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8화 〉 288. 신의 아틀란티스
288. 신의 아틀란티스
「마천의 왕이 당신의 고민을 이해합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네게 어울리는 좋은 스킬이 있지.”」
“좋은… 스킬?”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천의 왕은 나와 계약한 신좌지만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에는 그 말이 신경 쓰인다. 이놈이 악질인 이유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천의 왕이 좋은 스킬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좋은 스킬일 가능성이 높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스킬을 보여줍니다.」
「종속.
대상을 스킬 주인에게 종속시킵니다. 단, 대상의 몸에 종속의 증표를 남겨야 합니다. 대상의 힘과 정신력이 뛰어날 경우 종속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대상을 완전히 굴복 시키면 종속은 100% 성공합니다.
주인에게 종속 된 대상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종속된 대상은 주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주인은 종속된 대상에게 1 개의 제약을 걸 수 있습니다. 종속된 대상은 반드시 제약을 지켜야 합니다.
현재 종속 가능한 인원 0/2.
종류: 스킬
랭크: A」
“……!”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이런 스킬도 존재 했었나…!’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의 설정집을 가지고 있는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내가 딱 원하는 스킬이기도 했다. 이게 있다면 카샤를 안심하고 좆집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가는 뭐지?”
끓어오르는 탐욕을 억제하며 마천의 왕에게 물었다.
마천의 왕이 이유없이 단지 호의만으로 내게 이런 엄청난 스킬을 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조건이 있었다.
「마천의 왕이 당신이 시련을 수행할 것을 원합니다.」
시련이란 단어에 흠칫 놀랐다.
시련은 미션과 비슷하다. 허나 보상면에서 시련 쪽이 더 좋다.
그리고 시련과 미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션은 추방자에게 간접적으로 간섭하는 것에 반해 시련은 신좌가 직접 추방자에게 개입할 수 있다.
‘직접 개입한다는 뜻이 깽판친다는 말은 아니야. 정당한 시련이 아니면 시스템이 바로 신좌를 제재하겠지.’
시스템이 있다곤 하나 위험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신좌가 작정하고 시련을 이용해 죽이려든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시련은 도중에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마천의 왕은 시련으로 날 죽이려는 걸까?’
아니다.
마천의 왕은 지금껏 날 적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호의만을 보였다. 그 태도가 거짓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날 죽이려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는다.
‘내 계약신좌는 마천의 왕 뿐만이 아니야. 제우스가 있어. 내가 부당한 시련으로 죽는 걸 제우스가 보고만 있을 리가 없지.’
평소라면 시련을 거절했을 것이다. 마천의 왕은 수상쩍기 그지없으니까. 하지만 종속(A)은 반드시 가지고 싶은 스킬이다.
‘카샤를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지.’
나는 내 발치에 있는 알몸의 카샤를 쳐다봤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또 꼴리기 시작했다.
“……어떤 시련이지?”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아주 좋은 시련이지.”」
「마천의 왕이 시련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만인살(萬人殺).
마천의 왕이 지정하는 만 명의 인간을 죽이십시오.
시련은 마천의 왕이 준비한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특수 시련입니다. 시련이 진행되는 동안 아틀란티스 대륙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시련은 도중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시련 성공 보상 - 종속(A)
시련 부여 신좌 - 마천의 왕」
“…….”
미션으로 사람을 죽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마천의 왕은 기어코 시련까지 내걸어서 사람을 죽이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 새낀 또라이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 명? 내가 죽이라면 못 죽일 것 같아? 아마도 나랑 비슷한 실력의 적이랑 싸워서 이기라는 뜻인 것 같은데… 아틀란티스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못할 이유는 없지.’
압도적인 힘을 가진 괴물을 불러내 나보고 상대하라곤 하지 않을 것이다. 시련은 시스템의 허락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성공이 불가능한 시련은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나는 시스템을 믿으며 마천의 왕에게 말했다.
“좋아. 시련을 받아들인다.”
「황금 수집가는 지루해하며 잠을 청합니다.」
「떨어진 별이 낄낄거립니다.」
「마천의 왕이 웃습니다.」
「마천의 왕의 시련 만인살(萬人殺)을 받아 들였습니다.」
「시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시련의 보상이 불충분하다고 판단 내렸습니다.」
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천의 왕은 어떨 때는 대인배스럽게 행동하는 주제에 이번 시련에서 좀 쪼잔하게 구는 것 같았다.
‘보상 좀 팍팍 쓸 것이지. 가령 종속 스킬의 SS 랭크라던가….’
「마천의 왕에게 시련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껄끄러워합니다.」
「마천의 왕에게 시련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만인살(萬人殺).
마천의 왕이 지정하는 만 명의 인간을 죽이십시오.
시련은 마천의 왕이 준비한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특수 시련입니다. 시련이 진행되는 동안 아틀란티스 대륙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시련은 도중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시련 성공 보상 - 종속(A), 진행도에 따른 능력치 영구 상승.
시련 부여 신좌 - 마천의 왕」
「시련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잠깐.”
나는 시련의 정보를 꼼꼼히 살펴봤다. 내용은 변한게 없으나 보상이 추가되었다. 시련의 내용이 바뀐건 아닌 모양이다.
‘능력치 영구 상승이라…. 개꿀이네.’
시련을 끝냈을 때 어느 정도의 능력치를 얻게 될지 정말 기대 된다.
“뭐… 이상한 내용은 없는 것 같네. 좋아. 시작하자.”
「시련을 시작합니다.」
나는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
나는 작은 마을로 향하는 길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슬쩍 뒤를 돌려보자 숲길이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
마을 쪽으로 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마천의 왕에게 받은 시련은 만인살(萬人殺). 만 명을 죽이는 시련. 사람을 죽이려면 사람이 있는 마을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만명 죽이기라…. 게이킹을 죽여라의 유희 세계가 떠오르는 군. 그때는 수 십 억 명을 죽였는데.’
수 십 억 명의 남자가 번개를 맞아 먼지가 되었다. 사실 그 때 별 감정 없었다. 죄책감? 어차피 유희 세계이고, 내가 신인데 그딴 걸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나 싶었다.
‘이 시련도 결국은 가짜겠지.’
원작의 주인공인 강명진도 시련을 받는다. 그 시련의 경우 과거에 있었던 역사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까놓고 말해 시련은 신좌가 힘으로 만들어낸 가짜라는 거다. 말하자면 가상 현실 비슷한 거다. 다만 시련에 실패하면 진짜로 죽는다는 게 문제다.
‘저 마을엔 몇 명이 있을까. 300명 정도 되나? 300명이 똘똘 뭉쳐서 저항하면 좀 많이 귀찮아 지는데….’
생각해보면 만 명을 죽이는 것도 최소 며칠은 걸릴 일이다. 하루에 1,000 명씩 죽인다고 해도 열흘이나 걸리지 않는가.
‘마을에 불지르면 다 뒈지지 않을까.’
이럴 땐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내가 아쉽다. 마법만큼 대량 학살에 효율적이 지않을 텐데.
‘뇌절사로 상태창을 바꿔서….’
생각에 잇던 내가 멈칫했다. 길바닥에 뭔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가까이서 다가가 보니 바구니였다.
응애응애응애!
바구니 속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응애응애!
“…….”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마을로 향하는 길거리에서 버려진 갓난아기와 마주칠 가능성은 어느정도 될까. 여기가 마을 내부라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긴 마을 밖이다.
아기를 죽일 거라면 직접 손으로 죽이거나, 숲속에 갖다 버리면 된다. 누군가가 아기를 키워 주기를 원한다면 마을 내의 사람들 잘 보이는 곳에 버리거나.
‘이건 너무 작위적인데. 마천의 왕의 짓이군.’
「마천의 왕이 아기를 지정합니다. 죽이십시오.」
‘아.’
그러고 보니 시련 정보창에서 ‘마천의 왕이 지정하는 만 명의 인간을 죽이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마천의 왕이 지정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죽여도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시발. 이러면 시련이 더 오래 걸리잖아.’
조금 더 빨리 눈치채서 마천의 왕에게 따져야 했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천의 왕이 당신을 재촉합니다. 아기를 죽이십시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기라고 해서 못 죽일 것 같냐?”
나는 시끄럽게 울고 있는 아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차피 여긴 현실이 아닌 유희 세계다. 그리고 이 아기는 유희 세계 속 가상의 인물 비슷한 존재일 것이고.
나는 바구니를 잡아 있는 힘껏 옆으로 내던졌다. 괜히 직접 죽인다고 아기의 피와 내장으로 몸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1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이 즐거워합니다.」
「떨어진 별이 손뼉을 칩니다.」
「천공의 주인이 마천의 왕을 노려보며 턱을 굅니다.」
나는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마을 입구 근처 의자에 앉아 있던 노파였다. 노파는 나를 보자마자 물 항아리와 조잡한 나무 컵을 들고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녀는 매우 반갑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젊은이… 우리 망르에 잘 왔네! 얼마만의 손님이지 몰라. 우리는 자네를 환영하네! 목이 마르지 않나? 여기 시원한 냉수가 있어. 돈을 받을 생각은 없으니 쭉 들이키게! 우리 마을에 오기까지 힘들었을 것 아닌가?”
“…혹시 물에 독 탔습니까?”
“에헤이! 그럴 리가 있나! 이 늙은이를 뭘로 보고! 순수한 호의야! 자네가 물을 마시기 싫다면 강요하지 않겠네! 하지만 우리 마을을 안내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을 걸세. 우리 마을은 무려 200년 전에…….”
노파가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다.
「마천의 왕이 원합니다. 늙은이를 찢어 죽이십시오.」
“…….”
나는 인상을 팍 썼다. 마천의 왕이 하는 건 죽일 놈을 지정하는 일이지, 어떻게 죽일지에 관한 권한은 없다. 나는 노파를 찢어 죽이지 않을 것이다.
“오응? 뭔가. 이 늙은이가 자네에게 뭔가 실수라도 했나…?”
신나게 떠들던 노파는 굉장히 미안한 기색으로 내 안색을 살폈다.
나는 주위를 살펴보고 노파의 목을 한 손으로 쥐었다.
“커억?! 컥! 키익! 컥!”
노파가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힘으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뿌드득.
나는 노파의 목을 꺽고 구석에 내던졌다.
「2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이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마천의 왕이 사람을 지정하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무색하게도 마천의 왕은 보이는 사람 족족 지정했다.
“흐어어어어! 사, 살려 주십시오! 도, 돈이라면 여기 서랍 속에…!”
건장한 남자의 명치를 때려 죽였다.
「7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은 아직 부족합니다.」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건가요…? 저, 저희는 당신께 아무것도 하지… 아악!”
평범한 주부가 내 주먹에 얼굴이 박살나 죽었다.
「19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은 여자의 함몰된 얼굴이 웃기다고 합니다.」
“끄윽. 자, 잘못했어요. 끅 밥도 잘 먹고 엄마 말도 잘 들을게요. 사, 살려주세요. 끅. 어, 엄마…!”
공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발로 차 죽였다.
「32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이 축구에 재능이 있다며 당신을 추켜세웁니다.」
“그만! 그마아아안! 그만둬 주세요… 제발…. 우리 마을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촌장의 딸이라는 여자가 내 앞에 무릎 꿇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손바닥을 싹싹 빌었다. 그녀는 꽤 미녀였다.
「마천의 왕이 저 여자를 간살하기 원합니다.」
기분이 꿀꿀했는데 잘 됐다.
「81명을 죽였습니다.」
나는 여자를 간살했다.
「마천의 왕이 저 여자는 때려죽이길 원합니다.」
「104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이 옷장 속에 숨어 있는 아이를 가리킵니다.」
「179명을 죽였습니다.」
「마천의 왕이 침대 아래를 가리킵니다. 소녀가 벌벌 떨고 있습니다.」
「244명을 죽였습니다.」
……
「315명을 죽였습니다.」
……
「471명을 죽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빌거나, 도망치는 사람은 있었어도 내게 저항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경비병? 이 마을에는 존재 하지 않았다.
천마신공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일정 이상의 진행도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근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나는 마을이 아닌 어느 아파트 단지에 서있었다. 하늘을 보면 달조차 떠있지 않아 시커멓다. 여긴 현대였다.
나는 아파트를 쳐다봤다. 사늘한 공기, 아파트 창문에 불이 켜져 가구 등을 통해 감각적으로 알았다. 지금은 대충 새벽 2시 정도다.
그러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천의 왕이 묻습니다. 몇 층?」
아파트의 아래에서부터 가구를 셌다.
11층.
「마천의 왕이 정답을 말합니다. 11층.」
나는 아파트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