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7화 〉 397. 신의 아틀란티스
397. 신의 아틀란티스
마풍단의 단장이자, 카샤의 친오빠이기도 한 아마드가 내 앞에 부복했다.
“천마님. 마풍단이 더 커지기 위해선 주 활동 지역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제 14 구역, 모래 지옥. 현재 마풍단이 활동하고 있는 사막 지대다. 마풍단은 이 구역을 지나는 상인이나 여행가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덤으로 사막 곳곳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며 실력을 기르고 있다.
“귀찮게 왜?”
“…마풍단의 실력이 올라가면서 몬스터를 손쉽게 사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전 연습의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인재를 구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강해지긴 위해선 더 강한 상대와 싸우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건 이해 할 수 있었다.
“인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2구역이 바로 근처라 오히려 인재를 구하기 쉬울텐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제 2 구역, 오늘의 도시. 아틀란티스에 도착하는 신입 추방자들이 가장 먼저 들리는 도시다.
오늘의 도시에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인재를 수급 할 수 있다. 물론 상급의 인재들은 거대 레기온들이 먼저 데려가 버리고, 도적단 같은 걸 하려고 하지 않지만 어딜 가나 막장인생인 놈은 있는 법이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래선 마풍단이 너무 느리게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의 성장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소 1년은 제대로 훈련시켜야 쓸만해질 겁니다. 이런식으로 마풍단이 어지간한 레기온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드의 말이 맞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마풍단이 쓸만해질 때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동안 신경을 너무 안 쓰고 있었기에 마풍단의 상황이 이런지 몰랐다.
“이해가 가는군. 하지만 굳이 꼭 아지트를 바꿔야 하나?”
나는 이 피라미드 구역에서 떠나기 싫었다. 꽤 정이 들었고, 앞으로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마풍단이 다른 도적단을 흡수해가며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이 구역이 근처에는 저희들보다 규모가 작은 도적단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늘의 도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오늘의 도시에서 느닷없이 대규모의 도적단이 발생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고자 대규모 도적단으로 변하기 전에 레기온을 이용해 마풍단을 토벌하려 들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내게 말한 건 아닐테고. 이 구역을 떠난다면 어디서 활동할 생각이지?”
“아틀란티스 서쪽입니다. 서쪽이라면 거대 레기온의 간섭 없이 마풍단의 규모를 늘릴 수 있습니다.”
아틀란티스의 서쪽은 무법지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판이 곳이다.
서쪽은 유시티아 제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 중에 하나이며, 대부분이 사막지대다. 거대 레기온도 서쪽에는 잘 가려하지 않고, 가진 영향력도 거의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 서쪽은 먹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이니까.
힘을 키우기엔 안성맞춤이다. 허나 그 만큼 위험한 곳이 아틀란티스의 서쪽이다. 잘못하다간 마풍단이 해체되거나, 기존의 세력들에게 먹힐 수도 있다.
나는 깊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느긋하게 성장하다간 마풍단이 언제 내게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다. 거기다 이번에 감찰사 노릇을 하며 세력의 힘을 실감했다. 나도 괜찮은 세력을 가지고 싶었다.
“좋다. 서쪽으로 가자.”
아마드의 얼굴이 확 퍼졌다. 그는 내가 거절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3개월 정도면 서쪽 구역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3개월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공간 이동 주문서를 마풍단 전원에게 지급할 수 없다. 현재 마풍단의 인원은 70명 정도로 공간 이동 주문서가 너무 아깝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아니. 서쪽으로 갈 준비는 내가 한다. 그것보다 아까 오면서 봤는데 마풍단의 실력이 실망스럽더군.”
“죄송합니다!”
아마드가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그렇게 사과할 필요 없다. 대부분 새내기들이니 이해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래선 너무 오래 걸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거대 레기온이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의미 없다. 거대 레기온은 재능이 뛰어난 추방자들을 데려가 그에 맞게 훈련시키니까. 어중이떠중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은 당연히 모르겠지.”
“…….”
이건 아마드도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나는 이 부분에 도움을 주기로 정했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둔다면 마풍단은 계륵만도 못한 것이 될 것이다.
“마풍단에 무공을 하사하겠다.”
아마드가 고개를 들고 두 눈을 빛냈다.
“감사합니다! 천마님! 어, 어떤 무공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말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허억!”
아마드가 입을 떡 벌렸다.
「마천의 왕이 경악합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노, 농담이 너무 심하군.”」
“농담이 아니다. 어차피 개나소나 다 익히는 천마신공. 내 부하들에게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생각해보면 내게 천마신공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이 세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희 세계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 세계에서 천마신공이 개나 소나 다 익히는 기본 무공이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천마신공은 특별한 무공이다. 어중이떠중이들은 천마신공을 익힐 수 없다.”」
마천의 왕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촉이 왔다. 마천의 왕은 원래 이렇게 말이 길지 않다.
자고로 혓바닥이 길다는 건 후달린다는 뜻이지!
영화에서 봤다.
“100명 중 한 명 정도는 익히겠지. 그게 아니라면 1,000명 중 한 명은 익힐 테지. 그리고 그 놈은 쓸만한 부하가 될 테고.”
「마천의 왕이 100,000AP를 후원합니다.
“천마신공을 익힌 자가 너의 지위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또한 천마의 특별함이 퇴색 된다. 정말 그래도 상관없나?”」
“천마신공을 익힌다고 해서 꼭 천마가 되는 건 아니지. 그리고 나한테는 천마신공을 제외하고도 번개가 있어.”
나는 클래스 자체가 천마다. 또한 천마지체라는 특성도 있다. 어지간한 놈이 천마신공을 익혀봤자 내 발끝만도 못할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번개야 말로 최고의 힘이지.」
「마천의 왕의 손발이 덜덜 떨립니다.」
나는 아마드를 쳐다봤다. 내가 신좌와 대화하고있다는 걸 눈치 챈 그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두 번 말하기 귀찮으니 잘 들어라, 아마드. 천마신공은.”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100만 AP를 주겠다. 천마신공을 유출하지마라.」
“난 돈이 필요한 게 아니야. 부하들을 쉽고 빠르게 강하게 만들어 줄 무공이 필요한 거지.”
「마천의 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다. 네 부하들에게 줄 무공을 선사하겠다. 대신 천마신공을 절대로 유출하지 않는 것. 그게 조건이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는 척 했다.
‘이 새끼…. 왜 이렇게 천마신공에 집착하는 거지? 또 내가 모르는 수작을 부려났나? 시발. 갑자기 불안해지네. 정신 내성 더 올려야겠다.’
지금 마천의 왕은 정상적인 신좌의 반응이 아니었다. 신좌들은 보통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지켜보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게 더 재밌을 테니까. 천공의 주인만 해도 지금 가만히 있지 않는가.
“그냥 평범한 무공은 사양이야.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마공이어야 해.”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
“부작용은 상관없어. 중요한 건 빠르고, 강해야 한다는 것.”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잠깐 기다려라”」
나는 눈살을 팍 찌푸렸다. 요새 안 그러더니 갑자기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로 말한 것이다.
마천의 왕의 말대로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대충 3분 정도 흘렸을까. 반응이 왔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시스템이 마천의 왕을 저지합니다. 마천의 왕에게 최대 수준의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마천의 왕이 발끈합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이번 아틀란티스는 개판을 넘어 개밥 수준으로 변한다! 저 놈은 한다면 하는 놈이다! 시스템! 정녕 아틀란티스의 모든 인간이 천마가 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러나?!」
「…….」
「아니면 네가 저놈을 제재할 수 있나? 무슨 사유로?」
「마천의 왕에게 가해지는 패널티가 대폭 줄어듭니다.」
「추가로 마천의 왕에게 3,000만 AP 벌금을 부과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낄낄 웃습니다.」
“오오…. 기대되는군.”
나는 만족스레 웃으며 손깍지를 꼈다. 시스템이 패널티를 부과할 정도면 엄청난 게 준비되는 모양이다.
간만에 마천의 왕이 마음에 들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마풍신공(魔風神功) 전수’ 스킬을 후원합니다.」
「마풍신공(魔風神功) 전수.
충성을 맹세한 대상에게 마풍신공(魔風神功)을 전수 할 수 있다.
마풍신공을 수련하면 빠르게 강해지지만 부작용이 존재한다.
전수 대상: 0/588
종류: 스킬
랭크: SSS」
나는 곧장 스킬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나는 마풍신공을 전수하는 방법만 알고 있지, 마풍신공이 어떤 무공인지 전혀 모르겠다.
“마천의 왕. 부작용은 뭐지?”
「시스템이 말합니다. 마천의 왕은 현재 패널티로 인해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마풍신공의 부작용은 설명합니다.」
「마풍신공을 전수받은 자는 다른 이에게 마풍신공을 전수할 수 없습니다.」
이건 부작용보다 제한에 가까운 것이었다.
“전수 대상이 588명까지 가능한 거면… 전수 대상을 늘리는 조건은 뭐지?”
「최대 전수 대상의 숫자는 모든 능력치의 합의 두 배입니다. 능력치를 올리면 최대 전수 대상의 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내 능력치는 근력: 63 민첩: 61 체력: 60 마나: 82 행운: 28였다.
“다른 부작용은?”
「마풍신공을 수련하면 능력치가 빠르게 상승하지만, 마성(魔性) 또한 강해집니다. 마성에 정신이 잡아먹히면 마물이 됩니다.」
“별거 아닌 부작용이군.”
마물이 되면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좆집들에게는 전수하지 말아야겠다.’
「마풍신공을 익힌 자는 천명의 명령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행동하게 됩니다. 단, 마풍신공을 익힌 자가 천마보다 강해지면 명령을 거부합니다.」
“오.”
부작용이긴 했다. 마풍신공을 익힌 자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부작용은 결코 아니었다.
“좋군.”
「시스템이 경고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천마신공을 유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이 세계에선 오직 나만이 천마신공을 익힐 거다.”
시스템은 답이 없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부복하고 있는 아마드를 불렸다.
“아마드. 네게 마풍신공을 전수하겠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마풍신공은 좋은 것입니까?”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냐?”
“아닙니다! 제가 실언이었습니다!”
“내게 충성을 맹세해라. 그게 조건이다.”
“전 이미 천마님의 충실한 노예입니다!”
「마풍신공의 전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내 손에서 검은 연기가 흘려 나와 아마드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
아마드가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그의 양팔목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한 형상의 검은 문신이 생겨났다.
“이것이 마풍신공…!”
“아마드. 마풍신공이 무엇인지 알겠나?”
“네! 무척이나 사나우면서도 파괴적인 힘입니다. 동시에 천마님의 위대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마풍신공을 보여 봐라.”
“네!”
아마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그는 허공에 적이 존재하는 것마냥 칼을 휘둘렀다.
‘…아직은 숙달되지 않아서 자세가 어설프지만… 저건 검술이군.’
힘과 속도를 중시하는 검술로 기교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기교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마드가 검기를 일으켰다. 검기의 색은 파란색에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우면서도 사나운 검은 바람이 불었다.
아마드는 점점 마풍신공에 빠져들었다.
“그만.”
내가 말하자마자 아마드가 검을 내렸다.
“잘 알았다. 보상을 주마. 종속을 해제 시켜주지.”
“정말이십니까?!”
아마드가 반색했다. 내게 종속되어 있는 그는 이마에 ‘부하’라는 붉은색 문자가 새개져 있었다. 종속의 증표였다.
“난 이제 널 믿는다.”
아마드는 지금까지 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리고 마풍신공을 전수 받은 이상 내 명령을 최우선적으로 따를 것이며, 아마드의 여동생인 카샤는 내 좆집이었다.
“오오…! 감사합니다! 천마시여!”
뭔가 반응이 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