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 253. 게이킹을 죽여라
253. 게이킹을 죽여라
여성인권보장회의 기지는 외딴 산에 있는 별장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별장의 자하다. 숨겨져 있는 문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고, 거기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하응! 앙! 하앙!”
나는 바이크가 멈췄음에도 세나와 섹스 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예 헬멧을 벗기고, 라이더 슈트를 전부 찢어버린 뒤에 그녀를 들고 박으면서 기지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통로가 보였다. 통로에는 총으로 무장한 여자들이 있었다.
나는 여자들을 쭈욱 훑어 봤다. 라이더 슈트와 비슷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었다. 총을 무장하고 있긴 하지만 내게 겨누진 않았다. 다만 경계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부럽다는 눈으로 세나를 보는 여자가 있었고, 미친놈 보듯이 날 보는 여자도 있었다.
‘이 중에서 미녀는 손에 꼽을 정도고… 세나 급의 미녀는 없군.’
한 여자가 앞에 나왔다. 무테안경을 낀 딱딱해 보이는 표정의 여자였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성유진 님.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게이들도 모르는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내가 직접 내 이름을 소개한 건 아까 세나와 대화 할 때뿐이지.’
즉, 나와 세나의 대화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바이크 쪽에 도청장치가 있었나 보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나는 그녀를 향해 걸아갔다.
“하으읏….”
내가 움직일 때마다 세나가 간헐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내 자지는 그녀의 빨갛게 변한 보지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세나 요원을 내버려 두시면 안 되겠습니까?”
안경낀 여자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아직 난 만족 못했다고.”
“……알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불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들은 나를 제지 할 수 없었다. 아쉬운 입장은 내가 아니라 그녀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 회의를 하고 나를 어떻게 대할지 결론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뚜벅뚜벅.
통로를 걸었다.
도착한 곳은 회의실이었다.
회의실에는 한 여자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단발머리의 40대 여성이었다. 살짝 그을린 것 같은 피부에 나이에 맞지 않게 단련된 몸매를 가진 여성이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네. 거기에 앉게. 음, 세나 요원은….”
“제가 아직 만족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자네 좋을 대로 하게. 보아하니 세나 요원도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아 보이는군.”
안경 낀 여자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회의실에는 나를 비롯해 3명의 남녀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봤고, 세나는 내 품안에서 헐떡이기 바빴다.
“…나는 여성인권보장회의 회장인 데보라 프룬이라 하네.”
“성유진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우리와 함께 게이킹을 죽이겠나?”
“저도 게이킹을 죽이고 싶습니다.”
“그럼….”
“근데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궁금한 거…?”
“…….”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정을 느낀 것이다. 세나는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녀를 테이블 위에 눕혀 두었다. 보지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저에 대해…. 게이 말살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겁니다. 혹시 저 말고도 이 시스템에 선택 받은 자가 있습니까? 그리고 이 시스템의 정체가 뭡니까.”
“그걸 말해주면 우리와 함께 할 건가?”
“그 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나는 대답하는 대신 세나를 쳐다봤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나를 비롯한 미녀들이다.
데보라는 침묵으로 고민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군. 아쉬운 건 우리이니 자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겠네.”
“쓸데없는 기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군요.”
“그런 걸 따지기엔 우리 상황이 너무 최악이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던 데보라는 이윽고 정색하고는 말했다.
“게이 말살 시스템의 선택은 받은 자는 자네 말고도 있었네. 2년 전에 말이야. 그 자도 남성이었지.”
예측하고 있었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있었다는 건 지금은 없다는 말입니까? 죽었습니까?”
“죽진 않았네. 게이가 되었지.”
“…….”
“그는 내 남편이었네. 동시에 우리 여성인권보장회의 희망이기도 했지. 그가 게이킹에게 범해져 게이가 된 날, 우린 절망을 느꼈네. 몇몇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은 포기했지.”
비장하게 말했지만 내겐 와닿지 않았다. 내겐 이 세계도 결국 창작물 속의 세계에 불과하니까.
“게이 말살 시스템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네. 다만 박사가 말하기를… 게이킹의 대적자라고 하더군. 세계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처럼. 게이킹이 있으니 게이 말살 시스템이 있다던가….”
“이해하지 못할 말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이걸 굳이 우리가 이해 할 필요는 없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스템의 기원이 아니라 시스템의 힘이니까.”
“세나가 말한 말살자란 건….”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자, 자네를 말하네.”
그럴거라 생각했다.
이제부터 진짜 본론을 말할 시간이다.
“여성인권보장회에 협력하겠습니다. 게이킹을 죽이기 위해 함께 힘냅시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돈같은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어떤 조건인가?”
“여자. 세나 정도의 미녀를 원합니다. 전 여자를 품에 안아야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자를 제공하라는 건가? 성상납?”
“네!”
“…….”
내가 당당히 말했다. 그녀는 약간 어이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어려운 요구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여자들은 나와 몸을 섞는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나같은 미녀를 찾는 건 좀 힘들 것 같군.”
“정정하겠습니다. 평균 이상의 미녀면 괜찮습니다.”
“그렇군. 일주일에 1명….”
“하루에 3명 이상.”
“…여성인권보장회의 총 인원은 1만명이 넘을까 말까하네. 모두 이 세계에 흩어져서 일하고 있지. 그 중에서 이 기지에서 일하는 인원은 1,000명도 되지 않네. 그 중에서 자네의 눈에 맞는 여자가 몇 명이나 될거라 생각하는 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네.”
“그럼 하루에 1명으로 바꾸겠습니다. 대신, 여성인권보장회의 여자를 원하는 때에 따먹을 수 있는 권한을 받고 싶습니다.”
“내게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라고 하는가? 미녀들은 설득할 수 있어도 강제로 범하는 건 허락하지 못하네. 절대로.”
“그럼 합의하에 하면 섹스하면 되겠군요. 제가 꼬시겠습니다.”
“……거기까지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군. 다만 세나는….”
“세나는 처음에는 몰라도 중간부터 아주 좋아했습니다. 도청했다면 아시지 않습니까.”
“……다음 조건은 뭐지?”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임무와 명령에 대한 거부권.”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전 아직 당신들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임무를 함정으로 속여 저를 죽이려고 할 가능성도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 머리 위에 누군가가 선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중요한 임무를 자네가 거부하게 되면서 일이 완전히 망할 수도 있네. 자네가 변덕을 부려 임무 도중에 명령을 거부하며 발생한 그 피해는 어떻게 책임 질 건가?”
“저도 멍청이는 아닙니다. 뭐가 중요한 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
데보라가 물러설 기색이 안 보인다.
나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절 구해주신 빚은 언젠간 갚겠습니다.”
“하아.”
깊은 한숨을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선 내가 철저한 갑이다. 결국 데보라가 물러설 수밖에 없다.
“알겠네. 자네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됐나?”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그래. 잘 부탁하네. 아 참, 박사가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더군. 가서 한 번 만나보게. 연구실에 있을 거네.”
“네.”
나는 대답하며 테이블 위에 뻗어 있는 세나를 끌어안았다.
“참, 조건을 한 가지 더. 세나는 이제부터 제 담당입니다.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세나 요원이 마음에 들었나보군.”
“예. 마음에 들었습니다.”
데보라는 날 막지 않았다. 짐작이지만 세나를 통해 날 감시할 속셈이 아닐까.
내가 문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자네. 조금 있다가 작전 회의를 할 건데 참가하지 않겠나?”
“제가 참가해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귀찮았다. 그리고 작전 회의에 꼭 내가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사흘밤낮으로 작전을 짜내도 자네가 거부하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그럴 바엔 차라리 낫지 않겠나?”
나는 데보라의 말에 서려 있는 짜증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건 날 비아냥 거리는 말이다.
“어지간해선 작전을 거부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전 같은 건 잘 모르는 지라… 오히려 방해만 될 겁니다.”
세나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데보라의 관계는 처음부터 꼬였음을.
???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경녀를 따라가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외로 박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수염을 기른 50대 남성이다.
“내가 남자라서 놀란 표정이군.”
“네. 놀랐습니다. 남자들은 전부 게이로 게이킹에게 충성을 맹세하던데….”
“난 게이가 아니네.”
박사는 휠체어의 바퀴를 굴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세계의 남자들은 게이인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이 세계는 6살짜리 어린아이도 게이로서 성경험을 해본 적 있는 미친 세계가 바로 이 세계였다.
“아직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 나는 15년 전의 교통 사고로 하체가 마비되었네.”
“아.”
하체 마비면 하반신의 감각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거시기도 서지 않고, 엉덩이 쪽도 마찬가지다. 대소변? 당연히 가리지 못한다.
박사는 게이가 되지 않은게 아니라 게이가 되지 못한 것이다.
“절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큰 일은 아닐세. 말살자인 자네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나는 박사의 시선을 눈치 챘다. 그는 내게 안겨 있는 세나와 옆에 있는 안경녀의 눈치를 살폈다. 여자가 아닌 남자들 끼리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남자 새끼랑 대화 할 생각은 없는데….’
그와의 대화는 아주 중요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또한 하반신 마비에 의해 거기사 서지 않는 그가 불쌍하기도 했다. 박사는 게이가 아닌 것 같으니 대화 정도는 나눌 수 있다.
“저도 시스템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게이킹이 가진 힘이라던가…. 박사님이라면 잘 알고 게시겠군요.”
“물론 잘 알고 있네. 내가 그동안 연구해온 건 게이킹과 게이 말살 시스템에 관한 것들이니 말이네. 하지만 전부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좀 길어 질것이네.”
“나중에 다시 찾기도 귀찮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듣겠습니다.”
나는 옆에 있는 안경녀에게 세나를 건넸다.
“세나 좀 부탁합니다. 지금 잠든 것 같으니 방에 데려다주십시오. 제 방에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안경녀는 한 박자 늦게 말하고는 세나를 안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박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박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가 내 말을 무시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말해두겠네. 여성인권보장회를 너무 믿지 말게.”
“별로 믿고 있는 건 아닙니다. 빋을 생각도 없고요. 하지만 박사님의 그 말은 좀 궁금하군요. 왜 제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혹시 여성인권보장회는 게이킹의….”
“아니. 그건 아닐세. 게이킹은 증오하고 죽이려는 목적은 맞아.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게이킹을 죽이고 난 뒤지.”
“죽이고 난 뒤…?”
“여성인권보장회는 게이킹의 힘을 노리고 있어. 게이킹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할 생각이지.”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 적으로 가능하네. 게이킹을 죽이면 인피니티 파워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일세.”
“인피니티 파워? 그건 또 뭡니까.”
“게이 파워의 근원이지. 여성인권보장회의 간부들은 인피니티 파워로 세상을 지배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들은 인피니티 파워를 이용해 남자들을 자신들의 노예로 삼을 생각인거야.”
“…….”
“여성인권보장회는 겉보기 만큼 좋은 단체가 아니야. 실제를 파헤치면 겉보기보다 훨씬 추악하지.”
“박사님은 제가 인피니티 파워를 얻기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