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260. 게이킹을 죽여라
260. 게이킹을 죽여라
“미미(美味)! 언제 맛봐도 좋은 보지로다…!”
“하아아아앙!”
“음?”
한참 세나와의 섹스에 집중하던 내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여성인권보장회의 요원들이 나를 빙 둘러싸고 GK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가능성 따위는 이미 없다는 것을.
“성유진. 아직 늦지 않았다. 왕관을 내려놔!”
요원들 중 유난히 나이가 든 여자가 말했다. 여성인권보장회의 간부다. 유독 내게 잔소리를 해대던 여자라 기억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내가 손을 흔들었다. 나를 포위하고 있던 여자들의 몸이 저절로 떠올라 왼쪽과 오른쪽 두 곳으로 분류된다.
왼쪽은 400명 정도고, 오른쪽은 50명 정도다.
분류의 기준은 하나 아름다움이다.
오른쪽은 내 기준에 합당한 미녀들이고, 왼쪽은 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여자들이다.
“나는 너희를 죽이지 않는다. 너희는 여러모로 쓸만하니 말이다. 그 중 가장 쓸만한 것은 바로… 나의 자식을 낳는 것이다!”
나는 왼쪽을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다.
“임신 번개!”
손가락 끝에서 분홍색 번개가 쏘아졌다. 분홍색 번개는 여자들을 감전시켰다. 한 여자를 감전시키면 다른 여자의 몸으로 옮겨가 감전시키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앙!”
“흐으으응!”
“호오오옷!”
여자들의 비명이 이상했다. 고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쾌락에 의한 교성이었다.
감전당한 여자들은 서있지 못하고 몸을 굽히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녀들의 사타구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새어나온다.
동시에 그녀들의 배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임신한 것이다.
“너희들은 나의 아이를 낳고, 또 낳아야 할 것이다!”
뿅! 뿅뿅!
오른쪽에서 검은색 광선이 내게 날아왔다. 나는 검은색 광선은 그냥 맞았다.
“어리석긴. 그 무기들은 게이를 죽이기 위한 무기들이다. 난 게이가 아니니 통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오른쪽의 미녀들이 망연자실했다.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들이 찢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들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너희들은 기뻐하여도 좋다! 내가 직접 너희들에게 은총을 내릴 것이다. 하하하하!”
이 힘은 정말 최고다!
???
50명의 미녀들과 광란의 섹스를 펼친 나는 곧 초조함을 느꼈다.
“제, 젠장. 앞으로 20시간 밖에 이 힘을 누리지 못한다니…!”
20시간 뒤에 강제로 종료되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해야 20시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돌아가지 않을 방법은 없다. 인피니티 파워로 시간을 늦춘다?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인피니티 파워보다 유희 생활 어플이 더 상위에 있는 힘이었다.
왕좌에 앉아 초조함에 입술을 뜯고 있을 때.
“헛! 뭐하는 거냐! 성유진! 이대로 시간을 버릴 테냐?!”
인피니티 파워로 시간을 늦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즐겨야 한다! 초조해하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
“시스템!”
<인피니티 시스템이 당신을 보좌합니다.>
시스템의 힘을 사용한다. 내 시선은 이 세상 구석까지 닿았다.
“이 세상 모든 미녀들이여! 내게 오라!”
전능한 인피니티 파워를 사용한다. 그러자 이 세상에 있는 미녀 100만 명이 알현실에 나타났다.
공간이 부족한 문제는 없었다. 이 알현실은 인피니티 파워로 인해 무한한 공간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녀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100만… 생각보다 적구나.’
여기에 모인 미녀들은 그냥 미녀가 아니었다. 나의 빡빡한 미의 기준을 통과한 미녀들이었다.
-여, 여긴 어디야?“
-저 사람은… 섹스킹…?
-서, 설마 우리 죽는 거야?
갑작스레 나타난 미녀들은 당황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어라, 미녀들아!”
그녀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100만 명의 시선은 그 자체로도 압박이지만, 나는 도리어 당당하게 거시기를 내밀었다.
“너희들은 내게 선택 받았노라!”
-선택…?
미녀들이 어리둥절했다.
“나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자야 말로 권력을 가지는 옳은 세계를!”
간단히 말하자면 외모지상주의 세계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미녀들은 귀족이고, 그러지 못한 여자들은 평민이며, 유독 못난 여자들은 노예다.
“너희들은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될 자격을 갖추었다! 내가 너희들의 권력을 인정하노라!”
내 목소리가 그녀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녀들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본능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일부 두뇌가 빠르고 탐욕이 있는 미녀들은 기대감을 담아 나를 쳐다본다.
“다른 모든 여자들은 너희들의 노예가 될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 너희들이 단 두 가지의 의무를 지킨다면!”
내 시선은 어느 여자들에게 닿았다. 알몸인 여자들이다.
미녀들은 제각각의 상황에서 소환되었다. 누군가는 일을 하다가, 누군가는 잠을 자다가, 누군가는 목욕을 하다가.
“하나는 내게 절대 복종 할 것! 너희들의 권력이 내게서 나오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되노라!”
이건 무의미한 걱정이다. 여자들이 권력을 가지고 내게 반란을 하더라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잃은 여자는 노예가 될 뿐이노라!”
지금의 그녀들이 아름답다고 해서, 미래의 그녀들이 아름답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병에 걸리면 몸이 고장 난다.
물론 나는 그녀들에게 인피니티 파워를 조금씩 나눠줘서 외모를 관리할 힘을 줄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너희들이 보다 풍족하게 살기 위해선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고 빨간 망토를 벗었다. 이 망토. 멋지긴 한데 좀 거슬린다.
“이제 섹스킹의 의식을 시작하겠노라!”
100만 명.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혼자서 100만 명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피니티 파워에는 평범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분신술!’
내 몸이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나와 분신의 차이는 왕관을 쓰고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또한 분신들의 감각과 내 감각이 이어져 있다.
분신의 섹스 쾌락을 나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 여자는 내 것이다!”
내가 한 여자를 콕 찝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눈여겨보던 여자였다. 분신들은 그 여자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에게 날아갔다.
대규모 섹스 파티의 시작이었다.
???
“흐으으으….”
나는 왕좌에 앉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주위에는 나체의 여자들의 내 분신들과 섹스를 하며 교성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분신을 통해 들어오는 쾌락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약을 해본적 없지만, 그 어떤 마약보다 더 중독적이고 위험한 쾌락이다. 생각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나는 살아 있긴 한 지, 여긴 지옥인지 아니면 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저 분신을 통해 몰려오는 100만 명의 쾌락에 몸을 덜덜 떨뿐이다.
“흐흐흐….”
그렇게 쾌락의 바다에 빠져 있을 때였다.
[퀘스트 완료 후 24시간이 지났습니다.]
[유희를 종료합니다.]
[경험치 정산을 시작합니다.]
[세나의 인연 레벨은 5입니다.]
[울라의 인연 레벨은 1입니다.]
[데보라의 인연 레벨은 2입니다.]
……
[엔딩은 저장되며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엔딩 보너스로 15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엔딩 업적, ‘세계의 구원자’를 달성했습니다.]
[83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허억!”
현실로 돌아온 내가 숨을 들이키며 두 눈을 부릅떴다. 기절해 있다가 강제로 깨어난 느낌이었다.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운동복 위에 걸친 폭탄 조끼, 돌격 소총, 화련 비도 등이 무장된 상태다.
“도, 돌아 왔군….”
나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력한 인피니티 파워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것들부터 벗고….”
무장을 전부 해제하고 운동복만 몸에 걸친 나는 유희 생활 어플을 켰다.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보상을 얻을 차례다.
‘보자. 퀘스트 보상이… 응?’
[엔딩 업적, ‘세계의 구원자’를 달성했습니다.]
[영웅의 신체 중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엔딩업적!
저번에 코드: XTK 세계에서 자폭하고 달성한 업적이 ‘분노 조절 장애’였다. 그리고 그때 얻은 업적 보상이 감정 제어기였다. 감정 제어기는 아직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해 보관만 하고 있는 상태다.
‘영웅의 신체? 좋은 건가? 퀘스트 보상보다 이것부터 확인해보자.’
[영웅의 신체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영웅의 머리카락: 머리카락의 길이, 색깔, 두께 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영웅의 오른쪽 눈: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영웅의 왼쪽 눈: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영웅의 코: 개보다 더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습니다.]
[영웅의 왼쪽 귀: 1km 밖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영웅의 뇌: 사고가 깊어지고 두뇌 회전이 빨라집니다.]
[영웅의 성대: 목소리가 감미로워집니다.]
[영웅의 육감: 감각이 날카로워 지며, 직감이 발달합니다.]
[영웅의 심장: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마나 컨트롤 능력이 상승합니다.]
…….
‘선택할 수 있는게 이렇게 많다고?’
영웅의 손이라던가, 영웅의 발톱, 영웅의 세포 등등 온갖 이상한 것들도 있었다. 선택지를 전부 합치면 100개가 넘을 지경이다.
나는 일단 선택지를 전부 훑어 봤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갖고 싶지만 선택할 수 있는 건 오직 1개뿐이다.
‘음. 이거랑 이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겠군.’
나는 5분 동안 깊게 고민하다가 선택을 내렸다.
[영웅의 고환을 선택합니다.]
[영웅의 고환
고환이 단단해집니다.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고환이 깨지지 않습니다.
임신제어. 자신의 뜻대로 관계를 가진 여성을 임신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신 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내게 꼭 필요한 능력이야!’
고환을 단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헌터는 전투 중에 고환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바로 포션을 이용해 회복하지만, 최악의 경우 포션을 통해서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고자가 되는 것이다.
‘내겐 완전 회복이 있지만… 깨지는 일 자체가 없으면 좋지.’
그리고 무엇보다.
임신 제어 능력!
이 능력이 있으면 피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애초에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지만 더욱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최고의 장점은 임신 시키고 싶을 때 임신 시킬 수 있다는 점이지! 크크크큭!’
웃음이 새어나왔다.
당장 이 영웅의 고환을 시험하고 싶다.
‘퀘스트 보상은 받아야지!’
[‘게이킹을 죽여라’의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80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너는 나의 섹스돌’을 획득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해주십시오.]
[앞으로 ‘너는 나의 섹스돌’을 랜덤 뽑기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패널티에 따른 추가 보상이 있습니다. ‘게이킹을 죽여라’ 세계의 물건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무엇을 가져오시겠습니까?]
‘가져 올 물건이라….’
두 말 할 것도 없이 인피니티 파워의 매개체인 왕관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피니티 파워가 현실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유희 속 세계에서 능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패널티를 먹을 테니까.
‘무엇보다 제어 할 자신이 없어. 현실의 내겐 인피니티 시스템이 없으니까.’
왕관은 포기한다. 그럼 가져올 물건은 하나다!
‘게이 슬레이어! 너로 정했다!’
[게이 슬레이어를 가져오시겠습니까?]
‘맞아. 나중에 게이 새끼가 내 후장을 노릴 수도 있으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는 거야.’
[게이 슬레이어를 현실로 가져옵니다.]
[게이 슬레이어가 랜덤 뽑기 상점에 등록됩니다.]
스마트폰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검은색 검이 나타나 바닥에 쿵 떨어졌다. 게이 슬레이어다.
나는 게이 슬레이어를 힐끗 본 뒤 바로 랜덤 뽑기 상점을 열었다.
‘랜덤 뽑기 상점을 통해 물건의 주의 사항을 볼 수 있어! 주의 사항부터 한 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