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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 322. 헬퍼 (102/2,000)

〈 322화 〉 322. 헬퍼

322. 헬퍼

주인공의 딸로 시선을 옮겼다. 나를 경계하며 노려보는 것이 당찬 성격일 것 같았다. 꼬질꼬질했지만 씻겨 놓으면 내 스타일의 여자가 될 것 같았다.

‘원래는 바로 주인공 가족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계획 변경이다!’

일단 나도 여기서 주인공 가족과 함께 숨는다. 위급한 상황인 만큼 사람의 마음도 요동칠테니 그 틈을 노려 주인공의 딸을 꼬시는 것이다.

“여러분. 어쩌다 보니 저도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거 같이 협력해서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아, 쫌!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 거요?!”

“영감… 아니, 할아버지. 지금 할아버지가 더 시끄러운데요? 그리고 자기 소개 정도는 해줘야 앞으로 우리 관계가….”

쿵.

“응?”

할아버지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쿵 소리가 났던 내 뒤쪽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구석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던 괴물과 두 눈이 마주쳤다.

“아 씨.”

계획은 시작부터 망했다.

“씨발! 내가 조용히 하라고 말하지 않았소! 지금 당장 도망쳐!”

주인공 가족들이 이를 악물며 도망치려고 할 때, 괴물이 나를 향해 입을 벌리며 뛰었다.

영천류(影天流) 벽계(碧溪).

나는 괴물의 옆으로 피하며 칼을 휘둘러 괴물의 몸을 베었다. 몸의 절반이 깊숙하게 베인 괴물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

황급히 도망치려던 주인공의 가족들이 행동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칼을 어깨에 걸치며 씨익 웃었다.

“사실 저는 헌터입니다. 괴물을 죽이는 일의 전문가죠.”

내 시선은 주인공의 딸에게 향해 있었다. 원래 계획은 틀어졌지만 이 정도면 나한테 반하지 않았을까.

???

내가 운전하는 차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어느 오래된 빌라 앞에 멈췄다.

덜컥!

차문이 열리며 뒷자리에 낑겨 앉아 있던 주인공 가족들이 우루루 내렸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조수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그의 원형 탈모를 보다가 손을 휘저었다.

“인사는 됐습니다. 내리시지요.”

“은인을 이렇게 보낼 수 없소! 가진 건 없소만 못해도 저녁이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소!”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가진 게 왜 없습니까. 가족들이 있지 않습니까.”

“허허. 그 말이 맞소. 가족들은 내 자랑이지.”

“네. 네.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녀를 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이 해피엔딩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의 첫 번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10초 후 다음 퀘스트 세계로 이동합니다.]

[‘한강의 기적’의 엔딩은 퀘스트 완료 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알림창들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젠장. 아직 못 따먹었는데…!’

???

[현재 ‘주인공의 수호천사!’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진행 중인 유희 세계는 ‘태극 지존’입니다.]

나는 청풍객잔 2층에 앉아 창문 밖을 내다보며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늙은 거지를 쳐다봤다.

‘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태극 지존]은 무협지다. 고아 출신인 고아는 아마 지금쯤 무당파에서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늙은 거지가 최종 보스이자 흑막이지.’

낭인이었던 늙은 거지는 이후에 황궁에 납치당한다. 황궁은 생포한 요괴를 가지고 비인도적인 실험을 비밀리에 실행하고 있었고, 늙은 거지는 요괴를 먹고 요괴가 된다. 몸이 젊어지고 사람을 조종하는 힘을 갖게 된다.

늙은 거지는 이후에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무림에 복수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주인공은 늙은 거지의 음모에 휘말리며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 2명과 히로인 1명을 잃는다.

‘이 세계의 무공이나, 영약같은 걸 얻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그리고 굳이 이 세계가 아니더라도 무공과 영약을 얻을 수 있는 세계는 많지.’

나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늙은 거지를 겨누었다.

‘죽이면 퀘스트 완료 되겠지? 안 되면 골치 아파지는데.’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늙은 거지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근처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총성에 놀란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거지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태극 지존’의 주인공이 해피엔딩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의 두 번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10초 후 다음 퀘스트 세계로 이동합니다.]

[‘태극 지존’의 엔딩은 퀘스트 완료 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음 세계로 들어오자마자 느낀 것은 얼굴을 때리는 바닷바람이었다.

‘…요트?’

나는 요트의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요트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는데 어디가 목적지인지 알 수 없었다.

청각에 신경을 집중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젊은 남자와 여자들의 목소리였다.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였는데 나는 마치 모국어처럼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손에도 맥주 캔이 들려 있군.’

반쯤 남아 있는 맥주를 원 샷 하고 캔을 바다에 버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떤 세계지?’

[현재 ‘주인공의 수호천사!’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진행 중인 유희 세계는 ‘11일의 월요일’ 입니다.]

‘아. 11일의 월요일. 공포 영화였나? 이번에도 쉬운 세계가 걸렸어.’

그렇다면 지금 이 요트가 향하는 곳은 리조트가 있는 작은 섬일 것이다. 그 섬에는 ‘존슨’이란 이름의 살인마가 있다.

‘영화 결말이…. 살인마한테 전부 죽는 거였나. 살인마만 죽이면 되겠네.’

이건 퀘스트를 깬 거나 다름없었다.

‘스킬 강화권은 어디에 사용할까. 해킹? 성감고조? 완전회복?’

내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갈색 머리를 한 남자였다. ‘11일의 월요일’의 주인공이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유진! 궁상맞게 혼자서 뭐하는 거야?”

“잠깐 바다를 즐기고 있었지. 그런데 우리가 왜 여기에 있더라?”

“하하. 넌 가끔 이상한 농담을 하지. 좋아. 이번엔 어울려 줄게. 우린 여름 방학을 맞아 오프리카 섬에 놀러왔어.”

“…아, 그랬지. 섬에서 3일 동안 섹스 파티를 즐기러 왔지?”

“오….”

주인공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하지만 곧 표정을 보더니 음흉하게 웃는다.

“무슨 헛소리야. 우린 건전하게 3일의 휴가를 즐기다 돌아갈 거야. 뭐… 젊은 남녀가 함께 있다 보니 조금 야릇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야릇한 일은 몰라도 화끈한 일은 일어 날거야.”

“화끈하게 놀면 되지.”

나는 주인공과 함께 요트의 아래쪽으로 갔다. 젊은 남자와 여자들이 선상 위에서 술과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요트 조종사를 제외하고 나와 리조트의 관리인 2명을 모두 합해서 총 14명.

대부분 훈남훈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은 현실에서 영화 배우였기 때문이다.

‘…오?’

그 중에서도 짧은 바지와 T셔츠를 입고 있는 한 미녀가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발 머리, 새하얀 피부. 시원스레 뻗은 팔과 다리. 글래머스한 E컵 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 특히나 허리에서 이어지는 골반라인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지가 슬쩍 반응한 건 덤이었다.

섹시한 얼굴을 한 그녀와 두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참고로 현재 나는 반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내 상체는 실전 근육이 도드라져있고, 사타구니에는 볼록 튀어나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유진.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몸이 엄처난데… 운동 엄청 열심히 했나봐?”

그녀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까지 내게 몰렸다.

“오우…. 저게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몸이야? 저런 몸은 난생 처음보는데.”

“쟤 너드 아니었어? 무슨 몸이….”

“와. 유진. 너 완전 섹시하다.”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검은 물건은 뭐야?”

누군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이 시대엔 휴대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다. 휴대폰이 있다고 해도 벽돌처럼 생긴 것들이다.

“아, 이거? 장난감이야. 장난감. 별로 신경 쓰지마.”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화를 하며 주인공의 이름이 브래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금발 미녀의 이름은 제시였다. 또 한 여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흑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여자였다. 이름은 레이첼. 안경을 끼고 있고 옷도 수수한 편이라 제시에 비해 눈에 띄지 않지만, 수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온 내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안경을 벗고 옷을 벗으면 제시 수준의 미녀일 것이다.

나는 레이첼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데 어디 아파?”

“배 멀미 때문이야. 섬에 도착하면 괜찮아질 거야.”

“정 힘들면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어때?”

“심한 건 아니니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녀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

‘서양이라 그런가… 아니면 공포 영화 속 세계라 그런가. 따먹기 쉬울 것 같은데…? 크크.’

레이첼 뿐만이 아니라 제시도 내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제시의 경우 내 뛰어난 몸매와 거시기 때문인 것 같지만.

그리고 우리는 리조트만 달랑 있는 무인도에 도착했다. 섬은 대충 3km 크기였고, 열대 우림이 있었다.

요트는 우리와 짐을 내려다주고 바로 떠났다. 3일 뒤에 이 섬으로 올 것이다. 달리 말해 3일이 지나기 전까지 우리는 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레이첼. 짐은 내가 들어줄게. 넌 지금 몸도 안 좋잖아.”

“여긴 배위가 아니니까 멀미는 괜찮아.”

“바로 배에서 내렸는데 퍽이나 상태가 좋겠다. 이리 줘.”

나는 레이첼의 짐을 빼앗아 들었다. 평범한 남자는 낑낑거리겠지만, 내 근력은 일반인을 초월해 있다. 무게 보다는 짐을 손으로 잡는 게 더 힘들다.

“으응? 레이첼만 특별대우야?”

“레이첼은 컨디션이 안 좋잖아. …음. 제시 너도 힘들어 보이네. 좋아. 짐 이리 줘.”

나는 제시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제시의 짐을 들었다. 등에는 내 짐, 오른손에는 레이첼의 것, 왼손에는 제시의 것이 들게 됐다.

“나, 난 괜찮은데….”

“별로 무겁지도 않아.”

제시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도 제시의 두 눈을 쳐다봤다.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겨 있는 열기와 욕망을 눈치 챘다.

내가 씨익 웃자, 제시도 그에 화답하듯 섹시하게 웃었다.

???

15분 정도 걸어 리조트에 도착했다.

목재로 지어진 리조트는 크고 화려했고, 그 정면에는 얕고 투명한 바다가 있었다.

우리들은 각각 방을 배정하고 짐을 정리했다. 제시와 레이첼이 내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녀들의 명백한 호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제 대충 장소랑 분위기만 잘 잡으면 따먹을 수 있겠어…. 크흐흐.’

일부 남자들이 날 질투했지만 무시했다. 내가 남자를 신경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짐 정리를 끝낸 우리는 리조트 1층에 모여들었다.

관리인 2명을 제외한 12명.

남자가 7명이고 여자가 5명이었다.

“자, 자, 모여 봐.”

프랭크가 말하며 우리의 주의를 끌었다. 짧은 금발 머리에 대학 미식 축구 스타인 그가 이 여행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리조트도 그의 아버지 소유였다.

“그냥 있으면 심심하니까 이벤트를 준비했어.”

“이벤트?”

“보물찾기야. 보물찾기. 이 섬 곳곳에 캡슐을 숨겨뒀지. 그 캡슐을 가지고 오면 보물로 바꿔 줄 거야. 최신형 컴퓨터나, 명품 드레스 같은 거?”

“오오오오!”

“기간은 우리가 섬에서 떠나는 날. 3일이야. 그때까지 보물을 찾아서 나한테 가져오면 돼.”

“오예! 최신형 컴퓨터는 내꺼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 보물을 찾을 사람은 찾고, 수영할 사람은 수영하고! 이 3일 동안 마시면서 자유롭게 놀자고!”

우리는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물을 찾는 척 하면서 제시와 레이첼 근처를 맴돌았다. 그녀들과 대화를 하며 호감도를 착착 쌓아갔다.

그녀들을 억지로 덮치는 건 간단하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날이 저물었다.

우리는 모여서 스테이크를 먹고 각자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누군가는 술을 퍼마시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방에 돌아가 잠을 잤다.

“유진. 보물을 찾은 것 같은데… 좀 도와주지 않을래?”

제시가 나를 불렀다.

“보물? 벌써 찾은 거야? 대단한 걸 제시. 당연히 내가 도와줄게.”

나는 제시를 따라 리조트 건물의 뒤쪽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청바지에 감싸인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가 실룩거린다.

엉덩이를 홀린 듯 쳐다보며 따라 가다보니 리조트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멀어졌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커다란 나무 사이에 해먹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잔잔한 바다가 보인다.

제시가 나를 돌아봤다. 갈색의 그윽한 눈동자가 나를 유혹하며 천천히 다가온다. 나 또한 앞으로 다가가며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휘어 감았다.

“하읍….”

우리는 서로 입을 맞춰 끈적하고 뜨거운 키스를 시작했다.

내 손이 그녀의 하얀 티셔츠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녀의 손이 내 엉덩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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