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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4 - 274. 인형 놀이 (54/2,000)

〈 274화 〉 274. 인형 놀이

274. 인형 놀이

“죽여… 버린다…! 반드시 죽여 버릴 거다…!”

양아치 놈이 나를 보며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 답하듯 허리를 튕겼다.

“하윽…!”

벽을 짚고 엉덩이를 쭈욱 내밀어 엎드린 미사가 반응했다.

팡팡팡! 내 허벅지가 연신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내 자지가 들락거리는 곳은 그녀의 보지가 아니라 항문이었다.

성감 고조를 발동한 상태이기에 그녀는 처음 하는 애널 섹스로 성적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항문 아래의 보지는 소음순을 벌렁거리며 애액을 질질 싸고 있다.

“아응! 하아아앙!”

“죽인다…! 몸을 토막쳐 죽여버리겠다! 성유진…!”

나는 양아치의 입을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다. 우리 중에서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고 있는 건 나뿐이고, 정찰도 내가 도 맡아서하고 있다. 또한 식량과 식수를 손에 쥐고 있는 것도 나다. 무엇보다 포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선 내가 갑이다.

‘양아치 새끼는 내버려두는 편이 더 재밌거든.’

나는 양아치를 비웃으며 미사의 직장내에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 기분 좋다.”

???

미궁 생활 7일째.

우리의 분위기가 변했다.

그 원인이라고 한다면 미사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나랑 섹스 할 때의 얼굴을 잘 보고 있으면 음란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당사자인 나조차 이렇게 느끼는데, 곁에서 보고 있는 양아치가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아치와 미사의 사이가 멀어지는 게 느껴졌고,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사이는 냉정해졌다.

지금에 와서는 미사는 내 요구를 거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괜히 거절하는 듯 싫은 티를 팍팍 낸 것과는 다른 태도다.

나는 미사와 양아치의 사이가 끝장났음을 알아차렸다.

???

우리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어슬렁거리는 몬스터의 먹이가 될 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미궁의 출구를 발견해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뭐, 내겐 하얀 돌이 있지만.’

정말 위험할 땐 양아치와 미사를 버리고 나 혼자서라도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여긴… 시체가 많군.’

미궁에서 시체를 보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독 여긴 시체가 많았다. 대충 헤아려 봤는데 20구가 넘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도 대부분 멀쩡해.’

몬스터에게 당한 시체는 거의 2가지로 나뉜다. 고깃덩어리라 불러도 될 정도로 엉망진창이거나, 아예 시제조차 남기지 못하고 몬스터의 피와 살이 되거나.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사람끼리 싸운 건가…?’

시체의 부패 상태를 보면 2~3일은 된 것 같았다.

우리는 시체가 있는 곳을 지나쳤다. 내가 앞장섰고 내 뒤를 이어 미사가 걸었다. 양아치는 부축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한 상태였다. 다만 전투를 치를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 피에로와 마주했다.

“오?”

붉은색의 옷과 원뿔 모자를 가진 피에로의 얼굴은 새하얀 분장이 있었다. 우는 표정의 분장이었는데 화장이 두꺼워서 본래 얼굴이 무엇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내 뒤를 따라오던 미사가 피에로를 보고 흠칫 놀랐다. 이해한다. 삐에로는 어딘가 섬뜩하니까. 괜히 광대 공포증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이 피에로…. 미즈치에게 하얀 돌을 줬다는 피에로인가?’

아마 맞을 것이다. 이런 미궁을 돌아다니는 피에로가 여러명 있는 것도 아닐테니.

“멀쩡하신 분들을 보는 건 오랜만이군요. 여러분들도 균열에 휘말려 이 미궁에 오셨습니까?”

피에로는 서슴지 않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유창한 일본어였다.

“…예.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입니까? 후카 신사의 행사장엔 당신같은 복장을 한 사람은 없었는데….”

“전 풍향제에 참석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선 여기 이 신분증을 봐주십시오.”

세계 헌터 협회 신분증이었다. 이름 부위가 가려져 있고, 사진도 없는 지라 영 의심스럽다.

“세계 헌터 협회의 17 특수부 소속입니다. 임무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

“그걸 저희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리입니까?”

“의심스러운 것도 당연합니다. 저도 제가 수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사실입니다. 임무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밝힐 수 없어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피에로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한 의심을 피하려는 의도임을 알았다.

나는 그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 혹시 미궁에 나갈 방법을 찾고 있으십니까?”

“…예. 출구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 미궁에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습니다.”

“아….”

미사와 양아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에로는 대놓고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궁에 갇혔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피에로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당신은 실망하지 않으시군요.”

“…입구가 있다면, 입구를 통해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 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만…. 사실 이 미궁에서 벗어날 방법은 제가 알고 있는 것만 두 가지 있습니다.”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물론 가르쳐 드려야죠. 세계 헌터 협회는 곤란한 사람들을 돕는 게 의무랍니다.”

피에로는 그리 말하며 웃었다.

분장 때문에 괜히 섬뜩하게 느껴지는 웃음이다.

“…….”

“첫 번째 방법은 이 미궁을 완전히 공략하는 것. 그럼 자연히 돌아갈 수 있겠죠. 대부분의 폐쇄형 던전이 그러하듯.”

“…저희 실력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군요. 미궁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도 감당하기 힌든데 완전 공략이라니….”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두 번째 방법이 있으니. 바로 하얀 돌입니다. 혹시 미궁을 돌아다니다가 하얀 돌을 본적 있으십니까?”

“아뇨. 본 적 없습니다.”

“이런. 운이 영 좋지 않으시군요. 여기서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에서 4번째 길로 가시면 분수대가 나올 겁니다. 분수대 안에 하얀 돌들이 있습니다. 하얀 돌을 손에 쥐고 마나를 사용하면 미궁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사용한 하얀 돌은 30시간 뒤에 다시 사용할 수 있죠. 뭐, 이 미궁 밖에서 사용해봤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만요.”

피에로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너무 쉽게 알려줘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저 말은 진짜일 것이다. 미즈치는 피에로가 건네 준 하얀 돌로 미궁 밖으로 나왔으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우리와 함께 그곳으로 가주실 수 있습니까?”

“평소라면 당연히 그러겠습니다만…. 지금은 제가 좀 많이 바쁩니다. 미궁 내의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바쁘시다니 어쩔 수 없군요. 탈출 방법을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피에로는 우리를 쳐다봤다. 눈치로 보아 무언가를 느낀 것 같지만, 그는 우리에게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분수대가 있는 쪽은 비교적 안전한 곳이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십시오.”

나는 떠나려는 피에로에게 다급히 물었다.

“하얀 돌을 이용해 미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반대로 미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돌같은 것도 있습니까?”

“당신은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예. 미궁의 입구를 여는 돌이 있습니다. 검은 돌이죠. 그게 어디에 있는지는 말씀해드릴 수 없습니다. 여러모로 너무 위험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질문 하겠습니다. 이 미궁의 주인은 인간입니까?”

“…….”

피에로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

내 추측이지만 이 미궁의 주인은 세이타로 혹은 세이타로의 동료일 것이다.

“여러분이 무사히 돌아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피에로가 떠났고, 우리는 피에로가 알려준 분수대 쪽으로 움직였다.

물론 앞서서 드론을 이용해 정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몬스터나 함정은 없었기에 안심하고 분수대로 향했다.

‘이 미궁 탐험도 끝낼 때가 왔군.’

아쉬움은 없었다. 내가 균열 속으로 들어온 것은 미사를 따먹기 위한 것으로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돌아가서 인형 놀이에 집중하자.’

내 시선이 슬그머니 뒤쪽으로 향했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다.

‘양아치를 죽인다. 양아치를 죽이지 않는다. 으으음….’

뒷일을 생각해 양아치를 죽인다. 여긴 미궁이니 살인을 저질러도 걸릴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 설령 의심을 받더라도 도중에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죽었다고 발뺌하며 된다.

‘다만 양아치를 죽인다면, 미사도 죽여야 돼.’

그건 좀 아깝다. 저런 G컵 함몰 유두를 가진 여자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죽이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풍신 길드는 이번 일로 망신을 당했으니 움츠려 들 것이고, 당장 저 놈이 내게 복수를 하겠다고 나대더라도 풍신 길드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유희 생활 어플을 가진 난 몇 년 뒤에 더 대단한 인물이 될테니, 조심해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 양아치 놈이지. 놈이 미궁에서의 일을 폭로하면 평판이 좀 깎일테지만 어차피 일본… 응?’

내가 걸음을 멈췄다.

열 걸음 앞에 깨끗한 물을 뿜어대는 분수대가 있었는데, 천장에 무언가가 있다.

“뭐야…? 왜 갑자기 멈추고 그래.”

미사가 짜증스레 물었다. 하지만 난 대꾸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고 조금 나중에 다시 찾아오자.”

“무슨 소리를… 헉…!”

미사도 발견했다. 천장의 그림자에 숨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거대한 거미를.

거미가 우리를 쳐다보며 휘파람 소리를 냈다.

휘유~ 휘유~.

“흐, 흑소지주(黑嘯蜘蛛)!?”

B등급 몬스터인 흑소지주는 그림자에 몸을 숨길 수 있고, 독성을 품은 거미 거미줄을 무기로 사용한다. 또한 놈의 다리와 몸에도 독이 묻어 있다.

“비, 빌어먹을.”

양아치가 새파란 안색으로 중얼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휘유~ 휘유~.

천장에 매달린 거미가 특유의 휘파람 소리를 내더니 우리를 향해 점프했다.

“숙여!”

내가 소리쳤고 우리들은 모두 상체를 숙였다. 머리 위로 거대한 거미가 스쳐지나갔다.

쿠카카캉!

거미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는데 생물이 아니라 바위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놈이 바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8개의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다.

“아… 으으으….”

의외로 양아치가 가장 먼저 겁에 질렀다. 좋지 않은 몸상태가 정신에 영향을 끼친 것일지도 모른다. 양아치는 거미로부터 등을 돌리고 분수대로 내달렸다. 하얀 돌을 이용해 미궁 밖으로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왔던 길로 돌아가기에는 이니 너무 늦었어. 양아치의 행동이 정답이야. 다만….’

거미의 시선이 가장 먼저 등을 보인 양아치에게 향했다.

거미가 꿈틀거리며 입을 벌렸다.

휘유우~ 휘유우~.

섬뜩한 휘파람 소리가 울리고, 놈의 배 끝에 달린 실젖에서 검은 거미줄이 쏘아졌다.

“크아악!

거미줄이 양아치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양아치가 분수대에서 3M 남짓의 거리를 남기고 쓰러졌다.

나는 화련비도를 손에 쥐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흑소지주는 B급 몬스터. 조금만 실수해도 죽을 것이다.

거미가 8개의 다리를 동시에 웅크렸다. 튀어오르기 전의 스프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놈이 또 점프한다! 숙여!”

내가 외쳤다. 나와 미사가 상체를 숙였다. 놈이 우리의 머리위를 지나쳐 분수대와 부딪혔다.

콰카카캉!

분수대가 무너지고 분수대의 물과 하얀 돌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얀 돌은 나와 미사가 있는 곳까지 굴려왔다.

‘이건 기회다!’

현재 흑소지주의 관심은 양아치에게 가있었다. 거미가 양아치를 죽일 때, 하얀 돌을 이용해 미궁 밖으로 돌아가면 된다.

“미사! 땅에 떨어져 있는 하얀 돌을 주워서 마나를 넣어! 미궁 밖으로 도망가자!”

“아, 안 돼! 켄을 버릴 수 없어!”

미친년!

미사는 아직 양아치를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하얀 돌을 마나를 담아 거미에게 던졌다. 거미는 돌을 피하지도 않고 그냥 맞았다. 간지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까 저 새끼의 행태를 보니, 저 새끼는 이미 미사를 버린 것 같은데….’

뭐. 내 알바 아니다. 양아치와 같이 죽겠다는 걸 굳이 말릴 생각이 없었다.

나는 바닥에서 하얀 돌을 주웠다.

“유진! 켄을 도와줘! 뭐든지 할게!”

“…뭐든지?”

“그래! 뭐든지 한다고 빨리 켄을…!”

“뭐든지 하겠다고 한 거 잊지 마라.”

미사의 알몸이 떠올랐다. 미사를 여기서 버리기엔 그 G컵 가슴이 아까웠다.

‘나한텐 찰나랑 완전회복이 있고, 하얀 돌도 있으니…. 한 번 시도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튀자.’

거미가 두 개의 커다란 앞다리로 양아치를 잡고, 거미줄로 양아치의 다리부터 휘감기 시작했다. 거미줄로 휘감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휘유~ 휘유~.

“으아아아악! 저리 꺼져!”

양아치가 불꽃을 일으켜 거미줄을 태우려하지만, 열기를 받은 검은 거미줄은 오히려 더 끈끈해졌다.

나는 칼에 검기와 뇌전을 일으키며 거미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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