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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7 - 257. 게이킹을 죽여라 (37/2,000)

〈 257화 〉 257. 게이킹을 죽여라

257. 게이킹을 죽여라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딥 다크 게이를 보면서 머리를 굴렸다. 가만히 서서 당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긴 다른 공간이 확실해. 결계 같은 거지.’

도망칠 수 없는 공간 결계에 갇혔다면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

방법 하나는 강력한 힘으로 공간 결계 자체를 날려버리는 것. 이건 불가능했다. 내겐 그 정도의 힘이 없었으니까.

다른 하나는 공간 결계의 주체가 되는 걸 파괴하는 것이다. 결계를 펼치는 물건의 작동을 멈추거나, 결계사가 결계를 직접 해체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결계사를 죽이거나.

‘결계사를 죽이면 최악의 경우 결계에 갇히게 된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

딥 다크 게이를 보며 직감적으로 알았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놈을 죽이거나, 놈이 직접 이 어두운 공간을 해체하는 수 밖에 없음을.

‘하지만 내겐 다른 방법이 있어! 텔레포트!’

나는 딥 다크 게이의 방의 입구를 떠올리며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텔레포트가 사용되지 않았다. 잘 나아가다가 무언가에 막힌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군.’

결계의 중요한 점은 외부와 내부의 차단이다. 텔레포트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다. 시도 했던 것은 정말 혹시나 하는 느낌이었다. 내 직감이나 예상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딥 다크 게이와 싸워서 이길 수 밖에 없다.

나는 양손에 각각 검은색 장도리를 들었다.

파지직.

장도리에 시퍼런 뇌전이 튀었다.

“짜릿짜릿하겠어.”

딥 다크 게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나는 양손의 장도리를 휘두를 듯이 치켜들었다.

‘텔레포트!’

내 몸은 딥 다크 게이의 바로 뒤에 나타났다. 예상했던 대로 공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도, 공간 내에서는 텔레포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콰아앙!

내 장도리가 딥 다크 게이의 어깨를 강타했다. 놈이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놈의 어깨 부위가 함몰 당했다.

“흐으으읍?!”

딥 다크 게이가 크게 숨을 삼켰다.

나는 놈의 얼굴을 쳐다봤다. 고통으로 일그러지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겪고 있는 고통은 진짜 인 듯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내 공격이 마음에 드나?”

“응! 무겁고 짜릿짜릿해!”

“그렇게 마음에 든다면 계속 때려주마!”

쾅! 쾅쾅쾅!

나는 드럼 연주를 하듯이 장도리로 딥 다크 게이의 몸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때리고 또 때렸다.

“콜록!”

내게 두들겨 맞던 딥 다크 게이가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내 공격이 놈을 위험한 상황까지 밀어 붙인 것이다.

“…방! 출!”

딥 다크 게이가 외쳤다. 그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뿜어져 나와 나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나는 팔을 교차시켜 얼굴을 감싸며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에게서 맞느라 몸을 웅크렸던 딥 다크 게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분 좋았어. 이번엔 네 차례야.”

딥 다크 게이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흡! 입!”

내 몸이 놈에게 끌려간다.

‘텔레포트로 도망칠까?’

현재 남은 텔레포트의 스택은 1개다. 딥 다크 게이의 방에 오기 전에 <기둥 게이>를 죽일 때 한 번 사용했고, 방금 전에 딥 다크 게이를 습격할 때 한 번 사용했다.

‘아니다! 이건 아낀다!’

몸이 끌려가면서 장도리를 들었다. 손아귀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장도리를 휘둘러 공격 할 생각이었다.

콰앙!

뇌전이 담긴 장도리로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 아, 아… ANG!”

딥 다크 게이가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너무 가까워서 피할 수가 없었다.

짜악!

옷이 찢어지고 내 피부 위에 빨간 채찍 자국이 남았다.

“아아악! 존나 아파!”

고통을 분노로 바꿔 장도리를 휘둘러 놈을 때렸다.

“으으음?!”

딥 다크 게이는 내 공격을 맞으면서 의아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왜 멀쩡 한 거니?”

“네놈은 왜 안 죽는 거냐?”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살아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 고통을 느끼고 있는 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상하다. 이상해. 보통이라면 벌써 거기를 세워야 하는데….”

딥 다크 게이가 내 사타구니를 쳐다봤다. 나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리고 놈의 눈에 장도리를 휘둘렀다.

콰앙!

딥 다크 게이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몸이 이상하지 않니? 엉덩이가 가렵다거나, 내 엉덩이를 핥고 싶다거나.”

“이상한 건 네 머리겠지. 내가 죽더라도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으음. 이상하다. 이상해.”

나는 놈이 왜 싱하다고 하는지 이해했다.

아마도 이 공간과 놈의 채찍에는 사람을 게이로 만들거나, 놈을 좋아하게 되는 세뇌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 능력이 내겐 통하지 않는 상태고 말이다.

‘정신 내성! 이놈이 큰일을 하는 구나!’

나는 장도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아까 놈이 몸을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가능성이 있었다.

“어쩔 수 없네. 그럼 네가 굴복할 때까지 때리는 수밖에…!”

놈이 나를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짜아아악!

온몸의 털들이 곤두설 정도의 고통이 뇌를 때린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견뎠다.

‘도망치면서 싸운다? 방출과 흡입을 사용하는 놈에겐 소용없어! 난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

이렇게 된 이상 두 가지 뿐이다.

내가 놈의 채찍에 굴복하는가, 아니면 놈이 내 장도리에 당해 죽던가.

“으아아아아! 네 엄마다!”

“아, 아아, ANG!”

짜아아악!

쾅쾅쾅쾅!

짜아아악!

쾅쾅쾅쾅!

서로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딥 다크 게이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놈의 입가에 지어져 있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짜아아악!

쾅! 쾅쾅….

장도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비틀. 다리가 흔들리고 왼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딥 다크 게이의 몸은 피투성이에 뼈가부서지고 근육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 몸은 준비해온 <무지개 팬티>를 제외한 옷들은 모두 찢어졌고, 몸은 채직으로 인해 피투성이였다.

“후. 후후후. 이제야 굴복했구나! ANG!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리렴!”

“구, 굴복?! 웃기지 마라…!”

완전 회복!

육체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피로도, 마나까지 모조리 회복 시켜주는 스킬!

몸을 완벽히 회복한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죽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 쓴 딥 다크 게이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다.

“어, 어떻게?!”

“이게 나의 비장의 한수다!”

나는 양 손의 검은 장도리를 높이 들어올렸다.

파지지지직!

두 개의 장도리에 뇌전이 맺혔다. 나는 뇌전을 계속해서 일으켰다.

‘더 이상의 전투는 질렸다! 단 번에 끝낸다!’

파지지지지직!

장도리에 뇌전을 계속해서 주입한다. 안타깝게도 검기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내 실력이 미천하다보니 날붙이가 아닌 무기에는 검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파지지지직!

뇌전을 주입하던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두 개의 장도리 모두에 정신없이 뇌전을 밀어 넣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 개의 장도리 사이로 뇌전이 왔다갔다거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서로 회전하며 점점 더 덩치를 키우는 것처럼!

‘이, 이건…!’

머릿속에 번뜩하고 스쳐지나간다. 영천류의 기술 중에 이것이 있었다. 뇌전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섬세함이 필요했기에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기술.

나는 지금 이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집중했고, 어느 순간부터 뇌전은 한계에 달했다. 이 이상 뇌전을 주입하면 내가 제어하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영천류(影天流) 뇌공(雷空).

나는 거대한 뇌전을 품고 있는 두 개의 장도리를 딥 다크 게이에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아, ANG…!”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공성과 번개가 터지며 딥 다크 게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짜, 짜릿짜릿…!”

<딥 다크 게이(??????)를 죽이셨습니다! 10,000 GK를 획득합니다!>

사방에 있던 어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딥 다크 게이가 죽음으로써 이 공간이 붕괴되기 시작 한 것이다.

나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뇌공의 위력…! 이건 진짜지만 마나 소모가 심하잖아!’

겨우 한 번 사용했을 뿐인데 내가 가진 마나의 80%를 소모했다.

‘본래 뇌공은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기술인데… 나는 섬세한 컨트롤이 아니라 힘으로 밀어 붙여서 만들었어.’

그래도 뇌공을 사용하는 감각은 깨달았다. 이후에 연습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뇌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쓰러진 딥 다크 게이를 쳐다봤다.

‘원작 게임에선 딥 다크 게이를 쓰러뜨리면 조합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그 조합 아이템이 어디에 있을까.

딥 다크 게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4개. 가죽 팬티, 가죽 목걸이, 가죽 채찍, 가죽 마스크다.

‘시발 가죽 팬티는 아니겠지?’

나는 제발 아니길 빌면서 가죽 채찍부터 만졌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내 손이 향한 곳은 가죽 마스크다.

<딥 다크 소울

깊고 어두운 힘이 담겨 있습니다.>

정답이었다.

나는 딥 다크 게이의 마스크를 벗겼다. 딥 다크 게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상당히 잘생긴 얼굴이라 깜짝 놀랐다.

‘홍콩 남자 배우처럼 생겼네.’

내가 놈의 마스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이었다.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어둠의 공간이 부서졌다.

나와 딥 다크 게이의 시체는 원래의 딥 다크 게이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5명의 요원들은 멀쩡히 서있었다. 그녀들의 발치에는 딥 다크 게이의 노예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어 있었다. 딥 다크 게이와 다르게 약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어! 근데 옷은 왜 벗고 있어?”

세나가 달려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어둠 속에서 놈과 싸우다 이겼지.”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물건이 있다면서? 그건?”

“여기 있어.”

나는 손에 쥔 가죽 마스크를 들어 보았다. 다른 요원들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딥 다크 게이는 죽었고, 목적했던 물건은 손에 넣었다. 남은 임무는 이제 하나 뿐이다.

“나가자. 이제 여기에 볼일은 없어.”

???

뛰어서 다크 하우스의 밖으로 나온 우리들은 일단 숨을 골랐다. 기지로 귀환하는 것도 막무가내로 행동해선 안 된다. 게이의 추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의미로 귀환할 때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지가 게이에게 알려지면 끝장이다.

‘미니맵!’

내 눈에만 보이는 미니맵이 떠오른다. 다크 하우스 안에서는 미니맵이 발동했지만 오류를 일으켰다. 맵 전부가 붉은색으로 변했던 것이다. 다크 하우스 밖에서는 정상저긍로 작동했다.

‘어? 바로 뒤에 게이가 있다고?’

고개를 뒤로 획 돌렸다.

게이는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다크 하우스뿐이다.

‘게이가 다크 하우스에 숨어 있나? …아니 잠깐.’

내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예 내 생각 자체가 틀려먹었다면?

“모두 도망가!”

내가 외쳤다. 요원들은 나를 보며 의아하면서도 내 말을 따랐다. 내가 가장먼저 도망쳤기 때문이다.

쿠우우우웅!

다크 하우스가 꿈틀거린다. 거대한 저택이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다크 하우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진짜로 거대한 저택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로봇이라도 된 것 마냥.

“저, 저게 뭐야?!”

“로봇? 게이들은 저런 걸 만들고 있었나?!”

요원들이 경악한다.

그녀들은 다크 하우스를 로봇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눈앞에 뜬 알림창을 보면 로봇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게이 파워가 느껴집니다!>

<상대는 스페셜 등급의 게이입니다!>

<다크 하우스(??????)>

딥 다크 게이와 똑같은 등급!

나는 알림창을 보자마자 GK 상점을 열었다. 물건들을 구입하고 조합창에 쑤셔 넣는다.

‘다행히 조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 다크 하우스가 완전히 몸을 일으키기 전에 준비할 수 있어!’

<딥 다크 소울>을 포함한 5개의 물건을 조합창에 넣어 하나의 물건을 만든다.

나는 만들어진 그것을 조합창에서 꺼냈다.

그건 화려한 검은색 검이었다.

<게이 슬레이어

황혼보다 어두운 힘이 깃들어 있는 검입니다.

오직 게이에게만 해를 입힙니다. 어지간한 게이는 스치기만해도 사망합니다.

사용자의 정신력을 소모해 제노사이드와 게이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합 - 딥 다크 소울 + 게이 지옥 +위대한 수호자 + 말살의 의지 +섬광검>

검을 오른손에 들고 다크 하우스를 쳐다봤다. 다크 하우스는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최소 50M는 넘을 듯한 거대한 몸은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가 있었다.

-그의 복수를!

돌을 바위에 긁어내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다크 하우스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텔레포트.”

나는 다크 하우스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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