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 250. 게이킹을 죽여라
250. 게이킹을 죽여라
“서, 설마 이 세계의 여자들은…! 남자에 굶주려 있는 건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아니, 상당히 높은 가능성일 것이다.
이 세계의 게이는 현실의 게이와 다르다. 오직 남자만을 인간으로 보고 있으며, 여자를 동물 이하로 생각하고 있다.
그 증거로 남자들은 종종 SNS에 애완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다. 여자랑 함께 찍은 사진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 중 하나는 ‘여자랑 섹스 할 바엔 차라리 동물이랑 섹스하고 만다.’가 있다. 이게 농담 식으로 하는 말일까? 아니다. 이 세계의 게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여자들은 지난 5년 동안 남자와 섹스를 하지 못했다는 거지!’
여자들도 성욕이 있다.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매춘도 잘 하지 않으니 여자들은 남자와 섹스를 할 방법이 없다.
‘존나 흥미롭네! 한 번 확인해보자!’
나는 침실로 달려갔다.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의 시체가 거슬리긴 했지만 치우기 귀찮았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하체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자지를 발기시키고 빠르게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내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이 촬영 모드를 실행하고 있었다.
“앗흥?! 다, 당신… 아, 아침부터…! 하응!”
“지금은 점심이다! 이 샹년아! 보지나 쪼여!”
“아으윽! 하응!”
“씨발년! 어제 보다 보지가 덜 쪼이네!”
빠르게 섹스를 한판 때린 나는 서둘러 서재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타자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천연숫청년한테 강간당했오 ㅠㅠㅠㅠ
어제 갑자기 천연숫청년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날 강간함ㅠㅠ
밤새도록 강간당한ㅠㅠ 천연숫청년 좆방이 엄청나더라ㅠㅠㅠ
못믿을 것 같아서 영상도 같이 올림ㅠㅠ
진짜 보지가 너무 아프다ㅠㅠㅠ
글을 올린 나는 새로 고침을 연타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엄청난 양의 댓글들이 달렸다.
익명(C9423) : 이게 진짜라고? 어디 야동에서 긁어온 영상아님?
익명(4893D12) : 이런 야동 처음 봄. 진짜 같음.
익명(789a15h) : 진짜든 가짜든 존나 부럽ㅠㅠㅠㅠ
익명(104398e) : 와… 좆방망이 진짜 크고 굵다….
익명(99912f) : 천연숫청년 이성애자라고 하던데. 진짜 일 가능성도 있음.
익명(13289e) : 보지즙 흘러나오는 것좀봐… 나도 저렇게 박혔으면.
익명(3419431lo) : 5년전에는 강간범이라고 욕했을 텐데… 시발 지금은 나도 강간당하고 싶다!
익명(190p3t) : 잠깐. 카메라 구도가 좀 이상한데? 이거 천연숫청년이 찍은거 아님?
익명(43y1z66) : 천연숫청년이 이 글을 작성했다고?
익명(1mu561) : 천연숫청년님 제발 나도 박아주세여ㅠㅠ
“역시….”
댓글을 쭉 훑어본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강간당했다고 했는데도 나를 욕하거나, 신고하겠다는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부럽다며 자기도 강간당하고 싶다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광기는 전염되는 법! 이 세상의 남자가 미치니 여자도 서서히 미치고 있어! 좋은 쪽으로 말이야!’
나는 생각해봤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나를 따먹으려는 게이 새끼들을 모조리 죽인다면… 이 세상엔 남자는 나만이 남고 여자들을 원하는 대로 따먹을 수 있지 않을까!
흥분하던 나는 곧 기분이 가라앉았다.
‘……게이킹을 죽이면 현실로 돌아가야 하잖아. 아니. 잠깐 실패하면 다시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성공하면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느것 하나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게이킹을 죽이고 다른 남자들도 모조리 죽이자. 그럼 내가 이 세계의 유일한 남자가 되는 거야!’
나는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어서 GK를 모아야 한다.
???
나는 가진 GK를 소모해 새로운 무기를 얻고는 옷장에 있는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배란다 쪽으로 나갔다.
여긴 아파트 7층. 이 정도면 배란다를 통해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
‘텔레포트는 위기의 순간이 올때까지 아끼는 편이 좋겠지.’
펄럭펄럭펄럭!
날개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날개 달린 남자가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안녕하신가! 천연숫청년!”
“날 찾아온 건가 어떻게….”
여자가 신고했나? 아니다. 그 여자는 지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태도를 보면 신고를 할 것 같지 않았다.
“해킹이지. 해킹. 조심성이 없더군.”
“…아.”
그 사이트. 감시하고 있었던 건가.
“흐흐…. 이제 곧 여기로 특수 부대가 올 거다. 난 그 전에 너의 청년막을 가져가야겠어.”
놈이 바지춤을 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플라잉 게이(???)>
“썩을. 별 같잖은 것들이 다 있어.”
“흐흐. 혹시 플라잉 섹스를 해봤나? 공중에서 섹스를 하는 거다. 그 자유로움과 황홀함은 너도 중독되지 않고는 못 버틸 거다.”
“플라잉 섹스는 아직 못해봤지만… 너따위랑 할 생각은 죽어도 없어.”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무기를 꺼냈다.
“크흐흐. 그게 뭐냐. 장난감 총? 나랑 장난을 하고 싶었나? 좋아. 그 총을 한 번 쏴봐. 너의 마음은 내가 받아줄 테니 말이야. 흐흐.”
플라잉 게이는 내게 손가락 총을 해보이며 눈썹을 들썩였다.
토나올 것 같다.
“우욱…. 그, 그래 좋아. 받아라! 이게 내 마음이다!”
나는 장난감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뿅!
총구에서 검은색 광선이 뻗어나가 플라잉 게이의 심장을 관통했다.
“허억?! 자, 장난감 총이 아니었나…….”
플라잉 게이가 지상으로 추락한다.
철푸덕.
놈은 끔찍한 꼴이 되었다.
<플라잉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1.200 GK를 획득합니다!>
“어떠냐. 나의 게레이저의 위력이.”
<게레이저
광선을 쏘아내 게이를 죽입니다. 광선은 오직 게이에게만 통합니다. 어느 정도 사용하고나면 충전이 필요합니다. 충전은 태양광으로 할 수 있습니다.
조합 - 장난감 총 + 레이저 배터리 +광학제어칩>
가지고 있던 GK를 전부 털어서 만든 레이저 총이다. 나는 사격 특성도 가지고 있기에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삐용삐용삐용!
경찰차들이 아파트로 몰려오고, 저 멀리서 경찰 헬기가 날아온다.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아파트 아래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자동차에 게레이저를 쐈다.
뿅!
광선은 자동차 유리를 무시하고 운전자를 죽였다. 자동차에 뛰어가서 창문을 깨고 문을 열어 시체를 밖에 내다버렸다.
“내가 경찰한테 쫓기는 게 한, 두 번인 줄 아나.”
엑셀을 밟으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멈춰라! 천연숫청년!
-이러면 너만 피곤해져!
-죽고 싶지 않다면 멈춰!
경찰들은 내게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보나마나 높으신 분들이 날 살려 데려오라 했겠지.’
현상수배지에도 날 살려서 데려오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았던가.
‘내 똥구멍을 노린다는게 마음에 안 들지만, 도망치기에는 수월하군.’
부아아아앙!
액셀을 밟는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는 남자 2명을 발견했다.
“시발! 내 눈을 더럽히다니! 죽어라!”
뿅뿅!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2 GK를 획득합니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2 GK를 획득합니다!>
그 남자 뿐 만이 아니라, 지나가다 보이는 남자들은 모조리 죽여 댔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포인트를 모으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다.
???
이 세계에 온지 5일째의 밤.
“허억! 헉! 허억!”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도시를 달리고 있었다. 양손에는 게레이저 총을 들고 있다.
‘젠장! 이 새끼들 설마 함정을 파고 있을 줄이야!’
나는 여자 수영 대회가 열린다는 수영장의 전단지를 거리에서 발견하고 곧장 수영장으로 향했다. 전단지에 인쇄된 금발미녀가 끝내주게 예뻤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휴식이 필요한 법이고, 나는 금발미녀와 함께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수영장에 도착한 내가 본 것은 지옥도였다. 알몸의 근육질 남자들이 몸을 맞대며 수중레슬링을 하고 있었던 것!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그곳에서 도망쳤으나, 곧장 게이들이 나를 쫓기 시작했다. 놈들은 내가 텔레포트와 뇌전을 사용할 수 있는 걸 알고 수영장 주위에 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텔레포트의 스택을 모두 소모해버렸기에 당장 텔레포트를 이용해 벗어나지 못하고 달리고 있다.
“하하! 거기 서라고!”
“우리 함께 땀을 흘리자!”
“회원님! 딱 한 세트! 딱 한 세트만 더어어어!”
3명의 근육남이 내 뒤를 쫓아온다.
<헬스 게이(??)>
양손을 뒤로 돌려 게레이저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철컥!
게이를 죽이는 레이저가 발사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젠장! 에너지를 채우려면 태양이 뜬 낮이어야 하는데!’
새로이 무기를 만들려고 해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나는 급한대로 자켓 주머니에 게레이저 총을 집어넣고 손아귀에 만뢰를 일으켰다.
‘보통 게이가 아니니 죽이진 못하겠지… 하지만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는 있을 거야!’
쿠르르릉!
시퍼런 번개가 헬스 게이 3명을 감전시켰다.
“끄으으으윽!”
털썩! 날 뒤쫓던 근육남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헬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400 GK를 획득합니다!>
<헬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400 GK를 획득합니다!>
<헬스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400 GK를 획득합니다!>
‘뭐지? 겨우 이걸로 죽었다고?’
어쩌면 헬스 게이는 실제로는 약한 걸지도 모른다.
‘별이 붙어 있어서 GK무기가 아니면 죽이진 못 할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헬스 게이의 약점이 번개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푸욱!
어깨에 무언가가 박혔다. 나는 쓰러지려는 몸의 균형을 간신히 잡고 옆의 벽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어깨에 박힌 것을 빼낸다.
‘말뚝…?’
아니었다. 그건 분홍색의 딜도였다.
깜짝 놀란 내가 딜도를 바닥에 내던졌다. 등줄기에 소름이 내달렸다.
‘시, 시발! 딜도를 왜 날려! 어떤 놈이…!’
복수를 하려면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얼굴을 확인해두자는 마음으로 벽너머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흣흣흣. 찰지구나!”
놈은 담벼락 위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밝은 분홍색으로 물든 머리카락, 분홍색의 가죽 팬티를 입고 있다. 얼굴에는 분홍색의 나비가면을 쓰고 있었고, 양손에는 분홍색 딜도를 꼬나 쥐고 있다.
<엄청난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핑크 게이(?????)>
나와 놈의 눈이 마주쳤다. 내 몸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애미 쉬펄….”
나는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텔레포트 스택이 생기기 전까지 앞으로 12분. 반드시 도망 쳐야 한다!
“헉! 허억! 헉!”
“놓치지 않아. Boy~!”
퓩! 퓩! 퓩!
딜도가 날아와 내 몸에 꽂힌다.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를 악물었다.
오른손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갔다. 거기엔 나이프가 있었다. 이건 공격용이 아닌 자살용이다.
‘완전 회복을 써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그렇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범해질 바엔 죽는게 낫다.
벽의 모퉁이를 돌았다.
다리가 멈췄다. 막다른 길이다. 벽이 아니라 건물이 막아서고 있다. 도망칠 길이 없다.
‘시발!’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낸 순간이었다. 옆에서 튀어나온 손이 나를 확 잡아 당겼다.
???
뚜벅뚜벅.
핑크 게이가 막다른 길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없군.”
핑크 게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몸이 덜덜 떨렸다. 식은땀까지 났다.
제발 내가 숨어 있는 곳에 오지 않기를. 평소엔 찾지도 않던 신에게 빌었다.
“호오?!”
무언가를 발견한 핑크 게이가 빠르게 걸어가 무언가를 발로 찼다. 커다란 쓰레기통이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쏟아졌다.
“으음. 쓰레기뿐이군.”
킁킁.
핑크 게이가 냄새를 맡는다.
내 기억에 얼마 전에 죽인 회장 게이가 떠올랐다. 그 놈도 내게서 숫청년의 향기인가 뭔가가 난다고 했다.
“숫청년의 향기도 나지 않는군…. 텔레포트를 써서 도망친 건가?”
획!
핑크 게이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으으으음….”
핑크 게이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딜도를 맞았으니 얼마가지 못했을 거야.”
핑크 게이가 몸을 돌려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핑크 게이가 사라지고 30초가 지난 뒤에야 참고 있던 숨을 급하게 내쉬었다.
“푸하아! 시, 시발 지릴뻔 했네!”
“……괜찮아?”
내 옆에 있던 여자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전신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라이더 슈트를 입은 금발 미녀였다.
“괘, 괜찮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와 그녀는 벽에 붙어 있었다. 핑크 게이가 벽에 붙어 있는 우리를 찾지 못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손목시계 때문이었다. 그녀가 손목시계를 조작하자 우리는 투명해졌고, 핑크 게이는 우리를 전혀 찾지 못했다.
“당연히 도와야지. 넌 우리의 희망이니까.”
“…희망?”
“나랑 같이 가줘야겠어. 자세한 설명은 조금 있다가 해줄게.”
“…….”
나는 그녀의 빵빵한 가슴을 힐끔 보고는 물었다.
“……당신은 정체가 뭡니까?”
“나? 여성인권보장회의 요원이야. 세상을 위해, 게이킹을 죽이기 위해 네 도움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