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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0화 〉 360. 파이론

360. 파이론

처음 보았을 때 류청설은 친절하고 살갑게 날 대했다.

그러나 란저시의 패왕도문에 도착하고, 나의 섹스를 본 류청설은 더 이상 날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다. 날 보는 그녀의 두 눈은 한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차갑다.

“성 소협. 당신이 그런 인물인줄 알았으면 패왕도문으로 초대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갑자기 불러내서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내가 시치미를 뗴며 말했다. 그녀가 나를 불러낸 이유는 당연히 짐작하고 있다.

“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혐오 한다고 할 수도 있죠. 그리고 성 소협은 제게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을 한 적 없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했다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전 정말로 거짓말을 한 적 없거든요.”

류청설이 사납게 노려봤다. 직접 실토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허나 내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자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자영이와 친구라고 아버지와 제게 말했어요.”

“네. 친구입니다.”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 있죠? 전 당신이 자영이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도 아직 친구라고 우길 생각인가요?!”

“친구입니다. 친구끼리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요즘 시대는 원나잇도 흔한 일입니다. 아, 중국은 아닌가?”

“기가 차네요. 긴말하지 않겠어요. 자영이와 헤어지세요. 그리고 앞으로 자영이와 절대로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하세요.”

“어… 싫습니다.”

“네?”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내가 별 미련 없이 류자영을 포기할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중국에서 패왕도문은 S급 헌터가 있는 세력이다. S급 헌터를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계적인 길드라 할 수 있다. 웬만한 남자들은 그 배경이 두려워 벌벌 떨면서 류청설의 말을 따를 것이다.

나는 영천류의 제자지만, 영천류는 세력이 크지 않다. 패왕도문과 비교하면 힘과 영향력이 10%도 되지 않는다.

정상적이라면 패왕도문과 척을 지는 걸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 할 것이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여자가 걸려 있지 않다면.

“……자영이는 알고 있나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오. 그것도 아셨습니까?”

“매일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짓을 하는데 제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요?”

류청설은 우연히 섹스 장면을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내가 일부러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일상을 조사하여 다니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섹스를 했다.

“그녀들도 친구입니다. 흔히 섹스 프렌드라고 하죠.”

“그걸 자영이도 알고 있나요? 제가 자영이의 성격을 아는데 자영이는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자영이가 좀 기가 쎄긴 하죠.”

나는 몸을 흠칫 떨었다. 류청설에게서 몸이 찌릿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담담한 척했다.

괜찮다. 여차하면 도망가면 된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을 게요. 자영이와 헤어지세요. 그리고 접근도 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당신의 관상을 보고 질 나쁜 바람둥이라 했고, 실제로 당신은 질 나쁜 바람둥이였어요. 아버지의 관상이 적중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하아.”

“소저가 무슨 말을 하든, 저는 자영이와 헤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 자영이도 저와 생각이 같을 겁니다.”

“당신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걸 자영이에게 말할 거에요.”

“저는 누구와 사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번에 자영이에게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했지만… 거짓말인 게 들통나버렸죠. 그리고 아마 자영이도 알고 있을 겁니다.”

“헛소리! 자영이가 알고 있다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요!”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든가요.”

내 입으로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류자영도 눈치가 있으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묵인했다. 나에 대해 알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로 여자 한 명에게 만족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류청설을 내 태도에 입술을 꺠물었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당신은 그냥 내버려둘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천중패왕은 딸들을 아끼는 모양이니…. 절 죽이려 할 수도 있겠군요.”

“당신 말대로에요. 아버지는 화가 나면 물불 가리지 않아요. 당신은 정말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 좋게 말할 때 헤어지세요. 이게 마지막 경고에요.”

“싫습니다.”

내 말에 류청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내가 이어서 말을 이었다.

“너무 성급하시군요. 제 말을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이미 제 부탁을 거절했어요. 뭐가 더 남았나요?”

“저는 이틀뒤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때 자영이에게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 가자고. 류청설 소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영이가 거절하리라 생각하십니까?”

“그건….”

류자영은 이미 나와 몸을 섞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매일 류자영이 먼저 나를 찾아온다. 내가 함께 한국으로 가자고 한다면 군말 없이 날 따라 한국으로 갈 것이다.

말문을 잇지 못하는 류청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저와 아버지가 허락할 것 같나요? 자영이는 아무 곳에도 못가요.”

“비행기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리고 평생 자영이를 감시하면서 살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한다는 말이 그게 전부인가요?”

“아닙니다. 진짜는 제안을 하나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제안이죠? 역시 돈 인가요”

“돈 따윈 아무래도 좋습니다. 저는 당신, 류청설을 원합니다. 소저가 내 품안에 안긴다면 자영이는 바로 포기하겠습니다.”

“미쳤군요. 제가 그 제안을 받아 들이 거라 생각하나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와 자영이는 함께 한국으로 갈 겁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정한 시간을 드리죠. 오늘 밤까지 입니다. 오늘 밤에 제 밤으로 찾아오시면 제안을 승낙하신 걸로 알고 자영이를 포기하겠습니다.”

“…….”

나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두들겨 주고는 방에서 떠났다.

류청설은 이 일을 공론화하지 못한다. 류자영이 반발할 것이고, 패왕도문의 명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류기천이 폭주해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나는 패왕도문의 은인. 그리고 중국의 은인이다. 내가 만약 류기천에게 죽는다면 그에 명성이 떨어지는 걸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의 비난이 그와 중국에게 향할 것이다.

‘보아하니 막내인 류자영을 많이 아끼는 모양인데…. 높은 확률로 밤에 찾아오겠지. 크흐흐.’

???

카앙!

나는 칼을 휘둘러 유리아를 공격했다. 유리아는 단검을 세워 내 공격을 가볍게 받아쳐냈다.

파지직.

칼에 뇌전이 서렸다.

영천류(影天流) 뇌사(雷蛇).

칼이 마치 뇌전으로 이루어진 뱀처럼 변해 그녀를 향해 쇄도한다.

영천류(影天流) 영사(影蛇).

유리아가 휘두르는 단검이 시커먼 그림자 뱀이 되었다.

두 마리의 뱀이 서로 얽히며 서로를 잡아먹는다. 나는 먹히지 않기 위해 칼을 바쁘게 움직였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유리아의 단검을 떨쳐내자!’

그러나 나는 유리아의 단검을 떨쳐낼 수 없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수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래선 안 돼.’

나는 찰나를 사용했다. 유리아의 단검이 나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이 대련을 끝내기 위해서.

그러나 그녀의 단검은 여전히 나를 쫓아왔다.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별 고민 없이 움직이며 내 칼을 쳐낸다.

칼이 빙글빙글 허공에 날아가더니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찰나까지 썼는데도 또 내가 졌잖아.”

지금까지 유리아와 20번 가량 대련을 벌였다. 나와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유리아라면 한 번 쯤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속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나는 그녀보다 더 유리하니까.

허나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찰나를 써도 안 먹히다니….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움직임은 한정되어있습니다. 저와 주인님은 같은 검술을 사용하기에 움직임을 예상하기가 더욱 쉬웠습니다.”

유리아는 내게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전투가 시작된 초반에는 괜찮으나, 전투가 이어지고 점점 빠져들수록 무의식적인 버릇이 튀어나온다. 가령 다른 곳을 노려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급소를 노리려 하는 버릇이다.

쉽게 말해 내가 편한대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유리아. 이 버릇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련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지?”

나는 저번에 들어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심정에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대련을 계속해야 합니다. 실전 경험도 괜찮습니다. 다만, 전투 중에 계속 어떻게 움직일지, 상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전투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건 쉽습니다만, 그래선 안 됩니다.”

유리아는 답을 가르쳐주었다.

생각을 계속하는 것.

하지만 이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전투 중에 생각을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생각이란 생각의 관점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생각이 똑같으면 결국 결과도 똑같을 뿐이다.

“주인님. 이제 곧 저녁입니다. 여기까지 하시겠습니까?”

“…아니. 계속하자. 네가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절반도 안 남았잖아. 네가 나와 똑같은 능력치로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다시 손에 쥐었다.

???

늦은 저녁 식사를 끝낸 나는 방안에서 알몸으로 의자에 앉아 류청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오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가서 류자영을 빌미로 협박할 수밖에….’

밤 10시.

선선한 날씨에 하품이 나올 때였다.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고 낮과 같이 회색 무복을 입은 류청설이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으나 이내 문을 닫고 아무렇지 않게 내 앞으로 걸어왔다.

“…왜 옷을 벗고 있는 거죠?”

“여긴 내 방입니다. 그리고 전 항상 옷을 벗고 잡니다.”

류청설은 괜히 방안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은 하실 거죠? 오늘 하루 제가 당신에게 안기면 자영이와는 헤어지겠다는 약속.”

“물론이죠. 단, 오늘 하루만은 아닙니다.”

“……갑자기 말을 바꾸는 건가요?”

류청설이 나를 노려본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살기에 피부가 따끔따끔하다. 그녀는 낮에 봤던 것보다 더 날카로워보였다.

“저는 단 한 번도 오늘만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내일도,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도 류청설 소저가 저와 어울려 줘야겠습니다. 그렇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내 방에서 나가주십시오.”

“…좋아요. 어울려 주겠어요. 다만 약속은 반드시 지키셔야 할 거에요.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영이와는 헤어질테니까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류자영과 헤어진다? 웃기는 소리. 류자영은 이미 내 좆집으로 합격되었다. 류자영과 이미 이야기는 끝났다. 패왕도문의 눈치가 보이니 아무관계도 아닌 척 지내기로. 그리고 그녀는 A급 헌터가 되면 직접 한국으로 찾아오겠다고 나와 약속했다.

“우선 옷부터 직접 벗으시죠.”

나는 의자에 앉아 거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류청설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자지를 세웠다. 류청설은 옷을 잡고 머뭇거리다가 탈의를 시작했다.

옷을 벗자 붕대에 감싸인 커다란 가슴이 나왔다.

“자영이도 붕대를 쓰던데…. 원래 패왕도문의 여자들은 붕대로 가슴을 가립니까?”

“자영이가 절 따라하는 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가슴이 너무 커서 압박해주지 않으면 너무 방해되거든요.”

“생각보다 덜 부끄러워하시네요. 자영이는 처음에는 엄청 부끄러워하던데.”

“전 처음이 아니에요.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요.”

처음이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사귀는 남자가 4명이나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중에서 육체관계까지 간 남자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미세하게 몸이 떨리는 것을 보니 경험이 많은 건 아닌 걸로 보였다.

스윽. 류청설이 가슴을 압박하는 붕대를 풀었다.

출러엉!

“오. 오오…!”

수박보다 커다란 유방이 요동쳤다. 우유처럼 하얀 피부위에 연갈색의 유두가 있었다. 유방이 큰 만큼 유두도 컸다. 유두의 색깔은 갈색이었는데, 가난 아기들이 흔히 입에 물고 다니는 공갈 젖꼭지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했다. 유륜 또한 엄청컸다. 무려 내 손바닥의 절반 크기다.

“내가 압도당할 정도의 크기라니…. 대체 무슨 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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