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 246. 게이킹을 죽여라
246. 게이킹을 죽여라
영천류(影天流) 뇌음보(雷音步).
천둥소리를 내뿜으며 그녀의 앞에 순식간에 도달해 진세영의 왼팔을 베어버릴 기세로 칼을 휘두른다.
진세영은 칼을 세워 내 공격을 손쉽게 막았다. 그녀는 손목에 힘을 주어 내 칼을 위로 쳐냈다.
‘……젠장.’
이건 기술도 뭣도 아니다. 단순히 힘에서 내가 밀린 것이다.
나는 백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벌렸다. 진세영은 나를 쫓지 않았다.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푸른색 검기가 일렁이며 칼날에 나타났다. 나는 동시에 뇌전까지 사용했다. 파란색 검기를 머금은 칼에 시퍼런 뇌전이 위협적으로 꿈틀거린다.
진세영도 칼에 검기와 뇌전을 일으켰다. 특별한 칼이 아닌 이상 검기에 대항하려면 검기로 맞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검기를 끌어내는데… 진세영은 1초도 안 되서 검기를 끌어내네.’
이게 그녀와 나의 수준차이였다. 기분은 덤덤했다. 그녀와 대련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카앙! 챙! 캉!
칼이 교차한다. 검기와 검기가 부딪히고 뇌전이 서로를 찢어발긴다.
나는 합을 나누면 나눌수록 부담감과 위기의식을 느꼈다.
나는 현재 방어구도 뭣도 걸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그녀의 검기는 내 몸을 두부 썰 듯이 부드럽게 베어가를 수 있다. 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검기와 다르게 진세영의 선명한 검기가 나를 위축시키고 있다.
내가 초조해지자 검기가 꺼질 듯이 약해졌다.
‘젠장… 이래서는 안 돼! 찰나!’
진세영의 왼쪽으로 이동해 칼을 휘둘렀다. 내 칼은 아마도 그녀의 어깨를 스칠 것이다. 허나 진세영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키이잉!
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내 칼날이 깔끔하게 부러져 바닥에 쓰러졌다.
“……졌어.”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완전 회복이 있는데도 검기에 쫄아버렸어. 평소에도 벗고 대련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는데….’
진세영은 칼을 바닥에 내려두고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 주물럭거렸다.
“수고했어. 네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누나는 기뻐. 나도 분발하지 않으면 네게 곧 따라 잡히겠어.”
진세영의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내 등과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알몸 대련 뒤에는 섹스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한참은 걸리겠지만 말이야.”
“부정은 안 하네? 이럴 땐 난 누나를 따라갈 수 없어. 라고 말해야지!”
진세영이 내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나는 지고 있을 순 없었기에 상감 고조를 발동한 상태로 왼손을 뒤로 뻗어 진세영의 딱딱하게 발기한 젖꼭지를 잡아 당겼다.
“아아응! 네, 네가 꼬집으면 이상하게 아프다기보다는 짜릿하고 기분 좋더라. 무슨 능력이라도 쓰는 거야?”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럴 리가. 내가 테크닉이 좋아서 그래. 그것보다 방금전의 대련 말인데….”
“눈치 챘어?”
“…뭘?”
“응. 아직 거기 까진 아니구나.”
“……뭘 한 거야?”
방금 전의 대련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검기를 사용했다는 것 정도다.
“대련을 하면서 계속 마나로 압박했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말이야. 기세 압박이라고도 말해.”
“…오늘따라 유난히 힘든 게 그것 때문이었어? 그런게 있다면 미리 말해주고 하지.”
“직접 겪어 보는 게 좋잖아. 그리고 네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누나.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네가 조금 더 강해지면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될 거야.”
“극복 방법은?”
“익숙해지거나, 강해지는 것. 그래도 놀랐어. 보통 처음 경험하면 덜덜 떠는데 넌 그런게 없잖아. 내가 무섭지 않았어?”
“약간 쫄긴 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위험하다고 느꼈어. 그 외의 문제점은?”
내 복근을 쓰다듬던 진세영이 멈칫했다.
“오늘은 안 할 거야? 아닌데… 그런 것 치고는 거기가 딱딱하잖아.”
“하면서 하면 되잖아.”
내 말에 진세영이 씨익 웃더니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깨를 잡고 다리를 벌려 그대로 내려앉았다.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를 먹었다.
“아으으응.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크고 딱딱해~.”
“내 문제점이 뭐야?”
“아읏…. 검기의 숙련도야. 넌 검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그건 나도 알아. 검기와 관련된 기술도 제대로 못쓰고 있어.”
검기를 일으키는 것부터 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실전에서 이러면 적의 공격에 당하기 좋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검기는 검술과 아우러져야 더욱 위험해진다.
매화검술의 경우 검기를 이용해 매화를 만들어내고, 영천류의 경우엔 검기를 이용해야만 진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이 따로 있다.
나는 검기를 이용해 고난이도 검술의 펼치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연습할 때는 그럭저럭 잘 되는데, 대련을 할 때면 도중에 검기가 꺼지거나, 자세가 꼬이면서 실패하고 만다.
“그건 반복 숙달 밖에 방법이 없지?”
“하응. 잘 알고 있네….”
찌걱찌걱!
진세영이 몸을 아래위로 흔들었다.
“다른 문제는?”
“하앙. 신체 능력이야. 유진이 넌 실력은 C급 헌터인데… 신체 능력은 C급이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순수 신체 능력만 따지면 D급이 겨우 될 정도? 보통 헌터들은 실력이 상승하면 신체 능력도 비례해서 상승하는데…. 넌 좀 특이하네.”
“내가 육체 단련 쪽은 좀 느린 편이잖아. 문제가 심각한 거야?”
철퍽!
내 허벅지 위에 내려앉은 진세영이 움직임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사실 위험해. 무술의 기본은 심(心), 기(技), 체(技)의 조화야. 어느 것 하나 부족하다면 무술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체가 심기에 비해 많이 부족해. 최악의 경우 심마도 찾아올 수 있어.”
“……알았어. 주의할게.”
머릿속에 육체 단련 퀘스트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퀘스트를 수행해서 신체 능력을 올릴까?
‘아니야! 다시 생각해도 섹스돌이야! 섹스돌이 있어야 돼!’
능력치는 언제든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섹스돌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진세영의 골반을 잡고 아래위로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다.
“앙! 아흐윽! 나, 나 죽어어어어!”
???
나는 ‘게이킹을 죽여라.’ 퀘스트를 수행하기 전에 장비를 점검했다.
‘최악의 사태…. 유희 세계에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게이들이 날 노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해.’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
그리고 만일을 대비한 폭탄 조끼. 게이 놈들에게 당할 바엔 이 폭탄 조끼를 가동 시켜 자살할 것이다.
허리춤에 찬 화련비도.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더라도 그 칼날은 언제나 날카롭게 벼려진 상태다.
왼손에는 돌격소총을 들었다. 웬만해선 화련비도로 게이를 죽이고 싶지 않다. 칼날이 더러워진다.
등에는 가방을 멨다. 폭탄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것은 위기 상황에 돌파구가 될 것이다.
오른손목에는 일루시터를 착용했다. 도망칠 때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성유진
레벨: 51
근력: 34 체력: 32 민첩: 31 지능: 25 정력: 37 마나: 30]
[사용가능 포인트: 59]
능력치 일부가 상승한 이유는 방금 전에 ‘광명승천도’에서 가져온 영약들을 전부 먹었기 때문이다.
‘남은 포인트는 민첩! 이게 게임대로라면 도망쳐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민첩을 올려야 돼!’
[성유진
레벨: 51
근력: 34 체력: 32 민첩: 36 지능: 25 정력: 37 마나: 30]
[사용가능 포인트: 9]
50포인트로 민첩 5개를 올렸다. 한층 빨라진 기분이다.
나머지 9 포인트는 남겨뒀다. 랜덤 뽑기를 할 때가 아니다.
나는 비장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노려봤다.
‘가자…! 섹스돌을 위하여!’
엄지손가락이 스마트폰 액정을 터치했다.
[‘게이킹을 죽여라’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게이킹을 죽여라’ 유희 세계에 입장합니다.]
[숨겨진 패널티가 공개 됩니다.]
[이하의 스킬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속, 해킹, 성감고조.]
[현실의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또한 인벤토리 사용이 금지 됩니다.]
[퀘스트 성공 혹은 실패 시에만 유희 세계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실패 조건은 두 가지, 죽음과 포기뿐입니다.]
[66일의 시간 제한이 주어집니다. 시간제한을 넘길 시 사망합니다.]
[퀘스트 실패시 다시 도전할 수 없으며, ‘게이킹을 죽여라’ 유희 세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패널티가 너무 심합니다. 어드밴티자가 주어집니다.]
[한정 스킬 ‘미니맵(Lv. 5)’을 획득합니다.]
[한정 스킬 ‘텔레포트(Lv. 3)’를 획득합니다.]
[패널티에 따른 추가 보상: 퀘스트 성공 시 ‘게이킹을 죽여라’ 유희 세계의 물건을 1개를 현실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알림창에 당황할 틈도 없이 유희 세계로 들어갔다.
???
나는 도시 거리에 있었다.
주위에는 높은 빌딩과 도로가 있었다.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다. 거리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갈 길이 바쁜 듯 무표정한 얼굴로 걸아 간다.
내가 입고 있는 것은 검은색의 추리닝 복이었다. 현실에서 무장한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불안함을 느낀 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딱 하나. 스마트폰만이 있었다.
[퀘스트를 포기하시겠습니까?]
[※주의. 퀘스트를 포기하시면 다시는 ‘게이킹을 죽여라’ 세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몰라도… 지금 포기하기엔 이르지.’
내겐 패널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드밴티지로 얻은 두 개의 스킬이 있다.
‘미니맵과 텔레포트!’
[미니맵 Lv. 5
사용자를 중심으로 사방 50M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녹색, 게이는 붉은색, 여성은 파란색으로 표시됩니다.
*‘게이킹을 죽여라’ 유희 세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정 스킬입니다.]
[텔레포트 Lv. 3
마나와 활력, 스택을 소모해 300M 내의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단, 눈으로 보이는 곳, 한 번 가봤던 곳이여야 합니다.
스택은 1시간 마다 1개씩 회복하며 최대 3개가 충전됩니다.
현재 충전 스택: 3
*‘게이킹을 죽여라’ 유희 세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정 스킬입니다.]
미니맵은 관심 밖이지만 텔레포트는 현실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좋은 스킬이다.
‘랜덤 뽑기를 돌리다보면 텔레포트 스킬이 나오겠지. …나오겠지?’
랜덤 뽑기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 텔레포트 스킬만을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한숨 밖에 안 나오는군.’
빵빵!
옆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경찰 바이크를 탄 느끼하게 생긴 백인 남자가 있었다. 근육이 빵빵한 상체, 갈라진 턱과 짙은 면도 자국, 그리고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보여주는 푸른색의 눈동자와 헬멧 속에 있는 지저분한 색의 금발.
“헤이!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문제 있어?”
나는 미니맵을 열어 확인했다. 내가 녹색점이니… 그 앞에 있는 붉은색 점은 이놈이다.
미니맵은 게이를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즉, 이놈은 게이다.
“……문제없습니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본능이었다.
“너… 거동이 수상한데?”
남자가 바이크에서 내렸다. 하체에 달라붙은 파란색 바지와 갈색 장화. 허리춤에 권총집. 그리고 볼록 튀어나온 그곳.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안 되겠어. 신분증 좀 줘봐.”
“……신분증은 집에 두고 왔습니다. 지금 집에 가서 신분증을 가져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하. 요것 봐라? 신분증이 없어? 작년에 게이킹님께서 입안한 법으로 인해 신분증은 필수로 지참해야 하는 거 몰라? 어?”
몰랐다. 방금 이 세계에 왔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더욱더 거리를 벌렸다. 꺼림칙했다.
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곧바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흐흐…. 원래는 감옥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중죄지만… 저 모텔에서 한 번 대주면 봐줄게. 내가 너같은 스타일을 좀 좋아하거든. 어때? 너한테도 좋은 제안이지? 내 거길 맛보면 너도 만족….”
“씨발놈이!!!”
나는 더 이상 듣지 못하고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마나를 담은 일격에 놈의 몸이 5M 이상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작살난 놈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즉사했을 공격을 살아 있다. 분명 게이라서 그럴 것이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만만해 보이냐?! 어!?”
나는 도로에 서있는 경찰 바이크를 양손으로 들어 놈을 향해 내던졌다. 바이크에 깔린 놈은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죽었다.
충동적인 살인이었으나, 후회는 없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게이 말살 시스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경찰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5 GK를 획득합니다!>
<최초 보너스로 100 GK를 획득합니다.>
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