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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4 - 294. 신의 아틀란티스 (74/2,000)

〈 294화 〉 294. 신의 아틀란티스

「천공의 주인이 3,000 AP를 후원합니다.

“내 동생이 널 보면 감탄할거다.”」

동생.

지금 상황을 보자면 아마도 그건 포세이돈을 말하는 것일 터다.

‘포세이돈이 제우스의 형 아니었나?’

나는 생각하다가 신경 끄고 섹스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물은 천장에 닿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나는 공기를 한껏 머금고 카샤와 입을 맞췄다. 카샤의 눈동자가 커진다.

나와 그녀는 물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있었는데, 그녀의 가슴팍에서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이 느껴진다. 죽음의 위기에 심장이 빨라진 것이다.

물이 완전히 가득 찼다.

나는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샤를 안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 함정은 쉬워. 물이 방안 가득차면 아래로 내려가서 왼쪽 벽을 발로 차면 돼.’

나는 벽을 발로 찼다.

쿵.

벽이 열리지 않았다.

‘뭐야.’

쿵!

더 강하게 벽을 발로 찼다. 여전히 벽이 열리지 않았다.

‘시발 뭐지. 좆 된 건가?’

쿵쿵쿵!

다급해진 내가 발로 벽을 두들겼다.

「마천의 왕이 당신의 명복을 액션빔!」

‘저 개새끼가!’

마천의 왕에게 열이 뻗쳤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님을 상기한다.

쿵! 쿵쿵쿵!

괜히 초조해진다. 내가 위험한 게 아니다. 나는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으니까. 문제는 카샤다. 카샤는 물속에서 오랫동안 있을 수 없다. 카샤를 여기서 잃을 수는 없다.

‘일단 진정하자. 5분 정도면 카샤도 버틸 수 있어. 냉정하게 내가 뭘 놓쳤는지 생각해보자.’

원작이 틀렸을 가능성. 있긴 있지만 매우 낮다. 스핑크스와 다르게 함정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쿵. 쿵쿵. 쿵!

‘원작에선 왼쪽 벽을…… 어.’

여기로 들어온 입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내가 발로찬 벽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었다.

‘아씨. 착각했네.’

몸을 반대로 돌렸다.

쿵!

벽이 열리며 물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나는 물이 완전히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아… 하아….”

카샤가 크게 호흡했다. 그녀가 나를 찌릿 노려봤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다음으로 이동했다.

???

투두두두두두!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다. 도적들은 당황하며 벽을 두들겼다. 그러나 부두목은 냉정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천마의 시체가 없다는 건 이 함정을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방법은 있다!’

부두목은 부하에게 흔적이 있냐고 물었다.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벽에 발로 찬 흔적입니다! 왼쪽 벽을 10번 넘게 발로 찼습니다!”

“…그래?”

부두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서는 충분히 주어졌다.

도적들은 희생 없이 함정 방을 통과할 수 있었다.

???

일곱 번째 방에 들어서기 전에 좆집을 해제했다. 카샤는 내가 내려주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피곤한 얼굴의 그녀는 방의 입구를 봤다가 흠칫 놀랐다.

“뭐야 저 몬스터는….”

악어의 머리에 사자의 상반신과 하마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방의 중심에 육중한 몸을 옆으로 눕혀 잠들어 있었다.

“몬스터가 아니라 위신(僞神)이야. 입구에서 기다려. 괜히 도망가려고 하지 마. 이 안에는 함정과 미라가 드글드글 거리니까.”

“씨발…. 네가 힘의 봉인만 풀어줬어도 미라 따윈 내가 직접 처리 할 수 있어!”

“점혈 말이야? 그거 풀어주면 바로 도망칠 거잖아. 일이 귀찮아질게 뻔한데 풀어 줄 리가 있겠냐. 뭐, 네가 내 좆집임을 인정한다면 점혈을 풀어줄게.”

사실 점혈을 풀어줄 수도 있다. 그녀는 나를 공격하지 못하고, 제약을 이용하면 도망가는 걸 방지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떼쓴다고 해서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다.

“아아아악!”

카샤의 분통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방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잠들어 있던 위신이 눈을 떴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공복을 느낍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에게서 죄의 향기를 느낍니다.」

죄를 삼키는 자, 암무트.

나는 검은 장갑을 끼면서 몸을 긴장시켰다. 암무트에게서 느껴지는 힘과 기우은 스핑크스보다 강하다. 원작의 강명진도 암무트를 상대로 꽤 고생을 했다.

「마천의 왕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거립니다.」

「천공의 주인이 흥미로워합니다.」

암무트가 몸을 일으켰다. 악어, 사자, 하마의 특징을 가진 저 놈의 크기는 내 양손을 합친 것 정도로 작은 수준이다.

암무트가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입을 벌렸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발견했습니다.」

내 몸에서 시커먼 연기같은 것을 흘려 나오기 시작했다. 기운 같은 게 아니다. 나는 이 시커먼 연기를 제어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다. 단지 보는 것만 가능했다.

암무트는 과거와 미래의 죄를 먹는다.

무지한 자가 얼핏 들어보면 좋은 게 아닌가 싶다. 미래의 죄를 먹는다는 건 미래에 저지를 죄를 먹는 다는 걸로 착각하기 쉬우니까.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죄가 먹힌다고 해서 과거에 저지르고, 미래에 저지를 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단어 그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암무트가 죄를 먹는다는 것은 죄를 측정하는 것이다.

암무트의 권능은 죄를 가진 자의 죄 만큼 힘이 강해진다는 것.

죄가 클수록 암무트는 강해지고, 반대로 죄가 작을수록 약해진다.

‘미래의 죄는 내가 젊기 때문이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다. 자연스레 저지른 죄보다 저지를 죄가 더 많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내 몸 주위에 있던 시커먼 연기가 암무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암무트가 웃는다.

대가리가 악어지만 아무튼 웃는다고 느꼈다.

놈은 내 미래의 죄가 맛있나 보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암무트의 몸이 점점 커진다.

나는 긴장했다. 암무트는 오로지 죄를 삼킨 뒤에만 죽일 수 있기에 잠자코 기다려야 한다.

‘원작에서 강명진을 상대한 암무트는 모습이 안 커졌는데.’

강명진은 원작 후반부에 죄를 청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의 암무트 등장 씬은 일종의 복선이라 할 수 있다.

‘커지는 걸 보니 난 미래에 죄를 청산하지 못하는 구나.’

그러려니 했다. 죄의 청산을 별 관심 없었다. 어차피 여긴 유희 세계니까. 그딴 건 강명진이나 많이 하라지.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암무트는 점점 커졌다.

앗 하는 사이에 내 키를 훌쩍 넘겼다.

그리고 내 얼굴은 창백해졌다.

‘……시, 시발 어디까지 커지는 거야?’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암무트는 덩치가 커질수록 힘이 강하다.

암무트의 몸이 5M가 넘겼을 때, 암무트에게서 느껴지는 힘의 여파로 인해 내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내가 미래에 죄를 많이 짓는 구나!’

「마천의 왕의 입가가 찢어집니다.」

「마천의 왕이 만족합니다.」

「마천의 왕이 10,000AP를 후원합니다.」

「마천의 왕이 미래를 기대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

암무트의 몸이 10M가 넘어갔다. 이제 곧 방안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된다.

그런데도 암무트의 성장은 멈출 줄을 모른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암무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악어 얼굴로 어떻게 표정을 표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암무트가 죄를 먹는 걸 멈출 수 없음을 눈치 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자 암무트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이미 몸을 방안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당신이 가진 미래의 죄를 먹습니다.」

똑같이 알림창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마치 경고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암무트의 몸이 폭발했다. 피와 내장 대신 빛가루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죄를 삼키는 자(僞)가 배가 터져 죽었습니다.」

“…이게 뭐야.”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가 흘려 나왔다.

암무트를 배 터져 죽일 정도면 미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지른다는 거지.

「마천의 왕이 폭소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경악합니다.」

아무튼 정신을 되찾은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팔찌를 발견했다. 화려한 주황색 보석으로 치장된 팔찌다.

원작에서는 A랭크 이하의 독을 해독해주는 물약이 나왔다.

‘암무트가 죄를 먹은 상태에서 죽어서 그런가.’

나는 팔찌를 주워 정보를 확인했다.

「작렬환.

화염(S) 특성을 가진다.

행운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신좌, 불의 거인의 관심을 받는다.

한 번 착용하면 귀속된다.

속성이 화염으로 고정된다.

랭크: SS」

“……음.”

내 얼굴은 미묘했다.

엄청난 물건이다. 그건 반박할 수 없다. 이걸 판다면 괜찮은 구역 1~2개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쓰기엔 별로였다.

속성이 화염으로 고정된다는 것. 달리 말하자면 다른 속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거 안 좋아. 약점을 만드는 꼴이잖아.’

특성이 화염(S)도 끌리지 않다. 나는 뇌전을 사용할 수 있고, 천마신공도 있다.

능력치 상승은 좋으나 착용하면 귀속된다. 빼앗길 일은 없지만, 벗을 수도 없게 된다는 뜻이다.

신좌, 불의 거인의 관심? 나는 이미 최고로 손꼽히는 천공의 주인과 계약했다.

‘불의 거인이면… 이프리트잖아. 좆밥 신좌네.’

이딴 물건이 SS 랭크란 게 믿어지지 않았다.

“팔찌 하나 들고 뭐하냐?”

카샤가 다가왔다. 눈을 잔뜩 찌푸린 짜증의 화신같은 표정이다. 알몸인 그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했다. 익숙해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끌어안으며 그녀에게 팔찌를 보여주었다.

“자, 이거 봐. 갖고 싶지 않냐?”

“뭐, 팔면 비쌀 것 같긴 하네에에에엣?!”

시큰둥하던 그녀가 팔찌의 정보를 확인하고 두 눈을 번쩍떴다.

“더, 더블 에스 랭크…!”

초월을 뜻하는 EX 랭크를 제외하고 SSS 랭크 바로 아래가 SS 랭크다.

평범한 일반인은 평생 가도 S 랭크를 구경조차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SS 랭크는 어마어마하다.

“카샤. 이걸 네게 줄 수 있어.”

그녀의 귓가에 은근하게 속삭였다.

카샤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꿀꺽. 목울대까지 움직였다.

“거, 거짓말. 내가 속을 줄 알고? 어차피 니 새끼의 장난일게 뻔하지.”

“진짜 줄 수 있어. 넌 어차피 나한테 종속된 좆집이니까. 즉, 나를 배신할 수 없다는 뜻이지. 넌 내거고, 네가 강해지면 내가 강해지는 거야. 알아들었어?”

이걸 판매하는 건 괜한 이목만 끄는 꼴이다.

나의 또 다른 좆집인 유서희에게 줘봤자 잘 다루지도 못할 것이고, 주서현에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줄 사람은 생각나지 않는다. 강명진? 내가 미쳤다고 이걸 주냐.

“지, 진짜 이걸 나한테 준다고…?”

“갖고 싶지?”

“갖고 싶어…. 하아…. 하아, 하아….”

카샤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숨까지 뜨거워졌다.

그녀는 도적이다.

검기를 쓸 수 있지만 이 세계는 신좌와 시스템이 존재한다. 현실이면 몰라도 이 세계에서 검기는 별로 크게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세계를 뒤져보면 카샤 정도의 도적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이 팔찌를 손에 넣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녀의 인생이 180도 바뀐다. 한 순간에 슈퍼 루키가 되고, 유명한 레기온은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화염(S)는 뇌전을 가진 내겐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겐 아니거든.’

참고로 내가 가진 뇌전은 A 랭크이고 천마신공은 S랭크이다.

이 팔찌 하나로 단숨에 S랭크 특성을 가지는 것이다. 비록 다른 속성은 익히지도 못하게 되지만.

“조건이 있어.”

카샤의 눈앞에서 팔찌를 흔들었다. 붉은 눈동자가 팔찌를 따라 움직인다.

“조건…?”

“내 좆집이 되는 거야.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으로 내 전용 불꽃 좆집이 되겠다고 맹세한다면 팔찌를 줄게.”

“이 새끼…!”

카샤가 나를 쳐다봤다.

아차 했다.

‘너무 노골적이었나? 도적이라 탐욕이 강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녀는 내 생각과 달리 씨익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나 한테 홀딱 반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엄청난 걸 줄 리가 없지. 좆집이니 뭐니하더니… 결국 날 갖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머저리 같은 년. 하긴 머리가 멍청하니 도적 같은 짓을 하겠지.’

카샤의 생각을 아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카샤는 이미 내게 종속된 좆집이다. 이미 잡은 물고기다. 노예나 다름없다. 잘해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려 SS랭크짜리 끝내주는 팔찌를 준다? 카샤처럼 생각할 여지도 생긴다.

“음. 내 전용 불꽃 좆집이 되겠다는 거지?”

“새끼. 말 존나 더럽게 하네. 그래도 뭐… 나도 입이 좀 더럽긴 하니까. 이해해줄게. 오늘부터 1일?”

“……어. 1일.”

나는 그녀의 어깨를 쥐고 있던 손을 내렸다. 가슴을 쥐고 유두를 만졌는데도 카샤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보지를 만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걸 하라고…? 좋아. 어울려 줄게.”

카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로 입을 우물거리더니 말했다.

“나, 카샤 나크비는 천마님 전용의 불꽃 좆집입니다!”

그러면서 내 몸에 매달려 자신의 보지 속으로 내 자지를 넣었다.

“하응!”

불보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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