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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5 - 35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5/2,000)

〈 355화 〉 35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5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호기심이 생겼다. 남작. 날 왕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뭘 얻을 생각이었지?”

“하나는 아일린 공주입니다.”

“아, 그 빌어먹을 년? 그년을 주는 걸로 왕이 될 수 있다면 아주 값싼 대가로군. 다른 하나는 뭐지?”

에이든이 자기 여동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자신의 즉위를 막는 아일린 공주를 고깝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일린 공주가 없었다면 이미 자신은 왕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가차 없이 죽이려 하겠지.

“다른 하나는 복종입니다.”

“…뭐?”

“제게 복종하는 겁니다. 제가 하라는 것을 하고, 제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쉬운 일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보고 네놈의 꼭두각시가 되라고? 미쳤군.”

에이든이 나를 맹렬히 노려봤다.

내가 그를 모욕했다고 해도, 에이든은 나를 즉결처형 할 수 없다. 그건 국왕도 못하는 일이다. 나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니까. 모욕죄로 나를 죽이려면 절차라는 것을 따라야 한다.

“왕으로서 군림하는 것 치곤 싼값이 아닙니까.”

“이 일은 잊지 않을 거다. 남작.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선처는 해주마.”

“왕이 되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내게는 재상이 있다. 그는 아바마마 다음 가는 권력을 쥐고 있지. 변방의 귀족에 불과한 그대와는 다르게 말이다.”

“왕자님은 그를 믿고 계시는군요.”

“재상만큼 믿음직한 신하는 없다. 이야기는 다 끝났나?”

에이든이 불쾌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왕자님. 다음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마지막 기회? 네놈에겐 그 마지막 기회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마라.”

에이든은 강하게 혀를 차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아일린이 아니라 에이든을 선택한 것은 보다 쉽게 이 왕국을 집어 삼키기 위해서다.

아일린을 여왕으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다. 에이든을 없애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 새끼인 에이든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없앨 수 있다.

‘근데 아일린은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보장할 수 없어. 그 여자를 꼬시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 원작의 카일처럼 접근해서 꼬시기엔 접근하기 귀찮고.’

아일린 공주는 야망이 있고 유능하다. 멍청한 귀족 영애와는 달랐다. 섣부르게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이용당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 아일린 공주는 능욕이 딱이라고.’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유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라펠리 국왕의 탄신일 기념 연회가 끝난 날의 저녁.

유리아는 왕도에 있는 프루커스 저택의 방에 들어섰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만이 어두운 방안을 비추었다.

그녀는 마나를 끌어올려 활성화 시켰다. 오러 마스터가 되면서 한층 날카로워진 감각은 저택 내부를 전부 커버하고도 남았다.

엔티온과 젠트는 현재 이 저택에 없었다. 그들은 연회가 끝나자마자 라펠리 왕국의 국경에 있는 우트렌 성으로 돌아갔다.

백작 부인인 엘라인은 현재 유진에게 안기고 있으며, 또 다른 메이드인 멜리사는 침대에서 달콤한 수면을 맛보고 있다.

유리아는 천천히 메이드복을 벗었다. 가터벨트 스타킹과 하늘색의 팬티까지 빠짐없이 벗었다. 정면에 있는 거울에 그녀의 매끈한 알몸이 비추었다. 그녀는 잠깐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시선은 음부에서 멈추었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털이 자랄 것이다. 그녀의 주인인 유진이 그곳의 털을 정리하지 말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분홍색의 음부를 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얗고 걸쭉한 액체가 아래로 떨어진다. 강제로 늘어뜨린 고무줄처럼 대롱거리던 액체는 이윽고 바닥에 뚝 떨어졌다.

유리아는 준비해둔 깨끗한 천으로 보지를 닦으며 질속의 정액들을 빼냈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다음에 다시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정액을 긁어냈다.

찔꺽찔꺽.

손가락으로 한동안 정액을 긁어낸 그녀는 다시 보지를 닦았다.

“…….”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속에 비친 자신을 쳐다봤다. 현재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녀의 어머니인 넬 린스가 죽었을 때를 제외하면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진은 약속을 지켰다. 이제 곧 그녀는 항상 바래왔던 복수에 나선다.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거세게 흔들리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허나 곧 그녀의 감정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준비해두었던 옷을 그림자 속에서 꺼내 갈아입었다. 검은색 속옷을 입고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들을 입는다.

살행을 나설 때 입는 옷이었다. 노출도가 제법 되는 옷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도 가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를 볼 사람들은 죽음이 확정된 사람들뿐이다.

옷을 갈아입고 단단히 무장을 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청은발을 묶었다.

그림자 속에서 유진에게 받은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내 망설임 없이 찢었다.

그녀는 헬브리트 공작가 뒤편에 나타났다. 도시 위에 군림하듯이 자리 잡은 성이었다. 왕궁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은 성이었다. 높은 성벽 위에는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고, 성문 앞에는 무장한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침입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지만,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유리아는 이미 사전에 헬브리트 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지하 공간과 현재 공작가 내에 있는 사람의 수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다.

“…….”

손에 단검을 쥔 유리아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성벽 위의 그림자에서 나타난 그녀는 시커먼 오러를 품은 단검을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병사의 목이 잘리며 바닥에 떨어져 데구르르 굴렀다.

유리아는 시체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림자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그림자에서 쏘아진 작고 날카로운 단검이 성벽위에 있던 다른 병사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성벽위의 병사와 성문을 지키는 기사들을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성벽 위에서 헬브리트 성을 쳐다보며 계획을 다시금 떠올린다. 우선은 깨어 있는 사람부터 죽인다. 병사, 기사, 하녀 할 것 없이 죽인다. 그리고 병사들의 막사에 들어가 죽이고, 헬브리트 가문의 방계들을 죽인다.

오늘 헬브리트 공작가는 멸망한다.

“…….”

유리아는 그저 조용히 움직였다.

???

헬브리트 가문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자, 기사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골브래트 기사단장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잠을 자고 있던 그는 잠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실을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했다. 기사, 병사, 하인 할 것 없이 전부 죽어 있었다. 그는 결국 방으로 돌아가 갑옷과 검을 챙겨 나왔다.

‘지금까지 30구가 넘는 시체를 보았는데 성은 이토록 조용하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자가 헬브리트 가문의 모든 이를 암살하려 하고 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골브래트를 더욱 소름 돋게 하는 것은 시체들의 상태였다. 전원 즉사였다. 머리와 심장이 꿰뚫리거나, 목이 잘려 죽었다. 경악스러운 것은 시체들의 얼굴이었다. 지루함과 따분함이 가득한 얼굴에는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르는 채 죽었다는 것!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헬브리트 가의 방계들이 있는 곳이다. 다른 건 몰라도 헬브리트 가의 피를 이은자들만은 지켜야 한다.

“누구 없나?!”

골브래트가 소리를 질렸다. 병사와 기사들이 깜짝 놀라서 자신을 향해 달려 와주기를 바랬다. 허나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에 피비린내만이 풀풀 풍겨왔다.

쿵쿵쿵!

그는 잠겨 있는 문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외쳤다.

“오틀렉스 님! 무사하십니까?!”

오틀렉스 헬브리트. 가주의 동생인 그는 현재 헬브리트 공작 대리역을 맡고 있다. 방계 중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골브래트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인물이다.

대답이 없었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길함을 감지한 그는 붉은 오러가 맺힌 검을 휘둘러 문을 베어내고 오틀렉스의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틀렉스는 죽어 있었다.

그냥 죽은 것도 아니었다. 온몸이 토막나 있고, 잘린 머리에는 고통과 공포로 일그러져 있다. 허나 골브래트는 오틀렉스의 시체에 신경 쓸 수 없었다. 눈앞에 이 참상을 일으킨 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의 손에는 핏방울이 맺힌 단검이 들려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가 범인이다. 그러나 골브래트는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달빛에 비쳐지는 청은발의 머리카락, 깊은 푸른색의 눈동자. 그녀는 헬브리트가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헬브리트 공작 각하와 닮으셨군요. 각하와 어떤 관계이신지 말해주십시오.”

“골브래트 경. 저를 두려워하고 계시군요.”

유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골브래트를 똑바로 직시하며, 그의 상태를 단숨에 꿰뚫어 봤다.

“대답해주십시오…! 정체가 뭡니까!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짓을…!”

골브래트는 유리아에게 검을 겨누었다. 붉은색 오러가 그의 심정을 대번하듯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골브래트 경은 믿음직하고 상냥해서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제게는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겠군요.”

“설마. 넬의 딸…….”

“어머니는 당신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하셨지요. 그랬기에 많이 괴로워하셨습니다.”

유리아는 단검을 들었다. 불꽃처럼 일렁거리는 검은색 오러는 점점 형태가 뚜렷해지더니 칼의 형태를 이루었다.

“오러 블레이드…! 어떻게 그 나이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를 이룬 것이냐! 어떻게!”

콜브래트가 소리를 질렀다.

질투가 공포를 짓눌렀다.

상대는 이제 겨우 20살이 넘을까 말까한 나이로 보이는데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섰다. 반면에 자신은 60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벽을 넘지 못하고 20년 동안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불합리하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를 기원하며 노력하였는데 너같이 새파랗게 어린년이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야!”

골브래트가 유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유리아는 그의 검을 가볍게 피해냈다. 웃기는 일이었다. 단지 오러 블레이드만을 보여줬을 뿐인데 골브래트는 심마의 초입단계에 들어갔다.

“주인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몇몇은 생포해서 데려와 평생 고문을 해도 좋다고.”

“어떻게! 어떻게 벽을 넘었나! 알려다오! 알려달란 말이다!”

유리아는 날아오는 오러를 피하며 왼손을 아래위로 휘둘렀다. 촤르르륵. 그림자 사슬이 사방에서 뻗어 나와 골브래트를 붙잡았다.

“그아아아아아악!”

골브래트가 소리를 질렀다. 근육이 괴물처럼 부풀어 오르며 그림자 사슬을 박살냈다. 이성을 잃은 코뿔소처럼 돌진한다.

유리아는 가볍게 그를 피했다. 골브래트는 벽과 부딪혔다.

콰앙!

벽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날렸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러려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보니 당신들에게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스터! 마스터! 마스터! 대체 어떻게 해야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냔 말이다!!”

골브래트의 전신에서 붉은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땀구멍에선 핏방울이 흘려 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질투와 공포에 의해 그는 아예 이성을 놓아버렸다. 내버려두면 폭주하다가 죽던지, 아니면 병신이 될 것이다.

“저는 어느새. 당신들 보다, 복수 보다, 어머니 보다, 저 자신 보다 주인님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입니다.”

유리아가 단검을 휘둘렀다.

오러에 감싸인 골브래트의 팔과 다리가 허무하리만큼 쉽게 잘려나간다. 순식간에 팔다리를 잃고 제압당해 쓰러진 그는 커다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에서야 제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달을 등지고 있는 유리아를 올려다보며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주군은 괴물을 낳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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