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9화 〉 389. 신의 아틀란티스
389. 신의 아틀란티스
하르통 자작의 저택에 온 나는 그의 식솔들과 하인들을 모조리 구금했다. 이놈들이 움직여서 증거 자료 등을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르통 자작은 예상대로 뛰어난 미색을 가진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었다. 우아함이 느껴지는 검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 아들이 있었지만 이제 겨우 7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감찰관님! 뭔가…,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제 남편은 그런 인물이 아니에요!”
하르통 자작의 아내는 구금되기 직전 바닥에 무릎 꿇고 내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다리에 닿자 기분이 좋아졌으나, 표정 관리를 하며 엄하게 말했다.
“그 말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
“헉! 아, 아니에요!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저는…!”
“됐다. 몇 시간 뒤에 다시 찾아 올 테니 그때 말해라.”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 척하며 가슴을 한 차례 주물렀다.
“흐윽….”
그녀는 깜짝 놀랐다가 곧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찰관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나는 우선 하르통 자작의 집무실부터 점거했다. 있어 보이는 서류는 모조리 다 챙겼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구금되어 있는 하르통 자작의 호위병들을 불렀다.
“너희는 하르통 자작과 함께 처형당할 것이다.”
호위병들이 기겁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하르통 자작의 명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움직였습니다! 감찰관님! 한 번만! 제발 한 번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흐음. 그런가. 하긴 호위에 불과한 너희들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을까.”
호위병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바로 그렇습니다! 감찰관님! 부디 자비를!”
“하르통 자작의 정보를 뱉어라. 그럼 너희들은 봐주마. 가치 높은 정보일수록 그에 맞는 대가도 주겠다.”
“……정말이십니까?”
“정말이다.”
호위병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르통 자작에 대한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를 지배하는 귀족들 중 한 명답게 불법적인 일을 꽤 저지르고 있었다.
나는 호위병들에게 적당한 돈을 쥐어주고 돌려보냈다. 이후에 하인들을 불러 똑같이 하르통 자작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오후 10시쯤 되었을까. 소문이 퍼졌는지 도시의 다른 귀족들이 날 찾아오거나, 상인, 점술가, 병사 등등 뇌물을 가지고 찾아왔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뇌물들을 받았다.
오전 1시. 무희가 내게 준 쪽지에 적힌 서쪽 분수대로 향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었고, 분수대 앞에 망토를 뒤집어쓴 무희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미녀가 날 만나고 싶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나.”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몸매의 윤곽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내 손이 그녀의 어꺠위로 올라갔다.
움찔.
무희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내게 무슨 볼일이지?”
“……외부에서 오신 감찰관님이라 들었어요.”
“벌써 소문이 그 정도로 퍼졌나? 맞아. 발데르트 공작 각하께 감찰관의 직위를 임명받았지.”
“감찰관님. 저를 도와주세요.”
“뭘?”
“도시의 귀족들이 절 소유하려고 해요. 이대로 도시를 도망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이후에 귀족들이 절 쫓아오겠죠.”
“내게 도움을 받아 질척거리는 귀족들을 깔끔하게 떼어내고 싶다?”
“네. 귀족뿐만이 아니라 부유한 상인이나, 기사들도요.”
무희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구태여 내게 부탁할 정도 인가?
“심하나?”
“제게 청혼을 하는 건 기본이고, 첩 자리를 제안하거나, 애인이 되어달라고 해요. 아니면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 거나…. 사람을 붙여 하루 종일 절 감시하거나, 쪽지를 보내 협박까지 할 정도에요.”
“심하군.”
듣고 보니 내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은 상황이다.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거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나한테 돈이 썩어 넘치지.”
어깨위에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무희의 봉긋한 가슴을 잡았다. 만져보니 E컵이 확실한 가슴이었다.
“읏.”
무희는 작게 신음하더니 내 손목을 붙잡았다. 무희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날 쳐다봤다.
“감찰관님도 제 몸을 원하시는군요.”
“3번 정도면 돼. 다른 남자들처럼 네게 질척하게 달라붙을 생각은 없으니 담백하게 관계를 끝낼 수 있어.”
관계가 끝난 뒤에 무희 쪽이 내게 달라붙으려 들겠지만.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
“일이 끝날 때까지 제 연인이 되어주세요. 연인이라고 공표하기만 해서는 그들이 안 믿을 거에요. 그러니 연인으로서 행동해주세요.”
“난 이 도시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만. 대충 사흘 정도 머물려나.”
“당신이 떠날 때 저도 이 도시를 떠날 거에요. 이 도시는 이제 지긋지긋해요.”
“……들어주지. 조건은 그게 전부인가?”
나는 다시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려고 했으나, 그녀가 또 막아섰다.
“아직 하나 남았어요. 대가는 일이 끝난 뒤에 지불 하는 것.”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자빠뜨리고 싶으나, 어차피 사흘 정도 뒤에 그녀를 안을 수 있게 된다. 일주일도 아니고 사흘이다. 뜸을 들이는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이제 너와 난 연인이군. 가슴 정도는 만지게 해주지?”
“저희는 실제 연인이 아니에요.”
“연인인척 하려면 디테일이 필요하지. 저 골목길에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어요. 절 감시하고 있는 거죠.”
무희의 눈살이 기분 나쁘다는 듯 찌푸려졌다.
“저들을 속이려면 진짜 연인처럼 보여야 해. 섹스 하는 것도 아니고 가슴 정도는 괜찮잖아.”
“……듣고 보니 감찰관님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풀어졌다. 자유가 된 손은 그녀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무희가 내 몸에 기대기 시작했다.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나는 그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살짝 놀랐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거야?”
“연인인 척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가슴까지 만지게 해줬는데 키스가 별거인가요. 아니면 감찰관님은 키스가 싫으세요?”
“당연히 좋지.”
무희가 양팔로 내 목을 휘감으며 입을 맞춰왔다. 촉촉하고 탄력적인 입술이 문질러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 쪽에서 먼저 입술을 벌리고 혀를 움직였다.
내가 거부할리 없었다. 나 또한 입을 벌려 그녀의 혀를 환영했다. 그녀의 혀가 내 입안 구석구석을 노닐었다.
어느 순간, 무희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한창 키스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방심하며 분수대에 쓰러졌다.
풍덩.
분수대의 차가운 물속에서 키스를 이어나갔다. 나야 ‘물의 축복’ 스킬이 있으니 문제없지만, 무희도 물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키스를 하는 건 좀 의외였다. 물과 관련된 스킬과 특성이 있는게 확실했다.
1분 이상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내가 적당히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물이 내 코와 입으로 들어와 식도를 틀어막는 기분이 들어 막았다. 숨 쉬는 건 여전히 문제없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팔을 버둥거리며 무희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무희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시발. 뭐야. 일부러 이러는 거야?’
무희는 두 눈을 감고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마나를 사용해 근력을 강화시켜 무희를 떨쳐냈다.
“푸학!”
몸을 일으킨 나는 숨을 내쉬며 입과 코를 통해 들어간 물을 뱉어냈다. 숨쉬는 건 문제 없었지만 물이 억지로 몸 안에 들어온 것이라 불쾌했다.
“미, 미안해요. 감찰관님. 제가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됐다. 오늘은 일단 헤어지지. 집까지 바래다주마.”
“아. 네. 고마워요.”
고급 여관에 무희를 데려다주었다. 헤어지기 직전, 나는 무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지?”
“리제트에요.”
“리제트. 오후에 또 만나지.”
???
무희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저번에 옥정이 날 독살하려고 해서인가?’
어쩌면 저 무희도 옥정처럼 날 죽이기 위해 준비된 암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좌,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
옥정은 신좌로부터 물을 조작하는 스킬, 수류(C)를 얻었다. 그리고 무희는 물을 조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연일 수도 있지. 그리고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
한 번 의심이 가자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무희는 로므렝의 말에 의하면 약 일주일 전쯤에 이 도시에 와서 남자들을 휘어잡았다고 한다.
내가 열흘 전에 감찰관으로 임명받고 여기로 왔으니 시기적으로 대충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이 도시에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거기에 방금 전 상황은 ‘물의 축복’이 없었다면 상당히 위험했다. 물이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온 순간 바로 즉사할 수도 있었다.
‘리제트…. 한 번 조사해봐야겠어.’
???
하르통 자작의 저택으로 돌아오자 로므렝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찰관님. 자료 정리 전부 끝내뒀습니다.”
“아. 고맙다. 넌 꽤나 유능하군. 왜 병사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 그러기엔 네 능력이 너무 아깝군.”
로므렝이 씁쓸하게 웃었다.
“형님이 제게 병사로서 일하는 게 어울린다고 하더군요.”
장남이 차남을 밀어낸 것이다. 귀족 사회에선 흔한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저녁에 초대 받았는데 가지 못했군.”
“아닙니다. 일이 터졌으니 어쩔 수 없지요.”
“내일은 한 번 찾아가봐야겠군.”
“예! 가문에 연락하겠습니다! 형님이 기뻐하실 겁니다.”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비록 이 로므렝이 남자 새끼이긴 하나, 오늘 내 안내를 맡으며 도시 최고의 무희들을 맛보게 해주었다.
내가 로므렝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네 형수님은 예쁘나?”
“……!”
로므렝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므렝은 내가 여자를 밝히는 걸 알고 있다. 지금 하르통 자작의 부인을 만나려는 것도 알고 있다. 만나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형수님은….”
로므렝은 잠시 망설였다.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웃었다.
“아주 아름다우십니다. 미모만 따지면 하르통 자작 부인 이상이라고 말씀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수님은 하르통 자작 부인보다 젊습니다.”
누구도 믿지 않는 엘레나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
침실로 들어가자 하르통 자작 부인이 속이 비치는 네글리제를 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감찰관님.”
“나도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옷을 벗었다. 알몸이 된 나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지를 껄떡 거렸다.
“그 속옷도 예쁘지만 부인의 알몸을 보고 싶군.”
“……이러면 될까요.”
그녀가 네글리제를 툭 벗었다. 자작 부인의 몸이 조명에 비쳐졌다. 흉터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 풍만한 가슴과 사타구니 사이에 자라있는 검붉은색의 털. 의외였던 건 음모의 형태가 1자 모양으로 정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보지털의 모양이 특이하군.”
“……남편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에요.”
나는 히죽 웃었다. 역시 그 새끼 변태 같더라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몸을 만졌다. 탄력이 약간 부족하지만 그 만큼 부드러운 젖가슴을 잡아당기고 물오른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성유진 감찰관님. 저희 남편은 오해로 인해 실수를 했을 뿐이에요. 사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하르통 자작은 날 죽이려 했다. 증인은 충분히 있지. 거기에 하르통 자작은 이것저것 많이도 해먹었더군. 대표적으로 횡령이 있지. 하르통 자작은 간 크게도 시의회에서 책정한 예산을 일부 빼돌려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하르통 자작의 사형은 이미 확정이다.”
“아, 아아…!”
망연자실한 그녀가 침대에 주저앉았다.
“부인. 하르통 자작을 위해 몸을 바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라.”
“……이 꼴로 방에서 나가라는 말인가요?”
“이해를 잘못했군. 내 말은 부인과 자식을 위해 몸을 바치라는 거지. 하르통 자작은 처형되지만 작위는 사라지지 않고 부인이 갖게 될 것이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자작 부인의 두 눈이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감찰관님의 말뜻은 저와 아들에겐 죄를 묻지 않는다는 건가요?”
“죄를 저지른건 하르통 자작이지 않나. 그리고 난 부인이 마음에 들었다.”
양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허벅지는 거의 자동문처럼 열렸다. 붉게 달아올라 벌어져 있는 보지가 나를 유혹한다.
“감찰관님…!
“재판 이후, 하르통 자작의 재산이 어느 정도 남는지는 지금 부인에게 달렸다는 걸 잊지 마라.”
“아아! 감찰관님! 내려주신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하응!”
내가 자지를 내밀자, 그녀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고는 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혀 놀림이 좋군. 부인.”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