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화 〉 256. 게이킹을 죽여라
256. 게이킹을 죽여라
우리는 다크 하우스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크 하우스에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가 많았지만, 작전을 잘 짜면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놈들은 무식하게 강한 힘과 다르게 대가리는 텅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복도를 정찰을 위해 먼저 걸어간 요원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녀는 어느 한 문을 가리켰다.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문이었는데 문틈으로 화려한 조명이 새어나오고, 흥겨운 음악이 들려온다.
-Hey yey yey~!
나도 모르게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흥겹고 즐거운 음악이었다. 음악의 흥겨움에 호기심을 느낀 나는 문틈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뭐해? 어디가는 거야?”
세나가 내 어깨를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잠깐만 확인하고 올게.”
“위험해!”
“괜찮아. 괜찮아. 잠깐만 확인하고 온다니까.”
안에 무엇이 있는가. 나는 이 궁금증을 해소해야 했다.
-What's going on?!
문틈으로 눈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색깔이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혼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금색 단발머리의 남자였는데 정신없이 머리와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엄청난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우주 게이(?????)>
블랙 드라군과 같은 등급의 게이였다.
찔끔한 내가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도 음악과 춤에 심취해 있는 놈은 우리의 기척을 발견하지 못했다.
문에서 충분히 떨어젼 요원들과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우주 게이야. 등급은 블랙 드라군과 같아. 기지와 연락 돼?”
“다크 하우스에 들어온 뒤부터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기지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
다크 하우스는 격리된 공간이었다. 출구는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 밖에 없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긴 한데 열수는 없다. 또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다. 한 번은 창문을 부수려고 했지만 장도리를 전력으로 휘둘러도 창문은 멀쩡했다.
다크 하우스는 하나의 미궁이자 감옥이었다.
“이번에도 작전 A로 갈까?”
내가 물었다. 아까 의사 게이를 죽였던 것처럼 내가 어그로를 끌고 게이를 포위해 죽이는 작전.
그때, 어느 한 요원이 우리에게 말했다.
“제가 우주 게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시선이 요원에게 향했다. 그 요원은 담담하게 우주 게이에 대한 정보를 내뱉었다.
우주 게이는 도시 곳곳에 가끔씩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정의롭다는 것. 우주 게이는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작전 A보다 작전 J가 더 먹히겠어. 어떻게 생각해?”
“세나 요원의 말이 맞아.”
“동감입니다.”
요원들이 제각각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쳐다봤다.
작전 J. 이것도 결국은 내가 핵심인 작전이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주 게이에겐 작전 J가 적합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영 껄끄럽지만 말이다.
“그럼 작전을 시작하자.”
세나가 작전 개시를 알렸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내가 큰 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금발 단발머리에 갈라진 턱을 가진 우주게이가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났다.
“오우….”
우주 게이는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목에 나이프를 겨누고 있는 세나 때문이다.
세나가 우주 게이를 향해 표독스럽게 외쳤다.
“내 허락 없이 움직이지 마!”
작전 J.
그건 인질극이다. 내가 인질 역이고, 요원들이 인질범 역할이다. 이 작전은 평범한 게이에게 잘 통하지 않고, 유독 정의심이 뛰어난 게이들에게 통하는 작전이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다른 요원들이 기척을 숨기고 우주 게이를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우, 걸. 그 쪽은 같은 동료가 아니었나?”
“동료지. 하지만 동료의 목숨 보다 널 죽이는게 더 중요해.”
“오우….”
우주 게이가 눈동자를 돌린다. 요원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보통의 게이는 도망치거나 달려든다. 내 목숨? 이 세계의 게이들은 천연숫청년이라면 시체도 강간할 수 있는 놈들이다.
“오우…. 내게 뭘 원하는 거지?!”
하지만 정의로운 우주 게이는 다른 게이들과 다르게 내 목숨을 우선한다.
“네가 죽는 걸 원해. 당장 거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나가 단호하면서도 확실하게 말했다. 우주 게이가 당황한다. 그가 손을 흔들었다.
“오우. 내가 죽을 수는 없어. 나는 그 남자를 구해야 해!”
“흐음. 그래? 그럼 거래를 하자. 네가 내 거래를 제대로 응한다면… 이 남자는 네게 줄게.”
“어, 뭐, 뭐?!”
내가 당황했다. 이건 작전에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세나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가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당당하게 날 쳐다봤다.
나는 고민하다가 세나를 믿기로 했다. 나의 좆집인 세나가 날 배신할 리가 없다.
“오우. 알았어. 걸. 내가 뭘 하면 돼?”
“오른손을 자르면 한 발자국 다가오는 걸 허락해줄게.”
“오우….”
우주 게이는 약간 고민하다가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잘랐다. 오른손이 피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우주 게이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오우, 만족했나. 걸?”
“만족? 무슨 말이야. 아직 당신이 살아 숨 쉬고 있잖아. 그래서는 이 남자를 구할 수 없어.”
“오우…. 다음은 뭐지?”
“왼쪽 귀야.”
철푸덕.
우주 게이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냈다. 그리고 한 발자국 다가온다.
“왼쪽 발.”
“오우.”
“오른쪽 눈.”
“오우.”
“오른쪽 팔뚝.”
“오우.”
세나는 망설임 없이 우주 게이의 신체 일부를 요구했고, 우주 게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신체를 잘라냈다. 그가 신체를 버릴수록 나와 거리가 가까워진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거냐?
“오우. 천연숫청년. 당신은 보호 받아 마땅한 존재! 내가 지키겠어!”
“…그놈의 천연숫청년.”
짜증이 났다.
지금 우주 게이에게 달려가면 당장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세나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세나는 냉정한 얼굴로 우주 게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왼쪽 눈.”
“오우.”
우주 게이는 양쪽 눈이 없는 장님이 되었다. 비어있는 눈구멍에서 피가 마치 피눈물처럼 흘려 나온다.
“간.”
“오우.”
우주 게이가 자신의 배에 손을 푹 쑤셨다. 손이 빠져나왔을 땐 간이 들려 있었다. 간이 바닥에 떨어진다.
우주 게이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사지 중에서 멀쩡한 건 왼팔 밖에 없고, 코, 귀, 눈 전부 뜯어져 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미 옛적에 죽었을 것이다.
“자지.”
“오, 오우….”
우주 게이가 처음으로 망설였다. 하지만 곧 그의 손은 자신의 성기를 직접 손으로 잘라냈다. 철푸덕.
“왼쪽 허벅지.”
“오우.”
세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세나는 평소엔 그러지 않으면서 게이와 관련되면 냉정해진다. 훈련 받은 요원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나가 유독 심하다.
우주게이는 결국 살아서 내 앞에, 한 발자국 앞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심장.”
세나가 차갑게 말했다.
“오우.”
아까와 같이 대답한 우주 게이가 자신의 가슴으로 왼손을 가져다 대는 척 하다가, 세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세너 보다 내가 먼저 움직였다. 등쪽에 감추고 있던 장도리로 우주 게이의 머리통을 후려 친 것이다.
퍼억!
우주 게이가 바닥에 쓰러진다.
“멍청한 새끼. 난 너한테 구해달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오우…. 네가 무사하다면 난 그걸로 만족이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던 요원들이 우주 게이에게 달려들었다. 우주 게이는 장도리에 얻어 터져 곤죽이 되었다.
<우주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5,000 GK를 획득합니다!>
???
우주 게이를 죽인 우리들은 다시 다크 하우스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게이가 보이는 족족 죽였다. 우리는 탈출까지 고려해야했기 때문에, 나중에 도망칠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죽이는 것이다.
“저기에 딥 다크 게이가 있겠군….”
내가 긴장하며 중얼거렸다.
우리들의 앞에 있는 건 시커먼 문이었다. 문으로부터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흘려 나오고 있다. 우리 모두 느꼈다. 이 너머에 딥 다크 게이가 있음을.
여기까지 오기까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요원 3명이 죽고, 5명만이 남았다. 나를 포함하면 총 6명이다.
죽은 3명 중 2명은 기둥 속에 숨어 있던 <기둥 게이(?????)>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놈의 뒤로 이동해 기습해 죽였다. 기둥 게이는 생각 보다 내구도가 뛰어나지 않았다.
다른 1명은 <무지개 게이(?????)>와 싸우다 죽었다. 무지개 머리카락을 가진 그 게이는 움직일 때마다 사람을 현혹하는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3명의 요원을 죽음 끝에 우리는 이 문 앞에 도착한 것이다.
“…작전은 어떻게 할까?”
내가 요원들에게 물었다. 세나를 비롯한 요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딥 다크 게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3명의 요원이 사망했기에 준비한 작전 중 몇 개는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작전 A로 가자. 가장 무난한 건 그 작전이겠지.”
내가 비장하게 말하자 세나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작전 A는 위험하지 않을까? 딥 다크 게이의 공격을 네가 버틸 수 있겠어?”
“버틸 수 있어. 그리고 작전 A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잖아.”
“…….”
세나가 침묵했다. 결국 내 말대로 지금 상황에서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은 작전 A다.
“하지만 들어가기 전에….”
나는 GK 상점을 열었다.
무기와 방어구를 조합해서 그녀들에게 나눠주었다. GK를 아낄 때가 아니다. 모아둔 GK 대부분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딥 다크 게이를 죽여야 했다.
나는 최소한의 GK만을 남기고 GK를 사용했다.
다시금 무장한 우리는 심호흡을 하며 문으로 다가갔다.
내가 앞장서며 검은 기운을 흘리고 있는 문에 손을 뻗었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차갑고 무겁고 더럽다.
나는 손으로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있는 힘껏 발로 찼다.
쾅!
굉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의 중심에 딥 다크 게이가 있었다. 가죽 개목걸이, 가죽 팬티, 가죽 마스크를 입은 딥 다크 게이는 손에 채찍을 들고 알몸의 게이들을 때리고 있었다.
알몸의 게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땀과 핏방울을 흘리고 있다. 1명은 바닥에 엎드려 있고 2명은 천장에 가죽 끈으로 매달려 있었으며, 다른 2 명은 진공 침대에 매달려 고통 받고 있었다.
“ANG?”
딥 다크 게이가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위험한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딥 다크 게이(??????)>
딥 다크 게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가죽 마스크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술이 씨익 웃는다. 나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을 느꼈다.
“ANG! 네가 여길 찾아올 줄 몰랐는데…. 너도 내 노예가 되고 싶은 모양이구나?!”
“개소리! 모두 공격해!”
내가 고함치자 요원들이 놈에게 무기를 겨누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레이저, 독침, 기관총, 화살 등등 일반 게이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 되는 살벌한 힘을 가진 무기들이다.
딥 다크 게이는 피하지 않았다.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공격을 맞았다.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지만 치명상은 일어난다.
피부가 찢어지며 피 몇 방울이 흐르는 생채기가 전부다. 그 생채기도 몸 곳곳에 나다보니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딥 다크 게이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즐기는 듯 했다.
“시발. 생각 이상의 괴물 새끼잖아!”
나는 손에 쥔 검은색 수류탄을 던질 준비했다.
<게이 말살 폭탄
게이를 말살하는 폭탄입니다. 게이에겐 악몽 그 자체인 무기입니다.
조합 - 수류턴 + 섬광탄 + 화염발사기 + 말살 가루>
1회 용이지만 위력만큼은 <게이 지옥> 이상이다. 한 번 사용하는데 5,000 GK가 넘게 소모되기에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터져 죽어라! 이 괴물아!”
있는 힘껏 수류탄을 터졌다. 수류탄은 놈의 몸에 맞아 폭발했다.
콰아아앙!
검은색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Fuck You!”
놈의 몸에서 시커먼 어둠이 뿜어져 나와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놈은 어둠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세나를 비롯한 요원들이 없었다. 서둘러 기감을 펼쳐보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죽었다면 시체가 있어야 하는데, 시체마저 없다.
‘설마… 결계 종류인가…?!’
짜아아악!
놈이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가죽 채찍을 바닥에 치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