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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 301. 신의 아틀란티스 (81/2,000)

〈 301화 〉 301. 신의 아틀란티스

301. 신의 아틀란티스

제 601 구역, 붉은 안개 성은 제 2구역인 오늘의 도시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구역의 크기는 마을과 도시의 중간 수준이다. 구역의 영역은 성 아래에 있는 마을 근처에 있는 작은 숲이다.

시작의 도시에서 가까이 있는 구역임에도, 붉은 안개 성이 지금까지 공략되지 않은 것에는 3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입장 조건. 601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 정보를 아는 인물이 없었다.

활동하는 레기온들은 601 구역의 입장 조건을 조사하고 공략하는 것보다 근처에 있는 다른 구역을 공략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높은 난이도. 제법 이름을 떨친 중간 규모의 레기온이 우연히 601 구역의 입장 조건을 충족하고 공략을 실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은 601 구역에서 전멸했기에 입장 조건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601 구역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실력에 자신 있는 레기온들도 정보가 아예 없는 601 구역은 피했다.

세 번째는 지금에 와서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 아틀란티스 초기 시절에는 오늘의 도시가 거점이었지만, 2,000개 이상의 구역이 확보되어 있는 지금 오늘의 도시는 시작 지점에 불구했다. 다른 명성 있는 레기온들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점을 잡고 활동하고 있다.

‘여길 공략하고 뭘 얻을 수 있는지 알면 앞다투어 공략을 시도했겠지만….’

그러나 레기온들은 여길 내버려두기를 결정했다. 나중에 강해지면 여길 공략할 속셈이었겠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져 있다.

“으스스 하네요….”

이민정이 강명진의 옷자락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고, 4개 이상의 숏소드를 장비하고 있다.

이민정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다. 그러나 가끔씩 어딘가 섬뜩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가슴은 A컵으로 납작하다.

“전원 말했던 대로 움직여라.”

강명진은 방천화극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우리들의 시선이 강명진이 보고 있는 정면으로 향한다.

앞에는 성과 마을이 있었다. 조용하고 큰 마을 위에 커다란 성이 자리잡고 있다. 성의 주위에는 붉은 안개가 끼여 있어서 멀리서 보기에는 자세한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걱정 하지 마. 작전은 몇 번이나 숙지했으니까.”

나를 제외한 레기온 일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명진은 정면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허나 그의 발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투명한 벽이 그의 걸음을 막아낸 것이다.

「제 601 구역, 피의 안개 성에 입장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합니다.」

강명진은 주머니를 꺼냈다. 사람 주먹만 한 그 주머니에서 녹색의 애벌레를 꺼냈다. 총 6마리의 애벌레가 강명진의 손바닥 위에서 꿈틀거렸다.

강명진은 애벌레의 숫자를 눈으로 세고는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애벌레를 밟아 죽였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제 601 구역, 피의 안개 성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여섯의 생명.

그것이 제 601 구역, 피의 안개 성에 입장하기 위한 조건이다.

물론 애벌레가 아니어도 된다. 이 구역 근처에서 6개의 생명, 그러니까 인간이나 짐승의 목숨이라도 상관없다. 일정 시간 내에 6개의 생명을 없애기만 하면 조건은 충족된다.

“여긴 위험한 곳이다.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강명진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 오십시오! 낮달 마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마을에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거의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몸이 비쩍 말라 있고 두 눈이 퀭하다. 한눈에 보더라도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406 구역, 낙일의 산과 비슷한 경우지. 이 구역은 공략하기 전까지 개방되지 않으니 마을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공략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거야.’

공략되지 않은 구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우린 이 구역을 공략하기 위해 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누군가 이 구역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강명진이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의 뒤에서 주위를 경계했다.

사람들 무리 속에서 한 명의 여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창백한 피부를 가진 그 여자는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몸이 비쩍 말라 있었다.

‘얼굴은 미형인데… 나뭇가지처럼 말랐잖아.’

말라도 너무 말랐다. 내 자지가 서지 않을 정도다. 조금 더 살이 붙었다면 내 거시기가 좋아했을 것을.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저희는 구원자님들을 오랫동안 가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를 구원해주세요.”

사람들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사태였으나 우리들 중에서 당황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강명진으로부터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경계를 하라는 주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어나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저희는 공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강명진이 말했고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에 우리는 여자를 따라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향했다.

???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의 주인, 창백한 피부에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제이니는 우리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최소 20인분은 될 것 같은 스테이크를 포함한 화려한 요리들, 우리의 심경을 거스리지 않게 위해 행하는 태도, 향기만으로도 취할 것 같은 고급 포도주.

우리는 그 요리들을 경계하며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제이니로부터 이 구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제이니는 창밖을 보고 멈칫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해가 저물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플랜 레기온 여러분,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내시고 내일 낮부터 공략하는 걸 추천 드리겠습니다. 붉은 안개 성에 있는 자들은 모두 흡혈귀…. 그들은 해가 없는 밤에 강해집니다.”

“오늘 밤은 신세지겠습니다.”

“신세라니요…. 여러분은 우리들을 구원하시고 이 구역의 지배자가 되실 분들…. 저희가 여러분을 모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고 방 한 곳에 모였다. 강명진과 유인하는 의자에 앉았고, 주서현과 이민정이 왼쪽 침대, 나와 유서희가 오른쪽 침대에 걸터앉아 중심에 있는 강명진을 쳐다봤다.

“그녀가 말한 정보를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원작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모든 걸 알고 있는 강명진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의 목적이 우리들에게 정보를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경험을 겪게 해주려는 것임을 알았다.

나중에 가면 강명진 혼자서 해쳐나갈 수 없게 된다. 그때를 대비해 레기온의 일원들을 키우려는 것이다.

강명진이 이민정을 쳐다봤다. 이민정이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어…, 그… 흡혈귀니까 해가 떠있는 낮에 가서 말뚝을 박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민정.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현대의 지식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이 세계의 흡혈귀와 현대에 알려진 흡혈귀가 똑같은 괴물일 확률은 크지 않다.”

“…죄송해요. 명진 오빠.”

“널 탓하려는 게 아니다. 현대와 이 세계가 다르다는 걸 잊지 마라.”

다음으로 강명진의 시선이 주서현에게 향했다.

“……그 흡혈귀라는 것들은 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어. 그럼 천천히 하나씩 처리하고 도망치면 되잖아.”

“히트 앤 런.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에 대한 구조를 전혀 모른다. 또한 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니다.”

“…….”

주서현이 입을 다물었다. 강명진은 옆에 앉아 있는 유인하에게 물었다.

“유인하. 너는?”

유인하는 내게 범해지고 조교되는 유서희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했다. 그로인해 유인하는 여자를 싫어하고 기피하게 되었다. 약간이지만 여자를 혐오하기도 한다.

“……그 여자는 믿을 수 없습니다. 친절이 과도합니다. 그리고 수상합니다. 식사 때 많은 음식과 고기를 저희에게 대접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의 몸을 보면 비쩍 곪아 있습니다. 많은 음식들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마을 주민들은 말라 있으니…. 수상해도 너무 수상합니다. 그 여자가 하는 말은 거짓일지도 모릅니다.”

“유인하. 네 말이 맞다. 그녀가 말해준 정보 일부는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그녀를 신뢰할 수 없는 건…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

강명진의 말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강명진은 얼마 전, 우리에게 자신이 정보를 알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강명진이 보여준 태도와 행동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강명진은 제이니가 말한 거짓 정보를 알려준 뒤에 유서희에게 의견을 물었다.

“유서희.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어…. 명진 씨랑 유진 씨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그래.”

강명진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유서희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유서희는 전투나 공략에 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전투 능력도 우리들 중에서 가장 떨어진다. 다만 가진 능력이 침묵과 유혹으로 전투에 꽤 도움이 된다.

나는 은근슬쩍 유서희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강명진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민정은 강명진만 쳐다보고 있고, 주서현과는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이니 들켜도 상관없었다.

“성유진. 네 의견은?”

“성을 감싸고 있는 붉은 안개. 딱 봐도 평범한 안개가 아니잖아. 그게 신경쓰여. 독일 가능성도 높고… 어쩌면 저주일 수도 있겠지. 그 여자는 붉은 안개에 대해서는 어물쩍 거리며 넘어갔지.”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내가 직접 생각해서 말하는 건 아니었다. 원작을 통해서 본 강명진이 생각하는 걸 입 밖으로 읊는 것뿐이다.

“…그리고 네 말대로 그 여자가 인간이 아니라면… 흡혈귀인 가능성이 높겠지. 아까 주의 깊게 봤는데 인간이었어. 하지만 네 말이 틀릴 일도 없겠지. 그러니 내 생각에 여기 마을 주민들은… 낮에는 인간이고, 밤에는 흡혈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역시… 성유진이군.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똑같다.”

나를 보는 강명진의 두 눈에 감탄의 빛이 서린다.

“성유진의 말대로 이 마을의 주민들은 밤이 되면 흡혈귀로 변한다. 우리의 적이 되는 거지.”

주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걸 미리 말하지 않았어? 그 정체가 흡혈귀라면 낮에 약해져 있을 때 죽이는 편이 낫잖아.”

“낮에는 인간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구원해달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주민들이 밤에 흡혈귀로 변하는 것은 성의 주인이 거는 저주 때문이다. 성의 주인을 죽이고 이 구역을 공략하면 주민들은 온전한 인간이 될 거다. 그러니 지금 말하겠다. 되도록 주민들을 죽이지 마라.”

“알았어.”

주서현을 필두로 다른 사람들도 대답했다.

‘강명진이 동정심 때문에 죽이라 말라한 건 아니야. 강명진은 동료는 버리지 않지만, 동료 외의 타인은 쉽게 버릴 수 있는 놈이니까.’

구역을 공략하고 지배권을 갖게 되면 이곳의 주민들은 재산이 된다.

‘주민이 많을수록 세금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지. 여차할 땐 주민들을 병사로 징집할 수도 있고.’

강명진은 우리들에게 자세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말했던 작전이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기 전까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강명진의 작전이 완전히 이해가 갔다.

“잠깐. 그럼 차라리 내일까지 여기서 버티고 낮에 공격하는 게 편하지 않아? 낮에는 약해진다며.”

주서현의 말은 타당했다. 그러나 강명진은 고개를 저었다.

“낮에 싸운다고 하더라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성내에서 싸우면 밤에서 싸우는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구역은 밤에 공략하면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 추가 보상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전에 해가 완전히 떨어졌다.

마을 주민들이 이 집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인하는 창문 밖을 쳐다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던 탓이리라. 아마도 유인하의 현재 머릿속에는 좀비 영화가 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마스터, 너무 많습니다.”

“예상 내다. 작전대로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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