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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 - 307. 신의 아틀란티스 (87/2,000)

〈 307화 〉 307. 신의 아틀란티스

307. 신의 아틀란티스

제 601 구역을 공략하고 에이플랜 레기온의 거점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 일주일은 가장 바쁜 일주일이라 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숫자가 제법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을 정해야 했고, 발 빠른 상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601 구역으로 발 빠르게 찾아와 에이플랜 레기온에 여러 제안을 했다.

우리들 중에서 눈 코 뜰 새 움직인 건 역시 에이플랜 레기온의 마스터인 강명진이다. 구역 근처에 자리 잡은 레기온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대형 레기온에게도 눈길을 끌었다. 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레기온의 자체의 힘만으로 601 구역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에이플랜 레기온은 흔히 말하는 슈퍼 루키. 즉, 탐나는 인재다.

‘될 수 있으면 레기온 전체를 삼키고 싶겠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다행히도 근처에 있는 대형 레기온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다른 레기온 일원들은 내부 정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나 같은 경우엔 강명진이 시키는 일 때문에 거의 성 밖에서 나돌아야 했다.

‘너무 부려먹히는 것 같아서 기분은 영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초반이니까. 에이플랜 레기온이 안정될 때까지는 나도 움직여야 돼. 그럼 에이플랜 레기온은 원작보다 더 빠르게 세력이 강해질 수 있겠지.’

그리고 현재 나는 「제 174 구역, 시원한 여름.」 이라는 601 구역의 근처에 있는 마을에 들어왔다.

수 천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 건물과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다. 시원한 여름이라는 이름답게 어딘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마을 한 쪽으로 걸어갔다. 길게 늘어져 있는 1층 건물이 있었다. 얼마나 대충 만들었는지 겉모습만 보자면 사람이 살기보다는 창고용의 건물 같았다.

나는 건물 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러자 건물 안에서 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루루 튀어나왔다.

죄다 가벼운 차림이었다. 상의는 어디 벗어 던졌는지 바지만 입고 있는 자도 있었고, 몸위에 누더기같은 옷을 대충 걸치고 있는 자도 있었다. 다만 그들의 손에는 공통적으로 흉흉한 무기가 들려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다가온 수염이 지저분한 중년 남자였다. 배가 툭 튀어나온 그는 커다란 할버드를 한 손에 가볍게 휘둘러 바닥을 쿵 찍었다.

“넌 뭔데 우리 레기온 본부에 멋대로 침입했냐?”

“멋대로 침입? 보다시피 나는 정면으로 당당히 걸어 왔다만?”

“저 앞에 결계가 쳐져 있으니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적혀 있잖아, 병신아.”

“아, 앞에 있던 그거? 글자가 개판이라서 어린애가 그린 낙서인줄 알았지.”

“지랄. 네 눈깔이 병신인거겠지.”

남자가 내게 신경질 적으로 담배꽁초를 던졌다. 나는 머리를 꺾었다. 담배꽁초가 내 머리 옆을 스쳐지나가며 땅에 떨어졌다. 담배꽁초의 재 일부가 내 머리에 닿았다.

나는 머리카락에 묻은 재를 털어냈다. 손가락에 묻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양의 재지만 묻은 건 묻은 거다.

‘결정했다.’

강명진은 되도록 좋게 해결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따라 대화를 한 번 정도는 시도 할 생각이었다.

‘전부 죽인다.’

이렇게 환영해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거이거 살기보소? 기분이 많이 나쁘셨나봐?”

“너희 타일런트 레기온은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나?”

“손님이라면 손닙답게 우리 규칙을 따라주셔야지. 그런데 정체가 뭐냐? 난 처음 보는데 누구 저 새끼 아는 사람?”

타일런트 레기온의 마스터, 타일런트가 주위에 있는 레기온 일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뎁쇼?”

“뭐, 저런 건방진 놈들이 한 둘입니까.”

“좀 쎈 고유 특성을 가진 놈들이 저렇게 행동하곤 하지. 저런 놈은 매로 교육해야 합니다.”

마스터는 다시 나를 돌아봤다.

“들었냐? 우린 널 몰라. 네 정체랑 찾아온 이유를 밝혀라. 이유에 따라선 봐줄 수도 있어.”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조금 구겨져 있는 그 종이는 난폭한 말이 적혀 있는 편지다.

“아, 그거. 우리가 보낸 거잖아.”

편지는 6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대충 요악하자면 이렇다.

뒤지기 싫으면 601 구역을 넘겨라.

“에이플랜 레기온에서 나왔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냐. 그럼 물 정도는 대접해줄 수 있었다만. 그런데 대답은? 언제 우리에게 601 구역을 바칠거냐? 우리는 당장 내일 까지 비워줬으면 좋겠지만 3일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

“대충 100년 정도 후에 줄게.”

“허?”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정 심심하면 지옥에서 기다려도 되고.”

“오우. 싸움 걸려 왔구만. 에이플랜 레기온 마스터는 창을 쓰는 놈이라고 했는데… 다른 동료들은 없는 거냐? 설마 혼자 왔냐?”

“너희들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 자, 지금부터 지옥 관광 서비스 시작합니다. 거부권은 없습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손에 든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에 넣고 두 주먹을 쥐었다.

파지지지직.

아스트라페(C)를 발동한다. 무기에 번개의 힘을 부여하는 스킬. 이 무기라는 것에 주먹이나 발도 포함된다. 여기서 말하는 무기의 기준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므로 내 몸 전체가 무기라고 생각하면 부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단, 랭크가 더 높아야 하겠지만.

“돌은 새끼. 목을 자르고 관짝에 넣어 느그 마스터에게 보내주마.”

“너희들은… 뭐, 짐승들이 알아서 먹겠지.”

나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들을 상대로 칼을 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맨손으로 충분하다.

‘만뢰.’

주먹을 휘두르는 척 하면서 번개를 쏘아냈다.

콰르르르릉!

번개를 맞은 놈은 단말마도 내뱉지 못하고 절명했다.

퍼억!

오른쪽 아래에서 달려드는 난장이 놈의 머리를 망치로 때리듯 주먹으로 내려쳤다. 뿐만이 아니라 뇌전이 놈의 몸에 흘려 들어가 생명을 끊었다.

“이 자식이!”

내 뒤를 잡은 남자가 대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검날에 희미한 푸른색의 검기가 맺힌다. 그 조잡함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만뢰.’

놈이 볼 수 없는 발밑에 만뢰를 생성했다. 번개 줄기가 놈을 관통하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땅에서 하늘로 떨어지는 낙뢰다.

전장은 엉망이었다. 적들은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않았는지 대규모 전투가 미숙했다. 이리꼬이고 저리 꼬인다.

물론 그 이유에는 내가 미꾸라지처럼 분탕을 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나는 일부러 복잡한 것으로 끼어들고 있으니까.

“야 이 새끼들아! 뭐해! 왜 쫄고 자빠졌어!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전투 중에 뒤지는 건 쪼는 새끼라고!”

보다 못한 타일런트가 소리쳤다. 하지만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뇌전.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다루는 것이 나다. 거기에 커다란 번개 소리는 위압감을 준다. 사람들에게 있어 벼락은 불보다 더욱이 무서운 것이다.

퍼억!

주먹을 한 남자의 턱에 꽂았다. 남자가 위로 붕 뜨며 뒤로 쓰러진다. 나는 쓰러지는 남자의 몸을 밟고 위로 뛰었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주위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적들이 보였다.

‘만뢰 5개.’

일제히 쏘아지는 5개의 번개가 종횡무진으로 날뛰었다.

콰르르르르릉!

“아아아아아악!”

천둥과 비명이 아우러진다. 나는 그 아수라장에서 주먹과 다리를 휘둘렀다.

전투가 계속 될수록 적들의 숫자는 줄어나갔고, 내 몸에도 상처가 늘어났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기 없이 적들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허나 전투에 영향이 갈 정도의 치명상은 없다.

“…….”

결국 타일런트 레기온의 마스터인 타일런트를 제외한 다른 일원들은 모두 죽었다.

나는 흉신악살처럼 서있는 타일런트의 앞에 섰다. 그가 쥔 할바드에는 진녹색의 검기가 짐승처럼 사납게 일렁였다.

“…너희 에이플랜 레기온은 아틀란티스에 입장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째인 새내기들로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그건 거짓 정보냐?”

현재 내 힘은 새내기라곤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힘이다.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상대 입장에선 오죽할까.

“아니. 그건 진짜야.”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우리 레기온이 좀 특별해. 믿기 싫으면 믿지 마.”

어차피 죽을 놈에게 입 아프게 자세히 설명해줄 생각은 없다.

타일런트가 할버드를 양손으로 불끈 쥐었다. 통나무처럼 굵은 팔근육이 꿈틀거리며 핏줄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타일런트의 몸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고유 특성이 거체화인가.’

나는 그를 향해 번개를 쏘았다.

콰르르릉!

타일런트는 피하지 않고 번개를 정면으로 맞았다. 허나 번개는 그를 감젆시키지 못했다. 그는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몸집을 키웠다.

‘속성 내성과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나. 아니면 거체화의 특징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아까보다 더 강한 번개를 쏘았다. 타일런트가 주춤거렸으나,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래서야 이 자식한테는 스턴 건 수준이군.’

4M까지 몸을 거대화 한 타일런트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가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쿵, 쿵 거리는 게 거대한 바위가 움직이는 것 같다.

나는 그가 휘두르는 할버드를 고개 숙여 피하며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타일런트의 복근에 주먹을 내지른다.

퍼억!

그러나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았다. 되려 무릎으로 내 몸을 올려쳤다. 허공에 떠오르는 내 오른쪽 종아리를 거대학 손으로 우악스레 잡아 바닥으로 내려쳤다.

“커억!”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마냥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진녹색의 검기에 감싸인 할버드가 내 머리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콰앙!

옆으로 굴려 할버드를 피하고, 몸을 튕겨 벌떡 일어나 타일런트에게 다시 한 번 파고들었다.

‘만뢰!’

남은 마나를 모조리 쥐어짜내 타일런트의 주위에 12개의 만뢰를 생성했다. 그리고 나는 일제히 번개를 발사했다.

지지직! 지지지직!

12개의 만뢰는 서로 공명하더니 거대한 하나의 번개로 변해 타일런트를 공격했다.

“크아아아아악!”

타일런트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릎 꿇었다. 눈동자가 돌아간 게 기절한 모양이다. 나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릎을 밟고 올라가 타일런트의 머리를 주먹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머리를 7번째 두들겨 때렸을까. 마침내 두개골이 박살나 죽었다.

「7,500 AP를 획득했습니다.」

AP를 획득한 걸 보니 확실하게 죽은 것이다.

타일런트의 시체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죽으면서 스킬이 풀리며 육체가 원래 크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도 기회니 물건이나 뒤져볼까. 어쩌면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고.’

가장 먼저 타일런트의 시체를 뒤지려고 할 때였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12명의 사람들이 나를 경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맞춰 입은 연두색 가죽 코트와 무장. 그것만으로 어중이떠중이 레기온이 아님을 알았다.

“너는 누구지. 이곳 174 구역은 우리 리브즈 레기온의 구역이다. 타일런트 레기온을 전멸 시킨 것은 어떠한 연유로 그랬지?”

그들의 앞에 나선 것은 백금발을 가진 여자였다.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가슴은 B컵 정도로 커 보이지는 않지만 몸매가 모델처럼 슬림하고 세련되었다.

나는 그녀의 귀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흡혈귀랑은 다른 삼각형의 귀. 보자마자 그 정체를 알았다.

‘하프엘프!’

물론 말로만 들었을 뿐이고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질문에 대답해라. 계속 침묵하겠다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그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다. 그러면서도 정돈된 기세다. 타일런트 레기온과는 격이 다르다.

현재 나는 싸울 여력이 별로 없다. 마나는 밑바닥을 기었고, 몸에 있는 상처들도 치료해야 한다. 설령 완전 회복을 쓰더라도 저들을 동시에 상대하고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마도 도망치는 게 고작이겠지.

“아, 죄송합니다. 잠깐 전투의 후유증으로 멍해져 있었습니다. 174 구역에 찾아온 것은 타일런트 레기온에게 볼일이 있어서입니다. 결코 리브즈 레기온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 말에 저들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타일런트 레기온은 우리 구역에 정당한 대가를 내고 머무르는 레기온이다.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이건 우리 리브즈 레기온의 명성이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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