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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5 - 395. 신의 아틀란티스 (175/2,000)

〈 395화 〉 395. 신의 아틀란티스

395. 신의 아틀란티스

운명의 미로 침수 사건의 주동자로 3명의 남자가 붙잡혔다.

평소 도시 내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던 놈들이었다. 시민들에게도 폐를 끼쳤는지 민심이 좋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수월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감찰관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은혜는 언젠간 반드시 갚겠습니다!”

도시를 떠나기 전, 내 덕분에 형으로부터 자작의 작위를 계승한 로므렝이 말했다.

“뭐, 나도 얻은 게 있으니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필요는 없다. 로므렝… 아니, 피시앙 자작.”

“이렇게 떠나시다니 아쉽습니다.”

“난 바쁜 몸이다. 입단속 잘하리라 믿는다.”

나와 로므렝은 많이 해온 짓이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일은 없다. 귀족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스스로 입을 다물 것이다. 알려져봤자 자신들만 불리해지는 내용들이니까.

내가 로므렝에게 말하는 건 이 일과 관련된 아랫놈들이다. 그놈들을 내버려두면 쓸데없는 말을 발설할 수도 있었다.

“맡겨주십시오!”

“간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나는 옆구리에 용길공주를 끼고 도시 밖으로 나갔다. 내 오른손은 그녀의 하복부를 연신 쓰다듬었다.

용길공주는 시종일관 인상을 썼다.

“좀 떨어져. 이렇게 딱 달라붙지 않아도 도망 갈 생각 없어.”

“말은 똑바로 해야지. 못 도망가는 거잖아?”

“…….”

용길공주는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에게 더 달라붙었다. 안 그래도 돌아가는 길이 무료하던 참인데 마침 내 옆에는 절세미모의 선녀가 있었다.

“성유진.”

“음?”

“네게 협력하는 대신 조건이 있어.”

“협력?”

내가 그녀를 비웃었다. 내게 거래를 하려는 모양인데, 특수 중속 된 상태인 그녀는 내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살도 할 수 없고, 내 허락 없인 멀리 떨어지지도 못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일일이 내게 명령을 내릴 거야? 그 정도로 한가해?”

“…….”

이번에는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용길공주의 말대로 나는 한가하지 않다. 용길공주는 계속해서 제어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또 그녀의 능력이 필요할 때, 그녀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건이 뭔데?”

타협하기로 했다. 용길공주는 보지뿐만이 아니라 물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능력을 썩혀두는 건 너무 아까운 짓이다.

“섹스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내 주인이 된 것 마냥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 것.”

걸음을 멈추었다.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장난하나. 못해도 일주일에 삼일은 해야지. 그리고 내가 네 주인 맞아.”

“…좋아. 양보해줄게. 일주일에 삼일은 섹스하게 해줄 수 있어. 어차피 넌 365일 24시간 매일 발정 나 있으니 말려도 들어먹지 않을 테지. 하지만 나한테 시시한 명령을 하지 마. 밥은 네 손으로 먹고, 옷은 알아서 입으라고!”

“대신 섹스 때 적극적으로 하는 거지?”

“……그 정도는 내가 양보해줄게.”

새침데기마냥 말했다. 나는 그녀가 나와의 섹스를 즐기는 편이라는 걸 알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일주일에 삼일밖에 섹스 하지 못한다.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득이었다. 내게는 용길공주 말고도 품에 안을 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건은 그게 다지? 조건을 받아들일 테니 지금부터….”

“잠깐.”

“또 뭐야.”

“아직. 중요한 게 남아 있어.”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진지해진 얼굴이었다.

“…네 망할 똥구멍을 핥게 만드는 걸 그만둬.”

“안 돼. 비데공주인 네가 비데 일을 그만두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 넌 하루에 10번 이상 내 똥구멍을 핥아야 돼!”

10번은 과장이지만 대충 4~5번 정도 매일 마다 내 똥구멍을 핥고 있다. 물론 진짜 비데 일을 시키는 건 아니다.

“개새끼! 이렇게 나오면 내가 협력할 줄 알아?!”

“네가 협력하지 않으면 어쩔건데.”

“그건…!”

용길공주가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는 걸 보면 죽고 싶을 정도로 분한 모양이다.

그녀가 워낙 당당하게 나오니 착각하기 쉬운데, 이 관계에서 내가 절대적인 갑이었다.

“용길공주. 네 처지를 너무 잊지는 마. 내가 널 존중해주는 건 꼴리기 때문이야. 이렇게 나오면 널 지하 깊은 곳에 계속 가둬놓을 수도 있어.”

“…….”

“그래도 뭐…. 네 협력이 있으면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니… 하루에 한 번. 내 똥구멍을 핥는 걸로 봐줄 수 있어.”

나는 얼굴을 정색하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임을 표현했다.

“…읏.”

용길공주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맺혀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절세의 미모믈 가진 여자가 가련하게 울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잊어선 안 된다. 이 년은 나를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던 년이었다.

“결정할 시간 딱 10초 줄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루에 30번 이상 내 똥구멍을 빨아야 할 거야.”

“……알았어! 네 말대로 하면 되잖아! 흐윽!”

결국 용길공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우는 용길공주의 몸을 끌어안았다. 양손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놔! 여긴 밖이라고!”

“우는 널 보니까 꼴린다.”

“…….”

용길공주가 기가 차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당연히 멈추지 않았다. 길바닥에서 그녀와 함께 알몸으로 뒹굴었다.

???

“아주 많이도 해먹었더군. 성유진 감찰관.”

내 맞은편에 앉은 엘레나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분위기는 북풍한설처럼 차가웠다.

제 2,671 구역, 운명의 미로에서의 내 행적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제국을 떠받드는 다섯 기둥 중 한 명인 그녀는 모종의 정보원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라고 준 감찰관 직위 아닌가?”

“그건 맞다만 좀 지나치게 심했군. 설마 가는 길에서 받아먹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받을 먹을 줄이야. 게다가 2,671 구역에선 도시의 1년 예산 70% 이상을 꿀꺽 했다지? 너무 먹으면 배가 터지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괜찮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돈만 받아 먹은게 아니라 여자들까지 건들었더군. 내게 온 항의 서한만 몇 개 인줄 아나?”

“몇 개 인데?”

“13개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항의 서한이 오더군. 대부분이 나의 이름으로 네가 패악질을 부리고 있으니 너를 처벌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래서 처벌 할 거야?”

엘레나는 하품을 하는 나를 한 번 보더니 피식 웃었다.

“항의 서한은 찢어서 버렸다. 감찰관의 직위를 줄 때 적당히 해먹으라고 했다만…. 뭐,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더군. 그보다…. 저번에 갈 때 뭔가를 선물로 가져온다고 하지 않았나?”

엘레나의 파란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선물이라면 당연히 가져왔지.”

인벤토리에서 검은 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라벨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병이었다.

한순간 엘레나의 눈이 풀렸다가 원래의 오만한 눈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가 포도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포도와 관련된 음식들도 좋아한다. 거기에 특히나 좋아하는 건 포도주다.

“이 포도주는 평범한 포도주가 아니야.”

“알고 있다. 설마 내가 지금까지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못 먹어봤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는 희귀하긴 하지만 못 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엘레나 정도의 권력과 돈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봐봐. 좀 다를 걸.”

「디오니소스의 포도주

신이 만든 포도주.

최초 한 모금 시음 시 마나가 2 상승한다.

랭크: A」

“이건… A랭크라고?!”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원래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는 랭크 B다. 최초 복용 시 상승하는 마나도 1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광명승천도를 이용해 강화시켰다. 랭크 A의 포도주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랭크 A의 포도주는 아무리 너라도 맛보지 못했겠지.”

“……맞다.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 무척 기대되는군.”

나는 오프너를 꺼냈다.

“잠깐! 병은 내가 열겠다.”

“…어? 굳이?”

“그딴 싸구려 오프너로 열 생각은 하지 마라. 괜히 파편만 날렸다간 포도주만 버리게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버리는 꼴은 절대로 내 눈으로 못 본다!”

“알았어. 자.”

나는 엘레나에게 포도주를 내밀었다.

포도주를 받아든 엘레나는 신중한 표정으로 병을 살펴보고는 마나를 일으켰다.

병을 중심으로 전후좌우상하, 총 6개의 파란 마법진이 나타났다. 위쪽의 마법진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서 병을 막고 있던 코르크 마개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뭘 포도주 마개를 따는데 이런 마법을….’

어이가 없어서 엘레나를 쳐다봤다. 엘레나는 그 어떤 때보다 집중하고 있었다.

병마개는 20초간의 씨름 끝에 깔끔하게 빠져나왔다.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갈증이 확 밀려오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무심코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턱.

엘레나가 내 손을 잡았다.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제대로 맛보려면 조금 기다리는 편이 좋다. 그리고 잔은… 내가 꺼내지.”

“어, 미안.”

“이해 한다. 나도 처음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맛볼 때 향에 취해 그만 병째로 들이키고 말았지.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후회스럽군.”

엘레나가 손을 흔들었다. 보관함이 열리며 와인잔 2개가 저절로 날아와 나와 엘레나 앞에 앉았다.

엘레나는 마치 수 십 년의 경력을 가진 소믈리에처럼 와인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나는 잔에 약간 채워진 검붉은 포도주를 보며 잔을 잡고 돌리거나, 코를 가져다대며 향기를 음미했다. 깊은 뜻은 없었다. 어디서 본 게 있었기에 한 번 해봤다.

엘레나는 조용히 입에 와인잔을 대고 마셨다. 한 모금을 마신 그녀가 만족스럽게 웃는다.

“……과연. 내가 먹어본 포도주 중에서 최고라 불려도 아깝지 않군. 랭크가 한 단계 올라갔을 뿐인데 이토록 대단해질 줄이야.”

그녀의 감탄에 참다못한 내가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의 신이 주조한 포도주가 혀에 닿는다. 순간 무슨무슨 맛이다 보다 기분 좋다는 느낌이 확 들며 특유의 향기가 느껴졌다.

꿀꺽. 삼킬 생각도 없었는데 저절로 넘어갔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마나가 2 상승했습니다.」

“……맛있는 포도주군.”

“이럴 수가. 반응이 그게 끝이라고? 내가 처음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맛봤을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 아나?”

엘레나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는 약간 떨떠름해졌다. 설마하니 그녀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반응할 줄이야.

“……어떻게 반응했는데?”

“무릎 꿇고 울었다.”

“……?”

“난생 처음으로 신이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뭐, 그때는 내가 좀 어리긴 했다만… 아무튼 내가 무릎을 꿇을 정도의 맛이었다.”

“그런 것 치곤 지금 다리꼬고 마시고 있잖아.”

“처음 마실 때 만 그랬단 말이다. 지금은 이렇게 한 단계 높은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를 마셔도 멀쩡할 정도로 익숙해졌지. 아무리 그래도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무릎 꿇고 울 수는 없지.”

엘레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아까와 다르게 포도주는 가득 채워졌다.

“잠깐! 네 잔에 더 많이 따랐잖아!”

“어이쿠. 이런. 실수를 했군. 뭐, 고작해야 한 모금 정도의 차이다. 쩨쩨하게 굴지 말도록. 감찰관.”

지금 여기서 감찰관이라 부른 의도를 알았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포도주가 한 병 더 있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였다.

‘능력치 올랐으면 됐지. 뭐.’

나는 포도주를 마시는 엘레나를 쳐다봤다. 분홍색의 섹시하면서도 예쁜 입술. 들어 올려진 턱은 세련되었고, 목선은 뱀파이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희고 곱다.

나와 그녀는 얼핏 보면 친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있다. 그 벽을 넘는 것도, 부서뜨리는 것도 힘들었다.

‘가까워지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그게 영 쉽지 않단 말이지.’

잔에 담긴 절반의 포도주를 마신 그녀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내게 말했다.

“내게 할 말이라도 있나?”

“어떻게 하면 널 꼬실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

엘레나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불가능하니 포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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