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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7 - 297. 신의 아틀란티스 (77/2,000)

〈 297화 〉 297. 신의 아틀란티스

297. 신의 아틀란티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제안합니다!」

「시스템이 제안을 검토합니다.」

「특수 상황인 것을 감안하며 일시적으로 마천의 왕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힘을 부여하려 합니다. 거절하시겠습니까?」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내건 제안의 목적은 뻔하다. 시스템의 허락하에 정당한 방식으로 내게 힘을 주는 것.

‘시스템을 무시하고 움직이면 마천의 왕에게도 예외 없이 제재가 가해지니까.’

제재를 피하기 위해 시스템에게 무언가 제안을 했고, 시스템은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나는 막상 상황이 닥치자 껄끄러움을 느꼈다.

‘이 새끼 또 수작을 부리는 거 아니야?’

꺼림칙하다. 나는 마천의 왕을 전혀 신용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긴박하다. 거대해진 아누비스가 내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마천의 왕! 혹시 이번에도 수작을 부릴 생각이냐?!”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마천의 왕이 고개를 젓습니다.」

「이번에는 그저 너를 돕겠다.」

「나는 너와 계약한 신좌다.」

계약 신좌니 자신을 믿으라는 뜻으로 보였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보이는 대로 믿지 않았다.

“이번에도 수작을 부리면 국물도 없을 거다.”

「마천의 왕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네 이름이 뭔데?”

「마천의 왕이 자신은 마천의 왕이라 합니다.」

“……마천의 왕의 힘을 받겠다.”

「마천의 왕의 힘이 일시적으로 당신에게 부여됩니다.」

스스스스스스스스.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내 몸속에서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천마신공의 천마기였다.

‘천마기를… 제어할 수 없어! 너무 많아!’

내 제어 범위를 한참이나 넘어선 힘이다.

‘시발! 마천의 왕한테 또 속…은건 아닌 것 같네?’

제어할 수 없는 천마기는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몸을 감싸고 강화시켰다. 내 몸에서 시커먼 오오라가 흘려 나오고 있다.

「일시적으로 천마신공(S)의 랭크가 SSS 랭크로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천마지체(A)의 랭크가 SSS 랭크로 상승합니다.」

내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힘에 기분이 고조되었다. 나는 내가 정확히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모른다. 다만 눈앞에 내게 걸어오는 아누비스가 가소로워 보였다.

오른 주먹을 들어올렸다. 시커먼 천마기가 주먹에 모여들었다.

몸속에서 화산의 용암처럼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는 천마기의 양은 내 제어 범위를 넘어섰다. 그건 확실하다. 그러나 파괴적인 천마기는 조금도 날 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가 이미 천마기에게 내 명령을 따르라는 명령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누비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내 몸보다 커다란 용이 뻗어나간다. 흑룡은 정면에 있던 미라들을 모조리 소멸시키며 아누비스의 몸통에 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고막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울렸다. 그러나 아누비스는 뒤로 몇 발자국 물려 났을 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효과는 있다. 놈이 상처를 입었어. 5방 정도 더 먹이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삶과 죽음의 순환이 힘을 사용합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僞)의 힘이 강해집니다.」

아누비스의 상처가 사라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누비스의 몸이 더 커졌다. 놈은 벌써 25M 크기다.

1층 높이가 3m라고 한다면 아파트 8층 크기라 할 수 있다.

나는 놈을 노려보며 다시 공격하기 위해 주먹을 쥐다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 왜 나를 그렇게 까지 죽이려 하는 거냐?!”

어차피 위신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아누비스의 삶과 죽음의 순환에게 물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나는 네가 8,111 구역에 입장했을 때부터 지켜보았다.」

생각해보면 8,111 구역에 입장했을 때 그가 나를 본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 이후로 놈과 관련된 메시지가 뜨지 않았기에 잊고 있었다.

“날 지켜봤다고? 그런데? 난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

난 함정을 돌파하고 위신을 죽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올바른 공략의 과정이다. 부정을 저지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시스템이 내게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확실한 증거다.

「나는 너를 지켜보고 판단을 내렸다.」

「너의 힘, 너의 지식,?너의 성격, 너의 죄.」

「그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 너는 이 아틀란티스에 거대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을!」

“이 미친 새끼. 혹시 미래라도 볼 수 있냐? 어?”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신좌는 존재한다. 하지만 아틀란티스 세계에서 그 힘은 크게 제약된다. 시스템의 존재, 그리고 다른 신좌들 때문이다.

이 아틀란티스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신들의 유희 때문이니까. 미래 발설은 일종의 스포일러. 유희를 즐기는 신좌들에겐 썩 반갑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삶과 죽음의 순환에게 미래를 보는 힘 따윈 없어.’

설령 그런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보는 힘은 절대적이지 않다.

미래를 관측한 순간부터 다른 미래로 바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암무트가 너의 죄를 감당하지 못했다.」

「비록 위신이라 할지라도 암무트는 죄를 측정하는 신이다.」

「설령 국가를 멸망시키는 죄인이라 하더라도 암무트를 터져 죽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암무트는 너의 죄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었다.」

「너는 최소 대륙을 망칠 정도의 죄를 범한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이 대륙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계가 너 때문에 망가질지도 모른다.」

「이 대륙에는 선량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그들의 삶을 네가 망치게 할 수 없다. 비록 이 대륙이 신의 노름판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 자들이다.」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콰아아아앙!

한방 맞은 아누비스의 몸이 휘청거렸다.

“즉,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군. 잘됐네. 나도 네가 마음에 안 들거든.”

아누비스가 내게 손을 내뻗었다.

보라색의 불길이 내 주위에 일어났다. 미라들이 1초도 견디지 못하고 재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화력의 불길이었다. 그러나 그 불길은 내 몸에서 줄줄 흐르고 있는 천마기를 태우지 못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외칩니다.」

「시스템이여! 나를 막지 마라! 이 모든 것은 아틀란티스를, 더 나아가 다른 세계를 위한 것임을 모르는 건가!」

「시스템이 삶과 죽음의 순환에게 경고합니다! 룰은 지켜져야 합니다!」

「마천의 왕이여! 정녕 이 인간을 지원할 생각인가! 이 인간은 세계의 파멸을 몰고 올 수 있는 자다! 여기서 없애야 한다!」

「마천의 왕이 키득키득 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이여! 그대는 세계를 수호하는 선신이 아닌가! 어찌하여 그저 보고만 있는가!」

「천공의 주인이 삶과 죽음의 순환을 비웃습니다.」

「이 인간을 지켜보고 있는 신좌들이여! 그대들은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

「떨어진 별이 혀를 내밀며 메롱합니다.」

「달의 꽃이 한심해 합니다.」

「황금 수집가는 황금 가면이 탐납니다.」

「태양의 대적자는 침묵합니다.」

“추하기는.”

나는 피식 웃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은 방금 신좌들에게 협력을 구한 것이다. 나를 죽이는데 부족함을 느낀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신좌들은 아누비스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지척까지 다가온 아누비스가 나를 향해 거대한 지팡이를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땅을 지배하고, 하늘을 영역으로 삼는다. 따라서 나는 세계에 군림한다.

내가 앞으로 한 발 내딛었을 때, 나는 아누비스의 머리 앞에 나타나 허공에 서있었다. 빠르게 움직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말 그대로 공간을 넘어 이동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적공(寂空).

아누비스의 콧등을 때렸다.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아누비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누비스는 쓰러지면서 내게 지팡이를 휘두른다.

나는 허공에서 일보를 내딛었다. 내 몸이 쓰러진 아누비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잘가라.”

아누비스의 머리를 때려부수려는 순간이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힘을 사용합니다.」

「시스템이 삶과 죽음의 순환을 제압합니다.」

“커억!”

알 수 없는 힘이 발생해 내 복부를 떄렸다. 그 강대한 힘은 나를 하늘 위로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것을 이를 깨물어 버텼다.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하늘에 똑바로 서서 아누비스를 내려다 봤다. 피가 입 밖으로 울컥 튀어나왔지만 몸 상태는 정상이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직접 개입했나. 내상을 입었는데 바로 나았어. 마천의 왕이 힘 덕분인가.’

천마신공(天魔神功) 마룡주(魔龍珠).

내 손바닥 위에 검은 구슬이 나타났다. 나는 검은 구슬에 천마기를 넣었다. 검은 구슬은 무척이나 탐욕스러웠다. 현재 지금 내가 가진 천마기의 9할 이상을 흡수했는데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구슬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래에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아누비스가 나를 향해 지팡이를 투척했다.

떨어지는 검은 구슬과 30M에 달하는 거대한 지팡이가 부딪혔다.

지팡이는 검은 구슬을 박살내기는커녕 밀어내지도 못했다. 도리어 지팡이가 쩌적 갈라지더니 파괴되었다.

그리고 구슬은 아누비스에게 떨어지더니 폭발했다. 검은 구슬 속에서 천마기로 이루어진 7마리의 마룡들이 나타났다. 마룡들은 아누비스의 거대한 몸을 물어뜯으며 찢어 발겼다.

아누비스가 빛이 되어 사라지자, 마룡들도 모습을 감추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분노 합니다」

「시스템이 삶과 죽음의 순환을 아틀란티스에서 추방합니다.」

‘추방인가. 앞으로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볼 일은 없겠군.’

나는 천마군림보를 사용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마천의 왕의 힘이 사라집니다.」

「천마신공과 천마지체의 랭크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힘에 대한 미련은 가볍게 털어냈다.

어차피 이건 원래부터 내 힘이 아니었다. 아쉬움은 별로 없었다. 마천의 왕의 힘이라 오히려 꺼림칙했으니까.

‘이 공간의 붕괴도 시작되고 있군. 앞으로 3분이면 돌아가겠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내 목적은 위신인 아누비스가 죽으면서 남겼을 물건을 찾는 것이다.

그건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검은색 십자가 형태였는데 윗부분에는 동그란 원형의 고리가 있었다.

‘원작은 아누비스의 지팡이가 나왔는데…. 암무트 때와 같군.’

내가 그것을 오른손으로 쥐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내 손등에 달려들어 흡수되었다. 깜짝 놀란 내가 오른손을 흔들었으나, 이미 늦었다. 내 손등에 그것의 검은 문양이 새겨졌다.

오른 손등의 문양은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그러나 내가 문양이 나타나기를 원하자 다시 문양이 나타났다.

‘위험한 건 아닌 것 같네. 황금 가면을 쓰고 있으니 저주는 통하지 않을 테고. 정보 확인 할 수 있나?’

「블랙 앙크

1회에 한해 죽음에서 소생한다.

랭크: SS」

‘그러니까 이건 여분의 목숨이군.’

어차피 줘도 쓰지 못하는 아누비스의 지팡이보다 훨씬 좋다. 갑자기 사고로 돌연사 하더라도 한 번은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 아닌가.

‘물건의 형태가 아니라서 아쉽군. 나중에 광명승천도로 강화하면 2회 소생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 무언가 꺼림칙한 시선이 느껴졌다.

「검은 파라오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마천의 왕이 정색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경계합니다.」

「검은 파라오가 떠났습니다.」

‘검은 파라오?’

처음 들어보는 신좌다.

마천의 왕과 천공의 주인의 반응을 보면 삶과 죽음의 순환같은 어중이 떠중이 같은 신좌가 아닌 모양이다.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검은 앙크와 관게 있는 신좌인가.’

어쩌면 검은 앙크의 주인이 검은 파라오 일지도 모른다.

“자기야!”

저 멀리서 카샤가 나를 부르며 뛰어온다. 그러나 그녀가 나한테 다가오는 것보다 먼저 공간이 부서졌다. 나와 카샤, 그리고 아마드와 도적들은 원래의 피라미드 정상 내부로 돌아왔다.

석문 안에 있는 방에는 낡은 왕좌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제 8,111 구역, 낙일의 산의 지배권을 얻었습니다.」

「‘파라오’ 칭호가 주어집니다.」

「근력, 체력, 마나 능력치가 1 상승 합니다.」

「30,000 AP를 획득합니다.」

「낙일의 산의 지배자로서 30일 마다 13,000 AP를 획득합니다.

「히든 구역 공략 완료 특전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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