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247 - 247. 게이킹을 죽여라 (27/2,000)

〈 247화 〉 247. 게이킹을 죽여라

247. 게이킹을 죽여라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내가 경찰을 죽이는 것을 본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도망갔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미니맵을 보면서 골목길로 도망쳤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빌딩 안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통해 빌딩 내부가 보였기에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이동한 곳은 직원 휴게실로 보였는데 아무도 없었다.

미니맵을 살펴본다. 붉고 파란 점들이 가득했다.

‘붉은색이 게이, 파란색이 여자…. 게이가 더 많군. 근데 겹쳐져 있는 게 좀 있는데… 층마다 있어서 그런가. 미니맵도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겠어.’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맵을 게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게이 말살 시스템.’

눈앞에 나타나 있는 홀로그램같은 알림창. 이건 유희 생활 어플과는 다르다.

‘원래 게임에서도 게이를 죽이면 자원을 줬지. 이 부분은 비슷한가. 그렇다면….’

나는 GK 상점을 열었다.

<검색> <조합>

<철검 - 10GK>

<철창 - 15GK>

<물 - 1GK>

<라면 - 3GK>

<원형 방패 - 10GK>

<가죽 갑옷 - 15GK>

<베레타 M9 - 112GK>

……

‘무기 뿐만이 아니라 음식이나 옷같은 것도 구할 수 있어. 검색 해서 쉽게 찾을 수도 있고… 조합도 있잖아?!’

조합을 보는 순간 내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게임 내에서도 조합을 할 수 있었다. 물건 여러개를 알맞게 조합하는 것으로 보다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 오기전에 혹시 몰라 조합과 히든을 달달 외웠다.

‘이거라면…!’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이 세계의 공략법이 떠올랐다. 게이를 죽여 GK를 모아서 최고 무기를 조합하는 것이다. 그 무기만 손에 넣는다면 게이킹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검부터 구입하자.’

<10GK를 소모해 철검을 구입했습니다.>

<철검

평범한 철검입니다.

가격 - 10GK>

내 앞에 철검이 허공에 나타났다. 나는 검을 손에 쥐고 휘둘러보며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무게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양산형 검이다. 관리한다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 보인다.

‘검은 챙기고… 다음은 조합을 확인해보자.’

<3GK를 소모해 물 3개를 구입했습니다.>

<20GK를 소모해 특수 용액을 구입했습니다.>

<1GK를 소모해 물풍선을 구입했습니다. >

나는 이어서 조합을 클릭했다. 그러자 눈앞에 비어있는 창이 나타났다.

<조합창에 조합할 물건들을 넣어주세요.>

물 3개, 물풍선, 특수용액을 조합창에 넣고 조합을 시작했다.

조합창이 빛나더니 검은색 물풍선만 덩그러니 남았다.

‘성공이다!’

<게이 말살 물풍선

게이에게 치명적인 특수용액이 들어간 물폭탄입니다. 오직 게이에게만 통합니다. 일반 사람들에겐 평범한 물입니다.

조합 - 물3개 +물풍선+특수용액>

이 평범해 보이는 물풍선은 위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물풍선을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이러다 터지면 어떡하지? 인벤토리가 없으니 불편해 죽겠네. 음. 인벤토리와 비슷한 조합 아이템이 있었는데….’

조합식이 떠올랐지만 조합을 진행할 수 없었다.

내가 가진 GK는 71뿐으로 조합 재료를 사는 것도 불가능했다.

‘GK를 벌어야 한다!’

GK를 버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게이를 죽이는 것.

나는 검을 손에 쥐고 조용히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조금 걷자 사무실이 보였다. 나는 유리 창문으로 사무실 내부를 살펴봤다.

사무실의 광경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한 공간으로 되어 있는 사무실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3/4은 깨끗하고 밝다. 먼지하나 찾아볼 수 없는 책상 위에는 간단한 사무도구와 최신형 컴퓨터가 올라가 있다.

반면 1/4 공간은 우중충하다. 낡은 책상 위에 사무도구와 서류들이 올라가 있으며, 컴퓨터도 최소 3년 이상은 된 것들로 가득했다. 한쪽에는 쓰레기통이 있어 더욱 좁고 더럽게 느껴졌다.

두 개의 공간의 가장 큰 차이는 남자와 여자였다. 3/4의 공간은 남자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여자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남자 직원들은 최신형 컴퓨터 앞에 앉아 낄낄 거리며 웃고 있다. 양손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일을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가장 높은 직위, 부장을 달고 있는 중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형 탈모의 그 남자는 게임을 하는 남자 직원에게 다가갔다.

‘혼내는 건가. 왕창 깨지겠군. 애초에 뭔 자신감으로 대놓고 게임을 하는 건지…. 사회 생활을 안 해본 나도 저런 멍청한 짓은 안 하겠다.’

그러나 이어진 광경은 내 예상과 달랐다.

부장은 남자 직원의 뒤에서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았다. 남자 직원이 고개를 돌려 부장과 시선을 마주했다.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부장의 손이 어깨에서 가슴으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멈추지 않고 결국에는 책상 아래까지 내려갔다.

남자 직원은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흉하게 웃더니 부장과 키스했다.

‘우욱씹!’

구역질이 났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다른 남자 직원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멍을 때리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등 딴짓을 하기 일쑤다.

반면에 여자들은 일을 하기 바빴다. 서류를 보며 키보드를 탁탁 두들긴다. 그녀들의 눈아래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 여자…. 좀 이쁜데? 다크 서클이 거슬리긴 하지만 가슴도 크니 화장을 하면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겠어.’

한 번 따먹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자세히 보니 코옆에 점이 있었다. 활활 타오르던 성욕이 바람을 맞아 사라진 것 같았다.

주의해야 할 놈은 없어 보였기에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부장은 내가 남자인 것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그 칼은… 장난감? 이야 잘 만들었네. 한 번 자세히 봐조 되겠습니까?”

부장이 웃으며 다가온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놈의 손에 투명한 액체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게 무엇일까. 상상도 하기 싫었다.

“사원은 맞습니까? 1층에는 경비들이 있어서 사원증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할 텐데….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텔레포트로 들어왔다.”

“텔레포트…? 허… 이상한 농담을 하시는 분이군요. 마침 할 일도 없는데 저랑같이 휴게실에서… 흐컥!”

부장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고 발로 찼다.

<부장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3 GK를 획득합니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남자 직원들이 경악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장님?!”

“지, 진짜 검이라고?!”

“뭐해! 김대리 신고해! 난 경비실에도 연락 할 아악!”

나는 고함친 남자를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놈의 목이 베어져 바닥에 떨어지고 피가 솟구친다.

“꺄아아아악!”

여직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들은 뒤로 물러나 벽에 딱 달라붙었다. 도망가고 싶더라도 내가 출구를 막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걱정 마요. 아가씨들. 난 아가씨들을 죽이려 온 게 아니니까!”

몇몇 남자 직원들이 의자나 커터칼 같은 걸 들고 저항했으나, 어디까지나 일반인 수준에 불과한 전투력으로 나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2 GK를 획득합니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2 GK를 획득합니다!>

……

남자 직원들을 모조리 죽이기 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사무실에서 검을 털었다. 벽에 피가 튀었다.

힐끗 고개를 돌려 옆으로 쳐다본다. 벽에 붙어 있는 여직원들이 내 시선을 피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만 가볼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는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옆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게이들을 죽였다.

빌딩을 돌아다니며 죽이고 또 죽였다.

그 과정에서 검은 금세 날이 빠져 쓰지 못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판매하는 헌터용 검과 다르게 이건 단순한 검이었기 때문이다. 검을 관리할 시간 따윈 없었기에 GK로 다시 검을 구매했다.

‘검을 사용하는 건 자제하자. 생각보다 훨씬 더 내구도가 형편없어.’

검기를 사용하면 날을 보호할 수 있다. 허나 내가 너무 빨리 지치게 된다.

‘경찰을 죽였으니 공권력이 날 쫓을 거야.’

‘게이킹을 죽여라’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우선시해야 한다. 체력과 마나는 아낄 수 있을 때 아껴둬야 한다.

‘굳이 검을 쓰지 않더라도 죽이는 건 문제 없어.’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차서 죽일 수 있으나 기왕이면 피하고 싶었다. 남자놈들… 특히나 게이놈들의 몸에 닿는 게 기분 더럽기 때문이다.

나는 의자나 사무용품들을 집어던져 게이들을 죽여나갔다.

‘원래는 이렇게 게이를 혐오하지 않지만….’

원래 나는 게이들에 대해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그것들이 퀴어 축제를 하든, 단체 난교를 하든 알바 아니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다 인터넷에서 좆비비는 사진을 보게 되면 욕한번 해주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내게 끈적한 시선을 보내고, 내 청년막을 노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이는 전부 죽인다. GK를 벌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죽여야 돼!’

나는 게이들을 찾아다니면서 계속해서 죽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건물 밖에서 들렸다. 슬쩍 창문을 확인하자 건물을 중심으로 경찰차들이 모여 들고 있다. 경찰 특공대가 탄 버스도 보였다.

‘여자 직원이 신고한 건가? 지금 도망갈까?’

고민하다가 조금 더 죽이기로 한다.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벗어날 수 있기에 여유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고장내면 시간을 더 벌수 있겠지.’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잡아 열었다. 내 신체능력이 C급 헌터보다 훨씬 약하다고 해도 엘리베이터 문을 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우우웅.

검에서 푸른 검기가 맺혔다. 그대로 검을 휘둘러 엘리베이터용 와이어로프를 베어버렸다.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2개도 똑같이 고장 내고 비상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내 앞에는 회장실이 있었다.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대빵의 모가지를 따야 않겠어.’

벌컥! 당당히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상상도 하기 싫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탄탄한 몸의 중년 남성이 젊은 남자 비서를 따먹고 있는 참혹한 광경….

“미친!”

경악한 내가 사무실에서 가져온 가위를 중년 남자를 향해 던졌다.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마나를 이용해 근력까지 강화시켰다.

“흡!”

그러나 중년 남자는 고개 숙여 가볍게 피했다.

“피, 피했다고?!”

“흐음. 보고는 들었지. 자네가 우리 회사를 습격해 남자들만 죽인다는 그 괴한인가?”

중년 남자는 남자 비서를 바닥에 버리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남자의 얼굴에 집중했다. 시선을 조금이라도 아래로 내린다면 정신적 충격이 덮쳐 올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갈색의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왁스를 잔뜩 발라 갈색 가르마 헤어를 하고 있었다. 벽안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거린다. 얼굴만 보고 판단하자면 무척이나 선해 보이는 인상이다.

<심상치 않은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회장 게이(????)>

“음~ 이 향기로운 냄새…. 혹시 자네 숫청년인가?”

“숫청년?”

“남자와 한번도 섹스를 하지 않은… 지고지순한 순결한 몸이냐는 말이야. 나는 알 수 있네. 동정은 물론이고 뒤쪽 청년막도 한 번도 뚫리지 않은 자만이 이 향기를 풍길 수 있지.”

“미친놈이군.”

“미친놈이라니… 말이 심하군. 하지만… 그 까탈스러운 모습까지도 매력적이야.”

회장이 다가온다.

나는 검에 양손에 쥐었다. 파직. 검날에 뇌전이 흐른다.

나의 공격적인 자세에도 개의치 않고 다가오던 회장이 느닷없이 멈춰 섰다. 그는 무척이나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가까이 다가가니 알겠군! 이 강렬한 향기! 자네는 몇 년 전에 멸종했다는 천연숫청년이 아닌가!”

“……천연숫청년? 그건 또 뭐야.”

“모르는 건가! 천연숫청년은 심기체! 그 전부를 갖추어야만 될 수 있는 천연기념물이지! 바로 자네 말이야!”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