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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5 - 255. 게이킹을 죽여라 (35/2,000)

〈 255화 〉 255. 게이킹을 죽여라

255. 게이킹을 죽여라

“자! 내 몸이 어떠냐! 만지고 싶지?! 핥고 싶지?! 비비고 싶지?! 지금이라면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이리 오거라! 천연숫청년이여!”

구역질이 올라온다. 당장이라도 시선을 돌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짜증나지만 이건 기회다.’

블랙 드라군은 포즈를 취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신에 몸에서 빛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나는 블랙 드라군의 말과 분위기로 저 포즈가 무슨 효과를 가졌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아마다 정신적인 공격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겠지.’

기분은 더럽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나는 블랙 드라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블랙 드라군은 포즈를 풀거나 바꾸지 않는다. 블랙 드라군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내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하하! 너도 내 육체미를 깨달았구나! 그래야지!”

“…….”

깨닫기는 개뿔.

블랙 드라군의 포즈는 내게 효과가 없다. 아마도 짐작컨대 내가 가진 정신 내성 특성 때문일 것이다.

뚜벅뚜벅.

검은색 장도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방심하고 있는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대가리를 깨부순다. 그게 내 작전이었다.

“하하하! 오너라! 오너라! 오너라!”

꿈틀꿈틀.

놈의 근육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불끈거렸다. 놈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빛이 한층 더 강해졌다.

하지만 내게는 역겨움만 느껴질 뿐이다.

“오, 오오! 왔구나 천연숫청년! 너의 향기가 나를 흥분하게 하는군…!”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놈은 할짝 웃었다. 그리고 놈이 포즈를 풀고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나는 그 순간을 노려서 장도리를 들어올렸다.

“내가 토르여!”

파지지직!

뇌전이 실린 장도리가 놈의 반들반들한 대머리를 후려친다.

“크윽?! 사, 사이드 체스트(Side Chest)!”

놈이 몸을 비틀거리더니 빠르게 포즈를 취했다.

블랙 드라군의 머리 한 쪽이 함몰되고 눈알 하나가 터졌으니 내 공격이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재차 장도리를 들어 휘둘렀다.

콰앙!

“나의 단단한 육체는 그깟 공격에 부서지지 않는다!”

확실히 육체가 단단했다. 사이드 체스트라는 포즈는 아마도 몸의 방어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진 것 같았다.

“그 포즈를 취한 건 네놈의 실수다!”

블랙 드라군은 차라리 반격을 해야 했다. 내가 한 번만 공격하고 만족할 리 없으니 말이다.

쾅! 콰앙! 쾅!

계속해서 장도리를 휘둘렀다. 폭음이 사방으로 터진다.

“크, 크으으윽!”

내가 공격을 이어갈 때마다 블랙 드라군의 단단한 몸에도 이상이 생겼다. 점점 그 근육이 찌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때렸다가는 30분은 때려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죽일 방법이 없을까? 잠깐 고민하자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놈은 포즈를 취해서 공격하거나 방어한다! 반대로 포즈를 취하지 못하면 힘을 쓸 수 없는 거야!’

블랙 드라군의 포즈를 무너뜨린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놈의 손목을 감싼 손가락을 집중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박살나며 풀어지기 시작했고, 블랙 드라군의 포즈가 점점 무너진다.

“아, 안 돼…!?나의 사이드 체스트가…!”

“지금이다!”

전력을 다해 놈의 대가리를 때렸다. 아까 때렸던 곳을 또 다시 때린 것이다.

그러자 놈의 커다란 근육 덩어리 몸이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블랙 드라군(?????)을 죽이셨습니다! 5,000 GK를 획득합니다!>

나는 놈의 시체를 보며 몸을 떨었다. 만약 내게 정신 내성 특성이 없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해, 해치웠군요.”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 요원들이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강적인 블랙 드라군을 죽였지만 그녀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블랙 드라군은 다크 하우스를 지키는 문지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제대로 된 시작도 하지 못했다.

“……유진. 여긴 마굴이야.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세나가 드물게도 약한 소리를 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블랙 드라군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 임을.

“겁먹지 마. 블랙 드라군이 유난히 강한 것일 수도 있어. 저 안에 있는 다른 게이들은 약할 지도 모른다고.”

블랙 드라군은 문지기이기 때문에 유독 더 강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다크 하우스를 노려봤다. 저 안에 딥 다크 게이가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들어가고 싶지 않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게이킹을 죽여야 돼. 딥 다크 게이도 죽이지 못하는데 게이킹을 어떻게 죽이겠어.”

이건 결과로 향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

우리는 다크 하우스의 어두컴컴한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다크 하우스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더 넓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딥 다크 게이 혹은 또 다른 종류의 게이의 힘인 모양이다.

다행인 것은 내 예상대로 다크 하우스 내의 게이들은 블랙 드라군 만큼 강한 건 아니란 사실이다.

아직 다크 하우스의 절반도 제대로 탐색하지 못했지만 마주친 게이들의 힘과 실력은 ??? 등급의 게이들 수준이다. 게이 말살 무기로 무장한 우리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다크 하우스를 빠르게 공략할 수 있겠어…!”

잘 풀리는 상황에 요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그녀들과 달리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우리에겐 다크 하우스에 대한 정보가 딥 다크 게이의 본거지라는 정보를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다크 하우스에 어떤 게이가 숨어 있는 지, 어느 정도의 게이가 있는 지. 딥 다크 게이의 진짜 힘에 대한 정보다 없었다. 미지 투성이니 일이 잘 풀린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복도에서 한 게이와 마주쳤다.

<심상치 않은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의사 게이(????)>

“허허. 침입자로구만.”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남성이었다. 인자한 얼굴로 허허 웃고 있다.

“욱.”

나는 그를 보자마자 토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의사 게이는 하얀 가운을 빼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라 중요 부위가 전혀 가려지지 않고 고스란히 보였다.

“음? 자네 지금 구역질을 느꼈나? 몸이 안 좋아 보이는군. 마침 나는 지나가던 의사. 내가 자네의 몸을 진단해주겠네.”

의사 게이는 가운에서 청진기를 꺼내 목에 걸쳤다. 그러면서 내게 천천히 걸어온다.

“주, 죽여 버려!”

게레이저를 들고 있는 요원들이 일제히 의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뿅! 뿅뿅뿅! 뿅뿅뿅!

검은색 광선이 뻗어나갔다. 그러나 의사의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자네들은 버릇이 없군. 내가 지금 환자를 보고 있지 않나?”

의사 게이가 인자한 얼굴을 지우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걸음을 멈춘 그가 가운 주머니에서 수술용 메스를 꺼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10개가 넘는 메스가 꽂혀 있었다.

“자네들도 내 진단을 받고 싶은가? 허나 여자인 자네들은 내 환자가 될 수 없네. 그러니 죽도록 하게.”

의사 게이가 요원들을 향해 메스를 던졌다. 요원들은 이를 악물고 메스를 피했다. 벽으로 피하거나, 바닥을 구르면서.

훈련을 받은게 폼은 아닌 듯. 요원들 전원이 메스를 피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의사 게이가 다시 주머니에서 메스를 꺼냈으니까.

“허 참…. 번거롭게 하는구만.”

나는 앞으로 나섰다.

의사 게이는 무한히 딜도를 만들어 날리는 핑크 게이처럼 메스를 집어 던질 것이 분명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게이 지옥으로 머리통을 깨부수지 않는 한 죽일 수 없을 것이다.

“환자는 가만히 있게. 환자에게 중요한 건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일세. 주위에 있는 벌레들을 정리 할 필요가 있어.”

나는 요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손으로 사인을 보냈다.

‘작전 A로 간다.’

작전 A.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작전이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게이의 어그로를 끌고, 그 틈에 요원들이 게이를 포위해 죽이는 것이다. 게이들은 천연숫청년인 나를 보면 정신을 팔려버리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다만 이 작전의 단점은 내 기분이 더러워진다는 점이다.

‘내 기분이 더러워져서 저 놈을 죽일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리라!’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터무니 없는 발연기였지만 의사 게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이들은 각각 컨셉에 맞게 행동하지!’

헬스 게이는 운동에 미쳐 있는 게이들이고, 블랙 드라군은 근육 포즈에 미쳐 있는 게이다. 눈앞에 의사 게이는 의료 행위에 미쳐 있는 게이가 틀림없다. 따라서 의료 행위를 유도한다면 쉽게 걸린다.

“이, 이런! 환자! 무슨 일인가!”

보라. 예측대로 거길 덜렁거리며 나를 향해 달려오지 않는가.

“모, 몸이 안 좋습니다. 의사 양반…!”

“어디가 안 좋은가?! 내게 자세히 말해보게!”

나는 힐끗 주위를 쳐다봤다. 요원들이 소리 죽여 은밀하게 천천히 움직이며 의사 게이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 의사 게이는 요원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 눈에는 오직 내게만 향해 있다.

요원들이 완벽하게 포위하기 까지 몇 십초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으으…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군! 정확히 어디가 아픈 건가?!”

“머, 머리가 좀 아프고… 목도 아픕니다…. 콜록!”

“열이 있나?”

의사 게이가 내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려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

“여, 열은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렵군. 옷을 벗어 보게. 청진기로 자네의 상태를 파악해야겠네!”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힐끗 곁눈질로 주위를 살펴보니 아직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 아닙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네!”

“의, 의사 양반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진단이 아니더라도 처방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내게 손을 뻗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 말대로 내가 좀 명의이긴 하지.”

“의사 양반은 명의이니 진단을 하지 않고도 처방을 내리지 있지 않습니까! 진단은 건너뛰고 처방을 내려주십시오!”

내 말에 의사 게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그래선 안 되지만… 환자가 원하니 그렇게 하겠네.”

의사 게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사실 자네에게 줄 처방전은 하나뿐이네. 자네가 어떤 병을 가지고 있든, 어떤 상처를 입었든 주사 한 방이면 싹 나을 것이네.”

“주사…?”

“그래. 주사.”

나는 놈의 사타구니를 보고 주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우욱!”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군. 빨리 주사가 필요하겠어. 어서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리게!”

“시, 싫다! 이 미친 새끼야!”

“음. 주사를 유독 싫어하는 환자들이 있지. 자네가 그런 환자로군. 어쩔 수 없지.”

“포, 포기 했나?!”

“포기? 내가 환자를 포기할 것 같나? 자네가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나는 자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주사를 놓을 것이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놈을 죽여 버려!”

내가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그걸 신호로 의사 게이를 포위한 요원들이 일제히 검은 장도리를 치켜 들고 달려들었다.

“허엇?!”

놀란 의사 게이가 헛숨을 들이켰다. 이미 완벽히 포위하고 있으니 빠져나갈 공간은 없었다.

쾅! 콰앙! 쾅!

의사 게이를 보호하고 있던 투명한 방어막이 속절없이 깨졌다. 방어막이라 해도 한계는 있는 모양이다.

방어막이 깨지자 더 이상 장도리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의사 게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화, 환자가 눈앞에 있는데…!”

나는 장도리로 그의 손바닥을 내려찍었다. 붉은 피가 튀었다.

“내가 볼 땐 댁이 환자인 것 같다만?”

“나, 나는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을 수 없네…! 크억!”

단말마와 함께 의사 게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의사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2000 GK를 획득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쓸었다. 만약에 요원들 없이 나 혼자였다면 의사 게이 한테 당했을 수도 있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역시 작전 A야! 이거 만큼 잘 통하는 작전은 없어!”

세나가 기뻐하며 외쳤다. 반면에 내 입에선 한숨이 나왔다.

“잘 통하는 작전이지…. 난 정신적으로 힘들어 죽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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