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8화 〉 398. 신의 아틀란티스
398. 신의 아틀란티스
“잘 알았다. 보상을 주마. 종속을 해제 시켜주지.”
“정말이십니까?!”
아마드가 반색했다. 내게 종속되어 있는 그는 이마에 ‘부하’라는 붉은색 문자가 새개져 있었다. 종속의 증표였다.
“난 이제 널 믿는다.”
아마드는 지금까지 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리고 마풍신공을 전수 받은 이상 내 명령을 최우선적으로 따를 것이며, 아마드의 여동생인 카샤는 내 좆집이었다.
“오오…! 감사합니다! 천마시여!”
뭔가 반응이 격해졌다. 원래 아마드는 이렇게 까지 감동적인 표정을 짓지 않는다.
‘…마풍신공의 영향인가? 뭐, 좋은게 좋은거겠지.’
「아마드의 종속을 해제합니다.」
아마드의 이마에 새겨져있던 문자가 사라졌다.
아마드는 감격에 몸을 떨었다. 누 눈에는 누물까지 맺혔다.
‘…하긴. 좀 쪽팔리긴 했을 거야. 내 명령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니지도 못했으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마님?”
“마풍단원들을 모아라. 내가 직접 그들에게 마풍신공을 전수하겠다.”
???
“천마님께 충선을 맹세하겠습니다!”
피라미드 앞에 오와 열을 맞춰 서있는 마풍단원들이 일제히 소리 질렀다.
「마풍신공의 전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마풍신공 전수!’
내 오른손에서 연기가 뻗어 나와 내게 충성을 맹세한 마풍단원들에게 스며들어갔다.
허나 전원에게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3명.
내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은 3명에게는 마풍신공이 전수되지 않았다.
“아마드. 데려와라.”
“……송구스럽습니다.”
아마드는 굳은 표정으로 마풍단원들에게 다가가 충성을 맹세하지 않은 3명을 내 앞에 데려왔다.
3명은 빳빳하게 서서 긴장했다.
나는 가장 왼쪽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이마에 흉터가 있는 남자였는데 인상이 더러웠다.
“왜 충성 맹세를 하지 않았지?”
“전 이미 아마드 님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아마드를 쳐다봤다. 아마드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아마드. 죽여라.”
말이 끝나자마자 아마드가 칼을 뽑아들었다. 시커먼 검기가 일렁이는 칼날이 녀석의 목을 베었다.
떼구르르르.
남자의 머리가 바닥을 구른다.
“만회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드가 내게 말했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너는 왜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지?”
“제가 잠깐 미쳤었던 것 같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천마님!”
“저, 저도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남자들이 겁에 질려 충성을 맹세했다. 나는 괘씸해서 그들을 죽여 버릴까 하다가 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천마라는 걸 잊지 마라.”
마풍신공의 전수를 끝낸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동안 남아서 마풍신공을 훈련을 지켜볼 것이다.
‘빠르게 강해진다더니… 어느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는 거지?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나?’
마풍신공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빠르게 강해진다는 건 사실이었다. 저들이 마풍신공을 운용할수록 자세가 바뀌고, 점점 공격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도 자신의 빠른 성장을 실감하고 있는지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성장속도가 끝까지 유지된다면 나도 무서울 지경이겠지만….’
마풍신공은 시스템이 관여했다. 한계는 있을 것이다.
3시간이 흘렸다. 혹시 모르니 마풍신공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슬슬 질렸다.
“크아아아아악!”
이변이 발생했다. 마풍신공을 수련하던 한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자식 왜 저래?!”
“막아!”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옆에 있던 아마드가 폭주하는 남자를 향해 가는 것을 손으로 제지하고 남자를 지켜봤다.
남자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까맣게 변하고, 눈동자가 도마뱀의 그것처럼 황금색으로 변했다.
몸이 팽창하면서 옷이 터지고, 등허리에 날카롭고 굵은 가시가 돋아났다.
“끄르르르.”
짐승같은 소리를 내며 혀를 내밀었다. 혀는 손바닥만큼 길었으며 끝이 갈라져 있었다.
도마뱀과 인간을 섞어 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저게 마물화인가.’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마풍신공을 수련한지 이제 겨우 3시간째다. 그런데 벌써부터 마성에 정신이 먹혀서 괴물이 되었다고?
이건 부작용이 심해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이 괴물! 보통이 아니다!”
“갑자기 왜 괴물로 변한거야?!”
마물이 날뛰었다. 모습이 변한만큼 육체능력도 상승한 것인지 주변에 있는 마풍단원들을 손쉽게 쓰러뜨리거나 집어 던졌다. 다행히도 아직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물을 향해 걸어갔다.
마물과 두 눈이 마주쳤다.
“끄르….”
마물이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내가 천마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내 강함을 알아차린 것인지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마물은 결국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신이 먹혀서 본능만 남은 건가. 죽은 거나 다름없군.”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주먹쥔 손에 천마기가 넙실거렸다. 도망치는 마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압축된 천마기가 허공에 선을 그리며 뻗어나가 마물의 머리를 꿰뚫었다. 붉은 피가 튀었다. 마물의 몸은 고꾸라져 일어나지 않았다.
「71 AP를 획득합니다.」
“아마드. 앞으로 마물로 변하는 놈이 있으면 그냥 죽여라.”
“네. 천마님. ……마물로 변하는 건 혹시 마풍신공 때문입니까?”
“네가 마성을 이겨낸다면 마물로 변하는 일은 없다. 정신줄 놓지 말라는 말이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아마드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 아마드는 정신력이 뛰어난 놈이니 마물로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마풍단을 서쪽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방법.
나는 여기서 과거 제 406 구역, 낙일(落日)의 산으로 이동할 때 사용한 거울을 떠올렸다. 거울은 1회용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SF 적으로 말한다면 워프 게이트다.
「미러 터널
한 쌍으로 되어 있는 거울.
활성화 시키면 거울을 통해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랭크: SS」
감정서를 이용해 감정해보니 SS랭크였다.
‘나는 SSS랭크 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한 단계 낮았지.’
미러 터널은 가고 싶은 장소에 거울을 놔둬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번 설치해두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사기적인 물건이 된다.
‘광명승천도로 강화시키면 현실에서도 쓸 수 있겠지. 흐흐.’
나는 거울 표면에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나를 비추던 거울이 활성화되며 사막을 비추었다. 다른 한 쌍의 거울이 있는 곳이 서쪽의 사막이기 때문이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이용해 서쪽에 거울을 놓고 왔지.’
나는 뒤쪽을 쳐다봤다. 마풍단원들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드. 부하들을 데리고 가라. 내가 마지막에 가겠다.”
“네! 얘들아 가자!”
무장한 마풍단원들이 아마드를 필두로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자기야. 나도 가는게 좋지 않아?”
떠나기 전 카샤가 내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여기 있어. 혹시 모를 침입자가 있을지 모르니 지켜야지.”
“나 말고도 있잖아.”
“누구?”
“…….”
카샤는 입을 다물었다.
내 좆집들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카샤였다.
비비안은 호수의 공간에서 콜트를 교육하며 마약을 재배하느라 잘 나오지 않는다.
에르제베트? 내게 굴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또한 지금 에르제베트는 만삭이다. 건강한 애를 낳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한 시기다.
옥정은 믿을 수 있으나, 용길공주의 수발을 드느라 바쁘다. 용길공주는 일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았다.
“좆집들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카샤.”
“……좆집이란 단어만 없었다면 좀 감동했을 거야.”
나는 한 팔로 카샤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으응.”
혀가 질척하게 섞인다. 죽어 있던 자지가 몸을 일으킨다. 내 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수영복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까슬한 음모를 지나 부드러운 보지를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졌다.
“하아읏. 자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나는 뒤쪽의 거울을 쳐다봤다. 마풍단원들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거울의 표면에 타고 흐르던 뜨거운 물이 식으면서 미러 터널이 비활성화되었다.
“어차피 내가 없으면 안 되니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카샤의 옷을 벗겼다.
“아앙!”
???
「제 5,146 구역, 전갈 사막에 입장했습니다.」
전갈 사막.
아틀란티스 서쪽 사막 중에서도 가장 척박한 사막 중 하나.
나는 사막을 걸었다.
맨 앞에서 걷고 있는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뒤쪽에 줄을 맞춰선 마풍단원들이 한 걸음 내딛었다. 안 그래도 검은색 옷으로 통일되어 있는 마풍단원들이다. 얼핏 보면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보였다.
“있군.”
정면에 마을이 보였다.
모래로 만든 듯한 낮은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의 규모는 대충 100가구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한 가구에 4명이 산다고 치면 대충 400명이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을을 향해 계속해서 접근했다.
마을도 우리들을 눈치 챘는지 떠들썩해졌다. 어린 아이와 늙은이, 여자들은 전부 집안으로 대피했고, 건장한 체격의 사막 전사들이 마을 앞에 모였다.
“여긴 우리 가시전갈 부족의 마을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사막 전사들 앞에선 중년 남자가 외쳤다. 족장인 모양이다. 우리에 비해 30명 정도 더 많기 때문일까. 그들은 당당했다.
“나는 천마. 그리고 우린 마풍단이다. 긴말하지 않겠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어린놈이 사막 무서운 줄 모르는 구나! 우리 가시전갈 부족은 겁쟁이가 아니다!”
“겁쟁이가 아니라 멍청이인가 보군.”
“버릇 없는 놈! 사막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쳐라!!”
“우와아아아아아아!”
사막 전사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아마드와 마풍단에게 말했다.
“될 수 있으면 죽이지 마라. 너희 동료가 될 놈들이니.”
내가 앞으로 뛰어가자 아마드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천마께서 나가신다! 천마님의 뒤를 따르라!”
“와아아아아아아아!”
양 진영이 부딪혔다.
나는 족장을 노렸고, 족장도 나를 노렸다.
이 세계에서 중요한 건 우두머리다. 한 명의 영웅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세계가 바로 이곳이다.
족장이 든 곡도에 푸른 검기가 맺히고, 내 양손에 천마기가 맺혔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수라(天魔修羅)
칼과 주먹이 부딪혔다. 그리고 주먹이 이겼다.
족장의 칼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내 주먹은 족장의 얼굴을 때렸다. 족장이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났다.
‘너무 약했나?’
죽이지 않을 생가이다 보니 힘 조절을 해야 했는데 꽤 어려웠다.
족장은 단검을 꺼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족장을 개패듯이 팼다.
???
“천마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만신창이인 족장을 필두로 가시 전갈 부족민들이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번 전투로 마풍단 8명, 사막전사 12명이 사망했다. 총 20명의 손실이지만 얻은게 더 많았다.
힐끗. 족장을 쳐다보자 몸을 가늘게 떨었다. 나는 족장을 개패듯이 팼다. 기절하면 깨워서 팼다. 그 때문인지 족장은 유독 나를 두려워했다.
“너희들 사막 전사들에게 마풍신공을 전수하겠다. 내가 너희들의 지배자인 것을 잊지마라.”
마풍신공을 전수한 나는 마을 여자들을 모두 불려 모았다.
“너, 그리고 너. 너, 너. 너희 넷은 오늘밤 내 시중을 들어라.”
미녀들을 뽑았다. 한 명은 족장의 딸로 새하얀 피부에 빨간 무양을 그려져 있었다. 2명의 피부는 까무잡잡했는데 몸에 빨간 문양이 있었다. 유부녀였다.
다른 한 명은 화련한 옷 위로 뼈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았다. 잿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을 가진 미녀였다. 주술사라고 한다. 옷 사이로 보이는 허벅지와 복부에 빨간 문양이 있었다.
“건방진 년. 주술사라고 내게 뻗대는 거냐?”
“천마님. 전 천마님의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주술을 이용해 사막 늑대를 부릴 수 있고, 부상 입은 전사들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주술사는 당당했다.
꽤 뛰어난 주술을 다룰 수 있으니 족장 다음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오, 그러신가. 대단하군.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걸 말해주지. 난 네년 모가지를 비틀 수 있고, 사막 전사들을 모래 아래에 파묻을 수 있다.”
“…….”
“알아들었으면 당장 옷 벗고 보지나 벌려.”
나는 서쪽 사막이 마음에 들었다.
유스티아 제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이곳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가장 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