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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1 - 391. 신의 아틀란티스 (171/2,000)

〈 391화 〉 391. 신의 아틀란티스

391. 신의 아틀란티스

7명의 남자들이 나를 가로막아 섰다. 손에 단검, 식칼, 망치 같은 조잡한 흉기를 든 남자들이었다.

“아히… 히히… 널 죽이면… 히히….”

남자들은 하나같이 맛이 간 상태였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입에선 침이 질질 흘렸다. 더욱 역겨운 것은 사타구니 쪽에 피가 몰려 거시기가 우뚝 서있다는 것이다.

‘이 씨발. 게이 새끼들인가?!’

다른 건 몰라도 날 노리는 게이는 절대로 용서 할 수 없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게이 슬레이어를 꺼냈다. 게이라면 이 검에 약간 닿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나는 남자들을 향해 있는 힘껏 게이 슬레이어를 휘둘렀다. 그러나 남자들은 베어지지 않았다.

게이 슬레이어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한 가지만을 뜻한다. 남자들은 게이가 아니다.

‘이 새끼들이 게이가 아니라면… 누구한테 발정한 거지?’

나는 뒤로 물러섰다. 상황이 이상했다.

“히히히… 죽어! 죽어!!”

“그녀를 안을 수 있어!”

“나와 그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죽어!”

남자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머리는 맛이 간 것 같은데 몸놀림은 보통이 아니었다. 남자 2명의 단검에는 검기까지 맺혀 있었다. 마냥 무시할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나는 게이 슬레이어를 인벤토리에 넣고 화련비도를 꺼내 손에 쥐었다.

파지지직!

뇌전을 일으켰다.

뇌전은 물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가 남자들을 감전시켰다.

“……!”

2명을 제외한 남자들이 몸을 떨며 기절해 바닥에 쓰러졌다. 풍덩! 빠르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상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그녀가 네 목을 원하고 있다!”

“죽어줘! 나와 그녀의 행복한 신혼 생활을 위해!”

나는 그들이 휘두르는 단검을 피했다. 도중에 물이 살아있는 것 마냥 내 종아리를 끌어 당겨 단검에 맞을 뻔했다.

“그녀… 라는게 설마 리제트를 말하는 거냐?”

짐작가는 여자는 리제트 밖에 없었다. 점점 차오르고 있는 물을 생각하며 리제트가 맞을 확률이 70% 이상 일 것이다.

“죽어라!”

“히히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나는 칼을 휘둘러 남자들의 목을 베었다. 그들의 머리와 몸이 바닥에 쓰러지며 물이 붉은 피로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리제트…. 안 그래도 수상했던 여자였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본색을 드러냈어.’

좀 곤란했다.

미로의 출구는 모른다. 왔던 길을 반대로 돌아가기에는 꽤 헷갈리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적당히 해메다가 발견한 출구로 나가는 것이 내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그 여자의 방해가 들어올 것이 틀림없다.

‘물의 수위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그리고….’

나는 정면을 쳐다봤다.

“…히히. 찾았다!”

“죽어줘. 죽어 달라고!”

남자들이 달려들었다. 한 놈은 마법을 사용해 나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다짜고짜 정직하게 공격해 와서 대처가 어렵지 않았다.

‘이래서는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과 똑같지.’

나는 위로 뛰어 파이어 볼을 피하며, 벽면을 내달려 남자들에게 칼을 휘둘러 죽였다. 심문 따윈 포기했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을 데리고 심문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리 없다.

첨벙!

물은 어느새 무릎까지 고여 있었다.

이 미로에서 공간이동 주문서를 사용할 수 없다. 구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쓰려면 미로 밖으로 나가야 했다.

‘물이 빠지지 않고 계속 많아지고 있다는 건 출구들이 막혀 있다는 뜻이겠지. 날 익사 시키는 게 진짜 목적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익사시키는 게 안전하고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십중팔구 그렇게 생각하겠지.

‘내가 물의 축복으로 인해 물에서 숨을 쉴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물속에서 회복력이 더 올라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만약 내가 물의 축복 스킬이 없었다면 이렇게 느긋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조해져서 미친 듯이 날뛰었겠지.

‘…그리고 이 물…. 평범한 물이 아니야. 아까부터 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어.’

지금은 그저 성가신 수준일 뿐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출구를 찾아 계속해서 움직였다. 도중에 맛이 간 남자들이 나를 노리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살아남는 건 내 쪽이었다.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긴 했으나 뇌전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했다.

‘미로에 오기 전 보다 능력치가 오른 게 큰 도움이 됐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물은 어느새 가슴팍까지 올라왔다. ‘물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어?”

물이 출렁거리는 듯 하더니 눈앞에서 물로 이루어진 용이 물을 헤엄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내가 칼을 들어 올려 수룡에 맞섰다. 그러나 칼로 물을 베어낼 수 없었다. 수룡은 칼을 무시하듯 지나쳐 내몸에 쳐박혔다. 내 몸은 뒤로 밀려나가다가 벽에 부딪혔다.

“컥!”

얼얼한 뒤통수에 짜증을 부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수룡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콰앙!

이를 악물고 충격을 버틴 나는 두 눈을 빛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

“…….”

리제트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쳐다봤다. 이 계단 아래는 운명의 미로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현재 계단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즉, 운명의 미로 전체가 물에 잠긴 것이다.

「시스템이 당신의 행위에 불만을 가집니다.」

「시스템이 당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의심합니다.」

시스템이 눈치 채기 시작했다. 의심은 훨씬 이전부터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일이 끝나면 시스템은 강력한 제재를 내릴 것이다. 일종의 시스템을 농락한 것이기도 하니 그 제재는 무서울 것이다.

‘괜찮아. 나만 이 일에 관여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물속으로 손을 뻗었다. 남자들을 홀려 죽이도록 성유진을 죽이도록 만들었으나 영 도움이 되지 않아서 결국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미로의 출구를 막고, 물을 채웠으며, 물을 조작해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물을 통해 성유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유진은 아까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물이 완전히 잠기고 20분이 지났으니 죽은게 거의 확실했다.

‘……정말 죽었을까?’

성유진은 이전에 독에 중독당해 죽었음에도 다시 멀쩡히 일어났다.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기에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 확인이 필요하다.

그녀는 수류를 조작해 성유진의 시체를 끌고 오려고 했다. 허나, 성유진의 시체는 무언가에 단단히 걸린 듯 수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좀 더 강한 수류를 조작하기에는 그녀의 현재 힘이 모자랐다.

그녀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허공에 검이 나타나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그녀는 물에 잠긴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접 성유진의 죽음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죽었더라면 그걸로 좋고. 살아있더라면 이 검으로 확실하게 마무리 지을 것이다.

‘하아. 인간주제에 번거롭게 하기는….’

???

나는 삐죽이 솟아나온 바위벽에 몸이 걸린 채로 죽은 척을 계속했다. 상대가 내 죽음을 원하고 있으니 죽은 척을 하면 물이 빠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내게 올 수도 있지.’

죽은 척 한지 30분이 훌쩍 지났다. 지루했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지상에 있는 것보다 편하기까지 했다.

‘옷도 벗어버릴까? 거슬리는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내 기감에 누군가가 걸려들었다. 나를 노리던 남자들은 아니다. 그놈들은 물이 천장까지 잠기면서 죄다 죽어버렸다. 놈들은 나처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었으니까.

슬그머니 실눈을 떠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확인했다.

리제트. 광장에서 춤을 추던 무희이자, 나와 연인인척 하던 여자였다.

선녀같은 하얀 옷을 입은 그녀가 검에 손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옷이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화끈한 몸매가 드러났다. 남청색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흐물거렸으나 화보를 찍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역시 이 여자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었나.’

무희는 내게 점점 다가왔다. 여유가 서린 걸음에는 그녀가 마치 물속이 아니라 땅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온 그녀는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검을 내 목을 향해 뻗었다.

날카로운 검 끝이 목에 닿기 직전, 오른손을 움직여 검날을 잡았다.

“……!”

놀란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검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이 베이며 피가 새어나왔지만 검이 내 목을 꿰뚫진 못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예상은 했지만 신체 능력은 나보다 뛰어나지 않았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성가시게 일을 진행하지 않았겠지.

파지직.

오른손에서 일어난 뇌전이 검을 타고 그녀에게 흘렸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서 검을 놓았다. 나는 검을 돌려 검자루를 잡고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놀란 그녀가 뒤로 물러나지만, 검끝은 그녀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간 뒤였다. 그녀의 옷이 찢어지고 얇은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흘려 나왔다.

그녀가 이를 악물며 물을 조작했다. 내 양옆으로 소용돌이 2개가 나타나 내 몸을 찢어발기려고 한다.

‘찰나.’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목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녀가 물을 조종하는 능력을 쓰기 전에 뇌전을 사용했다.

“……!”

그녀의 입이 벌리고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날 죽이려던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그녀의 능력이 풀린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 다시 한 번 뇌전을 일으켰다. 전류가 그녀의 전신을 타고 흘렸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죽이기에는 그 미모가 너무 아깝다.

“말해라. 네 정체가 뭐지?”

물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수 있도록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말했다.

“…….”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녀의 상의와 속옷을 한 번에 뜯어냈다. E컵의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놀란 그녀가 저항하려했으나, 뇌전을 일으켜 얌전하게 만들었다.

“…아극!”

놀랍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물속임에도 잘 들렸다. 물과 관련된 특별한 스킬이나 특성 덕분일 것이다.

짜릿한 전류 때문일까. 그녀의 허리가 아치 모양으로 위로 떴다. 안 그래도 풍만하면서도 탄력적인 가슴이 더욱 부각되었다.

찌그러짐 하나 없는 아름다운 모양의 유방. 그리고 그 끝에 달린 앙증맞은 분홍색 과실.

나는 그녀의 유두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거의 완벽한 원 모양의 유륜과 삐죽이 솟은 유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꼴리는 가슴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나.”

가슴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군살하나 없이 매끈하고 하얀 복근이 있었다. 아까 내가 휘두른 검에 의해 얕은 상처가 생겼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움푹 들어간 배꼽에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골반에 걸쳐진 치마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나는 손을 뻗어 치마를 잡았다.

“그만 둬라….”

“…엉?”

“…네가 이겼다는 걸 인정하마. 허나 그 이상은 그만둬라. 본녀는 너같은 인간이 능욕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말투가 변했다. 아니, 중요한 건 그녀의 말투가 아니라 내용이었다. 반신반의하고 있던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하.”

나는 씨익 웃었다. 자지가 벌써부터 불끈거린다.

“너.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지? 위신 따위가 아닌 본신 말이야.”

신좌들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빙의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스템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시스템을 무시하고도 사용할 수 있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하다. 본녀가 바로 먹구름을 부르는 푸른 새다. 당장 행동을 멈추고 내게서 떨어져라. 더 이상의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다. 선을 넘지 마라.”

“웃기는 소리 하고 있군. 나를 죽이려 했으니 그만한 각오는 했을 걸 아니야?”

그녀가 입술을 지그시 깨문 뒤에 말했다.

“본녀가 누군지 아느냐?”

“누군데?”

“본녀의 아버지는 오색제관의 지배자이며, 어머니는 곤륜의 모든 신선들이 우러러 보는 여신이시다. 충고 하나 해주마. 여기서 멈춰라. 이 아틀란티스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다고 섣부르게 생각하지 마라.”

“알겠어.”

나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냈다.

오색제관의 지배자가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진명은 옥황상제. 그리고 곤륜의 신선들이 우러러 보는 여신은 서왕모다. 다시 말해 서왕모의 딸인 그녀는.

“용길공주.”

“…그렇다. 본녀의 정체를 알았다면 당장 물러나 예를 갖추어라!”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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