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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1 - 271. 인형 놀이 (51/2,000)

〈 271화 〉 271. 인형 놀이

271. 인형 놀이

나는 카메라를 단 드론과 RC카를 조종해 미궁 내부를 조사했다.

이 미궁은 지나칠 정도로 방대하고 위험하다.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함정까지 준비되어 있다.

벽이 갑자기 열리고 화살이 쏟아진다거나, 바닥이 무너져 산성액이 가득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거나.

또 사람을 미궁을 어딘가로 공간이동 시키는 마법 함정까지 있다.

‘이거… 평범한 미궁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더 위험한 곳이잖아.’

함정은 어떻게든 피할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된다.

진짜 문제는 몬스터다. 드론으로 확인해본 바, A급 몬스터가 미궁 내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 숫자는 무척이나 적지만 지금 마주치는 순간 전멸할 가능성은 높다.

‘양아치 놈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사는 무기도 없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나뿐이야.’

B급 몬스터는 나와 미사가 힘을 합치면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처리 할 수 있다. 허나 A급 몬스터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괜히 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긴 최소 A급 던전이야. S급일 가능성도 있지.’

거대 길드가 아니면 공략하기 힘든 던전이다.

‘헛짓거리 말고 살아 남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조종하고 있던 RC카가 A급 몬스터에게 걸려 박살났고, 드론은 공간 이동 함정에 걸려 연결이 끊어졌다. 아주 먼 곳으로 이동한 모양이다.

나는 조종기를 인벤토리에 넣고 뒤쪽으로 걸어갔다. 미사와 양아치가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나는 미사에게 말했다.

“다시 돌아가자. 길을 잘못 들었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미사가 의심을 듬뿍 담아 나를 쳐다봤다. 어제의 일이 있은 후부터 그녀는 나를 항상 의심하고 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주고는 말했다.

“앞에 A급 몬스터가 있어. 내 말을 영 믿을 수 없다면 가서 정찰해보던가. 아, 물론 난 안 갈 거야. 가면 죽을게 뻔하니까.”

“…….”

그녀가 아무리 나를 의심해도 결국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양아치는 중상을 입었고, 미사는 무기도 없다. 제대로 된 전력이라곤 나뿐이다. 내가 이들을 버리는 순간, 이들은 아마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리라.

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몸에서 진한 정액 냄새가 났다. 내 정액 냄새지만 이렇게 맡으니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나는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좀 씻어. 냄새나잖아. 위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지?”

“……도대체 그 주머니는 얼마나 큰 거야?”

“비밀이야.”

사실은 주머니에서 유희 생활 어플 인벤토리를 감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녀는 내 자켓 주머니에 공간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가 준 생수로 몸을 씻었다. 이미 나와 몸을 몇 번이나 겹쳐서 그런지 내게 알몸을 보여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물에 젖어 광택이 도는 구릿빛 피부를 보며 성욕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나는 바지와 팬티를 벗고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설마. 이 물의 대가도 치르라는 거야?”

“물은 그냥 호의야. 네 몸에서 냄새 나서 씻으라고 준 거야. 하지만 다른 건 네 하기에 달렸지.”

내가 씨익 웃었다.

나는 미사와 양아치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따먹은 미사는 내 기준으로 그 가치가 좀 떨어졌다.

“쓰레기 자식. 네 여자친구는 네 본성에 대해 알고 있어?”

진세영을 말하는 모양이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난 여자친구가 없어. 솔로야.”

“…그 여자는 뭐야. 보통 사이는 아닌걸로 보이던데.”

“섹스 프렌드!”

“…….”

미사는 경멸서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 곁으로 다가와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앞뒤로 훑기 시작했다.

“손은 왜 써. 그 커다란 가슴은 장식이야?”

“…….”

그녀는 입술을 씹으며 커다란 구릿빛 가슴으로 내 자지를 감쌌다.

???

휴식을 취할 때, 미사와 양아치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그들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 기껏 섹스돌을 손에 넣었는데 가만히 둘 수는 없지.’

벽의 구석에서 인형을 꺼냈다.

무녀복을 입고 있는 아마츠카 코요리와 똑같은 인형.

나는 낄낄 웃으며 동화율을 조작했다.

[대상 동화율: 상]

[인형 동화율: 최상]

[자세 동화율: 중]

[음성: OFF]

[원격 자세 제어: OFF]

코요리의 현재 상황을 확인한다. 그녀는 현재 여닌자 코우가 미오와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즐거운 인형 놀이 시간이다!’

???

아마츠카 코요리와 코우가 미오는 갈림길에 섰다. 갈림길은 무려 8개에 달했다.

“……좋지 않군요. 어느 쪽의 길을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미오 님께선 어느 길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두 눈을 빼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미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8개의 길을 하나, 하나씩 주의 깊게 살펴본다.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뛰어난 기감을 가지신 미오 님도 그렇습니까. 곤란 하군요….”

“식신을 이용하는 건……?”

“식신은 정찰용으로 부적합합니다. 저와 이어져 있지도 않고, 너무 약합니다. 고블린은 이기겠지만 오크 정도의 몬스터에겐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식신을 다루는 건 미숙한지라… 100M 이상 떨어지면 식신의 술이 풀립니다.”

미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미오는 원래부터 말수가 극단적으로 적었고, 무녀인 코요리는 어렸을 때부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도록 교육 받았다.

“…흣!?.”

코요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려 하얀 상의에 감싸인 자신의 가슴을 쳐다봤다. 쓸데없이 크다고 생각했던 가슴은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 게 없었다.

‘방금 누군가가 내 가슴을 움켜 쥔 듯 한 감각이….’

착각인가? 아니, 이런 착각이 있을 수 있나?

“……무슨 일 있나요?

코요리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낀 미오가 조용히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오는 잠깐 그녀를 쳐다보고는 8개의 길의 입구로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살펴봤다.

할짝.

“흡!?”

목덜미를 핥는 감촉에 놀란 코요리가 창을 뒤쪽에 휘둘렀다. 부웅! 창날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코요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

미오가 의아스럽게 코요리를 쳐다봤다. 코요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녀에게 말했다.

“누군가… 아니, 뭔가가 있습니다. 제 몸을 만지고 목덜미를 핥았습니다.”

미오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코요리가 이 상황에서 농담을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그녀도 안다. 그녀는 몸속의 마나를 바깥으로 방출하며 기감을 퍼트렸다. 허나 근방 50M 내에는 어떤 생물체는 물론이고 특이한 물건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유령계 몬스터?”

“미오 님의 기감을 피할 정도의 유령이라면 보통이 아니겠군요. 제가 음양술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탕!

창을 바닥에 세운 코요리는 두 눈을 감고 수인을 맺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주위에 마나가 천천히 맴돌기 시작하며 그 성질이 빛으로 변할 때.

“흐으읍?!”

코요리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정면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잡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무언가를 넣었다.

‘이, 이건 혀…!?’

미끌미끌하고 따끈따끈한 그것은 혀가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 혀가 자신의 입안을 좋을 대로 누빈다. 입천장을 핥고, 자신의 혀를 희롱한다.

코요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혀가 움직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처, 첫 키스를 보이지 않는 혀에게 뺏기다니…! 이럴 수는 없어!’

코요리는 의지를 다잡았다. 그녀는 마나까지 사용해 입을 다물었다.

보이지 않는 혀가 실제 한다면 잘렸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잠시 뒤에 그녀의 입이 다시 열렸고, 보이지 않는 혀는 아무렇지 않게 입안을 희롱한다.

‘다시 입을…. 아, 안 되잖아!?’

마나를 이용해 입을 닫으려고 했으나, 아까와 다르게 입술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희롱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인을 완성하면 이것의 정체를…!’

30초가 넘도록 희롱당하면서 수인을 끝맺을 수 있었다. 하얀 빛으로 변한 마나가 공간을 휩쓸었다. 물리력은 없으나 사악한 것을 드러내게 하는 음양술이다.

‘자! 모습을 드러내라! 악귀여!’

빛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그런…!’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혀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녀의 입안을 희롱하고 있다. 코요리의 혀가 입밖으로 빨려나간다. 보이지 않는 입이 자신의 혀를 한껏 빨아 당기고 있었다.

“후으으응!!?”

코요리는 자신의 혀가 누군가의 입안에 들어갔음을 깨달았다.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 허공에 혀를 내밀고 좌우로 흔드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이런 천박한……!’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뺨을 잡고 있는 감각은 여전했다.

결국 코요리는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미오에게 손과 눈짓으로 도움으로 요청했다.

“…….”

미오는 코요리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코요리 본인은 모르지만, 미오의 눈에는 그녀가 누군가와 음란한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뺨에 있는 손자국. 보이지 않는 혀에 문질러지는 혀. 무엇보다 점점 상기되어가고 있는 코요리의 얼굴과 선명한 턱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투명한 타액.

처음부터 끝까지 코요리를 보고 있던 미오는 저 타액이 그녀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미오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복면 아래의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미, 미오 니므으읏…!”

미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코요리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네, 네…!”

대답한 미오가 코요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막상 그녀를 앞에 두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미오는 망설이다가 코요리의 어깨를 잡았다. 허나 코요리는 여전히 무언가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코요리 님…!”

당황한 미오는 마나를 사용했다. 청명한 마나가 코요리의 몸을 한 차례 쓸었다. 그러나 이것도 효과가 없었다.

미오는 결국 망연히 코요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후으읍! 후으… 응….”

키스는 5분 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코요리도 저항했다. 악령을 퇴치하는 음양술을 퇴치하거나,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뒷걸음질로 도망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다.

결국 코요리는 포기하고 키스를 했다.

뚝…뚝… 뚝.

그녀의 내밀어진 혀에서 타액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사람의 타액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이었다.

미오는 떨어진 타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타액의 일부가 사라진 것이다.

“후아….”

토마토같은 얼굴의 코요리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에 드디어 해방된 것이다.

코요리는 몸을 비틀거리다가 다시 균형을 잡았다. 몸이 한껏 달아올라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음부가 욱씬 거린다.

“코요리 님….”

미오가 다가와 코요리의 어깨를 잡았다.

“유령계열의 몬스터도 아니라면… 이건 저주인 게 틀림 없습니다….”

“…설마 세이타로가 코요리 님에게 저주른 건 것입니까?!”

세이타로.

풍향제의 행사를 망친 S급 범죄자. 음양술이 대가이기도 한 세이타로라면 저주에도 일가견이 있을 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용의자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저주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저주의 해제는 불가능한가요?”

“아까 몇 번 시도해봤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후카 신사로 돌아가 대규모 해주 의식을 시도하는 게 유일한 희망인데….”

코요리의 말끝이 흐려졌다.

희망이라고 하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상대가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그러나 그녀는 이 막연한 희망은 신기루나 다름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미오 님. 잠시 여기서 휴식을 취해도 되겠습니까?”

“전 괜찮아요. 아직 길도 찾지….”

미오가 도중에 입을 다물자 코요리는 이상함을 느꼈다. 코요리는 미오가 자신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자 자연스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상의가 멋대로 풀어헤쳐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코요리가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의미 없었다. 상의가 다시 풀어 헤쳐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만…! 그만둬 주십시오!”

코요리가 사정하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움직임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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