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9화 〉 289. 신의 아틀란티스
289. 신의 아틀란티스
「마천의 왕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2,074명을 죽였습니다.」
「일정 이상의 진행도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민첩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
「3,579명을 죽였습니다.」
「일정 이상의 진행도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근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
「5,705명을 죽였습니다.」
지나가던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러 때려 죽인 나는 돌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 또 빠져 있었나.’
내 주먹을 감싸고 있던 천마기(天魔氣)가 흔들린다.
이렇게 정신이 갑자기 맑아지는 게 벌써 3번째다.
‘꿈에서 깨어난 듯한… 아니지. 그것보다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중력이 깨지며 주변이 보이게 된 듯한 느낌이다.
‘보나마나 뻔하지 마천의 왕의 수작이야.’
이해 할 수 없는 건 마천의 왕의 목적이다.
내 정신을 몰아붙여 날 꼭두각시로 만든다? 아니. 그런 느낌은 아니다. 거기다 그게 목적이라면 이런 짓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내 또 다른 계약 신좌인 천공의 주인이 보고만 있을 리가 없다.
‘그것보다는 정신적으로 날 타락시킨다…? 아니, 변화 시키려고 한다는 느낌인가.’
마천의 왕 뿐만이 아니다. 천마신공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겐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천마신공을 버릴 수는 없다.
‘시련을 그만 둘 수도 없지.’
시련은 포기가 불가능하다. 시련을 하기 싫으면 죽는 수밖에 없다.
「마천의 왕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알았으니 닥쳐.”
「마천의 왕이 웃습니다.」
나는 다시 근처에 있는 인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이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발동되었다. 30먹을 죽이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능력치가 올라가고, 천마신공이 성장하니 내겐 마냥 나쁜것만은 아니야. 오히려 이렇게 쉽게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건 기회지.’
다만 기분이 꽤 많이 더러웠다.
지금까지 죽여 온 사람들은 모두 반항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기회를 줘도 대부분 삶을 포기해버린다. 일부는 내게서 도망간다.
한 번은 일부러 도망가게 만들어 쫓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간 놈은 얼마 뒤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자기도 왜 나와 마주친지 모르는 듯 깜짝 놀라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놈은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여기가 현실이 아님을 절절하게 느꼈다. 여긴 마천의 왕이 만든 게임방이다. 마천의 왕이 GM이고 나는 플레이어다.
「6,483명을 죽였습니다.」
「일정 이상의 진행도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마나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이번엔 워터파크였다.
나는 여기서 무차별적으로 보이는 족족 사람을 죽였다. 남녀노소 공평하게 내 손에 죽었다. 다만 미녀가 보이면 좀 망설여지긴 했다.
「마천의 왕이 간살을 제안합니다.」
나는 마천의 왕의 말을 무시하고 미녀들을 죽였다. 처음에는 마천의 왕의 말대로 간살을 했다. 나도 그 편이 더 즐겁고 말이다. 그러나 마천의 왕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사실과 미녀가 인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짓을 할 기분이 영 나지 않았다.
‘시발. 이 여잔 엄청 예쁘네. 그냥 죽이면 후회한다! 100% 후회한다!’
물론 몇몇의 예외가 있었다.
「7,387명을 죽였습니다.」
「일정 이상의 진행도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체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아, 못해 먹겠네.”
천마신공의 제어가 힘들었다. 나는 그저 약간의 기운만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천마기 전체가 움직였다. 그냥 주먹을 휘둘러 죽일 수 있는 남자를 전력을 다해 죽이려고 했다.
가까스로 천마신공을 제어하긴 했지만, 더 이상 하면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에 대한 해결법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마천의 왕이 포기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시련 도중에 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이놈은 그냥 떠보는 것이다.
「마천의 왕은 당신이 사람들을 계속 죽이길 원합니다.」
「마천의 왕은 사람을 죽일수록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천마신공은 죽이면 죽일수록, 범하면 범할수록 강해지는 마공이라 합니다.」
마공(魔功).
확실히 이번에 그렇게 느꼈다. 일반적인 무공과 다르게 뭔가 사악한 의지같은게 있다는 느낌이 있다. 강력한 힘을 주지만, 사람을 파멸로 이끈다.
“상태창 변경.”
「뇌절사 상태창으로 변경합니다.」
바뀌자마자 정신이 확 맑아졌다.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던 질척질척한 것들이 사라진 기분이다.
파지지지직.
내 손안에서 시퍼런 뇌전이 일어났다.
「마천의 왕이 안타까워합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천마신공이 쉽게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날릴 생각이냐?”」
“내가 제어할 수 없는 힘은 필요 없어.”
콰르르르릉!
번개가 쳤다.
「8,441명을 죽였습니다.」
「9,121명을 죽였습니다.」
「9,878명을 죽였습니다.」
「9,999명을 죽였습니다.」
마지막 1명이 남았을 때.
젊은 부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남자나 여자나 평범하게 생겼다.
“제가 죽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내만은 살려주십시오!”
“아니에요! 제가 죽을 게요! 그러니 제발 남편만은 살려주세요!”
부부가 무릎을 꿇고 서로 죽겠다고 손바닥을 비볐다.
「마천의 왕이 2명 모두 죽여 버리길 원합니다.」
“닥쳐.”
나는 남자에게 번개를 날렸다.
남자와 여자. 그 가치는 당연히 여자 쪽이 더 높다. 비록 못생긴 여자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여자를 낳을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를 제외한 남자는 얼마든지 죽어도 상관없다. 솔직히 말해서 99%의 남자가 뒈졌으면 좋겠다.
「10,000명을 죽였습니다.」
「시련을 완료합니다.」
「마천의 왕이 제안합니다.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이면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파직!
내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던 번개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마천의 왕. 더 이상 네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건 사양이다.”
「마천의 왕이 추가 보상을 가지고 싶지 않냐고 묻습니다.」
“말했을 텐데. 이미 충분히 놀아나줬다고. 그리고… 아주 기분 더럽게 만들어 줬어. 이 빚은 언젠간 갚는다. 진짜.”
「마천의 왕이 실망합니다.」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시련 돌파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
「시련 돌파 보상으로 종속(A)를 획득합니다. 종속(A)는 천마 상태창으로 획득합니다.」
「수많은 원혼으로 인해 복마갑(伏魔匣)이 저주 받아 만인살(萬人殺)로 변화합니다.」
나는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맛보았다.
???
눈을 뜬 나는 먼지가 가득한 폐건물 내에 있었다. 내 발치에는 카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시련 속에서 대충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데, 아틀란티스는 1초도 지나지 않았다.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상태창.’
「이름: 성유진
클래스: 천마(天魔)
칭호: 지배자
신좌: 마천의 왕
소속: AL 401 지구.
근력: 53 민첩: 49 체력: 51 마나: 73 행운: 23
고유 특성: 기만(SS)
특성: 천마지체 (A)
스킬: 천마신공 (S) 종속 (A)」
천마의 상태창이 떴다. 시련 속에서는 뇌절사의 상태창이었는데, 아틀란티스는 천마 상태창이다.
‘오… 오오…. 능력치 오른거 실화냐.’
능력치가 엄청나게 올랐다. 이 정도면 흙손 도적단을 정면으로 쳐들어가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방심은 금물이다. 흙손 도적단은 원래 계획대로 상대하자.’
나는 그것보다 시련을 완료할 때 뜬 알림창을 떠올리며 손에 끼고 있는 검은 장갑을 살펴봤다.
복마갑이 만인살로 바뀌었다는 알림창을 본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장갑은 겉으로 보기엔 변한 것이 없었다.
‘확인.’
「만인살(萬人殺)
무수히 많은 원혼의 사념이 서린 장갑이다. 마(魔)와 관련된 힘을 증폭시킨다.
랭크: A」
본래 C급 이었던 복마갑이 A랭크가 되었다. 랭크가 2단계로 깡충 했다. 그런 만큼 위력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기쁨 보다는 짜증이 났다.
‘내가 복마갑을 선택한 건 대마력 때문이기도 한데…. 대마력이 사라졌잖아.’
대마력은 지금 당장은 필요 없을지라도 나중에 가면 반드시 필요한 힘이다.
‘기회가 되면 대마력을 쓸 수 있는 물건을 구해야겠군.’
나는 장갑을 깊숙이 살펴봤다. 겉보기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천마기를 움직이자 장갑이 우웅 거리며 반응했다. 확실히 천마기가 증폭된게 느껴진다.
“근데 무수히 많은 원혼?”
「마천의 왕이 당신이 죽인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원혼이라 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마천의 왕을 비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말은 똑바로 해라. 언제부터 원귀가 인간이 된 거지?”」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원귀는 원래 인간이다.”」
나는 그 말에 알아차렸다.
내가 시련 속에서 죽인 것들. 나는 단순히 환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원귀인 모양이다.
“나한테 원귀를 죽이게 했다고?”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그들은 인간이다.”」
「천공의 주인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괴물에게 인간의 육체를 주었다고 해서, 괴물이 인간이 되는 건 아니지. 마찬가지로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신이 인간이라는 건 아니다.”」
“…….”
내가 시련 속에서 죽인 인간들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마천의 왕에 의해 인간의 육체를 갖게 된 원귀.
원귀 치고는 좀 지나치게 멀쩡해 보이고 평화로워보였지만, 마천의 왕이 원귀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납득된다.
‘마천의 왕은 인간의 육체를 가진 원귀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고, 천공의 주인은 그 반대군.’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원귀는 원혼을 가진 귀신. 원래 인간이었다면 육체를 받음으로써 다시 인간이 된 것일 수도 있다.
허나 반대로 원귀란 이미 인간에서 벗어난 존재로 생각하면 육체를 가졌다고 해도 그건 인간이 아닌 괴물일터다.
‘난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여긴 소설 속 세계니까.’
다만 마천의 왕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1만의 원귀에게 인간의 육체를 준다? 그게 평범한 신격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안다.
“마천의 왕. 네 진명은 뭐지?”
나는 대답을 예상하면서도 마천의 왕에게 물었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천의 왕이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댑니다.」
“성유진이 마천의 왕에게 중지를 세웁니다.”
???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카샤를 쳐다봤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기절한 척을 하고 있다는 걸 5분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능력치와 천마신공의 힘과 숙련도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레 기감도 늘어난 것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습격할 생각인가.’
카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방법 밖에 없다. 그녀는 현재 점혈을 당해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없지만, 급소 중의 급소인 눈알을 노리면 어떻게든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포기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렸는데 이대로 가면 몇 시간이 지나도 기절한 척 하겠지.’
나는 카샤에게 손을 뻗었다. 모래색의 매끈한 피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손바닥이 향하는 곳은 그녀의 탱탱한 D컵 가슴이다.
중력을 이기지 못해 옆으로 약간 쳐지긴 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가슴이 옆으로 늘어지지 않는다면 십중팔구는 수술한 가슴이다.
물컹.
젖가슴을 꽉 잡아 내 손바닥 모양의 흔적을 남기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매끈한 복부를 만졌다. 겉으로 봤을 땐 군살하나 없는 몸매라고만 생각했는데 만져보면 탄탄한 근육이 느껴졌다.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붉은색의 까슬까슬한 보지털의 촉감을 느끼며 보지를 만졌다. 보지는 내가 싸지른 정액으로 인해 질척였다. 소음순을 벌리자 정액이 주르륵 흘려 나왔다.
“뒈져버려!!”
카샤가 상체를 일으키며 내 얼굴로 손을 뻗는다. 유독 힘이 들어간 중지와 검지는 내 두 눈을 노리고 있다.
턱!
이미 예측하고 있던 나는 카샤의 손을 제압했다.
“아악!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기회가 되면 반드시 죽여 버릴테니까!”
“아니. 그 기회도 없어. 내가 널 얌전한 고양이로 만들어 줄게.”
나는 다른 한손을 그녀의 아랫배에 가져다 댔다.
「종속(A)을 발동합니다.」
「대상의 몸에 종속의 증표를 새깁니다.」
「대상의 힘과 정신력이 당신에 비해 약합니다.」
「대상의 몸에 종속의 증표가 성공적으로 새겨집니다.」
「종속(A)을 성공합니다.」
「대상이 당신에게 종속되었습니다.」
카샤의 아랫배에 진분홍색의 하트 모양의 문신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