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화 〉 286. 신의 아틀란티스
286. 신의 아틀란티스
“하하하. 그래 이 사막을 지배하는 흙손 도적단이 바로 우리다!”
나는 리더처럼 행동하고 있는 도적의 목소리에 눈을 빛냈다. 꽤 탁한 목소리인데, 여자 목소리가 분명했다.
기둥 옆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 도적들의 리더를 살펴봤다. 도적들은 사막이라 그런지 헐렁한 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까지 가리고 있어서 겉으로 보기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기 꽤 힘들다.
‘하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으음. 저 살짝 휘어진 등허리는 여자가 틀림없어. 이건 내 감이지만 몸매가 무척 뛰어날 것 같네.’
체구로 보자면 다른 도적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다른 도적들보다 강하다는 뜻 말고는 없을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여도적의 얼굴을 궁금해 합니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나서지 않는다. 저 정도 숫자면 나 혼자서 상대하기 버겁다. 놈들이 커다란 틈을 보였을 때 기습할 생각이다.
“흙손 도적단! 그 명성은 들었소!”
“오, 그래…? 하긴 우리가 여기서 도적질을 한지 1년이 넘긴 했지.”
“흙손 도적단은 정해진 돈만 낸다면 안전하게 보내준다고 들었소! 우리는 당신들에게 통행료를 낼 테니 보내주시오!”
“아, 그거? 미안한데 이제부터 우린 통행료 안 받아. 꽤 됐는데 소문이 늦네?”
“무, 무슨 말이오?!”
상인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상인은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무슨 뜻이긴. 뒈지긴 가진 거 다 내놓으라는 뜻이지요. 상인 나리. 하하하”
“미친! 그런 게 어딨소!”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애초에 말이야. 도적단에게 돈 좀 주고 그냥 돌아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도적이란 원래 물건을 약탈하는 게 일인데 말이야!”
“…당신들이 그러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시오?!”
“하. 새끼. 입 존나 기네. 됐고 가진 거 다 내놓고 꺼져. 목숨은 살려줄게. 우리도 괜히 싸워서 눈먼 칼은 맞고 싶진 싫거든.”
“이것들은 우리의 재산이오! 빚까지 내서 사왔단 말이오! 이것들을 모두 빼앗는다는 건 우리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소!”
“내놓기 싫다는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하냐? 얘들아 됐다. 죽여 버려!”
도적 리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적들이 상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아앗호!”
“죽어라 병신들아!”
“이게 도적이지!”
채앵! 챙!
“아아아아악!”
칼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위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근처에 있는 도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적공(寂空).
퍽!
도적 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도적은 내 공격에 몸을 비틀거리다가 이윽고 균형을 잡고 나를 노려봤다.
“넌 어디서 튀어나온 새끼인지 몰라도 감….”
퍼엉!
도적의 머리가 폭발했다.
적공(寂空)은 천마기를 상대방의 몸안에 흘려 넣어 폭발 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폭발 시켜 죽여 버리거나, 폭발을 이용해 상대방을 날려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상대방이 마나를 이용해 천마기를 빠르게 중화시키면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크크. 생각보다 훨씬 약하군. 하긴, 마나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도적질 같은 걸 할 이유가 없지.’
나는 여유를 되찾았다. 도적들이 10명이라 좀 쫄리긴 했는데 막상 상대해보니 쉽게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씨발! 저 광대 가면 쓴 새끼는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도적 리더가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노려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면으로 자세히 보니 알겠다. 여자가 확실했다. 가슴 부위를 잘 보면 헐렁한 옷임에도 봉긋 튀어나온 젖통이 보였다.
그녀는 칼날이 크게 휘어진 곡도를 내게 겨누었다.
‘시미터라는 이름의 무기였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치울 생각으로 다가가다가 멈칫했다. 그녀에게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우웅.
그녀의 시미터에 푸른 오라가 맺혔다.
“왜 새끼야. 쫄리냐?”
“쫄려? 아니, 본좌는 지금 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날 처리해? 건방진 새끼. 내 부하를 죽인 이상 네 가족까지 찾아내 편하게 죽지 못할 거다. 애새낀 노예로 팔 걸고, 여자는 창녀로 만들며, 넌 팔다리를 자른 뒤에 모래 하이에나의 먹이로 던져주마!”
“훗.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그때, 옆에 있는 도적이 그녀에게 말했다.
“조, 조장! 저 새끼 천마잖습니까! 광대 가면이랑 검은색 옷! 거기다 저 실력까지…! 확실히 천마입니다!”
“천마?”
그녀가 날 다시금 쳐다본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 번 훑어본다.
“그게 뭔데?”
날 모르는 모양이었다.
“요즘 뒷골목에서 유명한 놈이라고요! 손속에 자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 의뢰 달성율 90%의 초대형 신입!”
“음. 네놈은 본좌를 알고 있나 보군.”
페시카의 의뢰를 받아 이것저것 많이 하긴 했다. 그리고 의뢰 대부분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었다. 그놈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는 대부분 모른다. 관심도 없었다. 그냥 의뢰이기에 죽였다.
“뭐야. 시발. 할망구 젖탱이나 빠는 새끼였잖아. 상인 새끼들은 아직 덜 죽였냐?!”
나는 상인 쪽을 힐끗 쳐다봤다. 2명은 죽고 2명은 살아 있었다. 호흡이 거칠었고 옷은 피로 젖어 있었다. 정상은 아니었다.
“2명 빼고 이리와! 이리와서 이 새끼 좀 담그자!”
“예. 조장!”
도적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새끼들한테 포위당하면 좀 귀찮아지겠지. 그 전에 움직이자.’
여유를 부리던 나는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적 리더를 노리는 척 하다가, 그 옆에 있는 남자 도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여자는 나중에 처리한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적공(寂空).
주먹이 도적의 명치를 떄렸다.
“커윽!”
도적이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후 도적의 몸이 폭발하며 피와 내장이 튀었다.
“이 새끼가!”
도적 리더가 분통을 터트리며 나를 향해 검기가 맺힌 칼을 휘두른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내 발이 현란한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칼은 의미없이 허공만 갈랐다.
“더럽게 촐싹거리네!”
그녀가 분통을 터트리며 주위 도적들을 향해 명령했다.
“한 번에 달려들어!”
“훗. 본좌를 어찌하기에는 숫자가 적구나. 너희들은 적어도 3,000명은 있어야 했다.”
“똥내 나니까 아가리 닥쳐, 개새끼야!”
그렇게 말하면 아가리를 더 벌리고 싶은 법.
나는 입을 될 수 있는 한 크게 벌렸다. 그리고 숨을 한껏 들이킨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를 느끼면서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후(天魔吼).
“섹스으으으으으으!”
샤우팅에 놀란 도적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저 새끼 뇌에 주름이 없다는 것에 한 표 던진다.”
도적 리더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는 이마에 맺히는 식은땀을 느꼈다.
‘실패했다.’
천마후는 원래 이 위력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적들은 뒤로 날아가고, 조금 떨어져 있는 적들의 고막을 터트려 버려야 정상이다.
‘젠장. 처음 하는 거라 천마기의 조절이 미숙했어.’
칼을 든 도적들이 내게 달려든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마치 탭댄스를 추듯이 보법을 밟았다. 도적들의 칼을 이리저리 피해내며 기회를 엿봤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해서 천마스텝을 밟으며 공격을 동시에 하는 건 좀 힘들었다.
“아 씨. 촐싹거리지 말라고!”
도적 리더가 품에서 가는 침을 꺼내 나를 향해 던졌다. 그 속도가 심상치 않았기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허억! 헉! 당신은 누구시오?!”
옆에 상인이 손에 검을 쥔 상인이 있었다. 어느새 상인이 있는 곳 까지 물러난 것이다. 상인들의 다른 동료들은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본좌는 천마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좀 특이하신 분이란건 알겠소. 긴말하지 않겠소. 서로 협력하는게 어떻겠소?”
“음. 좋다.”
“그럼 내가 뒤쪽을 맡을 테니 천마, 당신이 정면을….”
“아니, 네가 정면이다.”
“뭐…, 어어어?!”
탁!
나는 상인의 뒷다리를 발로 찼다. 균형이 잃은 상인이 쓰러지려는 찰나, 손을 뻗어 상인의 뒷덜미를 덥석 잡았다. 그리고 왼발을 축으로 몸을 회줜시켜 원심력을 담아 나를 향해 달려드는 도적들에게 내던졌다.
“아아아아악!”
푹푹푹! 푹푹! 푹!
상인은 도적들의 칼에 온몸이 찔려 사망했다.
「천공의 주인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마천의 왕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립니다.」
「마천의 왕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알림창은 무시하고 상인이 벌어준 틈을 놓치지 않는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수라(天魔修羅).
화르륵!
양손에 검은 천마기(天魔氣)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나는 모든 손가락을 갈고리로 만들어 양옆으로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비조(天魔飛爪)
10개의 검은 검기가 도적들을 향해 날아간다. 검기는 도적들을 말 그대로 베어 갈랐다. 다리, 목, 가슴, 머리 등등.
이제 살아남은 도적은 단 3명뿐이었다. 그 마저도 2 명은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움직이는 것은 천마비조를 받아친 도적 리더뿐이었다.
“마, 망할…. 병신 인줄 알았는데…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뚜벅.
나는 도적 리더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도적 리더는 화들짝 놀라서는 시미터를 되잡았다.
‘의외네. 도망갈 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는 도적들을 신경 쓰고 있는 걸 눈치 챘다.
‘도적 주제에 의리를 챙기는 건가.’
나는 천마스텝을 밟으며 도적 리더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도적 리더가 나를 향해 시미터를 휘두른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시미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턱!
칼날이 내 손아귀에 잡혔다.
“검기가 담긴 칼을 잡았다고?!”
“이쪽도 검기… 아니, 권기를 사용하고 있다. 못 잡을 이유는 없지.”
그녀가 모르는 것 하나. 천마기(天魔氣)는 결코 평범한 기운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아앙!
양손에 강하게 힘을 주자 시미터의 칼날이 부서졌다.
“아…!?”
허망하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복부에 내 주먹이 작렬했다.
“배빵!”
“커억!!!”
그녀가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그녀가 몸을 꿈틀거렸으나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죽~ 여라! 죽~ 여라~! 죽~ 여라!”」
귀여운 여자 후배 목소리로 재촉한다.
‘이게 무슨 술자리 게임도 아니고….’
가장 좆같은 점은 목소리가 꼴린다는 점이다.
“본좌의 가족을 찾아내 그냥은 안 죽이겠다고 하였느냐? 본좌는 네가 했던 말 그대로 행해주마. 하지만 그 전에… 네년은 팔, 다리를 본좌가 직접 잘라 아사나기 식(Asanagi 式) 형별을 내리겠노라.”
이 여자는 도적이다. 아마도 실제로 아이를 노예로 팔고, 여자를 창녀로 만드는 짓거리를 해왔을 것이다.
뭐, 사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년이 내게 폭언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뚜벅뚜벅.
도적 리더의 앞까지 다가간 나는 손을 뻗어 머리를 감싸고 있는 천을 뜯어냈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머리카락과 루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미녀였다. 붉은색 피부는 매끈하고, 이목구비는 뚜렷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그녀의 선명하면서도 시원하게 뻗은 눈썹이었다. 그녀는 아랍 미녀를 떠올리게 했다.
찌르르륵!
거시기에 강렬한 반응이 왔다.
나는 빠르게 손을 휘둘러 그녀의 상체까지 벗겨버렸다.
“아악! 이 개새끼야! 그냥 죽여!”
그녀의 말은 무시했다.
젖가리개를 하고 있었는데 D컵은 되는 가슴 크기다. 그 아래에는 내 주먹 모양으로 멍이든 복부가 있었다. 군살을 찾아볼 수 없는 몸매다.
나는 군침을 삼켰다. 그녀는 생각이상으로 엄청난 미녀였다. 이건 길을 걷다가 금덩어리…. 아니, 다이아몬드를 주운 거나 다름없다.
‘역시 난 운이 좋아.’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미션을 제안합니다.」
「미션 조건 1. 여자를 죽여라.」
「미션 제한 시간: 5분」
「미션 성공 보상: 1,000만 AP」
「미션 실패 패널티: 없음」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좆까.”
「미션을 거절합니다.」
1억 AP를 줘도 안 할 거다.
「천공의 주인이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까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습니까? 절 보기 싫으신 것 같은데 이번에 잠깐 송출을 끊어버리고….”
「천공의 주인이 당신에게 10,000 AP 후원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헛기침을 합니다.」
「커흠. 커흠.」
“뭐, 가끔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는 법이죠.”
불꽃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으로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는 그녀의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