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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5 - 33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15/2,000)

〈 335화 〉 33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3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희를 시작합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나는 정체모를 하얀 괴물과 싸우던 중국의 어느 마을이 아니라, 조용하고 어두우며 고급스러운 방의 넓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맑은 달빛과 머리와 등에 느껴지는 푹신함. 몇 초 전까지 목숨이 달린 전투를 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조용히 잠들어 있는 유리아가 보였다. 달빛 때문일까. 청은색의 머리카락이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리자 백옥같이 희고 고운 알몸이 보였다. 풍만한 가슴과 군살하나 없는 복부. 그리고 털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제모 되어 있는 은밀한 곳.

나는 유리아의 몸을 보자 조건반사적으로 성욕이 치솟았다.

‘현실의 그 괴물에 대한 문제는…. 뭐 지금 당장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내가 현재 유희 세계에 들어온 이상 현실은 시간이 멈춘 상태가 된다. 이 세계에서 100년의 시간을 보내더라도 현실은 1초도 흐르지 않는다.

‘나는 이 세계에 도망쳐왔어.’

그 시점에서 내가 괴물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찰나는 전투 중에 이미 다 썼고, 완전 회복도 사용했다. 괴물은 지나치게 빠르게 강해졌고, 내 신체 능력을 압도했다. 공간 이동 주문서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몰라도 한하린과 류자영을 내버려두고 혼자 도망칠 수 없었다. 류자영의 경우엔 도망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이 백환 세계에 온 이유는….’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세계의 내가 강해진다고 해도 현실의 내가 강해지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포인트를 벌어 내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내가 생각한 해결 방법은 다른 거다.

[캐릭터 소환]

유희 생활 어플에 있는 메뉴 중 하나.

이 메뉴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유리아를 현실로 데려가자.’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메이지인 유리아라면 그 하얀 괴물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해야 유리아를 현실로 소환할 수 있는가. 그건 모른다. 유희 생활 어플은 [캐릭터 소환]이라는 메뉴 말고는 그와 관련된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인연 레벨이겠지. 십중팔구 확실해. 인연 레벨 10이 된다면 뭔가 일어날 거야.’

현재 유리아의 인연 레벨은 8이다.

인연 레벨 10 미만일 때 인연 레벨을 1개를 올릴 수 있는 상승권을 가지고 있으니 유리아의 인연 레벨을 9로 만들어야 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렸는데도 인연 레벨이 안 올라가고 있어. 이것도 조건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 조건이란….’

유리아의 복수.

헬브리트 공작가의 사생아인 그녀는 헬브리트 공작가의 파멸을 자기 손으로 직접 선사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금의 유리아라면 헬브리트 공작가를 지워버릴 수 있어.’

원작의 유리아는 오러 마스터일 때 헬브리트 공작 일가를 암살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유리아가 원작의 유리아보다 약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현재 무려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 메이지이니까.

‘헬브리트 공작가의 파멸은 최대한의 이득을 보기 위해 미뤄뒀지만…. 그럴 여유가 이젠 없어. 헬브리트 공작가를 없애고, 유리아를 완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거야.’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

복수를 끝냈음에도 유리아의 인연 레벨이 오르지 않을 때.

그리고 복수가 끝났을 때. 유리아가 내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고,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복수는 허무하다고 하잖아. 그리고 유리아의 인생 최대의 목적은 복수야. 최악의 경우….’

내가 빤히 보고 있어서 일까. 유리아가 조용히 두 눈을 떴다. 언제봐도 빨려들어 갈 것 같은 푸른 눈동자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목이 마르시다면….”

“아니.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그렇군요….”

유리아가 몸을 움직였다. 팔을 뻗어 내 어깨를 잡더니 내 몸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고,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에 닿았다. 그녀가 몸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자 보지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유리아. 또 원하는 거야?”

“네에. 주인님의 자지를 원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유리아를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헬브리트 공작가나, 현실의 하얀 괴물 등의 자잘한 문제들을 던져두고 눈앞의 최고의 메이드를 맛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 아아아….”

???

다음날.

나는 저택의 메이드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저택의 식량과 생필품 등은 내가 현실에서 가져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되도록 현실로 가지 않을 생각이다. 물건을 가져오는 [뱀파이어 형사] 세계로 가려면 일단 현실로 가야 하는데, 현실에는 하얀 괴물과 대치중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상단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겠지. 저택의 생필품은 최소 1년은 버틸 정도의 양이 있으니까.’

코리아 상단은 당분간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익이 좀 많이 떨어지겠지만 그동안 벌어 놓은게 있기에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주인님. 시키신 일을 모두 끝냈습니다.”

유리아가 내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옆에 있는 메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밀밭을 떠올리게 만드는 황금색 머리카락을 정갈히 정리해 틀어 올린 메이드가 있었다. 번 헤어라고 하던가. 결혼할 때 신부들이 자주하는 헤어스타일이다.

새하얀 피부와 호박색 눈동자. 뛰어난 외모를 가진 미녀였지만, 저택에서 일하는 나의 메이드들은 죄다 미모가 뛰어난 미녀라서 그런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품이다. 평범하게 살아온 평민에게서 느낄 수 없는 교양이 그녀에게서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듯 굉장히 젊었다.

“신입 메이드?”

“바네사 나우로엘이라 합니다. 오늘부로 유진 님의 저택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바네사가 고개를 숙이며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치마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발견했다. 안 그런척 하고 있지만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몸을 훑어 봤다.

가슴은 B컵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고, 허리를 가늘다. 엉덩이는 치마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벗겨 봐야 알 것 같다.

“저택에 온 걸 환영해. 바네사.”

바네사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녀의 턱을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괜찮다. 합격이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코의 형태를 확인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매만졌다. 그녀에게서 익숙한 샴푸향이 맡아졌다.

옆에서 유리아가 말했다.

“바네사는 고아원 출신입니다.”

“고아원? 의외네.”

“고아원장이 가정교사 출신이었습니다. 아이들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총명하다고 칭찬하더군요.”

“과연…. 아이들의 선생님 역이야?”

“네.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제가 가르치면 될 것 같습니다.”

유리아가 고른 인재다. 신원도 확실할 테고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지금껏 그녀가 데려온 메이드 중에 날 만족스럽게 하지 않은 메이드는 없었다.

나는 바네사에게서 손을 뗐다.

“…안지 않으십니까?”

유리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평소의 나라면 당장 바네사를 벗겼을 것이다.

“이틀 뒤에.”

나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다.

옛날에는 여러 핑계를 대며 놀고먹었다. 다른 귀족들도 날 그리 신경 쓰지 않기도 했기에 문제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코리아 상단이 실질적으로 내 것이라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다른 귀족들이 내게 신경 쓰기 시작했다. 사교 파티, 생일 파티, 사냥 등등의 귀족 모임에 나를 초대하는 일이 있다.

프루커스 백작위를 쉽게 물러 받기 위해서라도 사교 모임에 참석해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유리아의 말에 따라서 최근에는 사교 모임에 나서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근처 영지에 있는 자작에게 초대 받았다.

‘이틀 뒤에 돌아와서 따먹자. 일하고 난 뒤에 먹는 맥주가 끝내주듯, 일하고 난 뒤에 먹는 처녀도 끝내주겠지. 크크크.’

나는 고개를 들어 올리는 거시기를 애써 다독였다.

“모시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먼 곳도 아니야. 호위는 플로이가 있고, 메이드는 아만다를 데려갈게. 공간 이동 주문서도 가지고 있으니 위험은 없어. 유리아는 바네사 좀 챙겨줘.”

플로이는 아카데미에서 데려온 교수 출신의 여기사고, 아만다는 AM 부대의 저격수다.

“알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유리아를 데려가고 싶다. 그러나 메이드장인 그녀는 상당히 바쁘다는 걸 알기에 웬만해선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떠나기 전에 유리아와 바네사와 키스를 나누었다. 유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지만, 바네사는 뺨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이틀 뒤가 기대 되는구만. 크흐흐.’

???

“하아.”

바네사 나우로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아다.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에 나우로엘 고아원에 맡겨졌고 자라왔다. 가정 교사 출신인 고아원장은 바네사를 비롯한 고아들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녀는 원장으로부터 글을 읽는 법, 역사, 예의범절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록 부족한 것이 많은 고아원 생활이었지만 바네사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개월 전에 나우로엘 고아원의 후원하던 상단주가 사망하면서 최근들어 한숨을 쉬는 일이 많아졌다. 그 상단주의 아들은 후원을 가차 없이 끊었고, 고아원은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다.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를 먹이기 힘들 정도다.

얼마 전에 성인식을 치른 바네사는 고아원을 떠나야했지만, 힘든 고아원을 두고 그냥 떠날 수 없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해 원장님처럼 가정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고아원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차라리 부유한 상인이나 귀족의 첩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사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이 세계는 여자와 어린아이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도적들에게 강간당한 여자, 몬스터에게 죽은 일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흔히 들리는 세계다.

‘주점에서 점원을 구한다고 하던데…. 점원일을 하다보면 거친 사람을 대하게 될 테고….’

바네사가 고아원 앞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고아원으로 들어왔다. 깔끔한 집사복을 입은 중성적인 외모의 집사와 귀족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의 품위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은발의 메이드였다.

유리아는 바네사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바네사 나우로엘 양 입니까?”

“네, 네! 제가 바네사 인데요…. 무슨 볼일이신지….”

바네사는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저들의 주인은 필시 대귀족이 틀림없을 것이다. 자신이 뭔가 대귀족에게 잘못을 저질렀던가?

“프루커스 남작가에서 왔습니다. 당신께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

“제안이요…?”

바네사는 유리아의 제안을 곰곰이 듣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다른 저택의 하녀들은 감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복지와 월급, 무엇보다 자신이 저택에서 일을 하는 동안 이어지는 나우로엘 고아원에 대한 후원.

총명한 바네사는 그들이 숨기고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이 정도 대가라면 그 정도 일은 아무렇지 않게 버텨낼 수 있었다.

“바네사! 고아원 때문에 네 꿈을 버릴 필요는 없단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렴!”

원장이 쭈글쭈글한 손으로 바네사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바네사는 어머니같은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제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에요. 정식 가정교사는 아니지만…, 가정교사가 하는 일이랑 크게 차이가 없어요. 전 괜찮아요.”

바네사는 3일 뒤, 고아원을 찾아온 프루커스 남작가의 마차를 타고 테브라 항구 도시로 떠났다.

???

“와….”

저택 입구에 들어온 바네사는 저모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지나칠 정도로 높은 저택 담장의 안에는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정원과 백작가의 저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커다란 5층 저택. 남작가의 저택이라고 들었기에 부유한 상인의 저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시선을 끄는 것은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와 집사들이다. 그들은 모두 뛰어난 미색을 갖추고 있었다.

‘에, 엘프?’

메이드 복을 입은 엘프가 물의 정령을 부려 정원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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