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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5 - 285. 신의 아틀란티스 (65/2,000)

〈 285화 〉 285. 신의 아틀란티스

285. 신의 아틀란티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진세영은 A급 헌터 시험 때문에 영천검관을 비웠다. 섹스 파트너가 사라져 아쉽긴 했지만 한하린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일주일 동안 나는 헌터 협회의 의뢰를 수행했다. 보다 빠르게 실적을 쌓기 위해서다.

지금 내 실력은 C급 헌터인데 실제 헌터 등급은 E다. 최소한 D등급은 달성하자고 빡세게 활동했다.

‘그런데 시발. 의뢰가 없다니.’

한국은 좁아터진 땅더어리에 비해 헌터가 많다보니 의뢰도 귀한 편에 속했다.

그리고 물론 내가 말하는 의뢰란 내 수준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의뢰를 말한다. 간단하지 않은 의뢰는 꽤 많았다.

‘뭔 D등급 의뢰부터 해외로 나가라는 의뢰가 이렇게 많아?’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은 평화롭지만, 해외의 다른 국가들은 달랐다. 특히나 요즘 중국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중국 헌터 협회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던전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수 십 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중국에 풀려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시 밖의 오지에 있는 던전들이 터졌기에 인명피해는 심하지 않았다.

이 일을 두고 세간에서는 중국 정부가 던전으로 실험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중국 정부라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꽤 강하다. 중국은 신용이 없었다.

‘왜 세계는 갈수록 개판이 되어가는 것 같냐.’

나는 해외로 나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기에 그냥 D등급은 좀 늦게 달자고 생각했다.

해외여행?

내게는 유희 생활 어플이 있다. 해외여행을 할 바엔 유희 속 세계에 들어가서 즗기는 편이 더 낫다.

‘선택 가능한 창작물 중에는 여행 다큐멘터리같은 것도 있고 말이야.’

뭐, 지금 당장 다큐멘터리 세계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나는 유희 생활 어플을 키고 한 세계를 선택했다.

[신의 아틀란티스를 선택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제 14 구역, 모래 지옥.

현재 우리가 거점 장소로 삼고 있는 제 2구역인 오늘의 도시 근처에 있는 사막이다. 사막 몬스터가 심심하면 습격해오는 이곳을 나는 혼자서 거닐고 있었다.

모래 지옥이라는 살벌한 이름과 다르게 이곳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 상인이나 모험가 등이 자주 이용하는 길 중에 하나다.

참고로 나는 현재 검은색 옷을 입고 얼굴에는 광대 가면을 쓴 ‘천마(天魔)’ 상태로 사막을 걷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2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오늘의 도시의 뒷골목을 주름 잡는 사령술사이자, 의뢰 주선자이기도 한 페시카의 의뢰 때문이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이 사막에서 출몰하는 도적단 ‘흙손’을 처리하는 것.

원래 흙손은 뒷골목과 우호 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사막을 횡단하는 암상인을 살해하고 물건을 약탈했다. 모르고 습격했다며 물건을 돌려주고 암상인의 목숨을 배상하면 그만이지만, 이번에 흙손은 입을 싹닫고 사막에 잠적했다.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망할. 할망구.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가르쳐줘야 할 거 아니야.’

나는 인벤토리에서 시원한 생수를 꺼내 꿀꺽꿀꺽 마셨다. 주위에 보이는 거라곤 모래뿐이다. 흙손 도적단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이 귀찮은 의뢰를 받아들인 것은 이 세계의 주인공인 강명진의 부탁도 들어줄겸, 겸사겸사 의뢰를 받은 것이다.

‘페시카의 의뢰를 처리하다보면 헬텐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젠장. 언제까지 이런 귀찮은 의뢰를 해야 하는 거야.’

헬텐.

현재 아틀란티스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 조직. 나는 그곳에 들어가려고 한다. 나는 고유 특성인 기만(SS)을 이용해 신분을 속일 수 있고, 헬텐을 통해 수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끄, 끄끄으끅으, 끄끄끅.”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울음을 참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한 소리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늑대와 비슷한 크기의 하이에나들이 어슬렁거리며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갈색 털 가죽을 가진 하이에나들은 총 5마리였고 나를 중심으로 포위하고 있다. 짐승치곤 머리가 상당히 좋았다.

“역시 모래 하이에나였나.”

내 얼굴에 담긴 것은 지루함이었다. 이놈들을 상대하는 건 오늘만 4번째였다.

“끄윽. 끅. 끅.”

모래 하이에나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들을 상대해야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건 딱 하나다.

물리지 않는 것.

모래 하이에나는 철판마저 씹어 먹을 정도로 강력한 치악력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는 속도가 빠른 정도다. 그 빠른 속도도 내게는 통하지 않지만 말이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적공(寂空).

검은색 장갑, 복마갑을 낀 주먹이 달려드는 하이에나의 턱을 올려쳤다. 하이에나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하이에나의 머리가 폭발한다.

펑!

피와 살점이 모래에 후두둑 떨어졌다.

「15 AP를 획득합니다.」

튜토리얼의 몬스터인 헤이더보다 적게 줬다. 이놈들은 튜토리얼의 몬스터인 헤이더 보다 강하다. 그럼에도 헤이더가 AP를 많이 주는 것은 튜토리얼 전용 특혜라 할 수 있다.

“끄윽! 꺽! 끅!”

하이에나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나는 무감각하게 천마신공을 운용하며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15 AP를 획득합니다.」

「15 AP를 획득합니다.」

「15 AP를 획득합니다.」

나머지 한 놈은 내게 달려드는 대신 몸을 뒤로 돌려 꽁지 빠지도록 도망친다.

‘상태창 변경.’

「뇌절사 상태창으로 변경합니다.」

파지지직.

내 손앞에 번개가 모여들어 만(卍)자 형태로 변했다. 나는 도망치는 하이에나를 향해 번개를 쏘았다.

콰르르르릉!

시퍼런 번개는 하이에나의 몸에 정확히 명중했다.

「15 AP를 획득합니다.」

“어딜 도망가려고.”

나는 다시 상태창을 바꾸고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

사막을 걷다가 폐건물을 발견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석재 건물이었는데 제법 컸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가도 여유로울 정도다.

‘흙손 도적단놈들이 아지트를 삼았을 수도 있는 곳이군.’

페시카에게 듣기로 흙손 도적단은 약 30명이다. 정면으로 싸우면 나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일단 강한 놈들부터 기습해 죽일 생각이다.

‘기만.’

고유 특성 기만(SS)를 사용해 모습과 기척을 숨긴다.

그러나 여긴 사막인지라 모래 위에 내 발자국이 남았다. 나는 발자국을 숨기기 위해 다시 기만을 사용했다.

‘…이건 좀 비효율적이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방법이 없어.’

들키는 것보다 낫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에 다가갔다. 정면으로 들어가는 대신 구석에 있는 작은 개구멍을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그러나 건물 내부에는 흙손 도적단이 없었다. 내가 과민반응 한 것이다.

‘……아지트 같았는데 아니었나.’

도적단의 아지트 치고는 너무 대놓고 있다는 느낌도 있긴 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좀 쉬다…. 응?’

건물 구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몸을 긴장시키고 기둥 뒤에 몸을 수미겨 구석 쪽을 살펴봤다.

낙타 3마리와 4명의 남자가 있었다. 3마리의 낙타는 등에 짐들을 달고 있었다. 남자 4명도 잘 보면 무거운 가방같은 걸 매달고 있다.

‘상인이군.’

「마천의 왕이 눈을 빛냅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미션을 제안합니다.」

「미션 조건 1.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짐을 약탈해라.」

「미션 제한 시간: 10분」

「미션 성공 보상: 1만 AP」

「미션 실패 패널티: 없음」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천의 왕은 이렇게 기회가 생기면 미션을 내건다. 대부분 사람을 죽이라는 미션들이다. 미션의 이유? 특별한 이유 따윈 없다. 마천의 왕은 내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거절한다.’

「미션을 거절합니다.」

나는 마천의 왕의 미션을 대부분 거절했다.

고작 사람 몇 명을 죽이는 것치고는 꽤 좋은 보상이긴 한데, 마천의 왕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마천의 왕이 아쉬워합니다.」

‘저 놈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여기서… 아니. 잠깐.’

나는 상인들을 다시 살폈다.

허리춤에 검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단 2명뿐이다. 실력은 나보다 못해 보인다. 내가 나선다면 30초 안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미끼로 쓰기 딱 좋은데?’

낙타 3마리. 4명이란 숫자 치고는 짐이 많았다. 또 위험한 신분으로도 보이지 않으니 흙손 도적단이 군침을 흘릴만한 표적이다.

‘좋아. 이놈들을 몰래 미행하자.’

무작정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흙손 도적단의 아지트를 찾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이리라.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인 것 같소?”

“그 소문?”

바닥에 앉은 상인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엿들어보면 상행 도중에 우연히 만나 이번에만 함께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유스티아 제국 말일세. 이번에 제국을 개방한다던데…. 사실일 것 같나?”

“아…. 그 소문 말이지. 뭐, 사실 아니겠나. 그 유스티아 제국도 이제 한계를 느낀 거지.”

유스티아 제국.

아틀란티스 대륙에 존재하는 유일의 제국이다.

유스티아 제국은 무려 700개가 넘는 구역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에 제국을 개방하는 이유가… 황위를 차지하기 위한 황자들의 계획…? 이라고 하더군.”

“세력을 긁어 모아서 황위를 차지 한다는 계획 말인가? 뭐, 소문 치고는 꽤 그럴 듯한 소문이긴 하지. 그런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가?”

“아니. 아니. 잘 생각해보게. 제국이 개방되었다는 건 출입이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졌다는 뜻이 아닌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재산을 투자해 무역을 하는 거야. 그 무역만 성공하면 부자가 되는 건 확정일세!”

“뭐… 7번 정도 성공하면 그렇게 되겠지. 성공하면 말일세. 다만 우리 같은 것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제국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알고 있나? 최소 한 달은 잡아야 되고 어떤 길이 안전한지도 모르네.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커.”

“이 사람 참. 자넨 왜 그렇게 부정적인가. 물론 혼자서 성공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러명이라면? 수 십 명의 상인들을 모아 함께 제국으로 움직이는 거야. 그럼 자연히 성공 확률도 커지지 않겠나.”

“그렇게 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작아질 텐데?”

“에헤이. 당연히 그 다음도 생각해야지. 세 명의 황자들 중에 한 명에게 붙는 거야. 그것도 아니라면 제국오공에게라도 붙어야지.”

제국오공(帝國五公).

제국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기둥. 제국의 황제마저 다섯 명의 공작을 막대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제국 오공의 권력은 막강하다.

“글쎄. 그들이 대체 뭘 보고 우리를 믿겠나.”

“믿게 만들어야지.”

“자네는 다 좋은데 세상을 너무 얕보는 것 같군. 내 충고가 건방지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제는 잘 파악하는게 오래 사는 비결이라네.”

“자네는 최고의 상인이 되고 싶다는 야망도 없나?”

“되고야 싶지. 하지만 나는 날 잘 아네. 나는 그 정도의 재목이 아니야.”

“…시시하구만.”

“난 이 시시한 인생이 제법 좋네.”

나는 상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유스티아 제국의 개방.

그것은 제국과 제국외의 사람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제국민 외의 사람들에게 제국의 귀족이 될 기회를 부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작 대로네.’

그러나 지금 당장 내게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상인들은 이후에도 대화를 하다가 곧 입을 다물고 휴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낙타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짐의 상태를 살펴보고 쪽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무렵.

“하하하. 누구 허락 받고 여기서 쉬시나?”

10명이 넘는 도적들이 나타났다. 도적들의 옷에는 손가락이 3개뿐인 손 그림이 있었다. 흙손 도적단의 문양이다.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운이 좋네! 이 새끼들 중 몇 명을 잡아서 아지트가 어디있는지 심문하면 되겠다.’

그리고 놈들의 아지트에 찾아가 남아 있는 흙손 도적단을 처리하면 의뢰는 끝난다.

“도, 도적단?!”

상인들이 일어났다. 검을 착용한 두 명이 검을 꺼내고, 다른 두 명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3마리의 낙타들은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멍청하게 서있었다.

“하하하. 그래 이 사막을 지배하는 흙손 도적단이 바로 우리다!”

나는 리더처럼 행동하고 있는 도적의 목소리에 눈을 빛냈다. 꽤 탁한 목소리인데, 여자 목소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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