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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7 - 34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7/2,000)

〈 347화 〉 34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4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그렇군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습니다. 각하. 흥미로운 정보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내 말에 헤올리스 후작이 두 눈을 빛냈다.

“……정보라. 이거 흥미가 돋는군. 코리아 상단을 단시간에 거대 상단에 버금가는 크기로 키운 자네의 정보라면 시시한 정보는 결코 아니겠지.”

“정보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겐 금덩이보다 귀한 정보가, 누군가에는 길거리에 널린 돌멩이만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게는 금덩이도 돌멩이도 아닌 정보입니다. 각하를 실망시킬지도 모르겠군요.”

“자네가 말해주는 정보는 왠지 금덩이… 아니, 보석같을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군. 어떤 정보인가?”

“별거 아닙니다. 앞으로 일어날 대전쟁의 시작점이 북쪽이라는 정보죠.”

“음. 그렇군. 정정하겠네. 길거리에 떨어진 보석이 아니라 금광산 같은 정보로군. 자네의 정보가 확실하다는 조건 하에 말이야.”

전쟁이 일어날 곳을 미리 알고 있다면 발 빠르게 움직여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여파를 어느 정도 계산하며 전쟁이 끝나기까지 균형만 잘 잡으면 왕국 최고의 부자가 되는 건 일도 아니게 된다.

“북쪽에서 시작되는 전쟁… 설마 우리 왕국의 북부를 말하는 건가? 확실히 거기가 살벌한 동네이긴 하네만 우려할 정도의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을 텐데…. 설마 자네는 더 위에 있는 국가들을 말하는 건가?”

“후작 각하. 전 이미 충분한 정보를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근거도 없는 정보가 아닌가. 신뢰도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어. 아니면 그 정보는 정보 길드도 알고 있는 정보인가?”

“설마 그렇겠습니까. 정보 길드가 알고 있는 정보라면 이미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났을 겁니다. 그리고 후작 각하께서 정보를 놓칠리도 없을 테죠.”

“…그냥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자네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단 말이지. 무엇을 원하나. 코즈라인 상회에 가입인가? 그거라면 내가 확실히 밀어 줄 수 있네.”

“코즈라인 상회에는 결국 들어가게 될 겁니다. 원래 그럴 생각이 아니었습니까.”

“……음. 코리아 상단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긴 하지.”

“제가 원하는 건 아까 말했습니다.”

“자네의 코리아 상단과 나의 홀리스 상단이 함께 하는 전쟁 사업 말인가…. 솔직히 말하겠네.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건 이제 막 시작한 단계야. 왕국의 시선 때문에 물자도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네. 내가 전쟁 물자를 대놓고 준비하거나, 밀수한다면 헬브리트 재상이 먼저 눈치 채고 날 추궁할 것이 불보듯 뻔하네.”

나는 그가 전쟁 물자에 관해서 허세 섞인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직접 생각한 건 아니고 유리아가 전음으로 바로 알려주었다.

거대 상단이 전쟁 물자를 구축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전쟁 물자의 시세는 지나치게 천천히 오르고 있다. 거대 상단인 홀리스 상단이 전쟁 물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면 최소 10% 이상 올라야 정상이라고 유리아가 말했다.

“재상이 코즈라인 상회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간섭이 심합니까?”

“흠…. 코리아 상단은 변경에 위치해 있고, 상단이 최근에 급격히 커졌으니 재상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재상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까칠하고, 깐깐하며, 깔끔하네. 눈치도 쓸데없이 좋아서 불온한 움직임을 곧바로 알아차려 버리지. 자네에게만 말하는 거지만, 코즈라인 상회는 라펠리 왕국이 거대 상단에 채우는 목줄이기도 하다네.”

“……그렇게 막말 하셔도 되는 겁니까?”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와 나는 초면이다. 고위 권력자의 뒷담을 깔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네. 아니면 자네는 왕궁에 있는 헬브리트 재상에게 달려가 오늘 일을 고자질하기라도 할 텐가?”

“제가 미쳤다고 그럽니까. 그보다 전쟁 물자를 모으지 못하는 건 재상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란 걸로 보면 됩니까?”

“그렇네. 옛날이라면 모를까. 국왕 전하께서 기력이 약해지신 지금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는 헬브리트 재상이라 할 수 있네. 거기다 왕세자까지 지원하고 있지. 그 속셈은 물론 왕세자를 허수아비 왕으로 만들 생각이겠지.”

“그렇게 재상의 견제가 심합니까?”

“재상은 내전을 경계하고 있네. 내전이 가장 일어나기 쉬운 시기는 왕이 늙었을 때지.”

“알겠습니다. 요컨대, 재상만 없다면 해결 될 문제군요.”

“왜. 재상을 암살하기라도 할텐가?”

“…….”

나는 말없이 웃으며 헤올리스를 쳐다봤다. 헤올리스의 농담이다. 하지만 그 두 눈을 보면 마냥 농담인 건 아닌 것 같다.

“코리아 상단에 대해 조사해봤지. 그 승승장구의 비밀이 궁금해서 말이네. 이제까지 없었던 편리하고 세련된 물건이 이유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될 수 없는 성장력이었지.”

“성장의 다른 이유는 알아냈습니까?”

“알아냈지. 코리아 상단의 성장을 방해하던 상인과 귀족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더군. 몬스터에게 습격당하고, 마차에 치이고,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지. 코리아 상단은 너무 운이 좋아서 죽음의 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네.”

그는 내가 암살을 지시한 걸 알고 있다. 물론 물증은 없을 것이다. 유리아가 증거 따위를 남겨뒀을리도 없고,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나를 협박해 코리아 상단의 물건 정보를 캐가려 했을 것이다.

“……만약 재상이 사라진다면 코리아 상단과 협력할 수 있습니까?”

“재상이 사라진다면 협력할 수 있지. 하지만 자넨 헬브리트 재상이 얼마나 독한 인간이지 모르네. 죽음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재상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네.”

“그 대답이면 충분합니다. 재상의 경우는 뭐… 하늘이 돕지 않겠습니까.”

“이제 자네가 말한 북쪽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겠나?”

이렇게 재촉하는 걸 보아 내가 가진 정보가 정말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어차피 정보를 말할 각오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음으로 그에게 자세한 정보를 말했다.

“북쪽. 당연히 라펠리 왕국의 위에 있는 호지트 왕국과 비슐 왕국을 말합니다.”

“북쪽에 있는 국가들이군. 설마 자네가 하는 말은 호지트 왕국과 비슐 왕국이 우리 라펠리 왕국에 선전포고를 한다는 건가? 확실히 거친 국가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은….”

“아닙니다 후작 각하. 놈들은 서로 싸울 겁니다. 오랜 평화가 지속 되었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깊은 원한의 골이 있습니다. 처절하게 싸울 겁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시작된 전쟁의 불씨는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믿을 수 없군. 호지트의 왕자와 비슐의 공주는 불과 10년 전에 정략결혼을 진행하며 동맹을 맺었네. 그런데 그들끼리 전쟁을 한다고?”

“결혼은 조만간 깨질 겁니다. 왜냐하면 비슐의 공주가 낳은 아들은 왕자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잠깐. 귀가 가렵군. 내가 방금 뭘 잘못들은 것 같네만….”

“전 제대로 말했습니다.”

“…자네 말은 비슐의 공주의 자식은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공주의 불륜 대상은? 왕손의 진짜 아비는 누구지?”

“아직 절 믿지 못하시는군요.”

“쉽게 믿을 정보는 아니지.”

“비슐 왕국의 공주의 친오빠. 즉, 현 비슐 왕국의 국왕이 친아빠입니다.”

“…….”

후작은 경악한 듯 입을 살짝 벌렸다.

내 말은 요컨대 비숄 왕국의 공주는 근친으로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를 호지트 왕국의 왕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뜻이 된다.

안 그래도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왕국이다. 이 일이 알려지면 서로 멸망할 때까지 싸우리라.

“…자네. 그 발언에 책임질 수 있나?”

“제가 왜 책임집니까.”

“…미안하군. 충격적인 이야기에 잠시 경황이 없었네. 자네가 책임질 일은 아니군.”

나는 공식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 정보를 헤올리스 후작에게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정보를 알고 있는 헤올리스 후작에게도 결국 남의 왕국의 일이다.

“……자네 말이 진짜라면 전쟁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 호티스 왕국은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아직은 모릅니다. 아마도 의심하고 있는 단계겠죠.”

“나는 자네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네.”

“이해합니다. 저라도 후작 각하 같았을 겁니다. 다만 저는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후작 각하의 몫입니다.”

“……골치 아프군. 자네에게 코리아 상단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이었다만… 이후에도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

“시간은 많습니다. 후작 각하.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관계도 지금 보다 더 나아 질 겁니다.”

나는 그후로도 헤올리스 후작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 형수가 될 헤올리스 영애와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만, 현재 저택에 없으십니까?”

“비비라면 네비온뜨 백작의 만찬회에 먼저 가 있네.”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자네도 괜찮다면 만찬회에 참가하지 않겠나?”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관리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저도 마음 같아선 참가하고 싶긴 합니다만…. 전 만찬회에 초대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가면 만찬회의 주최자인 네비온뜨 백작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폐? 나와 함께 가면 되네. 거기다 자네는 초대 받은 젠트의 동생이 아닌가. 만찬회의 귀족들은 자네를 환영할 것이라네.”

서부 귀족들의 실질적인 영향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헤올리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그럼 염치 무릅쓰고 참가하겠습니다. 서부의 귀족들과 형수님을 만날 때가 무척이나 기대되는군요.”

???

헤올리스 후작과 만찬회에 들어선 나는 서부의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나의 갑작스런 참가를 환영했다. 만찬회의 주인인 네비온뜨 백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부의 실세라 할 수 있는 헤올리스와 함께 왔는데 그 누가 비난할까.

다만 딱 한 사람.

얼굴을 뭐 씹은 것마냥 일그러뜨리고 나를 노려보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젠트였다.

설마 내가 헤올리스 후작과 함께 만찬회에 참가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리고 머릿속으로 온갖 불길한 상상을 다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헤올리스 후작과는 오늘 처음 만난 관계에 불과하지만 젠트에겐 다르게 느껴지겠지.’

나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젠트에게 다가갔다.

주위 귀족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유리아를 힐끔거리고 있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만찬회의 어떤 귀족 부인과 영애보다 아름다웠으며, 그녀들 이상의 품위를 가지고 있다.

귀족 부인과 영애들은 나중에 유리아를 씹겠지만 지금 신경쓸 필요는 없는 일이다.

“반갑습니다. 젠트 형님. 여기서도 만나는군요.”

“……그래. 네가 만찬회에 올줄 몰랐다. 헤올리스 후작 각하께 무례를 범한 건 아니겠지?”

“하하. 형님은 걱정도 많으십니다. 저는 헤올리스 후작 각하와 상단의 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쩌다보니 만찬회에 참석하게 된 것 뿐입니다. 그런데 형님. 옆에 계신 형수님은 언제 제게 소개 시켜주실 예정입니까?”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전에 초상화를 통해 모습을 확인했던 젠트의 약혼녀인 비비 헤올리스가 있었다. 밝은 연두색의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가슴은 A컵이지만 모델처럼 키가 크고 몸의 비율이 좋았다.

그녀의 사파이어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헤올리스 가문의 장녀인 비비 헤올리스에요. 유진 프루커스 남작님.”

“유진 프루커스 남작입니다. 이렇게 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우시군요. 형수님.”

“형수님이라니….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곧 젠트 형님과 결혼할 사이가 아닙니까. 미리 형수님이라 불려도 상관없겠지요. 아니면 이 칭호가 불편하십니까?”

“아, 아니에요. 좋을 대로 불러주세요. 남작님.”

비비는 어색하게 나를 대하면서 젠트의 눈치를 살폈다. 그 이유는 뻔하다. 젠트가 비비에게 나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자신과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투는 사이라는 걸. 그 과정에서 온갖 유언비어가 젠트의 입에서 나왔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나는 젠트와 비비와 인사를 나눈 뒤에 다른 귀족들에게 향했다. 우선은 여기 있는 귀족들과 일면식을 틀어놔야 했다.

‘……근데 이 새끼의 이름은 뭐지.’

한 귀족의 이름을 몰라서 눈살을 약간 찌푸리고 있을 떄, 유리아의 전음이 들려왔다.

-세비로우로그 자작입니다. 세비로우로그 영지는 맛좋은 사과가 유명합니다.

“세비로우로그 자작! 이곳에서 만나게 될지 몰랐군요! 세비로우로그 영지의 사과의 뛰어난 맛은 제 영지에서도 유명합니다.”

“하하하. 저희 영지의 사과가 유명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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