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5화 〉 325. 디펜스
325. 디펜스
[‘11일의 월요일’의 주인공이 해피엔딩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의 세 번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10초 후 현실 세계로 이동합니다.]
[‘11일의 월요일’의 엔딩은 퀘스트 완료 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당장 부엌으로 이동해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셨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떤 스킬을 강화해야 하지?!’
냉수를 들이 킨 나는 이어서 스마트폰을 들어 퀘스트를 완료했다.
[‘주인공의 수호천사!’의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강화권을 획득합니다. 유희 생활 어플을 확인해주십시오.]
[스킬 강화권
유희 생활 어플의 스킬 하나를 강화합니다. 이미 강화된 스킬을 다시 강화할 수 없습니다.
가격: 80,000 포인트
※주의
강화 효과는 랜덤입니다.]
강화 효과는 랜덤.
‘스킬을 강화해도 어떻게 강화 될지 모른다는 말이군.’
조금 아쉽긴 하지만 손해는 아니었다.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이득이다.
‘이제 남은 건 어떤 스킬을 강화 하냐는 건데…. 젠장. 짬뽕, 짜장면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렵네!’
짬뽕과 짜장면은 두 개다 시켜 먹으면 된다지만, 스킬 강화권은 딱 하나 뿐이었다.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우선 내가 가진 스킬이….’
완전 회복, 성감 고조, 가속, 해킹, 물의 축복.
이렇게 다섯 개다.
다른 스킬을 얻을 때까지 ‘스킬 강화권’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린다? 웃기는 소리. 다음 스킬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나는 지금 당장 강화권을 사용하고 싶었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리고 머뭇거리면 여자를 놓칠 수도 있어.’
스킬 중 가장 먼저 눈이 향한 것은 성감 고조다.
‘끝내주는 스킬이야. 사용하기도 많이 사용했지…. 하지만 성감 고조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해. 그리고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섹스에 대한 경험이 쌓이다보니 성감 고조가 없더라도 여자를 달아오르게 하는 것에는 문제없다. 오히려 요즘에는 성감 고조를 쓰면 너무 쉬워서 자제하고 있는 편이기도 했다.
‘성감 고조는 탈락! 잘 안 쓰는 스킬인 물의 축복도 탈락!’
해킹 스킬을 쳐다봤다.
해킹은 세계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킹 할 기계가 많은 현대나 미래 SF 세계관에서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스킬이지만, 기계가 없는 무협, 판타지 세계에선 사용할 기회 자체가 없는 무쓸모 스킬로 전락한다.
‘지금 나한테 해킹은 엄청나게 중요한 스킬이 아니야.’
해킹을 탈락 시켰다.
‘남은 건 완전 회복과 가속인가….’
완전 회복은 비장의 한 수다. 팔리 잘리고, 내장이 꿰뚫려도 살아 있다면 완벽하게 상처가 회복되고 컨디션도 최고 상태로 돌아온다. 거기에 마나까지 완벽히 회복된다.
뿐만이 아니라 완전 회복은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하는 효과도 있다. 가령 내가 병에 걸렸거나, 혹은 저주에 당해 약해졌을 때 완전 회복을 쓰면 문답무용으로 죄다 풀어버리는 것이다.
‘엘릭서를 12시간 마다 사용할 수 있는 거나 다름없는 게 완전 회복이야.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완전 회복을 사용하면 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어.’
가속은 성감 고조 다음으로 가장 자주 쓰는 스킬이다. 성감 고조가 섹스에서 쓰고, 가속은 전투에서 쓴다.
‘요즘에는 찰나를 더 많이 쓰지. 찰나를 쓰면 어지간한 놈들은 죄다 한 번에 썰어버릴 수 있으니까.’
전투에서 사용하는 빈도를 따지자면 가속이 더 많았다. 그리고 가속을 강화시키면 더욱 쉽게 몬스터나 적들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으으으음….’
나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완전 회복! 완전 회복을 강화하자!’
나는 스킬의 중요도를 따졌다.
가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내가 A급 헌터 수준으로 강해지는 게 아니다. 전투가 보다 편해지겠지만 가속이 없어도 강해지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반면에 완전 회복은 지금껏 내게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스킬 강화권을 ‘완전 회복 Lv. Master’에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나는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스킬 강화권을 ‘완전 회복 Lv. Master’에 사용합니다.]
[‘완전 회복 Lv. Master’이 성공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완전 회복 Lv. Master
완전 회복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풀리고 상처가 회복됩니다.
쿨타임: 12시간
+죽음 저항
즉사하더라도 15초 동안 정신을 잃지 않으며 죽지 않습니다.]
“오, 오오오…! 오예!”
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최고의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완전 회복에는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스킬을 써야 발동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해서 머리가 꿰뚫려 즉사하면 완전 회복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강화해서 새로이 추가된 효과인 죽음 저항으로 인해 설령 내가 죽더라도 15초의 유예시간이 주어진다.
‘15초 안에 완전 회복을 사용하면…. 이건 완전히 부활이나 다름없잖아?! 하하하!’
가속이 아닌 완전 회복을 선택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원래는 새로운 스킬을 얻으면 바로 시험해봐야 하는데.’
스킬을 확인하겠다고 자살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주 기분이 좋아.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겠어. 이대로 바로 침대로 가서…. 아니지. 퀘스트 세계의 엔딩이나 한 번 확인해볼까. 좀 궁금하기도 하고.’
[한강의 기적 유희 세계의 엔딩을 확인합니다.]
‘한강의 기적’ 유희 세계의 나는 주인공의 딸과 커플이 되어 섹스를 하게 된다. 내가 주인공 가족을 구해준 바로 그날 밤에 말이다.
‘이런 씨발! 나는 저 여자랑 손도 못 잡아 봤는데…!’
이후에 나는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도중에 자동차를 빼앗은 일 때문에 법적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잘 해결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유희 세계의 나를 보다가 스스로의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바람을 피지 않고 건실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고?!’
주인공의 딸은 예쁘긴 하지만 고민도 없이 결혼을 선택할 정도로 엄청나게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다.
나는 ‘한강의 기적’의 아바타와 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아바타는 내 행동에 영향을 받지. 그리고 내가 저 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해야 2~3시간 정도야. 내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거지.’
나는 세계적인 야구 선수가 되어 있었다.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이용해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가 된 것이다.
‘저런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문제없지.’
나는 점점 지루해졌다. 평범하게 결혼하고, 평범하게 스포츠 선수가 되어 생활한다. 내 입장에선 영 지루했다.
그러나 10년 후.
‘한강의 기적’ 세계는 격변했다.
인간들의 사회에 다시 괴물들이 나타난 것이다. 10년 전에는 서울 한강에서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동물들이 변이한 괴물들이 나타났다.
‘이거 세계 멸망인가?!’
아니었다.
군대는 약하지 않았다. 인간이 멸망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전 만큼 평화로운 세계는 더 이상 없었다.
‘뭐야. 시시하게.’
나는 엔딩 영상을 빠르게 돌렸다. 아바타는 95세까지 살다가 죽었다.
[태극 지존 유희 세계의 엔딩을 확인합니다.]
늙은 거지를 암살한 나는 강호를 떠도는 낭인이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 마나를 다루며 검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나는 낭인계에서 제법 이름이 날렸다.
별호도 있었다. 무뇌검(武雷劍). 내가 사용하는 무술인 영천류 때문에 붙은 별호였다.
‘왜 하필 이 별호야! 일본의 일부에선 날 무뇌자(武雷子)라고 부르더니…! 씨발!’
무뇌검은 강호를 떠돌았다. 겉으로는 의와 협을 부르짖으며 검을 휘둘렀다.
‘겉으로는… 말이지.’
무뇌검은 밤이 되면 행동이 바뀌었다. 복면을 쓰고 예쁜 아녀자를 강간하고 다닌 것이다.
‘음. 섹스 실력이 형편없군. 나라면 저렇게 안 하고….’
이후에 무뇌검은 남궁세가에 정착했으며, 남궁가주의 딸인 남궁소미와 결혼했다. 물론 남궁세가에게 꿍꿍이가 있었다. 무뇌검이 가지고 있는 영천류다.
뇌전을 다루는 검술. 그게 아니었다면 낭인인 무뇌검을 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남궁소미는 히로인 아니었나? 이야기가 처음부터 틀어지니 이렇게도 되네.’
50년이 흘렸다. 평화로운 50년이었다.
마교가 발족하고 무림은 전쟁에 휩싸였다. 원작의 주인공은 무당파의 장로가 되어 있었고, 나는 절정고수가 되어 있었다.
참고로 주인공은 원작에서 무당파의 장문인을 넘어 무림맹주가 된다.
문제는 나다. 나는 50년이 지났는데 화경은커녕 초절정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내 재능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기에 실망감은 없었다. 사실 절정이란 경지가 낮은 것도 아니었다. 무림의 대부분은 3류 무사들이고, 절정은 작은 문파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유희 생활 어플에 의한 능력치와 영천류가 없었다면 이 경지에 다다르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뒤졌네.’
마교의 흑풍대원과 싸우다가 죽었다. 마교의 장로도 아니고, 대주도 아니고, 일반 대원과 싸우다가 죽은 것이다.
내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
‘……이거 의외로 도움이 되겠는데?’
남궁세가의 무공이라던가, 무인들 간의 대련 등의 영상들이 있었다. 나중에 시간 내 연구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11일의 월요일 유희 세계의 엔딩을 확인합니다.]
나와 일행은 섬에 찾아온 요트를 타고 무사히 항구로 돌아갔다. 그 후에 곧장 경찰들에게 신고했고, 섬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은 미국 전역에 알려져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제시와 레이첼은 역시 내 섹스 프렌드가 됐군. 그나저나… 이 새끼 존나 잘 살고 있잖아.’
대학교의 미녀란 미녀는 모조리 따먹고 다녔다.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이용해 미식 축구의 스타가 되어 돈을 많이 벌었고, 그걸로 미녀들을 꼬시며 따먹고 다녔다. 간혹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에겐 협박을 하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섹스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나는 미식축구의 전설이었다. 어지간한 스캔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휴식기 일 때는 여행을 떠났다.
‘여자 따먹으러 여행을 간 거지.’
그러다 존슨과 마주쳤다.
‘…아. 맞다. 이거 시리즈물이었지. 존슨은 다음 시리즈에서 멀쩡히 나타나니까. 그것 때문인가?’
하지만 존슨은 내 상대가 아니었고, 이번에도 내가 존슨을 죽였다. 그 과정에서 여자를 따먹는다고 몇 명이 희생되긴 했지만 죄책감을 가지진 않았다.
이후에도 한 번씩 존슨과 마주쳤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말이다.
‘결국 내가 계속 이겼지.’
이 세계의 나의 최후는 영 별로였다.
40대에 섹스 파티를 즐기다가 총알이 머리에 관통당해 즉사한 것이다.
‘어우… 대통령 딸을 섣부르게 건드렸다가 이렇게 되는군. 난 이렇게 되지 않게 조심해야지.’
이 셋 중에서 가장 괜찮은 엔딩은 ‘11일의 월요일’이다. 40대에 암살당하긴 했지만 인생을 마음껏 즐겼다고 할 수 있으니까.
‘난 천년만년 살아야지.’
???
지원일 당일.
나와 한하린은 함께 협회로 향했다.
협회 직원은 회의실에 모여 있는 우리를 포함한 10명의 헌터들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설명해주었다.
“한하린 씨와 성유진 씨는 우축(宇蓄) 마을로 이동하게 될 겁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중국 헌터들을 도와 근처에 있는 란저우시로 마을 주민들을 피난 시켜주시면 됩니다. 그쪽에 있는 중국 헌터들이 여러분에게 말하겠지만, 주의하실 점은 자동차를 이용했다간 몬스터의 주의를 끌 수 있다는 겁니다. 몬스터는 청각이나, 후각이 예민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민들의 안전이니 걸어서 움직일 겁니다. 대충 일주일 정도 걸리겠군요. 피난을 완료한 후에는 란저우시에서 협회의 지시를 받아 행동해주십시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저희가 여러분의 귀국을 돕겠습니다.”
우축 마을.
인구수 약 5,000명이 모여 있는 마을이었다.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집들 대부분이 전통 가옥으로 오래되어 보였다.
관광업을 노리고 있던 마을 같은데, 현재는 고립되어 헌터의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헬기를 띄우면 되지 않나 싶지만, 현재 중국은 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 벌써부터 귀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