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 296. 신의 아틀란티스
296. 신의 아틀란티스
나는 눈앞의 미라들을 향해 권기로 일렁이는 주먹을 들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천마기가 정면으로 뻗어나갔다. 천마기에 닿은 미라들이 몸의 일부를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미라를 밟으며 강으로 향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수많은 미라들이 나를 향해 손을 내뻗었으나,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잡지 못했다. 어쩌다 내 어깨나 몸을 붙잡더라도 막지는 못했다. 내가 주먹을 전력으로 휘두르면 미라는 가벼운 스티로폼처럼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많아.’
나를 가로 막는 미라를 마구잡이로 공격할 수 없다. 공격하더라도 미라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을 재생해서 일어난다. 그에 반해 나의 마나는 한정적이다. 이후에 아누비스와의 전투를 생각하면 마나를 아껴야 한다.
기감에 무언가 잡혔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불덩어리는 내가 아니라 내 정면에 있는 미라에게 떨어졌다.
미라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불길은 밀집되어 있던 미라들의 몸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냥 불꽃이 아니야! 카샤의 불꽃이다!’
화력이 어찌나 강한지 미라들은 빠르게 숯덩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카샤의 지원 덕분에 보다 쉽게 강 쪽으로 갈 수 있었다. 물론 강에서는 미라가 계속해서 걸어 나오고 있다.
“거기 서라!”
내 뒤를 쫓아오는 남자가 있었다. 턱에 지저분한 수염이 난 남자, 부두목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따라오는 거냐?!”
내가 향하는 곳은 사지(死地)다. 나를 증오하고 있는 아마드가 나를 쫓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마드의 눈에는 내가 자살하러 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네놈을 추적하면서 알았다. 네놈은 피라미드에 대해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걸! 피라미드에 있는 함정과 몬스터를 꿰뚫어 보고 있었지!”
“…그래서?”
부두목이 나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의 왼손에서 쇠사슬이 나를 향해 뻗어 나온다. 스킬 아니면 고유 특성 일 것이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미끄러지듯이 움직여 쇠사슬을 피했다. 쇠사슬은 내가 피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부두목의 왼손에서 다시 뻗어 나온다.
“네놈이 직문을 직접 열었고, 강에서 나오는 수 만의 미라를 봤을 때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넌 지금의 상황도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도 미끼로 사용해 미라를 분산시키기 위해서겠지!”
나는 부두목이 머리가 꽤 좋은 놈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랑 같이 죽으려고 따라오는 건 아니겠고… 날 그렇게 죽이고 싶나?”
“그래. 죽이고 싶다! 너를 죽이고 네가 얻으려는 것을 내가 가로챌 거다! 너는 죽으러 가는게 아니다.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물건을 얻으러 가는 거겠지. 아니, 물건이 아니라 힘일 수도 있겠군!”
부두목이 웃는다.
탐욕으로 가득 찬 그 미소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음대로 해라. 멍청아.”
머리가 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다. 부두목은 탐욕에 눈이 멀었다.
“귀찮게 하지 마라.”
쇠사슬을 피하며 부두목에게 경고했다. 부두목을 죽이지 않는 것은 놈과 싸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나는 강의 유독 미라가 없는 부분으로 향했다.
찰박찰박!
검은 강물을 밟으며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강 속이냐! 강 속에 있는 거냐! 널 죽이고 내가 얻겠다!”
뒤에서 쇠사슬이 날아와 내 왼쪽 팔목을 챙챙 감았다. 발아래에서 나오는 미라 때문에 발이 꼬여서 피하지 못했다.
부두목이 사슬을 잡아 당겼다.
‘사슬을 풀거나 자르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
나는 도리어 사슬을 당기며 강속으로 들어갔다.
“어, 어어?!”
부두목이 당황하며 딸려온다.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부두목 보다 힘이 세다. 내 쪽이 근력 능력치가 더 높은 게 확실하다. 또 나는 천마지체(A)를 가지고 있다.
“제길! 내가 놓을 줄 알고?!”
부두목은 끝까지 사슬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사슬을 잡고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나는 검은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숨이 막히지 않았다. 호흡을 할 수 있었다. [물의 축복]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기분 나쁘군. 강물이 분명한데 진흙처럼 온몸에 달라붙고 있는 듯한 감각이야.’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검은 강물이었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황금빛을 내뿜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황금빛을 향해 헤엄쳤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이 강물 자체가 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 같은 건 아니니 참자.’
원작의 정보에 따르면 오래 들어가 있지 않거나, 물을 마시지 않으면 크게 문제 없다고 한다.
무언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게 쇠사슬임이 알았다. 왼손으로만 쇠사슬을 던질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쇠사슬은 황금빛을 감쌌다. 황금빛이 이쪽으로 빠르게 오고 있다. 황금빛이 가가워지자 그것의 형태를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건 관이었다.
돌을 깎아 만든 관이 황금빛을 내뿜고 있었다.
‘잡는다!’
관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 왼팔에 감겨있던 사슬이 나를 옆으로 장겨다겼다. 오른손은 관을 잡지 못했다.
‘…아나.’
왼팔의 사슬이 사라졌다. 황금빛의 관은 점점 멀어진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멀어지는 관을 향해 헤엄쳤다.
첨벙!
강 밖으로 나왔을 때, 부두목이 관을 열고 있었다. 강물 밖으로 나온 석관은 황금빛을 내지 않았다.
나는 뚜벅뚜벅 걸어서 부두목을 향해 걸어갔다.
부두목은 관속에 있는 미라를 꺼냈다. 그 미라는 황금 가면을 쓰고 있었다.
황금 가면을 손으로 붙잡아 미라의 머리에서 뜯어낸 부두목의 입가가 찢어진다.
“하하하하하하! SSS 랭크의 보물! 이런 보물을 내가 가지게 될 줄이야!”
“관두고 그거 넘겨라. 어차피 넌 못 견뎌. 후회할 짓은 하지 말고 내게 넘겨.”
“후회?! 이건 이미 내 손에 들어왔다! 내 것이다!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할 게 될 거다!”
부두목이 황금 가면을 머리에 썼다.
나는 옆에서 달려드는 미라를 발로차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
“하하하하하하하!”
부두목이 웃는다. 강한 힘을 얻은 자의 기쁨이리라.
그러나 그 웃음이 비명으로 바뀌기 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두목이 팔을 휘저었다. 황금 가면을 벗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황금 가면은 벗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부두목의 몸이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몸의 수분이란 수분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부두목은 죽었다.
“관두라니까.”
나는 황금 가면을 벗기고 손에 쥐었다. 주위의 미라들은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황금 가면을 쓰고 있을 땐 어떤 저주도 통하지 않는다.
죽은 자가 된다.
마나가 50 상승한다.
마나 수치에 따라 언데드를 조종할 수 있다. 단, 미라는 관계없이 조종할 수 있다.
착용자의 정신을 파괴한다. 정신이 멀쩡하면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다. 허나 정신이 파괴 되면 미라로 전락한다.
랭크: SSS」
부두목이 죽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왔던 정보대로 정신이 파괴 된 것이다.
부두목은 탐욕에 눈이 멀었고, 자기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 정신력이 강하다면 황금 가면의 정신 파괴를 견딜 수 있다. 허나 그 정도의 정신력을 아무나 갖는게 아니다.
‘인간은 버티는 게 불가능해. 최소 S 랭크 수준의 정신 방어 특성, 스킬, 아이템 같은게 없다면 말이야.’
원작의 강명진은 정신 방어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황금 가면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유희 생활 어플로 얻은 정신 내성 특성이 있지.’
정신 내성 Lv. 5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 모르지만 최소 SS 랭크는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황금 가면이 기대합니다.」
신좌, 황금 가면.
투탕카멘.
이 황금 가면의 진짜 주인이 나의 파멸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누비스도 내 파멸을 기대하고 있지.’
마천의 왕과 천공의 주인은 조용했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내 정신이 여기서 껶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들의 무반응이 내게 확신을 주고 있다.
황금 가면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내 주위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미라들을 향해 선언했다.
“나는… 리치킹이 될 것이다!”
황금 가면을 썼다.
죽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죽음은 나를 삼키려고 했으나. 내 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황금 가면이 경악합니다.」
「말도 안 되는….?수 천 개의 죽음을 일개 인간이 버텼다고!?」
황금 가면의 본래 주인이 경악한다.
내가 오른손을 들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미라들이 내게 부복했다.
카샤와 아마드를 비롯한 도적들을 습격하던 미라들, 계속해서 검은 강물에서 나오는 미라들도 모두 예외 없이 나를 향해 바닥을 엎드렸다.
미라의 제어권은 아누비스가 아닌 내게 있었다.
‘심장이 뛰지 않는군.’
나는 황금 가면의 효과대로 죽은 자가 되었다.
「당신은 죽었지만 살아 있습니다.」
「산자이면서도 죽은 자입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불사자(不死者)’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나는 피라미드 위에 있는 아누비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오른 검지로 아누비스를 가리켰다.
“죽여라!”
7만의 미라 군대가 아누비스를 향해 진격한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힘을 사용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僞)의 힘이 강해집니다.」
아누비스의 몸이 더욱더 거대해졌다. 벌써 6M가 넘을 정도다.
아누비스가 덩달아 커진 지팡이를 지면에 바닥을 찍었다.
피라미드 주위에 보라색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은 미라들을 태웠다.
‘…미라들이 재생을 안 하잖아. 평범한 불길이 아니군.’
아누비스가 이번엔 내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僞)이 당신에게 쇠약을 저주를 겁니다.」
「당신에겐 저주가 통하지 않습니다.」
황금 가면의 효과다. 이걸 쓰고 있을 때, 나한테는 어떤 저주도 통하지 않는다. 신좌가 직접 나타나 저주를 내리지 않는 한은 말이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힘을 사용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僞)의 힘이 강해집니다.」
아누비스의 몸이 더욱 커진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누비스는 어느새 10M가 넘었다.
저주가 통하지 않은 걸 안 아누비스는 직접 움직였다. 그의 커다란 발이 피라미드를 밟을 때마다, 피라미드는 부서지고 금이 갔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힘을 사용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僞)의 힘이 강해집니다.」
12M.
4층짜리 건물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불길이 꺼지고 미라들이 거대해진 아누비스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아누비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미라는 아누비스의 발걸음을 1초도 막지 못했다. 나는 기겁했다. 원작의 아누비스는 미라들에게 당해 죽지만, 눈앞에 아누비스는 더욱더 몸을 키우고 있다.
“저게 뭐야! 이건 사기잖아! 시스템 뭐하냐! 어!?”
「개입 중입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은 막대한 근원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에게 다시금 경고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망할.”
가면 속의 내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근원력.
신이 신으로서 있을 수 있는 힘이자, 존재 그 자체.
근원력을 사용한다는 건 전력을 다해서 나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어.’
시스템은 근원력까지 쓴 삶과 죽음의 순환의 현계를 막고 있었다. 놈이 현계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신좌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신좌다.
“천공의 주인이시여! 나를 도와주소서!”
「천공의 주인이 시큰둥하게 쳐다봅니다.」
나는 천공의 주인이 이걸 위기로도 보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이유는 짐작이 가지. 제우스의 눈에는 삶과 죽음의 순환은 동네 개새끼나 다름없으니까.’
제우스는 신좌인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개무시 하고 있는 것이다. 제우스는 이 정도는 당연히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타겟을 바꿨다.
“마천의 왕!”
「마천의 왕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나는 너의 기분 좆같은 시련을 돌파했다! 시련의 보상 치고는 굉장히 짜다는 걸 알고 있지? 지금 당장 보상해라! 당시에 내가 입었던 정신적 충격…! 그 보상을 지금 하라고!”
「마천의 왕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시련의 보상은 이미 끝난 일이다. 난 시스템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을 지불했다.”」
쿵! 쿵! 쿵!
점점 다가온다. 아누비스는 어느새 20M 크기가 되어 있었다.
“시발! 천마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기 전에 도우라고!”
나는 두 개의 상태창이 있다.
뇌절사와 천마.
어떤 상태창을 선택 하냐는 것은 내 마음대로다. 천마를 아예 버리고 뇌절사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럼 마천의 왕은 나가리가 된다.
“천공의 주인이시여! 전 마천 어쩌고를 버리고 천공의 주인님만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관심을 보입니다.」
「마천의 왕이 눈이 커집니다.」
“씨발! 3초 준다! 정확히 3초 안에 안 도와주면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천마 같은 거 안 한다!”
「마천의 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마천의 왕이 다급하게 시스템을 호출합니다.」
「시스템은 바쁩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