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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1 - 34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1/2,000)

〈 341화 〉 34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4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

현재 나는 프루커스 백작의 둘째 부인이자, 나의 두 번째 어머니인 엘라인과 함께 사두마차를 타고 왕도로 향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타고 있었다.

나의 시중을 들 메이드 2명. 유리아와 멜리사는 각각 내 옆에 앉아 있다. 미모가 뛰어나고 품위를 갖춘 그녀들은 메이드복만 아니었다면 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땐 사연이 있어 메이드가 된 귀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내 맞은편에는 엘라인과 두 명의 시녀들이 앉아 있다. 시녀 중 한 명은 늙었고, 다른 한 명은 엘라인과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다. 평균 이상의 외모이긴 한데 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서 그런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저 시녀를 안을 바엔 차라리 내 양옆의 유리아와 멜리사를 안는 게 낫지.’

안고 싶다고 해서 당장 안을 수도 없다. 엘라인의 전용 시녀라면 그 신분은 귀족일테니까.

“…….”

마차 안은 조용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것도 몇 시간뿐이다. 프루커스 백작가는 왕국의 변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왕도에 도착하기까지 열흘이란 시간이 걸린다. 물론 도중에 마을에 들리거나, 노숙을 하는 시간까지 전부 합해서 나오는 시간이다.

나는 눈앞의 엘라인을 남모르게 곁눈질 했다. 최근에 40대에 들어선 걸로 알고 있는데 외모는 여전히 20대 중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아하게 틀어올린 적갈색 머리카락. 그에 따라 드러난 목선은 새하얗고 깨끗하다. 얼굴은 언제나처럼 차가워 보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란 걸 난 알고 있다.

화려한 연보라색 드레스의 가슴 부위는 풍선이라도 넣은 것 마냥 풍만하고, 허리는 쥐면 부러질것처럼 가늘었다. 드레스 치마가 길고 두꺼워서 하체를 볼 수는 없지만 상체에 걸맞는 아름다운 하체가 있을 것이다.

‘흐으음….’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엘라인을 꼬시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봤다. 저택에 있을 때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고, 테브라의 영주가 되었을 때도 잊지 않고 편지를 쓰거나 선물도 자주 보냈다.

백작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엘라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엘라인을 공략할 겸 가문의 가신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겸 말이다.

그러나 엘라인은 전혀 넘어오지 않았다. 내가 선을 넘으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서 선을 지키게 만들었다.

나는 평범한 방법으로 그녀를 꼬실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강제로 범한다? 아니.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을 때의 수단이야. 미약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야. 강제로 하는 방법을 쓰는 건 내 패배를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어.’

평범한 방법은 안 된다. 다르게 말하면 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극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마차 주위에는 기사단과 병사들이 호위하고 있으며, 엘라인은 중급의 마법사로 자신의 몸을 지킬 무력을 가지고 있다.

덜컹!

마차가 크게 흔들리며 멈춰 섰다. 정숙하게 앉아 있던 엘라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녀의 기분을 헤아린 늙은 시녀가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갑옷을 걸친 남자가 다가왔다. 빛바랜 금발머리를 한 40대의 남성이었다. 메들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고웅 듀비셀이다.

“듀비셀 경. 무슨 일입니까?”

“죄송합니다. 부인. 전방에 오크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금방 정리하겠습니다. 5분만 기다려주십시오.”

내 실력을 기사들에게 어필할 좋은 기회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듀비셀 경! 제가 돕겠습니다!”

듀비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엘라인이 내게 말했다.

“앉거라, 유진. 네가 나설 필요는 없다.”

“제가 도운다면 더 빨리 몬스터를 없앨 수 있습니다!”

“유진. 너는 귀족이고, 듀비셀 경은 우리를 지키는 기사다. 호위 대상이 스스로 위험한 곳으로 걸어가는게 말이 되느냐? 듀비셀 경의 입장을 생각 하거라.”

“남작님.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오크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나는 결국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섣불리 나섰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은 탓에 듀비셀 경을 무시하게 되었군요.”

“아닙니다. 남작님께서 저희를 도와주시려는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이런 일은 괜히 남작님의 눈과 손만 더럽히게 됩니다.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메들 기사단은 정말 5분 만에 오크 무리를 사냥하고 그 시체를 정리했다. 마차는 다시 달려 나간다.

‘문제는 이거야. 신분. 엘라인은 백작 부인이라는 신분에 너무 얽매여 있어. 엘라인을 꼬시려면 우선 백작 부인이라는 탈을 벗겨야 하는데…. 젠장.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머리를 굴려 방법을 모색해보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몇 개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철혈같은 엘라인이 쉽게 걸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내 수작을 눈치 챌 수도 있다.

‘뭔가 방법이….’

???

마차 생활 6일째.

나는 엘라인을 꼬실 방법은 떠올리지 못했다.

해가 하늘 중앙에 떠있는 정오 무렵. 마차는 평야에 있는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이라 하기엔 크고, 도시라 하기엔 그 규모가 작은 어중간한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들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과 고개를 바닥에 떨구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일정보다 빠르게 에렌치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부인. 오늘은 이 마을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과 병사들에게 휴식이 필요합니다.”

듀비셀이 엘라인에게 정중히 제안했다. 마차 밖으로 나와 마을을 한 차례 둘러본 엘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의 말대로 오늘은 이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에 왕도로 출발하겠습니다. 어차피 일정은 여유로우니 문제는 없겠지요.”

기사와 병사, 하인들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들이야 그저 지루할 뿐이었지만, 그들에겐 지루하고도 힘든 여행일 것이다.

나는 마을 최고의 여관에 들어가기 전에 찝찝함을 느꼈다.

‘에렌치르… 에렌치르….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기분 탓은 아닐 테고…. 아…!’

생각 났다.

원작의 한 에피소드에 에렌치르라는 마을이 나왔었다. 주인공 카일이 왕도로 향하면서 들렸던 마을이다. 큰 의미 없는 에피소드라 떠오르는 게 늦었다.

‘에피소드의 내용이… 허억!’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등줄기에 전율이 흘렸다. 잘만 이용하면 엘라인을 꼬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아!”

나는 서둘러 유리아를 불렸다.

???

유리아는 에렌치르 마을 입구에 있는 어느 한 집에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다. 먼지가 가득한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대충 1~2년 정도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았는데 낡은 물건들 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 집의 주인은 사고로 죽었을 것이고 생활 용품이나, 비싼 물건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이 가져갔을 것이다.

유리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오래된 장난감 나무 인형을 손에 쥐었다. 유진의 말대로 쇠스랑을 들고 있는 농부 형상의 나무 인형이었다.

유리아는 조용히 마을 밖으로 나섰다. 그 누구도 그녀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

점심 식사를 끝낸 나는 엘라인에게 제안했다.

“어머니. 먹은 음식도 소화시킬 겸 함께 산책을 하지 않으실래요?”

“산책이라…. 이 마을에 볼게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리 영지와는 다른 곳에 위치한 마을이잖아요. 거기다 들어보니 여기엔 통치하는 귀족도 없다고 들었어요. 한 번 정도는 둘러보고 싶어요.”

“…….”

평소의 엘라인이라면 거절했을 것이다. 기사나 병사들의 입장에서 여관에 가만히 있어 주는 편이 좋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마차 안에 계속 앉아 있었던 엘라인도 약간의 답답함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좋다. 잠깐의 산책이라면 나쁘지 않겠지.”

마을은 볼게 없었다. 집들은 모두 낡았고, 도로는 더러웠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보이면 피하기 바빴다. 마을을 지킨다는 자경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볼만한 건 시장 정도였지만 멀리서 보기만 했다.

“이제 충분하니 돌아가자꾸나.”

“네. …엇?!”

대답하던 나는 놀란 척을 하며 손가락을 들어 마을 바깥은 가리켰다. 거기엔 커다란 멧돼지가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멧돼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려 나오고 있었으며, 몸 곳곳에 상처를 입어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이마에는 나무 인형이 박혀 있었다.

“위험합니다!”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나와 엘라인을 호위하던 3명의 기사 검을 빼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검에 오러가 나타났다.

꾸이이이이이이익!

성난 멧돼지는 더욱 가속하여 기사들에게 몸통을 들이 밀었다. 기사들은 검을 휘둘렀으나, 그들의 검은 멧돼지에게 얕은 상처만 입혔을 뿐이고 몸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쳐박혔다.

엘라인은 차분한 눈으로 멧돼지를 보며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웻지(ice wedge).”

지면에서 솟아난 굵은 얼음 가시들이 멧돼지를 공격했다. 허나 멧돼지는 얼음 가시가 자신의 몸을 꿰뚫든 말든 아예 무시하며 달려든다.

“어머니! 피해야 합니다!”

나는 엘라인의 몸을 확 낚아챘다. 은근슬쩍 왼손으로 허리를 휘감고, 오른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멧돼지는 우리에게 달려들다가 발을 헛디뎌 덤블링을 하듯 위로 올라갔다. 그 육중한 멧돼지의 몸이 하늘로 떠오른다.

나는 물론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지금 상황 자체가 내가 설계하고 유리아가 실행한 일이다.

쿠우우웅!

멧돼지가 머리부터 쓰러진다. 이마에 박혀 있던 나무 농부 인형이 박살나면서 강렬한 빛을 내며 주위에 있던 나와 엘라인을 삼켰다.

???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나였다.

나는 좁고 냄새나는 나무집 안에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느껴지는 오물의 냄새에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었다.

닫힌 나무 창문의 틈을 통해 서늘한 공기와 파란색의 새벽빛이 들어왔다. 꼬끼오, 집근처에서 울부짖는 닭을 치킨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딱딱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을 덮고 있던 헝겊이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으려다가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엘라인을 발견했다.

“오…….”

나는 엘라인에게서 눈을 뗼 수 없었다. 그녀 또한 알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적갈색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으나, 이불 밖으로 나온 그녀의 얼굴과 팔 다리는 투명할 정도로 새하얗다.

나는 엘라인을 깨우는 대신 덮고 있는 이불을 들쳐 침대 밑으로 흘려보냈다. 다행히도 그녀는 몸을 뒤척일뿐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E컵의 가슴 끝에는 진분홍색의 유두가 있다. 유륜에는 오돌토돌한 돌기가 약간 있었다. 나는 그녀가 애를 낳은 유부녀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너무 젊어서 잠시 잊었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풍만한 가슴 아래는 날씬한 복부가 있었다. 군살 하나 없었고, 아래에는 순산형의 골반이 있었다. 은밀한 부위에는 적갈색의 털이 빳빳하다. 그 아래의 보지는 유두와 같은 진분홍색이다.

나는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마음껏 주무르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여기서 일을 망칠 수 없었다.

엘라인의 어깨를 잡아 작게 흔들었다.

“어머니! 어머니! 일어나세요! 어머니!”

“…….”

엘라인이 두 눈을 번쩍 떳다. 그녀는 서늘한 공기를 느끼고 몸을 움츠렸다가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손으로 가슴과 보지를 가렸다. 그녀는 내 알몸도 봤지만 크게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여기는? 우린 멧돼지에게 습격당한 게 아니었느냐?”

“모르겠습니다. 저도 방금전에 일어났어요. 그리고 알몸이었죠.”

내가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일부러 사타구니의 자지를 덜렁거렸다. 엘라인의 눈동자가 무의식적으로 내 그곳에 향했지만 곧바로 원래 자리로 되찾았다.

“상황을 알아보기 전에 옷부터 걸쳐야 되겠군. 근처에 옷은 없느냐?”

“있긴 있습니다.”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옷을 가리켰다. 우리가 원래 입고 있던 화려하고 좋은 옷들이 아니었다. 농민들이 입을 법한 낡고 추레한 옷이었다.

“…어쩔 수 없지. 저거라도 입을 수밖에.”

“혼자서 입을 수 있겠어요? 도와드릴까요?”

“날 너무 무시하는구나. 옷 정도는 혼자서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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