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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3 - 35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3/2,000)

〈 353화 〉 35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5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라펠리 왕국의 재상인 마켈로스는 기사들과 함께 대죄인 바시브 메이켈드를 데리고 왕도 외곽에 있는 어느 한 저택에 쳐들어갔다.

“샅샅이 뒤져라!”

명령을 내린 마켈로스를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무표정한 그였지만 기분은 심히 좋지 않았다. 아직 국왕의 탄신일 기념 연회는 계속되고 있다.

원래는 연회장에 있어야 할 그는 국왕의 명령에 따라 바시브 메이켈드의 일을 조사하고 파헤치고 있었다. 쉬운 일이었다. 사기꾼은 고문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걸 실토했기 때문이다.

바시브 메이켈드.

아니, 본명인 로하드는 용병 출신의 평민이었다. 그는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귀족의 시체, 진짜 바시브 메이켈드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시체에서 메이켈드 가문의 상징인 반지와 서류를 훔치고 귀족 노릇을 했다.

연회장에서 유진 프루커스 남작과 싸울 때, 마켈로스는 로하드를 도와줄 생각도 있었다. 허나 그를 돕기엔 사기 내용이 너무 빈약했다. 괜히 나섰다간 자신의 평판만 떨어질테니 가만히 있기로 했다.

‘멍청하긴.’

본인의 말로는 한탕 제대로 하고 국경을 넘어 망명한 상태로 숨어서 떵떵거리며 살려고 했단다. 허나 마켈로스는 믿지 않았다. 그는 이런 귀족 무서운 줄 모르는 사기꾼을 몇 번 보았고, 그들은 사기가 버릇인 것 마냥 계속해서 사기를 쳤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90% 이상이 거짓말이야. 심각한 놈들 중에는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 생각하는 놈들도 있었다.

“나, 나리!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웅성거리는 인파 속에서 한 늙은이가 달려와 바닥에 부복하며 물었다. 늙은이에겐 왼쪽 팔이 없었다.

“너야 말로 무슨 짓이냐. 지금 우리는 국왕 전하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왕실의 일을 무시하고, 국왕 전하를 업신여기는 것이냐?”

“겨, 결단코 아닙니다! 저는 20년 전에 제 3 왕실 기사단에 일했던 마르코라 합니다! 이 저택은 메이켈드 남작님에게 빌려준 제 저택인지라 무례임을 알고서도 나섰습니다.”

“…….”

왕실 기사단 출신이면 여기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마켈로스의 근처에는 왕실 기사단 출시의 기사들이 호위하고 있으니까.

“바시브 메이켈드 남작은 귀족이 아니다. 귀족 사칭범이다. 진짜 이름은 로하드. 용병이라더군.”

“…예?”

노인은 온몸이 사슬로 묶여 있는 로하드를 쳐다봤다. 로하드는 시선을 피했다.

“메이켈드 남작…! 아니, 로하드! 저택을 빌려줄 때 500만 네르를 준다고 약속했잖소! 내 500만 네르는 언제 줄 것이오?!”

“시끄럽다. 마르코. 소란 피우지 마라. 국왕 전하의 명령을 수행하는 우리를 막은 이상 목을 쳐도 시원찮으나, 과거 왕실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왕실에 충성을 다했던 것을 감안해 한 번은 봐주겠다.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마르코.”

서슬퍼런 마켈로스의 경고에 마르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물러났다. 죽을 때가 가까워져 물불가리지 않던 그도 마켈로스는 두려웠다.

“재상 각하.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1네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

마켈로스가 로하드를 쳐다봤다.

“아, 아닙니다! 각하! 전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이 저택에 그동안 모은 투자금을 모두 모아뒀습니다! 제 동료 2명이 돈을 지키고 있을 거란 말입니다!”

“…….”

마켈로스는 생각했다.

로하드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다. 늙은 평민은 로하드를 알아보았고, 로하드는 고문에 약했다.

가능성이 큰 건 로하드의 동료가 돈을 가지고 도망쳤거나, 다른 누군가가 개입해 돈을 채갔거나.

마켈로스는 후자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왕궁으로 돌아간다. 로하드. 네놈은 거짓을 말했으니 죽을 때까지 고문을 당할 것이다.”

“가, 각하! 아닙니다! 전 진실을 말했습니다! 각하! 고문만은…! 고문만은 그만 해주십시오! 각하!”

“…….”

???

나는 이번 사건으로 내 존재감을 귀족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연회장에 소란을 일으켰지만 귀족들 중 나를 비난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사기꾼이 귀족 사칭범이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권력에 대한 도전을 무척이나 경계했다.

비비 헤올리스는 의도적으로 나를 피했다. 그녀는 내게 5억을 받아 사기꾼에게 투자했고, 그 돈은 현재 상황에서 찾을 수 없다고 재상인 마켈로스가 아까 전에 귀족들에게 말했다.

실상을 말하자면 그 돈은 내게 있다. 나는 오늘 낮에 유리아를 시켜 돈을 회수했다. 그 돈의 양이 무려 17억 3천만 네르다. 갑자기 생긴 공돈은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밤 10시. 아직까지도 연회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나는 유리아를 시켜 비비 헤올리스를 왕실에서 내게 제공해준 방에 초대했다. 얼마 후 유리아와 비비가 방안에 들어왔다. 유리아가 직접 움직였으니 비비가 내 방에 들어온 걸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쭈볏거리는 비비에게 무표정하게 말했다.

“앉으십시오. 형수님.”

“…네. 프루커스 남작님.”

비비가 앉았다. 나는 그녀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 번 훑어봤다. 이 세계에서도 희귀한 밝은 연두색의 머리카락, 에메랄드 같은 눈동자. 새하얀 피부. 뛰어난 미모다. 다만 안쓰럽게도 가슴은 A컵이다.

내 시선에 위험을 느낀 것일까. 그녀는 몸을 한차례 떨었다.

“형수님. 바시브 메이켈드 남작… 아니, 로하드에 대한 정보는 들으셨지요.”

“그는 사기꾼이고… 돈이 사라졌다는 재상의 말을 들었어요.”

“시간이 늦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8억 2천만 네르. 어떻게 갚으실 생각이십니까?”

“기, 기다려 주세요. 돈은 갚을 수 있어요. 전 헤올리스 가문의 딸이에요.”

“헤올리스 후작 각하께 돈을 부탁하실 생각이십니까?”

헤올리스 후작이라면 돈은 순식간에 갚을 수 있다.

“그건 아니에요! 전 아버지의 도움이 없어도 돈을 갚을 수 있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젠트 공자님과의 결혼식을 앞당길 생각이에요. 3개월 뒤에 결혼을 하면 제가 부인이 되니 재산을 빼돌려….”

“죄송합니다만, 형수님. 형님은 재산은 별로 없습니다.”

“…예? 저번에 이런 식으로 돈을 얻을 수 있다고 남작님이 말했잖아요.”

“그때는 제가 젠트 형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조사해보고나니 젠트 형님은 가진 재산이 별로 없더군요.”

“젠트 공자님은 프루커스 백작의 후계자에요!”

“유력한 후계자 후보일 뿐입니다. 저도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최소 3년 이상은 후계자가 결정되지 않을 겁니다.”

“그, 그래도 남작님이 기다려주신다면 돈을 갚을 수 있어요. ……조금 오래걸리겠지만 애초에 계약서에도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잖아요.”

“네. 대신 계약서에는 형수님이 돈을 갚을 의지가 없거나, 돈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죠. 그리고 최악의 경우 헤올리스 후작 각하께 요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아니에요! 전 갚을 수 있어요!”

비비가 발끈하며 말했다. 나는 말없이 조용히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압박감을 느낀 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

“돈을 갚을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전하께서 사기에 당한 귀족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했을 때, 왜 앞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나가요.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귀족들이 보고 있는데…! 제 인생은 이제 시작이에요. 이런 흑역사를 남길 수 없어요. 이게 알려지면 사교계에서 얼마나 떠들어댈지….”

비비의 말을 이해한다. 영지와 가문을 물러 받는 후계자와 다르게, 귀족 영애들의 가치 대부분은 사교계에 있었다.

“혹시 따로 재상 각하를 찾아가 사기꾼에게서 돈을 찾아달라고 말하셨습니까?”

“보는 눈이 한 둘이 아니에요.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리고 만약 후작 각하가 사교계에 소문이라도 흘렸다간….”

비비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물론 나는 동정심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후우. 형수님은 돈을 갚을 의지도,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형수님. 이 일은 후작 각하께 말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남작님! 성급한 생각이세요! 전 갚을 수 있어요. 갚을 수 있다니까요…!”

“자그마치 8억 네르가 넘는 돈입니다. 형수님은 모아둔 돈이 얼마 정도 되십니까?”

“그건….”

“없겠죠. 돈이 있었다면 제게 돈을 빌리지 않았을 테니까.”

비비는 허영심이 많은 여자다. 후작으로부터 용돈을 받았더라도 바로 사용했을 것이 틀림없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화들짝 놀란 비비가 내 팔을 잡았다.

“남작님! 시간을 주세요! 시간을…! 시간이 있다면 갚을 수 있어요!”

“……정말 갚을 수 있습니까?”

“네. 갚을 수 있어요! 믿어주세요!”

“…신뢰가 영 가지 않지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비비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마워요, 남작님!”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이요?”

나는 비비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 새하얀 뺨을 천천히 매만지자 그녀의 눈가가 바들바들 떨렸다. 내 손길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형수님의 몸을 원합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 바로 후작 각하께 찾아 갈 것입니다.”

“이, 이건 협박이에요! 남작님은 이런 분이셨나요?!”

“네. 원래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형수님이 제대로 돈을 갚을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아버지에게 말할 거에요! 아버지가 남작님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남작님 뿐만이 아니라 프루커스 백작가 전체를!”

“후작 각하께서 믿으시라 생각하십니까? 물증도 없습니다만.”

“아버지가 제 말을 믿지 않으실 리가 없어요!”

“계약서는 제게 있습니다. 형수님이 빚진 8억 2천만 네르를 증명하는 서류죠. 저는 후작 각하께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형수님이 거짓 증언을 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 그런…!”

비비는 헤올리스 후작의 딸이다. 헤올리스 후작이 돈과 관련된 일에 피와 눈물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가 딸의 말보다 계약서를 믿을 것도 알고 있다.

비비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 손길은 그녀의 뺨에서 목으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안 돼요! 전 순결을 지켜야 해요!”

“형수님. 순결이란 건 처녀막을 말하는 것이지요?”

“마, 맞아요. 결혼 후에 젠트 공자님과 바로 첫날밤을 가질텐데 처녀막이 없다면 문제가 될 거에요.”

“걱정 마십시오. 방법이 다 있으니까요.”

“…방법이요?”

“마법으로 인공 처녀막을 만드는 겁니다. 젠트 형님은 마법에 대해 전혀 모르니 무사히 넘길 수 있습니다. 형수님이 어색하지 않게 연기만 잘하시면 됩니다. 첫날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니면 지금 저와 함께 후작 각하께 가시던가요. 어쩌겠습니까?”

내 손이 비비의 어깨에 닿았다. 비비는 초록색 눈동자를 굴리며 뭐가 이득이고 뭐가 손해인지 계산했다.

“…인공 처녀막이란 마법이 있으면 정말 첫날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나요?”

사실 마법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실에서도 인공 처녀막이란 제품도 판매한다. 처녀막 재생 수술이란 것도 있고 말이다.

“장담합니다.”

“…알겠어요. 제 몸을 남작님께, 바치겠어요.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물론이죠. 앞으로 제가 돈을 가지고 재촉할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너무 오래 갚지 않으면 이런 부탁을 몇 번 들어 주셔야 하겠지만요.”

“…….”

나는 체념한 비비의 드레스를 벗겼다. 유리아가 떨어진 드레스를 받아 들고 물러난다.

“…저 메이드는 아까부터 우리의 대화를 들었어요.”

“믿을 수 있는 메이드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나는 그녀의 상체를 쳐다봤다. A컵의 가슴은 간신히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의 가슴 크기였다. 볼록 튀어나온 그 가슴에 손을 뻗었다. 가슴 끝에 달려있는 분홍색 젖꼭지가 서서히 딱딱해진다.

“형수님. 좋은 냄새가 납니다. 가슴에 향수라도 뿌리셨나요?”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가슴에 향수를 뿌리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에 있나요. 그리고 가슴만 만지지 말아주세요. 이런 작은 가슴…. 전혀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그럴 리가. 형수님이 이렇게 매력적인데 그 가슴이 매력적이지 않을 리가 있습니까.”

내 머리는 비비의 작은 가슴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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