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377 - 377. 신의 아틀란티스 (157/2,000)

〈 377화 〉 377. 신의 아틀란티스

377. 신의 아틀란티스

「월드 리프(僞)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슬레이프니르를 놓쳤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슬레이프니르가 작정하고 나와 싸우려고 했다면 높은 확률로 내가 죽었을 것이다.

‘……뭐, 천공의 주인의 반응을 보면 도중에 도와줬을 것 같긴 해.’

「천공의 주인이 짧게 혀를 찹니다.」

천공의 주인은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직 슬레이프니르를 상대 할 정도로 강한건 아님을.

오히려 내가 걱정해야 하는 건 천공의 주인이 아니라 슬레이프니르 쪽이다.

슬레이프니르가 나를 기억했다. 내가 먼저 공격했는데 좋은 쪽으로 기억할 리가 없다.

‘성가신 놈과 척을 졌어.’

슬레이프니르는 온갖 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구역을 가든 뒤를 조심해야 하게 생겼다.

나는 잠깐 주위를 살펴보았다. 슬레이프니르가 이곳에 온 특별한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살펴보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시간만 버리고 철뿌리 마을로 돌아갔다.

???

“화련비도의 재련이 끝났소.”

데이먼스가 나를 찾아왔다. 그가 테이블 위에 화련비도를 올려두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붉은색의 칼날은 오늘따라 반짝이는 것 같은 느낌을 제외하면 변한게 없었다. 검은색 칼자루도 이전에 봤을 때와 똑같다.

“뭔가 변했습니까?”

“많이 변했지. 겉모습이 아니라 칼의 본질을 보면 알 것이오.”

“제가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이 아닌지라….”

내겐 장인 수준의 안목이 없었다. 봐도봐도 이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

“화련비도의 정보를 확인해보시오. 이전과 다르게 정보창을 볼 수 있소.”

본래 화련비도는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의 물건이 아니었기에 정보창을 불러내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재련 과정에서 시스템의 인정을 받으며 정보창을 불러낼 수 있게 된 모양이다.

「화련비도

화룡의 비늘을 이용해 만든 칼.

그 어떤 강철보다 단단하며, 칼날의 날카로움은 쇠하지 않는다.

장비 시 속성을 강화하는 능력이 있다.

재련 과정을 통해 대마력을 갖추게 되었다.

랭크:SS」

“SS랭크?!”

“하하. 그걸 보고 놀라는 건가. 하긴 나도 좀 놀라긴 했소. 정보창을 읽어보면 S랭크가 딱인데… 한단계 더 높은 단계를 받았으니 말이오.”

“혹시 대마력 때문입니까? 어느 수준의 대마력입니까?”

대마력.

신성력과 조금 다르게 악과 마에 대항하는 힘. 설령 사용자가 마의 힘을 사용하더라도 대마력은 신성력과 달리 반발하지 않는다.

“재련을 끝내고 바로 가져와서 그건 나도 모르오. 칼의 성능 테스트는 주인인 그대가 해야하지 않겠소?”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내 무기다. 주인으로서 내가 직접 테스트하고 싶었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나무 숲으로 가는 것이오?”

“예. 그곳엔 밴시가 있으니 대마력을 실험하기 딱 좋은 환경이니까요.”

“그럴 거라 생각했소. 그런데 성수는 더 없소?”

“성수?”

“그대가 준 성수 말이오. 그건 일반 성수 보다 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해야 하나…. 무언가를 만드는데 딱 좋은 성수였소. 될 수 있으면 그 성수를 많이 구하고 싶소. 더 없소?”

성스러운 물의 효과에 놀랐다. 성스러운 물은 단지 몸에 바르면 은은하게 빛나는 효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성스러운 물은 한 병에 2포인트…. 한 병은 싸지만 수 십병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리고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데 성스러운 물에 쓸 여유가 어딨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가진 건 저번에 줬던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럼 그 성스러운 물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줄 수 있소?”

“뽑기에서 얻었습니다.”

“아.”

데이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이 세계는 특수 상점에서 AP를 소모해 뽑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성수는 많이 재밌더군. 설마 한 병 사용할 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올 줄이야.”

“…다르게 나왔다고요? 은은하게 빛나기만 하던게 아니었습니까?”

“빛나기는 했소.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별 해는 없었소. 그 외에도 칼에서 갑자기 물이 나와서 재련을 한 번 실패했었소. 대마력 효과가 나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소.”

“랜덤이라니….”

나는 약간 실망감을 느꼈다.

???

밴시를 향해 화련비도를 휘둘렀다. 검기도, 뇌전도 일으키지 않고 순수히 완력만 사용해서 휘두른 것이다.

끼아아아아악!

칼에 맞은 밴시가 비명을 내지르며 사라졌다. 화련비도가 가진 대마력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이 정도 대마력이라면 화련비도가 왜 SS 랭크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속성 강화도 강해졌어.’

나는 왼손에 뇌전을 일으켰다. 파란빛이 아닌 붉은빛의 뇌전이다.

이전에는 화련비도를 통해 뇌전을 일으켜야만 적뢰(赤雷)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적뢰는 강력하지만 컨트롤 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적뢰와 청뢰를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파지지직.

붉은 번개가 내가 원하는대로 파랗게 변했다. 적뢰에 비하면 위력을 떨어지지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내가 필요할 때 적뢰와 청뢰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

“갑옷을 혼자 입긴 힘들지만, 이건 혼자서도 입을 수 있게 설계했소. 그래봤자 혼자서 입긴 힘들테니 웬만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입혀달라고 하시오.”

나는 데이먼스와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아 주문한 갑옷, 은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묵직하면서도 날렵하게 생겨 간지가 있었다.

‘다만 투구까지 쓰니 답답하군. 입 부위는 없고 눈 부위는 작아. 시야에 제약이 생기지만… 이 정도는 다른 감각으로 커버할 수 있어.’

페이스 가드를 올리자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전신 갑옷의 정보를 확인했다.

「에르미타

철뿌리 부족 드워프들이 전력을 다해 만든 갑옷. 단단하면서도 가볍다.

속성에 대한 내성이 있다.

인체친화적으로 설계되어 행동에 대한 제약이 없다.

건틀릿 부분에 숨겨진 칼날이 있다.

랭크: S」

“그대가 원했던 숨겨진 칼은 주먹을 빠르게 두 번을 쥐면 손목 부위에서 칼날이 나오게 만들었네.”

데이먼스의 말대로 따라 해봤다.

철컥!

양 쪽 건틀릿에서 50cm에 달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왔다.

“오, 오오!”

생각 보다 긴 칼날에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칼날을 보니 이중 구조 인 것 같았다.

나는 마나를 일으켜 양쪽 칼날에 검기를 일으켰다. 푸른 빛의 검기가 영롱하다.

“리싸 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부 기뻐서 말이 헛나왔습니다.”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오.”

나는 이어서 검과 망토를 받았다. 검은 겉모습만 봤을 때 바스타드 소드와 비슷한 외형이었다.

「에르미타의 검

철나무로 만든 검.

가볍고 단단하다.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랭크: B」

“이건 또 의외군요.”

데이먼스의 얼굴은 어두웠다.

“갑옷에 비해 질이 좋지 않은 건 우리도 알고 있소. 일주일의 시간만 더 준다면 다시 만들어 드리겠소.”

“아니. 괜찮습니다. B랭크의 검이 흔한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사실 여기에 온 내 진짜 목적은 갑옷과 검이 아니라 망토 쪽이었다.

「에르미타의 망토

철나무의 성질을 섬유로 변화 시켜 만든 망토.

뛰어난 내구도를 갖추고 있으며 쉽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높은 추위 내성을 가지고 있다.

랭크: A」

“망토는 뛰어나게 만들어졌군요!”

“갑옷 정도는 아니지만 그대가 원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 설령 북풍한설이 몰아치더라도 이 망토를 장비하고 있으면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오.”

“오, 오오! 감사합니다!”

“잘 써주기를 바라오. 바로 떠날 것이오?”

“네. 근데 가는 길에 한 번 성능을 테스트해보고 싶군요.”

“새로운 물건을 가지면 사용해보고 싶어지는 건 본능이게 가깝지. 갈 때 구역 밖의 숲에 있는 테몽키들을 상대로 한 번 시험해보시오.”

“네. 그러겠습니다. 따로 보상은 필요 없으십니까?”

“우리는 공작 각하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오. 그리고 그대가 준 맥주가 50박스 넘게 남아있는데 뭘 바라겠소. 조심히 돌아가시오. 아참, 공작 각하께 우리 안부 인사 부탁드리오.”

챙길건 다 챙겼다.

데이먼스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동안 드워프들과 거래를 했다. 맥주와 무기를 바꾸는 거래다. 내가 가진 맥주는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맥주였기에 드워프들은 흔쾌히 맥주와 교환했다. 맥주 50박스? 웃기는 소리. 나는 여기서 최소 맥주 3,000박스는 썼다.

뒤에 있는 드워프들과 두 눈이 마주쳤다. 인당 최소 맥주 70박스 씩 챙긴 그들은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허허허! 나중에 다시 오게!”

“기다리고 있겠네!”

“자네가 떠나니 벌써부터 맥주 걱정이 되는군!”

“발데르트 공작 각하께 영광을! 성유진에게 축복을!”

나는 그들의 마중을 받으며 헤어졌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여기서 얻을 무기들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신난다.

???

우끽~!

새의 머리를 가진 갈색 원숭이 몬스터, 테몽키가 나를 향해 돌덩이를 던졌다.

메이저 리거 저리가라 할 수준의 강속구가 머리에 부딪혔다. 그러나 투구는 찌그러지기는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충격 역시 마찬가지로 별로 없었다. 장난감 뿅망치로 맞은 듯한 수준이다.

‘가속.’

‘에르미타의 검’을 꼬나 쥐고 테몽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무위에 있던 테몽키가 깜짝 놀라 다른 나무로 뛰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내가 마나와 가속까지 사용해서 뒤쫓는다. 못 잡을 리가 없었다.

테몽키의 뒤를 잡은 나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테몽키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날카로움은 화련비도 못하지만… 묵직해서 그런지 몬스터는 베는 감각은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

나쁘지 않았다.

갑옷을 입고 이 검을 장비하면 영천류를 사용할 때 약간 제약이 있긴 하나, 갑옷이라는 장점이 단점을 보완해준다. 갑옷을 입고 있을 때 잘잘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꼭 전차가 된 기분이야. 멋들어진 말만 있으면 완벽하겠어.’

나는 테몽키를 사냥했다. 때로는 건틀릿의 블레이드로, 때로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갑옷만 입은 맨손으로 테몽키를 때려 죽였다.

테몽키는 내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테몽키의 공격으로 S랭크의 갑옷에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치트키를 쓰고 사냥하는 기분이었다.

쿠웅! 쿵!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몸을 뒤로 돌린다. 5M가 넘는 크기의 트롤이다. 두껍고 긴 판 다리와 머리카락 하나 없는 뭉툭한 머리. 암녹색의 가죽은 웬만한 날붙이로는 피해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질기다.

트롤은 흥분한 기색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테몽키의 피냄새가 트롤을 유혹한 모양이다.

지금의 나는 트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냥이 불가능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좋아. 이놈을 죽이고 숲을 떠나자.’

철컥!

건틀릿에서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블레이드에 푸른빛의 검기가 맺혀 이글거린다.

“My life for Bozi!”

트롤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이 통나무만큼 굵은 손을 내뻗어 나를 잡으려고 했다. 나는 놈의 손을 밟고 팔 위를 내달려 머리 앞에 도착했다.

“카아아악!”

놈의 양쪽눈에 검을 찔러 넣었다. 놈이 몸을 뒤틀며 나를 쳤다. 바닥에 떨어져 한 차례 구른 뒤 일어나 다시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잃은 트롤이 마구잡이로 날뛰었다. 나는 보다 신중하게 움직여 공격을 피하며 놈에게 달려들어 건틀릿 블레이드를 찔려 넣었다. 검기가 있었기에 놈의 질긴 가죽을 손쉽게 베어낼 수 있었다.

쿵!

피투성이 트롤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트롤의 목을 베었다.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라도 목이 베이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110 AP를 획득합니다.」

페이스 가드를 올리고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와 붉은 망토를 펄럭였다.

나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 간지가 폭발하는 모습을 미녀가 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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