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403 - 403. 헌터의 이상한 세계 (183/2,000)

〈 403화 〉 403. 헌터의 이상한 세계

403. 헌터의 이상한 세계

-그, 그만…! 하아아앙!

“엘리샤!”

박수호는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허나 손은 화면을 그냥 지나쳤다.

-하아악! 아앙!

화면 속의 엘리샤는 알몸인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양손목이 밧줄에 휘감겨 침대 위쪽에 묶였다. 엘리샤가 눈물을 흘리며 비명과 신음을 흘렸다.

광대 가면을 쓴 남자는 엘리샤의 하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분홍색 젖꼭지를 씹었다. 손으로는 엘리샤의 허벅지를 강하게 잡고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박수호는 이를 꽉 깨물었다. 자신의 그곳보다 훨씬 큰 광대의 양물이 엘리샤의 소중한 곳을 침범하고 있다. 침대보는 엘리샤의 처녀혈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위에 하얀 정액이 뒤덮여 있었다. 엘리샤는 이미 몇 시간 동안 능욕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리샤를…! 엘리샤를 구해야 해!”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박수호는 자신의 오른 팔목을 보았다. 태양 문신이 있었다. 이 태양 문신이 원래 자리로 찾아오면 문신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3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샤! 엘리샤! 내 말 들려?! 엘리샤!!”

박수호는 왼쪽 팔목을 쳐다봤다. 왼쪽 팔목은 문신 세계의 사람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팔목 끝에 둥근 원이 있었고, 그 원이 가득차면 문신 세계의 사람과 연결 할 수 있었다.

원이 가득차려면 앞으로 2시간 정도 있어야 했다.

문신 세계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엘리샤에게 말도 걸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아아아악! 흐윽!

“엘리샤…!”

박수호는 머리를 붙잡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미칠 것 같았다.

‘왜 내게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지…?!’

부모님은 몬스터에게 살해당하고, 여동생은 저주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이제는 마음속에 담아둔 여인이 강간당하고 있었다.

손발이 떨리고 두 눈이 깜깜해졌다. 절망이라는 돌덩어리가 배속에 들어찬 기분이었다.

하지만 박수호는 여기서 무너질 수 없었다.

‘엘리샤는 구해야 돼. 연결만 되면… 잠깐. 연결을 엘리샤에게 해봤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어. 경비대장! 경비대장에게 연결을 사용해서 엘리샤를 구해야해!’

몇 달 전의 생각이 났다. 엘리샤는 자신에게 말했었다. 언제 어느 때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야 놓칠 수 있는 희망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엘리샤! 내가 널 구하겠어! 엘리샤…!’

박수호는 관조를 계속했다. 엘리샤가 범해지고 있는데 자신이 보기 괴롭다고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광대.

갑자기 나타난 광대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했다. 베로프린 도시 밖에서 온 것이라면, 붙잡아서 도시 밖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아. 반드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박수호가 증오를 씹었다.

30분이 지났다.

박수호는 이변을 눈치 챘다. 마냥 괴로워만 하는 것 같은 엘리샤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아악! 머리가 이, 이상해질 것 같아…! 앙!

-14번째 오르가즘이다.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도 당연하지. 크크. 기분 좋지? 하늘에 붕 떠있는 것 같지?

-아니야! 기분 좋을 리가…! 흐아아아아앙!

-15번째 절정이군.

-아아아아아아…!

“…….”

엘리샤가 뭍으로 던져진 생선마냥 팔딱거렸다. 무릎이 세워진 다리 끝에 힘이 들어가고, 가느다란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침대를 때렸다.

그때 광대가 자지를 빼고 엘리샤의 배에 사정했다. 못해도 한 컵은 될듯한 정액이 엘리샤의 배에 쏟아졌다.

박수호는 무심코 엘리샤의 보지를 줌인 했다.

보지 위에 난초처럼 소담하게 자라나 있는 금색 음모. 분홍색 클리토리스는 포피가 까져서 터질 듯이 탱탱하게 발기하고 있다.

대음순을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소음순과 질구멍은 크게 벌어져 속살이 보였다. 구멍 속에서 하얀 거품이 주르륵 흘려 나오고 있었다.

-읏크으응!

보지가 떨리더니 조수를 내뿜어 침대보를 흠뻑 적셨다. 그녀의 사정은 몇 초간 계속되었다가 엉덩이가 아래로 철퍽 내려 앉았다. 보지는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박수호는 예전에 엘리샤의 알몸을 본적 있었다. 관조를 이용해 샤워하고 있는 엘리샤를 엿본 것이다.

그때 본 엘리샤의 보지와 지금의 엘리샤의 보지는 전혀 달랐다.

그의 기억속에 있는 엘리샤의 보지는 작은 음핵이 포피에 감싸여 있었고, 소음순도 벌어지지 않고 딱 붙어 있었다. 구멍이 벌어지고, 대음순이 빨갛게 부어 있는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하물며 거품도 흘리지 않았고, 조수를 음탕하게 내뿜지도 않는 지조 있는 보지였다.

박수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보지가 다른 남자의 자지로 길들여지는 것에 분노를 느꼈고, 엘리샤의 음탕한 보지의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박수호의 거기가 한계까지 발기했다.

-하아. 하아.

침대 위에 힘없이 뻗어 있는 엘리샤는 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보면서 연신 숨을 내쉬었다. D컵의 풍만한 가슴이 음란하게 늘어져 있었다.

-어때. 기분 죽이지?

-…….

광대가 멍한 얼굴의 엘리샤의 입에 키스했다.

쿵!

박수호가 저도 모르게 벽을 쳤다. 벽이 움푹 파였다.

“이 새끼…!”

박수호는 엘리샤가 광대를 밀쳐낼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 어떤 여자가 자신을 강간한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엘리샤는 광대의 키스를 받아 들였다. 엘리샤의 입이 벌어지고 혀와 혀가 뒤섞인다.

-응… 쪽. 쪼옥. 쭙….

둘의 끈적한 키스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뿐만이 아니었다. 광대는 키스하면서 엘리샤의 희고 커다란 젖가슴과 보지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하으응!

박수호의 주먹에서 힘이 빠졌다.

엘리샤는 거부도, 저항도 하지 않았다.

광대는 엘리샤의 팔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박수호는 엘리샤가 광대를 공격할 것을 기대했다. 양손이 자유로워졌으니 수인을 맺어 마법을 사용해 광대를 죽일 것이다.

그러나.

엘리샤는 양손으로 광대의 목과 등을 끌어안았다.

두 명의 남녀가 침대 위에서 뒤섞인다. 지금 보면 강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깊은 관계의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엘리샤.”

-아으응! 좋아! 좀 더 쑤셔줘!

-드디어 섹스가 뭔지 깨달은 모양이군!

시간이 지나 문신 세계의 주민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박수호는 연결을 사용하지 않았다. 멍하니 이부자리에 누워 화면만 쳐다봤다.

어느새 8시간이 넘게 지났다.

해는 뜬지 오래였으나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의 옆에는 구겨진 휴지들이 있었고, 자취방 안에는 밤꽃 향기가 가득했다.

“…미친 광대 새끼….”

그 우스꽝스러운 가면 아래의 얼굴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해졌다. 광대는 목소리도 일부러 바꿔서 말하는 것 같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

???

-하아아아앙!

신음 소리를 내지르는 건 엘리샤가 아니었다. 광대는 약 4시간 전에 실신한 엘리샤를 내버려두고 다른 집으로 쳐들어가서 여자들을 범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미모를 갖춘 여자들만 범했다.

여자에게 질내사정을 한 뒤에는 다른 집으로 쳐들어가서 여자를 범했다.

박수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비대장과 연결했다. 광대의 위치를 알려주며, 사지를 잘라도 좋으니 광대를 붙잡으라고 명령했다.

광대는 경비병이 나타나자 엄청난 속도로 도망쳤다. 그리고 또 다시 여자의 집에 쳐들어가 강간을 일삼았다.

“저런 게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박수호는 미칠 것 같았다.

???

나는 문신 세계에 들어와 만족할만큼 좆을 놀렸다. 엘리샤의 처녀도 맛있게 따먹었고, 다른 처녀들도 따먹었다.

‘후우. 스트레스가 확 풀리네. 나중에 또 와야겠어. 특히 엘리샤 고년은 보지가 쫄깃해서 아주…. 크크.’

어차피 여긴 현실도 아니었기에 마음가는 대로 행동했다. 길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보이면 일단 덮치고 쑤셨다.

사람을 죽이는 건 최대한 자제했다. 사람을 죽이면 도시가 발전하지 않고 멸망할 수 있었다. 나는 박수호의 문신 세계에 가끔씩 기분 전환 삼아 놀러올 생각이므로 도시가 발전했으면 좋겠다.

‘도시가 발전하면 다른 곳의 여자들도 이 도시에 오겠지.’

새로운 여자들이 이 도시에 찾아올 것을 기대했다.

“광대!!”

“거기 서라!!”

경비병들이 나타났다. 나는 가속을 사용해 전력으로 도망쳤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박수호는 지금 상황을 알고 있으려나?’

베로프린 도시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준비해둔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발. 아니지? 좆된거 아니지? 아까 그건 불량이었을 거야.’

나는 새로운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냈다. 바로 찢으려다가 멈칫했다.

‘공간 이동 주문서에 불량이 있을 리가 없어. 다른 요인이 분명해. 올 때는 쉽게 왔잖아. 뭐가 다른… 혹시.’

나는 다시 베로프린 도시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베로프린 도시의 영역. 다시 말해 박수호의 문신이 표현하는 영역에서 주문서를 찢었다.

성공이었다.

나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

박수호는 관조를 이용해 엘리샤를 주시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엘리샤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잠깐 울었었다. 하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했다.

엘리샤는 유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

박수호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까지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박수호와 엘리샤는 연인이 아니었다. 관계를 말하자면 직장 동료에 더 가깝다.

억지를 부려 이 일을 따질 수도 있다. 그리고 엘리샤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었다. 만약 엘리샤가 없다면 도시의 발전 속도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뎌질 것이다.

차라리 모른 척 하고 엘리샤에게 고백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내가 엘리샤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광대처럼 커다란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정력도 평범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엘리샤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엘리샤는 마음속으로 광대와 자신을 비교할 것이다.

“…….”

박수호는 이 일을 모른척하기로 했다.

광대는 사라졌다.

다시 도시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박수호는 집을 나섰다.

오늘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엘리샤와 광대의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그는 대학교로 향했다.

???

나는 대학교에 등교했다.

공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재벌 3세인 하승희 때문이였다. 그녀는 의외로 대학교에 자주 나왔다. 일주일에 2번은 학교에 나왔다. 다만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기껏해야 1시간이 전부다.

‘우선은 하승희에게 얼굴 도장은 찍어둬야지.’

벤치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을 때, 학교로 걸어가는 박수호가 보였다.

박수호의 얼굴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당장 자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내가 엘리샤를 따먹는 걸 본 모양이군.’

나는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20M가 넘는 거리였지만 캔은 정확하게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박수호. 무슨 일 있냐? 얼굴이 완전 죽상이잖아.”

“……유진 선배님.”

“그냥 형이라 불려. 슬슬 점심때인데 배고프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쏜다.”

“흐윽….”

“갑자기 왜 우냐. 진짜 무슨 일 있었냐?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아무튼 힘내라.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네 능력도 빨리 발전 시켜야지.”

박수호가 성장해야 문신 세계가 넓어지고 따먹을 미녀들도 늘어난다.

박수호는 옷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아니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한우나 먹으러 가자. 아, 엘리샤라고 했나? 그 여자도 한우를 좋아하나? 문신 세계로 물건을 보낼 수 있다고 했지? 내가 사줄게. 보내줘.”

“그렇게까지 해주시면 제가 너무 미안한데….”

“부담가질 필요 없어. 생각해보니 내가 어제 너무 막무가내로 네 비밀을 파헤친 것 같아서. 사과를 대신 하는 거야. 그리고 난 C급 헌터야. 한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박수호가 감동받은 듯 뭐라고 지껄였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은 도로 쪽에 있는 고급 승용차에 향해 있었다.

승용차 뒤쪽에 앉아 있는 하승희와 두 눈이 마주쳤다. 내가 씨익 웃자, 하승희는 고개를 돌렸다. 승용차가 학교를 떠났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