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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 - 311. 신의 아틀란티스 (91/2,000)

〈 311화 〉 311. 신의 아틀란티스

311. 신의 아틀란티스

“거상 하르모.”

“네. 천마님. 부디 말씀을.”

“거래를 하지.”

“거래라…. 회귀자인 천마님은 역시 제 고유 특성을 알고 계시는군요.”

“그래 알고 있다.”

“어떤 거래입니까?”

“1,000만 AP를 주면 3년 뒤에 일어날 일을 알려주겠다.”

“1,000만 AP라… 페니로 환산하면 10억 페니인거 아시죠?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정보입니까?”

“물론. 네가 이 정보를 듣고 미리 대비한다면 대륙 최고의 상인이 될지도 모르지.”

「진실입니다.」

“구미가 팍팍 당기는군요. 너무 당겨서 침이 흐를 것 같습니다. 아, 정말이지. 이 구역을 끝내준다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진실입니다.」

“진실과 거짓을 알려주니 편리하군.”

“이 구역의 지배권을 달라고 보스를 몇 천 번이나 졸라봤지만 요지부동이더군요. 그래서, 3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전염병 팬데믹?”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날로 먹으려 하지 말고 거래나 걸어라.”

「진실입니다.」

비슷하다는 내말에 반짝이의 눈이 휘어진다. 그 눈동자에는 기대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물론 걸겠습니다.”

「하르모가 거래를 제안합니다.」

「거래에 응하시겠습니까?」

“응한다.”

「거래에 응했습니다.」

「하르모는 당신이 가진 정보를 구매합니다.」

「하르모는 당신에게 1,000만 AP를 정보 대금으로 지불합니다.」

「거래 불이행시의 패널티를 정해주십시오.」

“저는 이렇게 1,000만 AP가 있습니다.”

그가 품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평범한 종이가 아니다. 「백지 수표」라는 아이템으로 가진 AP를 타인에게 양도 할 때 쓰는 물건이다.

“이걸 시스템에 맡기겠습니다. 따라서 제겐 불이행시의 패널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행했기 때문입니다.”

「하르모의 패널티는 없습니다.」

하르모가 가진 고유 특성 거래(SS)는 시스템이 거래를 보증해주는 고유 특성이다. 전투 계열의 스킬은 아니지만, 하르모는 이 고유 특성을 무척이나 잘 사용하고 있다.

‘시스템은 아틀란티스에서 전지전능한 신에 가깝지. 그런 시스템이 보증하는 거래이니 반드시 이행되어야 해.’

이 거래 때무넹 하르모에게 생명이 저당 잡힌 사람만 1,000 명이 넘을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걸겠다.”

「당신의 거래 불이행시의 패널티는 인생입니다.」

“…오. 강하게 나오시는군요. 만약, 당신의 정보가 거짓이고 1,000만 AP 이상의 가치가 없다면 당신은 제 노예가 됩니다. 제가 살라고 하면 살아야하고,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합니다. 인생을 건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게 아니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겠지. 1,000만 AP에 상승하는 대가를 줘야 하니까.”

지금 내 인생에 1,000만 AP의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 거래가 받아들여 진 것은 내가 걸 수 있는 최대의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흐흐. 당신이 제 노예가 된다면 아주 쪽쪽 빨아먹을 겁니다.”

「진실입니다.」

“그럼. 천마님. 정보가 무엇입니까? 아, 전 공정 공명하게 당신의 정보를 판단할겁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그걸 보정할겁니다.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진실입니다.」

시스템이 진실을 알려주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

나는 그의 보석 가면을 보며 말했다.

“3년 후에 아틀란티스에 화산섬이 나타난다.”

「진실입니다.」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지요? 확실히 흥미가 돋는 정보이긴 하지만 1,000만 AP 이상의 가치는 없습니다.”

「거래 불성립. 패널티를 이행….」

“제대로 들어. 내 말은 아직 안 끝났다. 3년 후에 나타나는 화산섬은 아틀란티스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틀란티스에 존재하는 추방자들만 영향을 받는다..”

“…영향이라면?”

“저주에 가깝다. 신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제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최소 3L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좋군요. 물의 가치가 오른다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부족합니다. 아틀란티스에서 물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쉽습니다. 마법, 스킬, 특성, 물건…. 그것들을 감안하면 이 정보는 200만 AP에도 못 미치는 정보입니다.”

“저주에 가까운 미세한 화산재가 날린다.”

“…저주?”

“추방자는 호흡 할 때마다 미세한 화산재를 몸에 쌓게 되고, 쌓인 화산재는 폐를 비롯한 내장을 썩게 만든다. 마나 능력치가 40 이하인 자들이 화산재를 마시면서 일주일을 생활하면 피부가 검게 변하고, 이주가 지나면 사망한다.”

“뭡니까, 그거. 흑사병 수준으로 엄청 위험하지 않습니까. 해결 방법은 있곘지요?”

“저주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나. 정화 관련 스킬을 이용하면 몸에 쌓인 화산재를 없앨 수 있다.”

“좋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1,000만 AP의 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군요. 정화는 희귀한 능력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움직이더라도 3년 만에 정화 스킬을 가진 사람이나 물건을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겐 70만 AP 정도의 가치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실입니다.」

「거래 불성립. 패널티를….」

“방역 마스크.”

“예?”

“E랭크 이상의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로 화산재를 막을 수 있다. 랭크마다 효과가 다른데 E랭크의 경우 24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진실입니다.」

“오… 오오…!”

“참고로 E랭크 마스크는 전문 재봉사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거상인 네가 지금부터 마스크를 준비하면 몇 억 개는 보유할 수 있겠지.”

“그, 그, 화산섬은 언제까지 유지됩니까?”

“최소 3개월. 아무리 빨라도 3개월 이내에 화산섬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다.”

「진실입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겠꾼요! 그 시기에 마스크는 최소 1만 페니 이상의 가치를 가질테니…. 젠장.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가 곧 권력이 되는 시기가 온다니…!”

“가치는 충분하나?”

“충분합니다! 충분하고말고요! 제겐 최소 3,000만 AP 이상의 가치가 있는 정보였습니다! 어쩌면 이후에 1억 AP가 넘게 될 정보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거래가 성립되었습니다.」

「1,000만 AP를 획득합니다.」

3년 후에 나타난 화산섬 때문에 강명진이 알고 있는 원작에서는 추방자의 65% 이상이 사망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원작에서는 강명진이 움직여 사망률이 40% 이하로 내려간다.

‘강명진은 이 정보를 이용해 아틀란티스 최고의 권력자로 등극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안 되겠지.’

서쪽의 거상인 하르모는 권력보다 돈을 쫓는 인물이다. 그가 지금부터 움직여 E랭크 이상의 마스크를 축적하면 사망률은 20% 이하…. 어쩌면 10%도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존버! 존버만이 살길이다아아앗!”

뛰어가려던 그는 돌연 걸음을 멈추고 나와 거울을 돌아봤다.

“이 정보는 극비입니다! 다른 이들에겐 말해선 절대로 안 됩니다! 특히 거울! 당신 말입니다!”

“후훗. 덕분에 재미있는 정보를 들었군. 아예 듣지 못했다면 모를까. 들었다면 어느 정도 준비는 해야겠지.”

“어차피 크게 놀 생각은 없다는 거 압니다.”

“돈 놀이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돈은 있으면 편하지. 더군다나 요즘은 돈이 곧 권력이 되기도 하지.”

“아무튼. 제게 협력 좀 해주십시오. 크게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려고 나를 보내지 않은 거겠지. 좋다. 협력하지.”

“계획은… 아직 구상중이니 나중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헬텐의 힘도 필요하겠군요.”

“은밀하게 진행해라.”

“제가 누구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뭐, 저를 주시하고 있는 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쪽이나 헬텐에 누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시지요.”

반짝이는 인사를 한 뒤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나와 거울 뿐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되지 않나?”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는 거울에게 말했다.

“그리 서두르지 마라. 아직 10분 정도의 시간은 남아 있으니. 설령 시간이 지나더라도 우리는 밖으로 내쫓길 뿐이다. 급할 필요는 없다.”

“내게 할 질문이라도 있는 건가.”

“질문이라기 보다는 궁금증이다. 마음 같아서는 고문이라도 해서 알아내고 싶다.”

「진실입니다.」

“하지만 천마, 넌 이제 우리의 동료지. 나는 동료를 고문할 정도로 몰상식한 인간이 아니다.”

「진실입니다.」

“대체 뭐가 궁금한 거지?”

“…우선적으로 네 얼굴이 궁금하군. 가면을 벗어 줄 수 있나? 너는 내 정체를 아는데, 나는 네 정체를 모른다. 이건 많이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내 정체를 꼭 알려야 하는 것도 아닐텐데.”

“그렇긴 하지. 헬텐 내에서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건 4명 정도다. 너를 포함하면 이제 5명이군.”

거울은 그렇게 말하며 검은 망토와 거울 가면을 벗었다. 내가 정체를 알고 있고,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모양이다.

그녀는 하얀색 컬러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옷에는 구김이 없고, 제복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부위는 풍만하다. 최소 D컵으로 보인다. 벗기면 E 혹은 F컵 일지도 모른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빼어난 몸매지만 그 이상으로 얼굴이 예쁘다.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파란색 단발머리. 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 눈동자. 그녀는 나를 보며 오만하게 웃고 있었다. 얼굴만으로 판단하자면 나이는 20대 초반이다.

그녀는 실제로 오만하고, 오만에 걸맞는 능력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

유스티아 제국.

700개 이상의 구역을 지배하는 아틀란티스 유일의 제국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기둥.

제국오공(帝國五公) 중 한 명.

환상공(幻想公). 엘레나 발데르트.

“얼굴이 뚫어지겠군. 내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그 생김새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진실입니다.」

“회귀전의 나와 마주친 적이 없나 보군. 아니, 넌 회귀자 비슷한 거라고 했지. 흐음.”

“…내 정체를 알려는 이유는 뭐지? 이후에 내 정체를 가지고 날 협박할 생각인가?”

나는 빠르게 말을 돌렸다. 이 생각 깊은 여자라면 아마도 내가 회귀자가 아님을 염두 해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저열한 짓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궁금증도 있긴 하지만, 너는 내가 맡기로 했다.?내가 네 정체를 알고 있으면 여러모로 편해질 거다. 네가 곤란할 때 내가 도와줄 수도 있지.”

「진실입니다.」

제국오공 중 한 명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건 꽤 큰 이득이다.

‘그리고 이 여자. 반드시 따먹는다. 드래곤인 프리실라 이상으로 따먹을 보람이 있을 것같은 여자는 오랜만이야.’

지금 내 수준으로는 따먹을 수 없다. 실력이면 실력, 지위면 지위, 그 어느 것도 나보다 우위에 있다. 돈?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협박? 오히려 내가 협박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좋아. 가면을 벗어주지.”

“음.”

나는 광대 가면을 벗었다. 물론 그냥 벗지는 않았다. 고유 특성인 기만(SS)을 사용해 아주 멋진 미남으로 바꿨다.

“호오. 그래. 그렇게 생겼나. …장난하나?”

“…뭐가 불만이지.”

“그게 진짜 얼굴이 아님을 내가 모를 것 같나? 나는 아까 네 마나를 봉인할 때, 몸을 스캔했다. 그 덕분에 네 얼굴의 형태도 대략적으로 알게 됐다. 지금 네 얼굴과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목부분과 얼굴의 피부색이 다르잖나! 멍청아! 너무 어설퍼서 괜히 짜증이 나느군.”

실수였다.

대충 TV에서 봤던 멋진 남자 배우의 얼굴로 바꿨는데 피부색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잠깐. 내 몸을 스캔했다고? 그럼 내 거기도….”

“알고 있다. 꽤 크더군.”

“…….”

그녀가 씨익 웃었다. 만만치 않은 여자다.

나는 그녀의 앞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내 몸을 스캔하면서 얼굴 형태를 알았다면 결국 들킬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생겼군. 이름은 뭐지? 설마 천마라는 이름이 본명은 아니겠지?”

“…성유진이다. 에이플랜 레기온의 일원이다.”

어차피 얼굴을 보인 이상 그녀가 내 신분을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진실입니다.」

“그래? 알았다.”

그 담백한 반응으로 알았다. 그녀는 에이플랜 레기온에 대해서 모른다.

‘당연한가. 상대는 제국오공…. 이제 막 활동하기 시작한 에이플랜 레기온을 알면 더 이상하지.’

제국이 있는 곳이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럼 슬슬 구역 밖으로 나가지. 헬텐에 관해서 알려줘야 할 건 알려주마. 그리고… 네가 해야 할 일에 관해서도.”

나는 그녀를 따라 구역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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