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 385. 신의 아틀란티스
385. 신의 아틀란티스
옥정은 긴장된 마음으로 우왕성 레기온이 모여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그녀가 머물었었던 마을에서 가장 좋은 여관이었다.
옥정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1층에 모여 있던 30명이 넘는 우왕성 레기온 소속 단원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옥정!”
“뭐야, 무사하잖아!”
“마스터가 호들갑을 떨기에 사건에 휘물라니 줄 알았는데, 다친 곳도 없고 안색도 괜찮네.”
옥정이 오기전까지만 해도 긴장되어있던 분위기가 한 번에 풀렸다. 그들은 이참에 휴가를 즐길 생각인 듯 떠들썩한 분위기로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저…, 여기엔 무슨 일인가요?”
“아. 마스터가 네가 위험하다고 하도 난리를 쳐서 여기에 온 거야. 자세한 건 마스터한테…. 마침 왔네.”
계단에서 한 남성이 쿵쿵 내려왔다. 곰처럼 커다란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팔뚝과 허벅지가 사람 허리통만하고 두 눈은 부리부리했다. 짧은 갈색 머리에 눈썹이 무척 진했다. 가장 큰 특징은 뺨에 착 달라붙어 있는 구레나룻이다.
궁헐.
우왕성 레기온의 마스터인 남자다.
“옥정!”
궁헐은 옥정을 보자마자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렸다.
“마, 마스터.”
옥정은 쭈뼛거렸다. 궁헐이 쿵쿵 거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다! 옥정!”
“네. 전 무사해요. …그런데 레기온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여기에 오신 건….”
“아. 부담스러웠나? 그래도 네가 위급한 상황에 쳐했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조사할 시간도 없었고…. 그리고 우리는 같은 레기온이잖나. 우리는 널 포기하지 않아.”
“…….”
궁헐의 말에 옥정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주인님의 명령에 따라 이들을 독살해야 한다.
“…제가 여기에 온 건 어떻게 알았나요?”
“아,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 님께서 알려주셨지. 네가 위험에 쳐했다고 했는데…. 그분이 그냥 메시지를 보냈을 리는 없을 테고… 무슨 일 있었나? 듣자하니 여관 주인은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던데.”
“잠깐 밤산책을 하다가 몬스터와 마주치는 바람에…. 지금은 잘 해결 됬어요.”
“그래?”
궁헐은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옥정을 그를 보고 있자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궁헐은 튜토리얼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로 자신을 몇 번이나 구해주었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옥정은 그에게 사랑의 감정까지 가지고 있었다.
‘주인님을 만나기 전 까지는….’
우왕성 레기온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안정된다. 반면 성유진을 떠올리면 몸이 달아오르며 흥분된다.
“옥정?”
“아, 네.”
“혼자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레기온 단원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 괜찮아요. 함께 즐길 수 있으면 더 좋죠.”
옥정이 미소지었다. 본인은 평소처럼 웃는 다고 했지만 오랫동안 그녀와 지내왔던 궁헐이 보기엔 어색함이 담겨 있는 미소였다.
궁헐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아니에요. 몬스터 때문에 잠깐 피곤해서 그래요.”
“그럼 방에가서 쉬는게 좋겠군. 조금 있다 오후에 레기온 단원들과 함께 파티를 할 생각인데… 참석할 수 있겠어?”
“네. 물론이에요. 조금만 쉬면 괜찮아 질 거에요.”
옥정은 방으로 가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저기 마스터.”
“음?”
“절 때려주시지 않을래요?”
“…뭐?”
궁헐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 대면 괜찮아요. 절 때려주세요. 어느 부위라도 상관없지만… 그래요. 복부 쪽이 좋겠어요.”
옥정이 간절한 눈으로 궁헐을 쳐다봤다. 주위에 있던 레기온 단원들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옥정은 꽤 절박했다. 만약 궁헐이 성유진을 대신해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배신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아직 궁헐과 우왕성 레기온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 어…,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눈 딱 감고 한 번만 때려주세요! 자!”
옥정이 궁헐을 햐앻 배를 내밀었다. 궁헐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옥정. 오늘따라 이상하구나. 피곤하긴 많이 피곤한가보군.”
궁헐은 커다란 주먹을 쥐고 옥정의 복부를 때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툭 부딪힌 수준이었다.
“이제 됐나?”
“……네. 피곤하니 먼저 가볼게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옥정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옥정은 확신했다. 궁헐은 절대로 성유진처럼 자신을 막 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스터는 자지가 작아.’
옛날에 궁헐의 알몸을 본적 있었다. 레기온 단원끼리 사냥을 나서거나, 던전을 탐색하다보면 이런저런 사고들이 발생한다. 그녀는 시냇가에서 목욕하던 궁헐을 우연히 보았다. 발기하지 않은 궁헐의 자지는 자신의 엄지보다 작았다.
반면에 성유진은 어떤가. 볼 때마다 발기되어 있으며 무척이나 길고 굵다. 그 굵은 물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렸을 때….
“읏….”
옥정은 아랫배가 움찔거리는 걸 느꼈다.
“옥정?”
근처에 있던 한 여성이 걱정스레 옥정을 불렸다. 가끔씩 함께 식사를 하는 사이의 여자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옥정은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손은 자연스레 하의 속으로 파고들었다. 약간 물기를 머금고 있는 털밑에 벌렁이는 보지가 있었다.
“으으응….”
옥정은 보지를 쥐어뜯을 기세라 만졌다. 보지 구멍에서 뜨뜻한 정액이 흘려 나온다.
“하악! 내, 내가 이렇게 변태였다니… 아앙…!”
침대에 누운 그녀는 벌레처럼 몸을 꿈틀꿈틀 거렸다.
???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는 손가락을 입에 물 정도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쉬운 일인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쉬웠다. 성유진이란 남자는 발정난 개나 다름없었다. 여러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었는데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계약자인 옥정의 독을 이용한 암살은 성공했다. 더할나위 없는 성공이었다. 허나 성유진은 살아 돌아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옥정은 성유진에게 붙잡혔을 때, 그녀는 바로 우왕성 레기온의 마스터인 궁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상당한 패널티를 받았지만 옥정을 잃는 것 보다는 낫다. 옥정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고유 특성을 가진 추방자였으니까.
그녀는 우왕성 레기온이 성유진을 없앨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옥정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일이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옥정은 배신까지 마음먹었다.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는 곧바로 궁헐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허나.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후원을 할 수 없습니다.」
「미션을 제안할 수 없습니다.」
모조리 막혔다.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았다.
“시스템! 대가라면 치르겠어! 나의 존재력 일부를 내놓을 테니 궁헐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해줘!”
「불가능합니다. 규칙 위반입니다.」
“규칙을 위반한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 인간의 질문에 대답해주다니…! 넌 규칙을 위반했어!”
「그 질문은 허용 범위 안입니다.」
그녀는 이빨을 강하게 깨물었다.
신좌와 인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템은 중립을 표하면서 은근히 인간의 편을 들어준다. 신좌의 개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그리고 약한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래야 아틀란티스가 보다 잘 돌아갈테니까.
평소라면 그녀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지만, 직접 당사자가 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외에도 방법이 없을 줄 알아?!”
「시스템이 경고합니다.」
“주제에 내게 경고를 해?!”
그녀는 시스템을 비웃었다.
방법은 있었다. 억지로 힘을 쓰거나, 다른 신좌의 도움을 받는 것. 그녀는 친분이 있는 몇몇 신좌들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이어서 떠오르는 알림창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번개를 만지작거립니다.」
「마천의 왕이 무심한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는 천공의 주인과 마천의 왕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들이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격이 높은 신좌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들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헛짓거리 하지 말라는 뜻일 테지.
「떨어진 별이 당신을 비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우왕성 레기온은 백금 호수에 모여서 파티를 시작했다.
파티를 즐기는 태도는 가지각색이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백금 호수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었으며, 그늘에 앉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 옥정은 방에서 만들어둔 무색무취의 독을 음식에 넣었다.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에겐 물, 음료수, 사탕 등을 건네며 먹게 만들었다.
옥정을 의심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옥정은 우왕성 레기온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멤버였기 때문이다.
옥정은 우왕성 레기온 단원 모두가 독을 복용했음을 알았다. 독이 제대로 활동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기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옥정은 도망가지 않았다. 그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섣부르게 도망치려고 하면 오히려 그들이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그들을 향한 약간의 속죄이며 예의라고 생각했다.
“허억!”
처음은 신나게 호수에서 헤엄치던 청년이었다. 그는 뭍으로 나와 수분을 섭취한 뒤 다시 호수에 뛰어들려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땅에 쓰러졌다.
“괜찮… 억….”
청년의 주위에 있던 이들까지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그들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어억!”
“가슴이!”
“끅!”
한 명씩, 한 명씩 죽어갔다.
“옥정! 너지?!”
“네년이! 우리를 죽이려고… 끄억!”
“옥정!!!”
눈치가 좋은 이들은 옥정이 독을 썼음을 깨닫고 공격하려다가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들이 가장 먼저 죽었고, 느릿하게 여유를 즐기던 이들이 늦게 죽었다.
“옥정!!”
“…….”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옥정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저들을 볼 수 없었다.
“옥정! 이게… 무슨 짓이냐…! 대체 왜! 무슨 목적으로 독을 탄거냐!”
혼자 살아 남은 궁헐이 쿵쿵 소리를 내며 옥정을 향해 다가왔다. 그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몸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으며, 코와 입에서 피가 줄줄 흘렸다. 그도 확실하게 중독되었다. 단지 그가 가진 스킬 중 하나가 독에 대해 어느 정도 저항했다.
“마스터….”
“대답해라! 옥정!”
“…….”
옥정이 입을 꾹 다물었다.
분노한 궁헐이 커다란 주먹을 들어올렸다. 붉은색 오러가 일렁이는 주먹으로 옥정을 후려치려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갑자기 나타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가 궁헐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궁헐의 몸이 20M 이상 날아가 백금 호수에 풍덩 빠졌다.
궁헐은 아직 죽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성유진은 검을 뽑아들었다.
“잘했어.”
“…주인님!”
“저 놈은 독으로 죽을 것 같지 않으니, 내가 죽이겠다. 넌 뒤로 빠져 있어.”
???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아스트라페.’
스킬을 사용하자 번개의 힘이 검에 실린다. 나는 백금 호수에서 걸어 나오는 우왕성 레기온의 마스터인 궁헐을 노려봤다.
방금 전 일격을 먹였을 때 알았다. 궁헐은 나보다 강하다. 신체 능력면에서 나를 압도하고 있다. 만약 궁헐이 독에 중독당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반격을 당해 내가 호수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넌 누구냐….”
짐승이 으르렁 거리듯이 말한다.
궁헐의 몸이 붉게 변한다. 고유 특성 혹은 스킬일 것이다. 효과는 신체능력 상승일 확률이 높다.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모르나. 기사다.”
“기사가 왜 우리를 노리는 거냐고 묻는 거다! 옥정을 배신하도록 만든 것도 네놈의 수작이겠지! 무슨 목적으로 일을 저질렀나!”
쿵! 쿵쿵!
궁헐이 내게 다가올 때마다 땅이 조금씩 흔들린다.
“내가 먼저 너희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너희들이 날 죽이려 했을 테니까.”
궁헐의 얼굴이 와그작 일그러진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나는…! 아니, 우리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이름도 모른다! 그딴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내밀면 우리가 이해할거라 생각한 거냐!”
“보통은 그렇겠지. 그런데 너희들은 지금 한 신좌에게 이용당하고 있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