
좋은 일이었다. 유리아는 내 전용의 좆집이자, 무기라 할 수 있으니까.
“아읏….”
옷 속에 들어간 손이 유리아의 젖꼭지를 잡고 굴렸다. 내 테크닉은 죽지 않았다.
나는 오러마스터라고 해도 내 자지를 이길 수 없음을 오늘밤에 침대 위에서 증명할 것이다.
“주인님. 기숙사 앞에 카일 공자가 있습니다.”
유리아가 돌연 말했다. 나는 기숙사 쪽을 보았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기숙사까지의 거리가 300M 이상 남아 있었다.
“카일이? 걔가 왜 거기에 있어?”
나는 의문을 느끼면서 연기에 돌입했다. 옷을 이루버 찢어 전투의 흔적을 만들고, 유리아에게 부축을 부탁했다.
“유진! 유리아! 괜찮아?!”
카일은 우리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아, 카일 형. 형이 기숙사 앞에 있을 줄 몰랐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어!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는데 혹시 몰라 찾고 있었지! 어디 다친 거야?!”
“크게 다치진 않았어. 발목이 접질린 정도?”
“유진아! 왜 움직인 거야?! 결계 속에 있었으면 안전했을 텐데…!”
“유리아에게 도서관에 책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게 생각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다행이 유리아는 무사했어. 다만… 전투에 휘말려서 나와 유리아는 지금까지 기절하고 있던 참이야.”
“나한테 말했으면 내가…!”
“미안 형. 급하다보니 도움을 구하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
“너는… 하아.”
카일은 잔소리를 내뱉으려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유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리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다친 곳은 없습니다. 카일 공자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 이럴게 아니라 치료실로 가자.”
“아니야. 형. 봐, 봐. 약간 접질렸을 뿐이지 아무 문제없다니까. 사실 걸을 수도 있지만 유리아가 뭐라 해서 부축 받고 있었어.”
“카일 공자님. 포션과 약이라면 기숙사에 있습니다. 치료실에 있는 약들 보다 품질이 좋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비켜주십시오.”
유리아가 딱 부러지게 말했다. 평소에 카일을 대하는 것과 비교해 좀 더 냉정했다. 나는 유리아가 나와의 잠자리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 그. 그래. 지금은 푹 쉬고 내일 보자.”
카일이 당황하면서 옆으로 물러났다.
우리는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카일은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서서 우리를 쳐다봤다. 정확하게는 유리아를 본 게 맞을 거다.
비 맞은 개새끼 꼴이라 웃겼다.
지금부터 유리아는 내 밑에 깔려서 앙앙 울 예정인데 말이다.
???
“하비스 학장. 빌어먹을 늙은이…. 일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군. 그 마석문이라는 걸 왜 일개 교수 따위에게 맡기는 거지?”
코발트 왕국의 왕세자, 둘리바드 코발트가 학장실에서 나오며 불쾌한 듯 투덜거리며 학생회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는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멈춰 서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구겨진 곳을 피고, 흐트러진 붉은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누가 보더라도 잘생긴 얼굴의 그는 건물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는 두 가지 목적으로 아카데미에 찾아왔다. 하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진상을 하비스 학장의 입으로 직접 듣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멜리사를 직접 만나 약혼 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는 그녀의 졸업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카데미에 찾아오게 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라우딕. 로우딕. 레우딕. 어떻지?”
그의 주위로 3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한 중년의 셋 쌍둥이이며, 둘리바드 지키는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의 호위들이다.
“완벽하십니다. 저하.”
“멜리사 공녀는 저하를 거부하시지 않을 겁니다.”
“여기 말씀하신 꽃다발을 준비했습니다.”
둘리바드는 레우딕이 건네는 꽃다발을 받았다. 예쁜 분홍색 튤립으로 가득한 꽃다발이다. 둘리바드는 멜리사에게 한 쪽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건네며 프로포즈 할 것이다.
“오랫동안…. 10년 전에 멜리사를 왕궁에서 우연히 보았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지.”
“굳이 프로포즈를 하지 않더라도 멜리사 공녀와의 결혼은 거의 확정단계가 아닙니까?”
정치적 상황이 그렇다. 왕세자인 둘리바드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멜리사를 포함해 몇 명밖에 되지 않는데, 국왕과 대신들 모두 멜리사를 왕세자비로 생각하고 있다. 혈통과 가문, 그리고 현명함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멜리사의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가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후우…. 좋아. 가겠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저하.”
라우딕 삼형제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왕세자의 비밀호위인 그들은 모습을 감추는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다.
둘리바드는 당당하게 학생회실로 향했다.
학생회실의 문을 열 때는 심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쿵쾅거렸다.
허나 막상 문을 열자 학생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멜리사가 없군. 어디로 간 거지? 항상 여기에 있다고 들었다만….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문 옆에서 숨듯이 기다려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으아아악!!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학생회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남자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뭣이, 악마?!”
깜짝 놀란 둘리바드가 소리가 들린 곳의 방으로 달려갔다. 지금 이 시기에 악마와 관련된 단어는 경시할 수 없다.
그는 다용도실이라 적힌 문을 힘껏 열었다.
보인 것은 한쪽 편에 서있는 은발의 메이드와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안겨 있는 알몸의 멜리사였다. 악마는 없었다.
남자는 책상위에 앉아 있었고, 멜리사가 남자의 상체에 등을 기대어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찌걱찌걱!
멜리사는 남자의 손을 잡아 몸을 지탱하며 직접 허리를 흔들었다. 창녀처럼 음탕한 허리 놀림이었다. 마치 보지가 자지를 삼키는 것 같았다.
“아아! 아아앙! 하으으으응!”
간드러진 교성이 울려 퍼진다. 멜리사의 풍만한 가슴이 격렬하게 출렁거렸다.
둘리바드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둘리바드를 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하.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좀 끌었습니다. 이 질척거리는 보지 좀 보십시오. 진짜 아카데미 최고의 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