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 312. 신의 아틀란티스
312. 신의 아틀란티스
유스티아 제국.
제 1,030 구역, 밀의 도시 타울.
골목길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나는 왼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까칠까칠한 수염과 거친 피부가 느껴졌다. 그리고 광대뼈가 움푹 들어가 있고 코가 좀 커졌다.
‘나쁘지 않네. 볼에 닿는 바람의 감촉도 리얼하게 느껴져. 진짜 내 얼굴인 것 같아.’
현재 나는 엘레나에게 받은 물건으로 30대 중반의 남자로 변해 있었다. 체구나 피부색까지 바꾼 것이다.
「변신 물약
마시면 생각하는 인물로 3일 동안 변신할 수 있다. 유전자 자체가 변한다.
SS랭크 이하의 탐색 기술에는 들키지 않는다.
종류: 소모품
랭크: SS」
최소 30만 AP는 줘야 구할 수 있는 비싼 물건이다. 이걸 선뜻 건넨 엘레나에게 감탄하면서도 역시 제국의 귀족은 통이 크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SSS 랭크의 변신 물약은 여자로도 변할 수 있다. 물론 난 여자로 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저 여자군.’
한 여자가 길을 걸어간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다. 나이는 대충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고, 긴 갈색 머리를 귀족 부인 마냥 틀어 올렸다. 그녀의 뒤에는 시녀로 보이는 어린 여자가 뒤따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일반인 이상의 신분을 가진 여자다.
현재 나는 헬텐의 일, 엘레나가 시킨 일을 수행중이다. 무보수로 부려 먹히는 건 아니었기에 일을 수락했다.
‘이건 일종의 나를 향한 시험이기도 하지.’
나는 그녀의 뒤를 조용히 미행했다. 저택이 나왔다. 귀족이라 하기엔 조금 작은 수준의 저택이다.
그녀가 저택내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 기만(SS)로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담을 넘어 침입했다.
하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저택 마당을 빗자루를 들고 쓸고 있었다.
‘죽이면 안 된다. 죽이면 안 된다….’
나는 힘 조절에 신경 쓰며 하인의 목덜미를 손날로 내려쳤다.
퍽!
“컥!”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맥을 짚어 보니 살아 있다.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짐을 들고 있던 하녀와 마주쳤다. 하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이 왜 갑자기 열렸지?”
그녀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퍽!
마찬가지로 하녀를 기절시키고 노리고 있는 여자에게 향한다.
‘기척이… 저쪽이군.’
그 여자는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악?!”
하녀가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녀의 목을 쳤다. 이 저택에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으니 비명을 질러도 상관없었다.
“누, 누구시죠?!”
갈색 머리의 여자가 하얗고 가는 손으로 욕조의 모서리를 잡으며 내게 물었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다.
“내 정체는 알 것 없고…. 흐흐…. 꼴리는 몸이구만.”
욕조 안에 있는 그녀의 몸을 살폈다. 가슴은 C컵 정도로 약간 처졌지만 허리가 얇았다. 거기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길었다.
나는 그녀의 팔뚝을 잡고 들어올렸다.
“아악! 그, 그만!”
“그렇게 소리 질러도 소용 없어. 이 저택에 있는 것들은 죄다 기절시켰거든.”
“왜…, 왜 이러세요. 제가 뭘 했다고….”
“네년이 꼴리는 몸을 하고 있는 게 잘못이지.”
나는 그녀를 몸을 잡아 끌어 욕실 옆방의 침실로 향했다. 푹신한 침대에 물에 젖어 있는 그녀를 집어 던졌다.
“꺄아아아악!”
다리가 벌어지면서 그녀의 보지가 보였다. 갈색 수풀 아래에 음란한 형태로 자신을 주장하고 있는 선홍색의 소음순.
바지를 벗자 반쯤 발기한 커다란 자지가 드러났다.
“허억!”
“놀란 표정이 생생한데. 이런 물건이 좀 흔하지 않긴 하지. 네 남편 거랑 비교해서 어때?”
“오, 오지 마세요! 제 남편이 누군지 아세요?!”
“알지. 상인 코움이잖아. 원래는 농가 출신인데 코움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땅을 마법사가 비싼값에 구매하며 졸부가 되었지.”
“잘 이시는군요! 제 남편이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당장 이 집에서 나가세요!”
“멍청하긴. 그 놈이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나는 그녀를 침대에 깔아뭉갰다.
“아아악! 아악! 하, 하지 마세요!”
그녀의 선홍색 젖꼭지는 거칠게 입에 물고, 한 손으로는 팔을 봉쇄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버둥거리는 다리 한 짝을 잡아 벌리며 보지에 자지를 비볐다.
“임신 시켜주마. 크흐흐.”
그녀의 남편, 코움은 2개월 전에 주점에서 술에 취해 제국오공 중 한 명, 환상공(幻想公)을 오만한 계집애, 주제를 모르는 년, 힘만 믿고 까부는 년 등등으로 모욕했다.
술김에 한 모욕이고, 여긴 환상공의 영향이 끼치는 구역이 아닌 만큼 처벌은 받는 일은 없었다.
코움이 환상공을 욕한 이유는 무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역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환상공의 구역을 지나쳐야 했는데, 당시 그 구역은 환상공의 몬스터 토벌이 진행 중이었기에 구역을 지나가지 못한 것이다. 구역을 돌아가 움직여야했고, 며칠 늦는 바람에 그는 손해만 봤다.
‘엘레나는 헬텐의 간부. 그리고 헬텐의 정보력은 대륙 최고 수준이지. 더군다나 엘레나는 자신을 모욕한 자를 그냥 내버려 둘 정도로 좋은 성격을 가진 여자도 아니야.’
모르면 모를까.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복수하려 드는 여자다.
“오. 꽤 괜찮은 보지야. 즐길 수 있겠어.”
???
3시간 뒤.
코움이 집으로 돌아왔고 침대 위에서 코움의 아내를 범하고 있던 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이미 실신한 상태로 온몸이 정액 범벅이었다.
“네놈…! 내 아내를 범하고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다! 죽여라! 저 놈을 죽여버려!”
코움이 버럭버럭 소리 질렀다. 그의 호위들이 검을 빼들며 내게 달려온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도망쳤다.
‘죽이면 안 된다. 죽이면 안 된다….’
코움의 호위들이 내 뒤를 쫓아온다.
“거기서라!”
“그 목숨으로 죗값을 치러라!”
내가 도망친 곳은 도시의 치안대였다. 입구에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자수합니다! 자수! 자수한다고!”
제 1,030 구역, 밀의 도시 타울은 오스텐 자작의 영지 중 하나다. 그리고 오스텐 자작이 다스리는 영지들의 법은 제국법과 조금 다르다.
살인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에 처한다는 건 똑같다. 하지만 그 외의 범죄는 대부분 징역형을 받는다. 강간의 경우엔 강간 대상에 따라 사형도 당할 수 있지만, 자수를 하게 되면 상형을 당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코움은 졸부일 뿐으로 귀족이 아니야. 자수까지 했으니 사형당할 일은 없지.’
나는 치안대에서 자수를 하며 스스로의 죄를 인정했다. 따라서 재판은 간략하고 빠르게 진행되었고,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날 밤. 나는 제 1,066 구역, 오스텐의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전부 계획대로였다.
‘법이 좀 쌔네. 한국은 3년 이상의 징역인데… 여긴 기본이 15년이네.’
???
“로한!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마라! 10년 징역? 웃기지 마라! 그깟 징역살이로 내 아내를 범한 죄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놈을 죽일 거다! 내 모든 돈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죽일 거다!”
마차에 실려 가는 나를 향해 코움이 증오를 담아 외쳤다.
하품만 나오는 말이었다.
‘그래도 돈은 제법 있는 놈이니, 귀찮은 일이 생겨날 수도 있어. 나중에 죽여 버려야겠군.’
???
제 1,066 구역, 오스텐의 교도소.
총 3만 명이 넘는 범죄자를 구속할 수 있는 교도소다. 그리고 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죄수의 수만큼 오스텐은 강해진다. 그 때문에 오스텐 자작은 범죄자를 교도소에 집어넣는 것에 집착한다.
그게 어느 정도냐고 하면 배가 고파 빵쪼가리 하나를 훔친 고아에게 2년의 징역을 선고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고아의 입장에선 잘 된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교도소에서 굶어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죄수 756487.”
경갑을 입은 교도소의 간수가 내 죄수복에 적혀 있는 숫자를 읽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한 감옥으로 데려갔다. 3평이 될까 싶은 좁은 감옥이었는데 4명의 죄수가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이곳, 7214번 방이 네가 15년 동안 지낼 스위트 홈이다. 너랑 같은 강간범들이니 사이좋게 지내도록.”
절그럭절그럭.
간수는 무덤덤하게 감옥의 문을 열었다.
“참고로. 네 룸메이트 중에는 남자를 강간해서 들어온 놈이 하나 있다.”
“…그 놈을 그냥 방치한다고요?”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넌 오늘이 처음이니 충고해주마. 우리의 업무는 너희를 관리하는 거지, 너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
나는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 안에는 개성적인 놈들이 있었다.
체구가 작고 비쩍 마른 주제에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놈 하나.
건장한 체격이지만 얼굴과 몸에 흉터가 있는 놈 둘.
가장 키가 크가 크고 근육도 붙어 있지만 순박한 인상을 가진 대머리 한 놈.
‘이중에 게이 새끼가 하나 있다고?’
철컹!
간수가 철창을 닫았다.
“30분 후 소등이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잠이나 자라.”
간수가 떠났다.
그러자 앉아 있던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키킥. 이게 얼마만의 신입이야.”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내 몸을 위아래로 살펴보는데 상당히 기분 나빴다.
“2주 만이지.”
“그놈은 운동 시간에 자살했지. 넌 안 그러겠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 2명은 쿵짝이 잘 맞았다.
“난 세비게야. 우리 잘 지내보자.”
순박해 보이는 얼굴을 한 돼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은 잔 상처투성이다. 또 굳은살이 박혀있었는데 망치같은 둔기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악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자 그는 웃으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여기에 와서 어색하구나. 몇 년 동안 함께 지내야 할 사이이니 친하게 지내자. 여기 있는 두 명, 근육 덩어리의 몸이라 좀 살벌해 보이지만 좋으신 분들이야. 내 선배 분들이기도 해. 뭐, 선후배와 관계없이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구동이다.”
“구진이다.”
두 놈이 무뚝뚝하게 인사를 했다.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연년생이야. 구동이가 형이야.”
세비게는 이어서 체격이 작은 남자를 가리켰다.
“렌지야. 우리 중에서 가장 여기에 오래 있었지. 그리고 우리 방의 빵장이기도 해.”
“그래서?”
“그래서 라니. 우리끼리 잘 지내보자는 거지. 나는 아까 말했듯이 세비게. 여기에 온지는 2년이 됐어. 이 방의 막내야.”
세비게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키가 큰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모로 꺾었다. 꼴에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지만 일단 한 번 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지금부터 네가 막내야. 그리고 내 애인이기도 해.”
놈이 내 어깨에 손을 뻗는다.
나는 작게 혀를 차며 놈의 무릎을 왼쪽 무릎을 발로 찼다.
빠악!
“아아아아아아아악!”
세비게가 쓰러지면서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근처에 있던 세 놈을 비롯해 다른 감옥에 있는 놈들까지 경악해 여기를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그럴 만도 한 게 세비게의 두꺼운 무릎은 180% 돌아간 것도 모자라 뼈가 부러져 살을 뚫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돼지 새끼가…. 어딜 감히 날 만지려고….”
“아아아악! 다리! 내 다리! 다리!”
눈살을 찌푸렸다. 비명만 지르는 꼴이 짜증났다.
“아가리 닥쳐. 다른 쪽도 똑같이 만들어 주기 전에.”
“크으읍!”
세비게가 눈물을 질질 짜며 입을 다물었다. 내 경고로 허투루 듣지 않은 모양이다.
‘…시발. 홧김에 쳐버렸군. 저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다행히도 죽지는 않았다. 좀 많이 심각한 상처라 걱정했는데 기절하지 않고 끅끅거리는 걸 보니 한 가닥은 하는 놈인 것 같다.
나는 옆을 쳐다봤다.
구동, 구진 형제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흠칫 놀랐다. 아까까지의 의기양양하던 분위기는 없다. 그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눈깔아.”
“넵!”
“넵!”
형제의 동작은 신속했다.
나는 이어서 체격이 작은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름이 렌지라고 했던가. 음흉하게 웃고 있던 표정은 창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어, 어떻게….”
그의 시선이 내 오른쪽 발목에 향한다. 오른쪽 발목에는 강철 족쇄가 있었다. 이건 평범한 족쇄가 아니다. 착용하면 능력치의 80%가 봉인된다.
“야. 아까 날 보고 쪼갰지?”
“그,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