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 254. 게이킹을 죽여라
254. 게이킹을 죽여라
“박사님은 제가 인피니티 파워를 얻기 원하십니까?”
“맞네. 여성인권보장회가 인피니티 파워를 얻은 뒤에 올 세계는 또 다른 지옥이야. 아마도 여자들의 노예가 된 남자들의 비참한 지옥이겠지.”
“박사님은 저를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인피니티 파워를 악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자네는 시스템의 선택 받은 자가 아닌가. 시스템이 자네를 보증하고 있는데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나.”
그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
게이 말살 시스템의 선택 조건은 정의로운 자가 아닐 것이다. 내가 선택받은 것이 그 이유다. 나는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기 때문에 시스템의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그의 착각을 바로잡아 줄 필요는 없다.
“게이킹과 인피니티 파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군요.”
“원한다면 설명해주겠네. 지금은 시간이 없고 새벽에 이리로 오게. 텔레포트 있는 걸로 아는데 가능하겠나?”
“아마 가능할겁니다. 그럼 새벽에 오겠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안경녀가 들어왔다.
“…그러니까 GK는 섣불리 사용하지 말고….”
박사가 서둘러 다른 말을 했고, 나는 그의 말을 유심히 듣는 척 하다가 안경녀에게 물었다.
“세나는 제 방에 잘 데려다 주고 왔어요?”
“예. 침대 위에 내려두고 이불까지 덮어주고 왔습니다.”
“근데 제 방은 어디죠?”
“…이후에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밤… 어때?”
“…….”
안경녀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데보라의 비서로 보였는데 아마도 나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았다.
???
새벽.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에는 두 명의 여자가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세나와 안경녀다. 안경녀의 경우 안경을 벗으니 상당한 미녀였다.
‘아예 보내버렸으니 깨어나려면 최소 3시간은 필요하겠지.’
나는 옷을 입고 텔레포트로 박사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박사는 두 눈을 감고 있다가 떴다.
“기다리고 있었네. 생각보다 늦었군.”
“안전하게 오기 위해서 말이죠. 근데… 저건 괜찮은 겁니까?”
나는 천장 구석에 달려 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박사는 여성인권보장회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태인 모양이다.
“저걸 관리하는 건 내가 아니지만, 만든 건 나네.”
만들 때 수작을 부려놓은 모양이다.
“나보다는 자네가 더 조심해야 할 거야. 그녀들은 자네를 감시하고 수작을 부리려고 할지도 모르네. 특히나 세나를 조심하는 게 좋아.”
“세나를요? 세나는 이미 저한테 푹 빠졌습니다만.”
“전대 말살자는 데보라의 남편이었네. 미인계에 걸려 결혼까지 해버렸지. 그는 데보라의 종이나 다름없었어.”
“그 회장은 별로 예쁘지 않던데.”
“전대 말살자는 인성이 좋았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걸 죄악으로 여기는 인물이었어.”
나랑은 다른 인물이었다.
나는 일단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한다. 외모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란게 그럭저럭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로 판단할 수 없고, 내면을 알아가는 건 시간이 좀 걸리니 말이다.
“세나가 나한테 미인계라….”
“자네는 여자를 좀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군.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걱정되긴 하는군. 여성인권보장회의 여성들은 모두 데보라에게 충성하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예. 조심하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내 거시기에 자신 있었다. 충성심? 내 거시기에 충성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박사는 이윽고 인피니티 파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피티니 파워는 5년 전, 게이킹이 나타나기 3일 전에 우주에서 왔네.”
“……네?”
“그때 당시 우주에서 2개의 운석이 떨어졌지. 하나가 먼저 떨어졌고, 1시간 뒤에 다른 운석이 떨어졌지. 마치 처음에 떨어진 운석을 쫓아온 것처럼 말이야.”
“…설마 그게 인피니티 파워와 시스템이라는 겁니까?”
“증거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네.”
“잠깐. 뭔가 말이 안 되는데…. 시스템은 게이 말살 시스템이지 인피니티 파워랑 별다른 관계가….”
“게이킹은 처음부터 게이킹이 아니었네. 그가 인피니티 파워를 얻으면서 인피니티 파워는 게이 파워로 변질된 걸세.”
“……그럼 게이 말살 시스템은 뭡니까?”
“이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건데…. 시스템은 아마도 컨트롤 파워 일세.”
“……인피니티 파워를 제어하기 위한 힘?”
“맞네. 게이킹이 되면서 게이 파워로 변질 되었으니, 컨트롤 파워는 게이 파워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게이 말살 시스템이 된 거지.”
“어, 음. 이름이 좀 많이 유치하지 않습니까? 박사님이 직접 붙인 겁니까?”
“컨트롤 파워는 내가 붙인 이름이네만, 인피니티 파워는 게이킹이 직접 말했지. 당시의 영상이 있으니 한 번 봐보세. 데보라가 자네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던 영상일세.”
나는 박사가 가리키는 벽을 쳐다봤다.
그것은 전투영상이었다.
게이킹과 한 남자의 전투.
나는 게이킹과 싸우는 남자가 전대 말살자라는 걸 금방 눈치 챘다.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게이킹이 남자를 농락하는 것이다.
-시시하군. 겨우 그딴 힘으로 내게 대들다니…
게이킹은 그리 말하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원래 누구인지, 게이 파워의 진짜 힘은 인피티니 파워로 자신이 쓰고 있는 왕관에서 나오는 힘이라며.
-나는 너를 100일 동안 따먹고, 나의 최측근으로 만들 것이다.
-으, 아아아! 그, 그마아아안! 아아아아아아아… ANG!
나는 영상을 보며 덜덜 떨었다. 내장이 울렁거리고, 두 눈을 당장 뜯어내 세척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귀도 막고 싶다.
‘으, 으으… 이, 이런 끔찍한 영상이라니….’
내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자, 박사가 영상을 빠르게 돌렸다.
게이킹에게 100일 동안 쉬지 않고 따먹힌 남자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ANG! ANG! ANG!
가죽 마스크, 가죽 팬티, 가죽 목걸이를 찬 게이가 된 것이다.
“딥 다크 게이…. 그는 게이킹의 최측근으로 타락하고 말았지….”
박사의 말에 정신이 맑아졌다.
“딥 다크 게이…. 이놈은 반드시 죽여 합니다.”
“그건 너무 위험하네. 우리의 목적은 게이킹의 죽음이야. 딥 다크 게이는 게이킹의 궁전이 아닌 다크 하우스에 있으니 무시하면 그만이네. 잠자는 호랑이를 굳이 건들 필요가 없어.”
“딥 다크 게이를 죽이고 그 가죽 마스크를 얻어야 합니다!”
“갑자기 왜 그러나?”
“딥 다크 게이의 마스크는 조합재료 입니다! 그걸 이용해 최강의 무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딥 다크 게이의 가죽 마스크가 조합 재료라고…?!”
박사가 경악했다. 그러면서도 내 말을 불신하고 있었다.
“자,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나?”
“시스템이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시스템이?”
내 말에 박사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방금 영상에서 전대 말살자가 들고 있던 무기… 그건 가장 GK 상점에서 가장 비싼 무기가 아닙니까. 그는 그걸 들고서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자네 말은 최고의 무기는 조합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건가. 시스템은 최고의 무기를 조합하는 방법을 자네에게 가르쳐 주었고…?”
“네! 그렇습니다!”
“…음. 이건 데보라에게 말할 수밖에 없겠군.”
“데보라도 협력할 겁니다. 게이킹을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이니까요.”
“그렇겠지.”
박사는 이후에도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개였다.
하나는 데보라를 비롯해 여성인권보장회를 너무 믿지 말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게이킹을 죽인 뒤에 반드시 그 왕관을 손에 넣을 것. 왕관이야 말로 인피니티 파워의 본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여성인권보장회의 들어오고 두 달이 지났다.
세나는 내 자지에 완전히 굴복해, 내 자지의 노예가 될 것을 귀두에 입을 맞추며 맹세했다. 그녀는 이중간첩이 되었다.
여성인권보장회의 도움을 받아 빠르고 안전하게 GK를 모을 수 있었다. 그녀들은 정보전에서 게이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위험에 빠지면 나를 위해 망설임 없이 희생했다.
‘너무 망설임이 없어서 의심스러울 정도지.’
세나와 박사에게 물어본 결과 이게 데보라의 수법이라고 한다. 내가 그녀들을 완전히 믿고 정을 붙이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나는 이미 최고 무기를 살 수 있을 정도의 GK를 모았지만, 여성인권보장회는 GK를 더욱더 탐욕스럽게 모았다.
그게 작전 중 하나다. 내가 GK를 모아 구입한 무기로 여성인권보장회의 요원들을 무장시키는 것!
‘양으로 확 쓸어버리겠다는 거지.’
게이킹은 여전히 자신의 거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저 왕좌에 앉아 부하들에게 나를 잡아 오라는 명령만 내릴 뿐이다.
‘게이킹은 내가 말살자라는 걸 알고 있다.’
부하들에게 보고를 들었다면 모를 수가 없다.
게이킹이 말살자에 대해 알면서도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은 결국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말살자와 싸워서 이겼듯이 말이다.
‘내겐 좋은 일이야. 게이킹이 진심으로 나섰다면 이미 끝장났어.’
나는 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장도리처럼 생긴 망치를 내려다봤다.
<게이 지옥.
게이를 지옥으로 보낼 망치입니다.
가격 - 20,000 GK>
이건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 무기다. 이 망치에 맞으면 핑크 게이(?????)도 저항하지 못하고 즉사한다.
‘난 이걸로도 게이킹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내 오만이었어.’
게이킹과 전대 말살자의 전투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이것만으로 게이킹을 죽일 수 없다.
“유진. 준비 끝났어.”
세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했다. 나는 비장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자.”
오늘 딥 다크 게이를 죽이고, 최강의 무기를 조합할 것이다.
???
다크 하우스.
딥 다크 게이가 기거하고 있는 저택.
그것은 도시 중심에 있었는데, 옛날 귀족의 대저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세나를 비롯한 8명의 요원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들의 손에는 검은색 장도리, <게이 지옥>과 <게레이저>가 손에 들려 있었다. 입고 있는 옷들 모두 GK를 이용해 구매한 방어복이다.
우리는 저택 앞에 서있는 존재를 보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압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검은색 피부를 가진 근육덩어리의 남자였다.
“하하. 천연숫청년이 다크 하우스에 찾아 왔군! 딥 다크 게이님이 기뻐하시겠어.”
그것은 내게 호의를 보였다. 물론 내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엄청난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블랙 드라군(?????)>
“그런데… 옆에 있는 여자들은… 혐오스럽군. 너희들은 다크 하우스에 들어갈 수 없다! 천연숫청년이여! 네 육체가 무척이나 뛰어나다고 들었다. 넌 이 정도로는 죽지 않겠지!”
놈이 몸을 뒤틀더니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양손을 머리 뒤로 젖혀 겨드랑이를 노출시키고, 탄탄하다 못해 딱딱해 보이는 복근을 내보였다.
“업도미널 앤 타이 (abdominal & thighs)!”
블랙 드라군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나와 여성 요원들이 뒤로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꺄아아악!”
“크, 크윽! 눈이 썩는 것 같다! 망할 새끼! 팬티는 입어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블랙 드라군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지나간다.
“오호. 바로 일어나는 건가!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육체로군! 이거, 이거 조금 거친 플레이를 해도 괜찮겠어.”
“소, 소름 끼치는군.”
다른 여성 요원들은 몸을 꿈틀거리고 있을 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세나는 이를 악물고 블랙 드라군에게 게레이저를 쏘았다.
뿅뿅뿅뿅!
쭈욱 뻗어 나간 검은색 레이저가 블랙 드라군의 몸에 맞아 튕겨나갔다.
“간지러울 뿐이다!”
블랙 드라군은 세나의 공격을 무시하고 나를 쳐다봤다. 그가 씨익 웃자 피부와 정반대인 새하얀 치아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천연숫청년이여! 너는 나의 육체미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되리라!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Front double biceps)!”
그가 가슴을 피고 팔을 들어올린 포즈를 취했다.
나는 다시 찾아올 충격파를 대비해 이를 악물었지만, 충격파는 오지 않았다. 대신에 블랙 드라군의 몸이 성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자! 내 몸이 어떠냐! 만지고 싶지?! 핥고 싶지?! 비비고 싶지?! 지금이라면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이리 오거라! 천연숫청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