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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9화 〉 279. 인형 놀이

279. 인형 놀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병원의 1인실에 입원한 니시오카 켄은 머리를 제외한 전신에 붕대를 감고, 양팔에는 깁스를 한 채로 침대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넋이 완전히 빠져나간 표정이었다.

켄은 운이 좋았다. 미궁에서 나오자마자 근처에 있던 회복 능력을 가진 헌터와 후카 신사의 무녀들에게 음양술을 이용한 응급 치료를 받아 죽기 일보 직전에서 회생했으니까.

그러나 켄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켄은 불과 2시간 전에 의사로부터 인생의 끝을 알리는 말을 들어버렸다.

“니시오카 씨의 종아리와 무릎은 흑소지주의 독으로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독이나 다름없었기에 니시오카 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절단했습니다.”

“장난쳐?! 네가 뭔데 내 다리를 자르고 난리야?! 너 돌팔이지? 병원장 데려와!”

“……감정이 격해지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니시오카 씨. 저는 7년 전에 은퇴하기 전에 A급 헌터였습니다. 그 점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의사의 눈은 싸늘했다. 그는 아주 익숙하게 대응했다.

“…….”

의사에게 폭언을 내뱉던 켄은 닥칠 수밖에 없었다. 은퇴한 A급 헌터는 더 이상 헌터가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힘은 최소 C급 이상 일 테고, 무엇보다 가지고 있는 인맥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그 성질은 죽이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은 더 이상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이니까요. 분노를 조절할 수 없다면 말해주십시오. 마침 저희 병원에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가 몇 있습니다.”

“…내가 일반인이라고? 개소리…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전 C급 헌터입니다.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요! 절단 된 다리쯤이야 다시 붙이거나 마법 의족을 쓰면…!”

“쯧. 제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말은 끝까지 들으십시오.”

의사는 보란 듯이 혀를 찼다. 그는 나름 환자에게 친절한 의사다. 그러나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고 피부를 검게 그을린 불량 청년에게까지 친절할 생각은 없었다. 거기다 켄은 폭언까지 내뱉었다.

“독성은 니시오카 씨의 다리뿐만이 아니라 척추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때문에 하반신은 마비되었고, 오른팔을 움직일 때 뻐근하거나, 어색함을 느끼실 겁니다. 거친 움직임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내가 하반신 불구라고…?”

켄이 망연히 중얼거렸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는 세계의 극소수만이 가능한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복구 할 수 없다.

애초에 특별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인물도 아니었지만, 설령 받더라도 완벽하게 회복하기 힘들 거다.

의사는 절망하다 못해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흑소지주의 독기는 마나핵과 기혈도 손상시켰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마나를 사용하실 수 없을 겁니다. 저희는 마나핵과 기혈을 최대한 회복시키려고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켄이 흠칫 놀랐다.

그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켄은 하반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말보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더욱더 절망했다.

“내, 내가 마나 고자라는 겁니까…?!”

“네. 저속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겠군요.”

“내가…! 내가! 마나 고자라니…!”

“…음.”

“내가 마나 고자라니!! 으아아아아아아!!”

켄이 울부짖었다.

의사는 이해해주기로 했다. 마나를 원래 몰랐다면 모를까. 가지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것은 크다. 일부 마나를 잃은 헌터들은 그 상실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할 정도니까.

“……니시오카 씨에게 그나마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자면, 병원비는 모두 협회가 지불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액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니시오카 씨라면 최소 3천만 엔 이상은 받을 겁니다.”

“그게… 좋은 소식이라고…?!”

“그 분노를 이해합니다. 그러니 이번은 봐드리죠.”

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켄에게 말했다.

“2주 뒤에 검사를 진행한 뒤, 퇴원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그 동안 푹 쉬십시오.”

“으아아아아아아악!”

켄이 울부짖었다. 의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켄은 난동을 피우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는 현재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1시간 전에는 풍신 길드의 간부가 찾아왔다. 그는 더 이상 풍신 길드 소속의 일원이 아니었다.

“니시오카 켄. 일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군.”

“……뭡니까. 전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능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나핵만 회복하면…!”

“그 마나핵이 심각할 정도로 손상되지 않았나.”

마나핵.

나라마다, 유파마다,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부른다. 무술가들은 마나핵을 주로 단전이라 부른다.

“마나핵은 회복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자네. 제 정신인가? 마나핵을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자가 얼마나 비싼지 모르나?”

안다.

최소 수 백억 엔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이 세상에는 마나핵이 손상되어 헌터 일을 하는 자들도 넘쳐나는 것도 알고, 그들이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안다.

“제가 풍신 길드에 들어갈 때, 풍신 길드는 저를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당신이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랬지.”

니이소카 켄은 천재였다. 1년 전, 23살에 C등급 헌터가 된 명실상부한 천재. 물론 그렇다고 S급 헌터가 된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A등급 상위까지는 올라갈 유망주였다.

“헌데 지원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자네 하나 살리자고 길드의 절반을 희생할 수는 없지 않나. 자네를 구할 바엔 차라리 A급 헌터 수 십 명을 고용하는 게 더 이득이야. 자네도 머리가 있다면 내 말에 반박할 수 없겠지.”

“저, 저는 S급 헌터가 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없었군. 자네와 했던 계약은 파기하겠네. 수고하게. 앞으로 자네와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아, 소린회(小鱗會)의 두목이 자네를 노리더군. 모아둔 돈이 있다면 고용하게. B등급 이상으로. 쯧쯧. 왜 야쿠자 두목의 여자를 건들었나.”

그가 몸을 돌렸다.

켄은 이를 악물며 그를 향해 외쳤다.

“계약서! 저와 했던 계약서를 잊은 겁니까?! 뭘 멋대로 계약을 파기하는 겁니까!”

나가던 간부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냉혹한 눈동자는 켄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계약서는 상호간의 동의하에 파기할 수 있지. 자네는 자진해서 길드를 탈퇴하는 거야. 그 편이 서로에게 아름답지 않나.”

“고, 고소 할 겁니다!”

“그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군. 자네가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네. 무엇보다 오래 살아야 하지 않나? 자넨 앞날이 창창한 20대야.”

“…….”

켄은 침묵했다. 풍신 길드를 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이만 가보겠네.”

켄은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앞으로가 막막했다. 모아둔 돈과 보상금을 합치면 1억 엔 남짓. 터무니없이 적게 느껴지는 돈이었다. B등급 헌터를 고용해라? 1억 엔으로는 한 달을 고용하기도 힘들다.

벌컥.

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들어와 다시 문을 들었다.

켄이 힘없이 출입구를 쳐다봤다.

켄의 얼굴이 밝아졌다. 미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에 던전에서 위기에 처한 미사를 구해주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무녀의 일을 때려치우게 도와줬다. 그 때문인지 미사는 자신의 말을 웬만하면 다 들어준다. 미사가 금발로 염색하고 피부를 갈색으로 태닝 한 것도 켄의 부탁 때문이었다.

“미사! 네가 와줄 줄 알았다고! 역시 내겐 너 뿐이야!”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미사가 말했다. 그녀는 잘 입지 않던 롱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몇 달 뒤엔 겨울이긴 하지만 지금 입는 건 조금 시기상조다.

켄은 불안함을 느꼈다. 뭔가 다르다. 왜 가까이 오지 않는 거지? 왜 나를 보는 눈동자가 무감정한 거지?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 망할 풍신 길드가…. 아, 미사. 넌 아직 풍신 길드 소속이지?”

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켄 보다는 못하지만 미사 또한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후카 신사의 무녀 출신의 헌터다. 켄과 달리 그녀는 멀쩡했으니 풍신 길드가 내칠리 없었다.

“네가 풍신 길드에 말 좀 해봐. 길드 마스터에게 직접 말한다면….”

“내가 길드 마스터랑 대화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리고 대화할 수 있다고 해도 소용없을 걸?”

“…아, 젠장. 그렇겠지.”

켄은 미사가 여전히 다가오지 않는 걸 발견했다.

“…미사. 옛날부터 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 하게 됐네. 우리 결혼하자. 난 처음부터 너랑 결혼까지 생각했었어.”

“거짓말 하지 마. 나 따윈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더 좋은 여자를 만나면 버릴 생각이었잖아.”

“미, 미사? 갑자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이 아니더라. 나는 네게 목숨이 구해지고서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어. 그리고 이번에 그 빚은 갚았어. 네가 살아 있는 건 내 덕분이니까.”

“미사…?”

“우리 끝내자. 나는 지금 널 보고서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켄은 식은땀이 흘렸다. 그는 친구가 없었다. 아니, 옛날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그 친구들은 일반인이었기에 켄이 일방적으로 인연을 끊었다. 도움은커녕 짐만 될 놈들이기 때문이다.

가족? 그는 할머니 아래에서 자랐고, 그 할머니도 3년 전에 죽었다.

“서, 섣부른 생각이야. 미사. 이리 다가와. 네가 내게 불만을 가졌다는 건 알겠어. 대화로 풀자고. 그 답답해 보이는 코트도 벗고 말이야.”

“코트… 말이지. 알았어. 코트는 벗을게.”

털썩.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켄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미사는 코트 아래는 속옷도 없는 알몸이었다. 아니, 알몸일 뿐만이 아니다.

미사는 자신의 알몸을 잘 볼 수 있도록 무릎을 살짝 굽히고 다리를 벌렸다. 또한 양팔을 몸을 가리지 않게 ㄴ자로 만들어 깨끗하게 손질된 겨드랑이를 공개했다.

위이잉.

G컵의 거대한 가슴 끝에 달린 함몰 유두의 커다란 유륜의 중심에 각각 2개, 도합 4개의 로터가 테이프로 고정되어 덜덜 떨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보지와 항문에 2개의 진동하는 딜도가 들어가 있고, 클리토리스 위쪽에 로터 1개가 붙여져 있었다.

거기다 그녀의 허벅지, 배, 옆구리, 가슴에는 음란한 낙서와 말들이 가득했다. 흑돼지, 걸레 보지, A+++ 가슴 등등.

그러나 켄에 두 눈에 보다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은 배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유진 전용 좆집.

유진. 그 이름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서, 설마 그 자식이…!”

“난 유진 님 전용의 좆집이 되기로 했어.”

벌컥!

문이 열렸다. 켄이 지금 가장 죽여 버리고 싶은 남자, 성유진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병원 시설 좋은데? 크크큭.”

재수 없는 웃음을 지은 성유진은 문을 닫고 미사의 옆에 섰다.

짝!

“아앙!”

성유진의 손이 미사의 엉덩이를 때리고는 그녀의 어깨위로 올라가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손은 자연스럽게 미사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이 젖가슴은 언제 만져도 기분 좋단 말이지.”

성유진은 켄을 한껏 비웃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입을 벌렸다. 그러자 미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성유진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응…. 쪽. 쭈웁….”

성유진과 미사가 질척한 딥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 내 앞에서 뭐하는 짓거리냐!”

켄이 소리쳤다. 성유진이 키스를 멈췄다.

“보면 모르나. 키스 중이잖냐. 하여간 눈치가 없어.”

“너 이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죽여 버리기 전에 당장 꺼져! 여기서 꺼지라고!”

“네가 날 죽인다고? 네가?”

화르륵!

켄의 앞에 불길이 일어났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불꽃이었다. 그 가소로움에 성유진이 조소를 흘렸다.

“관둬라. 마나는 아예 못쓰고 능력도 제대로 못쓰고 있군. 괜히 난리 피웠다간 네 인생만 더 시궁창으로 처박힐 뿐이야.”

“너를 죽이는 것 정도는….”

“냉정히 생각해.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리는 없고, 무엇보다 내 좆집의 소속이 어딘지 잊었냐?”

“……!”

미사는 풍신 길드 소속이다. 그녀가 길드에 켄을 치워달라고 부탁한다면 아주 완벽하게 흔적도 없이 켄을 이 세상에서 치울 것이다.

불꽃이 사라졌다. 켄은 입술을 깨물며 성유진을 노려봤다.

“크크큭. 거기서 잘 보고 있어라. 네 여친이 어떻게 됐는지 말이야. 미사. 앉아.”

미사가 바로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앉았다. 성유진은 바지를 벗고 그녀의 앞으로 갔다.

“뭘 해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자, 충성을 증거를 보여라.”

“네. 유진님….”

미사가 양손으로 성유진의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그녀의 입이 성유진의 항문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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