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화 〉 292. 신의 아틀란티스
292. 신의 아틀란티스
“……설마, 여긴 히든 구역인가!”
부두목이 경악해 외쳤다. 숨겨진 던전일 가능성도 있지만, 히든 구역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욕심이 들끓었다. 히든 구역은 보통 보다 뛰어난 보상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두목이라면 히든 구역을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히든 구역의 보물과 힘을 가져가겠지! 난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일 테고!’
아마드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부두목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신참 5명!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망을 봐라! 나머지는 두목을 따라 유사에 들어간다!”
“부두목! 제정신입니까?”
“여긴 히든 구역이다! 보물과 힘을 얻을 수 있는 히든 구역이라고! 따라 오기 싫은 놈은 여기 남아라! 따라 오지 않더라도 뭐라하지 않겠다!”
부두목은 그리 말하며 유사 속으로 뛰어들었다.
도적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몇몇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명은 유사를 바라보기만 할뿐 뛰어들지 않았다.
대부분 최근에 흙손 도적단에 들어온 인물들로 그들은 아직 아마드와 부두목을 신뢰하지 못했다.
남은 이들은 서로 모여서 저들끼리 회의를 했다.
“3일. 딱 3일 동안만 여기서 기다린다. 3일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아지트로 돌아간다. 그리고… 뒷골목에 항복한다.”
???
「제 8,111 구역, 지하의 피라미드에 입장했습니다.」
「이곳은 히든 구역입니다.」
「피라미드를 정복하면 제 8,111 구역의 지배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황금 가면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나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천과 얼굴에 묻은 모래들을 털어내며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아주 넓은 공간이었는데 천장과 벽에 모래가 흐르고 있어 매우 신비했다.
또한 눈앞에는 커다란 피라미드가 존재했고, 공간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데 대낮처럼 밝았다.
‘피라미드를 정복하면 지배권을 얻을 수 있다라…. 아주 친절하게 구역 지배 조건을 가르쳐주는 군.’
구역의 지배 조건은 대부분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공략자가 지배 조건을 조사하는 게 기본 순서다. 하지만 눈앞의 8,111 구역처럼 지배 조건을 바로 알려주는 구역도 적지만 존재한다.
“콜록, 콜록!”
천속에 있는 카샤가 헛기침을 했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피라미드 쪽으로 뛰었다. 곧 있으면 도적단 놈들이 쫓아올 것이 분명하다.
‘여동생이 나한테 강간당하고 납치까지 당했는데 설마 안 쫓아오겠어?’
털썩!
슬쩍 뒤를 돌려보자 바닥에 떨어진 붉은 머리 남자, 아마드가 보였다.
아마드는 곧장 몸을 일으켜 나를 노려보며 고함쳤다.
“천마!!!”
“귀청 터지겠다. 살살 말해도 충분히 들리니 볼륨 좀 조절해라.”
“카샤를 당장 풀어줘라! 당장!”
“카샤는 내 좆집이라니까. 그러네.”
나는 달리면서 검은 천을 내던졌다.
“학! 하윽! 앙! 읏!”
내가 격렬하게 뛰자, 내 몸에 매달려 있는 카샤에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녀의 몸이 요동치며 자연스레 내 자지가 보지를 쑤시게 된 것이다.
“천마아아아아!!”
아마드의 눈깔이 뒤집어지며 전력을 다해 나를 쫓기 시작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내 다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마드는 나를 따라잡지 못했다. 오히려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곧 나는 피라미드의 입구에 닿았다.
‘…원래 강명진의 부탁은 피라미드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물건만 챙겨 가는 거였는데…. 뭐, 능력치도 상승했고….’
나는 힐끗 뒤쪽을 쳐다봤다. 다른 도적들도 속속 들어 나타나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높이는 2M 정도라 크게 위험하지 않다.
‘미끼로 쓸 놈들이 있으니 공략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나는 이 구역의 공략 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하윽! 아아앙! 오, 오빠아앗!!”
내 전용 좆집인 카샤가 헐떡였다.
“오빠라니. 날 부른 거냐?”
“닥쳐!”
???
피라미드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아마드의 발걸음을 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두목! 진정하쇼! 진정하라고!”
부두목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그의 목소리는 분노에 사로잡힌 아마드를 멈추게 하는데 성공했다.
“여긴 히든 구역이고! 그 앞은 던전이나 다름없는 곳이요! 함부로 들어갔다간 함정에 걸려 죽을 거요! 카샤를 구하려면 놈의 의도대로 움직여선 안 되는 거 알잖수!”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기에 아마드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곧 부두목과 약 30명의 도적들이 아마드와 합류했다. 아마드는 초조한 표정을 지었지만 부두목과 도적들을 기다렸다. 자신을 따라 유사에 뛰어들어 이곳에 온 부하들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부두목은 피라미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갈림길이구만…. 두목. 그 놈이 어디로 갔는지 봤수?”
“왼쪽이다.”
“오케이. 왼쪽으로 천천히 들어가지요. 십중팔구 함정이 천마 놈의 함정이 있을테니…. 아, 두목 인상 좀 피쇼.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해져야 하는 거 모르쇼? 그리고 카샤가 어디 강간 좀 당했다고 질질짜는 여자로 생각하쇼? 내 장담하는데 카샤는 별로 신경도 안 쓸….”
“알았다. 알았으니까 빨리 가지.”
“아무튼 두목. 이 피라미드 안에서 멋대로 움직이지 마쇼. 두목이 우리 중에 가장 강하니… 두목이 없으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요.”
아마드와 부두목이 안으로 움직였다.
부두목을 툭 튀어나온 눈을 손으로 매만졌다. 바닥에 색깔이 있는 돌이 있다.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색과 그렇지 않은 색.
‘규칙성이 있다! 딱 봐도 함정이다!’
그러나 부두목은 함정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함정이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게 고작이었다. 함정의 전문가였다면 도적질 따윈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부두목은 도적들에게 함정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어느 조심성 없는 도적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 발은 정확히 파랑색 돌을 밟았다. 오른쪽 벽에서 구멍이 생겨나더니 화살이 발사되었다. 조용하고 교묘한 위치였던지라 도적은 반응하지 못하고 화살을 맞아 절명했다.
부두목은 서둘러 도적의 시체로 달려갔다.
“로트! 이런 제길! 늦었다! 게다가 독화살이었잖아!”
부두목이 벽을 치며 분개했다.
연기였다.
마음속으로는 도적의 죽음이 기꺼웠다.
‘잘 된 일이야.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가질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
도적이야 나중에 다시 채우면 된다. 이 세계는 살기 각박하다. 조금 불행한 사연을 가진 놈을 잘 꼬드기면 도적으로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함정은 생각보다 위험하지만… 내 수준이면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나설 수는 없고… 은근슬쩍 부하들을 밀어 넣어야겠군.’
그러나 부두목의 생각은 더 이상 여유롭게 이어지지 못했다. 앞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투욱. 툭. 투욱.
썩은 붕대를 휘감고 있는 말라비틀어진 시체의 언데드 몬스터, 미라다.
“미라 따위가!”
아마드가 시미터를 휘둘렀다. 검기가 날아가 미라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허나 그의 인상은 퍼질 줄을 몰랐다. 반으로 갈라진 미라는 천천히 재생하고 있고, 그 뒤쪽에서 10마리가 넘는 미라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 대형을 짜라!”
부두목이 외쳤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
나는 피라미드의 복도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앙! 하윽! 하앙!”
너무 거침이 없다보니 좆집이 꽤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질내 사정하면서 달리는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555. 빨강 돌 5번 밟고, 노랑 돌 5번 밟고, 파랑 돌 5번 밟고의 반복.’
공략 방법을 알고 있으니 복도의 함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리가 꼬이지 않게 집중만 하면 된다.
투욱! 툭!
기이이익.
미라가 나타나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을 맞은 미라는 벽으로 날아가 부딪혀 바닥에 쓰러졌다. 말라비틀어진 팔과 다리가 떨어졌지만 천천히 재생한다.
‘피라미드 내에서 미라는 불태워 죽여도 죽지 않아. 미라를 죽이려면 특별한 힘을 써야 하지.’
만인살이 되기 전의 복마갑이 아쉬웠다. 복마갑이 가진 대마력이라면 미라를 죽이진 못해도 재생 속도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복마갑 이상으로 더 뛰어난 대마력이 있다면 미라 놈들을 죽일 수 있었겠지만….’
나는 자꾸만 미련이 생기는 복마갑을 무시하고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
또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
이 피라미드는 왼쪽으로만 쭉 가면 된다. 그럼 최단거리는 아니지만 무난하게 피라미드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여유는 있겠지. 도적놈들이 함정의 규칙을 알아내려면 좀 걸릴 테니까.’
그리고 어느 넓은 방이 나왔다. 높이는 10M 이상이고 넓이는 80평 이상의 공간이다. 밖에서 본 피라미드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넓이는 이상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공간 확장 마법이니, 공간 결게니 뭔가가 장치되어 있겠지. 여긴 신이 실존하는 세계. 고작 이런 걸로 놀라선 안 된다.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고양이(僞)가 당신을 반깁니다.」
사자 몸통에 아이의 얼굴을 하고 등에 새의 날개와 뱀의 꼬리를 가진 괴물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크기는 6M로 덩치가 컸다.
그 유명한 스핑크스다. 가짜지만.
“캬캬캬! 오랜만의 인간이구냥! 반갑다냥! 나는 스핑크스! 여길 지나치고 싶으면 내가 내는 수수께끼 3개를 맞춰야 한다냥!”
“어…. 귀찮은데.”
“그럼 나랑 싸울 것이냥?!”
스핑크스가 앞발을 뻗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번쩍인다. 스핑크스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나 보다 쉽게 가기로 했다.
“알았어. 수수께끼를 맞추면 되잖아.”
“먼저 3번 맞추면 네가 이기는 거다냥! 반대로 3번 틀리면 나랑 싸워야 할 거다냥!”
“뭐? 이런 건 보통 3전 2선승이 기본이잖아.”
“난 이게 기본이다냥!”
대가리 존나 패고 싶었다.
“근데 그 암컷은 뭐냥? 참가자냥? 수수께끼 대결은 1대1이 기본이다냥!”
“내 좆집이야. 얜 대결 안 하니까, 잠시만.”
“좆집?”
스핑크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지만 무시했다.
나는 가죽 끈을 풀고 카샤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으흐….”
거칠게 달려오느라 자극을 밟아 실신한 카샤가 몸을 떨었다. 그러나 깨어나진 못했다.
좆집에서 자지를 빼내자 허전함을 느꼈다. 시선을 내리자 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는 자지가 있었다. 몇 십번을 사정했지만 쇠하기는커녕 부족하다는 듯이 껄떡거리는 자지를 보니 뿌듯함이 느껴졌다.
“준비 됐냥?”
“어. 그래. 근데 내 자지 좀 멋있는 것 같지 않냐?”
“난 모른다냥. 인간의 성기야 거기서 거기가 아니냥?”
“……냥냥 거리는 것 좀 안하면 안 되냐?”
예쁜 미녀가 냥냥거리면 모를까. 왠 괴물 새끼가 말끝마다 냥냥 거리니 소름이 다 돋는다.
“이건 내 아이덴티티냥. 안할 수 없다냥.”
“아, 그러냥? 알겠다냥.”
“……왜 내 말투 따라하냥?”
“너도 좆같으라고. 냥.”
“……첫 번째 문제다냥. 하나로 들어갔다가 두 개로 나오는 것은 뭐냥?”
원작과 다른 질문이었다. 하긴 원작의 때와 내가 지금 왔을 때가 다르니까.
나는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참고로 나는 신발을 제외하면 알몸이었다.
“십~ 구~ 팔~ 칠~”
딱.
손가락을 튕겼다.
“정답! 쌍둥이다냥!”
“……냥? 왜 그렇게 생각하냥?”
“하나인 보지 구멍에 정액이 들어가서, 쌍둥이가 되어 두 개가 되어 나오는 거지. 냥. 아, 이렇게 보면 정액이 정답일 수 있겠군. 냥.”
“…틀렸다냥. 다음 문제다냥. 밀어내면 부글부글 거리는 것은 뭐냥?”
“십~”
“정답! 애액! 냥!”
나와 관계를 맺은 여자들 중에는 자지로 밀어내면 애액으로 거품을 내는 여자들도 있었다.
“틀렸다냥. 넌 생각이란 게 없냥? 이번엔 쉬운 문제로 가겠다냥. 아침엔 네발, 점심엔 두발, 저녁엔 세발인 것은 뭐냥?”
음.
이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십~”
“정답! 섹스다! 냥!”
“……왜냥!?”
“아침엔 뒷치기! 점심엔 들박! 저녁엔 가위치기! 냥!”
“……한 번 더 기회를 더 주겠다냥. 이번엔 좀 깊게 생각 해보라냥.”
“그딴 수작에 안 낚인다. 냥. 정답은 섹스다. 냥.”
“틀렸다냥.”
앉아 있던 스핑크스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잠깐. 틀렸다니? 이해할 수 없어. 답이 뭔데.”
“그것도 모르냥. 인간이다냥. 너희들 인간들 중에는 유명하지 않냥.”
“인간이라고…? 아니. 이해 못하겠다. 남자라면 몰라도 인간이라니….”
“답이 남자라고냥? 그건 또 왜 그렇게 되냥?”
“아침엔 침대에 누워 있으니까 네 발. 점심엔 서있으니까 두 발. 저녁엔 앉아있으니까 세 발이잖아.”
“…네가 점심에 일어나는 불성실한 놈이란 건 알겠다냥. 근데 왜 저녁엔 세 발이냥?”
“…….”
나는 말없이 내 사타구니 사이를 가리켰다.
“…….”
스핑크스가 말없이 앞발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