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411 - 411. 미스터 S (191/2,000)

〈 411화 〉 411. 미스터 S

411. 미스터 S

[현재 3개의 퀘스트 중 1개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새로 고침 활성화 시간까지 앞으로 42일 남았습니다.]

나는 유희생활 어플을 키고 새로이 나타난 퀘스트들을 살펴봤다. 원래는 더 일찍 확인했는데 한아영을 공략하느라 미뤄둔 일이었다.

[나는 춤왕이다!

‘댄스킹’ 유희 세계에서 누구나가 인정하는 최고의 춤왕이 되십시오.

퀘스트 보상: 300 포인트]

‘댄스킹이 청춘 드라마였던가? 아무튼 이건 별로야. 춤을 추는 것도 귀찮고, 재미도 없어 보이고.’

무엇보다 보상이 짜다. 겨우 300포인트라니. 누구 코에 붙이라는 말인가.

[황보세가

5대 세가에서 밀려난 황보세가를 천하제일가문으로 만드십시오. 황보세가는 현재 다른 가문들의 더러운 음모에 의해 몰락 직전입니다.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에게 복수하십시오.

퀘스트 보상: 영환단 1개, 1,600 포인트]

‘이건 보상이 탐나긴 한데…. 내가 뭔 짓을 해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잖아.’

나는 쯧쯧 혀를 찼다. 뭔가를 파괴하는 일이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냥 가문의 복수를 하라했더라면 이 퀘스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허나 가문을 일으키는 일은 그 성가심이 수 십배 이상이다.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법.

당신은 미국의 비밀기관 오플의 요원입니다. 현재 세계는 크나큰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세계를 구해주십시오.

퀘스트 보상: 헤빌의 촉진제 1개, 700 포인트.」

‘오플의 요원…. 옛날에 봤던 영화로군.’

‘오플의 요원’은 히어로 세계관인 아델 유니버스에 속해 있는 세계 중 하나다. 패러렐 월드 중 하나라고 하며 큰 연관성은 없었다.

보상도 괜찮은 편이고, 오플의 요원의 내용도 알고 있으니 퀘스트를 완료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한 번 가볼까.’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나는 차안에 있었다. 눈앞에는 운전대가 있었다. 차안은 깔끔하고 세련됐다. 최근에 뽑은 차 같았고 내비게이션도 있었다. 다만 정면을 쳐다보면 낯선 도시 풍경이 보였다.

‘……뉴욕인가?’

뉴욕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곧바로 알아봤다.

나는 나를 살펴봤다.

입고 있는 옷은 검은색 정장이었다. 주머니에서 소지품들을 꺼내 확인했다. 스마트폰, 지갑, 권총, 신분증.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했고 그 다음으로 신분증을 확인했다.

신분증은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신분증이 아니었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숫자같은 게 새겨져 있었다.

‘미스터 S라….’

나는 이 세계에서 비밀 요원인 모양이었다.

‘음….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

자동차의 시동을 키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걸어오더니 자동차 조수석에 앉았다. 나는 조수석에 앉은 여자를 쳐다봤다.

웨이브진 갈색 머리와 섹시한 몸매. 나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피부는 하얗고 눈동자는 갈색이며 가슴은 F컵으로 볼륨이 넘친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미스 J. 제나 와일리. ‘오플의 요원’의 여자 주인공이다. 영화 중반부부터 남자 요원이자, 주인공인 미스터 A와 함께 하게 된다.

“S. 햄버거랑 콜라 사왔어.”

“아. 고마워.”

제나가 던져주는 햄버거를 받아 바로 포장을 깠다. 옆을 보면 제나 또한 햄버거 포장을 까고 먹고 있었다. 끝내주는 미녀다 보니 햄버거를 먹는 것조차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햄버거를 입안에 우겨넣고는 콜라를 쪼옥 빨았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제나를 따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플의 요원들은 모두 특별한 인간들로 신체 능력이 일반인 보다 뛰어나다지만, 지금의 나보다 뛰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고 범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재미없지.’

그리고 제나를 꼬시는 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별일 없었는데도 남자 주인공과 키스를 하잖아. 대충 역경과 고난을 몇 번 넘으면 되겠지.’

“S 뭐해! 움직이잖아! 쫓아!”

제나가 갑자기 모소리를 높였다. 정면을 보니 검은색 밴 하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저 차를 쫓는 게 임무인 모양이다.

나는 콜라를 빨면서 액셀을 밟았다. 자동차가 쭉쭉 앞으로 뻗어 나간다.

“너무 빨라! 우린 미행중인걸 잊었어?”

“J. 이 정도는 괜찮아. 근데 우리가 쫓는 놈들이 누구였지?”

“뭐?”

제나가 나를 쳐다봤다. 이상한 것을 보는 눈초리였다.

“농담이야. 농담. 근데 저녀석들 우릴 이미 눈치 챈 것 같은데? 지나치게 밟잖아.”

제나의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검은색 밴을 노려보며 손에 권총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들을 붙잡아 확보하는 게 최선이야. 놓치면 안 돼. S.”

“맡겨둬. 내 끝내주는 운전 솜씨를 보여줄 테니까.”

액셀을 밟았다. 계속 밟았다.

계기판의 바늘은 얼마지나지 않아 시속 200km를 넘겼다.

“꺄악! 앞에! 차!”

나는 여유롭게 핸들링을 꺾어 피해냈다. 아슬아슬하게 차의 옆을 지나쳤다. 뒤에서 경적이 울렸지만 무시했다. 제나는 경악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꽈악 잡았다.

“…S. 네가 막무가내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 덕분에 나도 코트에게 한 소리 듣게 생겼잖아!”

코트는 요원들의 직속 상사였다. 그가 요원들에게 임무를 하달한다.

“잡았다.”

달리는 검은색 밴의 옆에 바짝 붙어 창문을 내렸다. 창문 너머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스킨헤드 남자가 보였다. 사나운 얼굴과 대머리에는 문신이 가득했으며 사나웠다.

놈도 창문을 아래로 내리고 나와 제나에게 으르렁 거렸다.

“빌어먹을 국가의 개들이 잘도 따라오셨군. 목숨이 아깝지 않나보지?”

“닥치고 차나 세워 대머리. 쇠창살 달린 아늑한 집을 마련해줄테니 좋게 좋게 가자.”

“Fuck You.”

놈이 권총을 꺼냈다. 나는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탕탕탕!

총성이 울렸다. 진짜 총을 갈긴 것이다. 놈은 멈추지 않고 우리를 향해 총구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 나는 격렬하게 핸들을 돌리며 놈의 공격을 피했다.

힐끗 옆자리의 제나를 보니 권총을 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뭐야, 총 쏴도 되는 거였어?”

“S. 저녀석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날거야. 여기서 처리하는 게 맞아. 그리고 놈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란 걸 잊었어?”

“……아. 겉보기에는 인간과 똑같은 놈들이라 잠깐 헷갈렸지.”

제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보더니 창밖으로 총을 내밀어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격 실력이 뛰어났다.

제나가 쏜 탄환이 검은 밴의 뒷바퀴 하나를 터트렸다. 검은 밴이 흔들리더니 다리 난간에 밴을 처박았다.

밴에 타고 있던 놈들이 우르르 내렸다. 제각각 권총을 든 놈들은 총을 쏴대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차 세워 S! 놈들이 도망가고 있어!”

“오케이.”

다급한 제나와 달리 나는 느긋하게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권총으로 놈들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총알은 정확히 놈들의 다리에 박혔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놈들이 쓰러졌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모두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응?”

다리가 꿰뚫린 놈들은 멀쩡하게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놈들의 눈동자는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놈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며 총구를 겨눌 때, 내가 보다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6명 중 5명은 이마에 총알 구멍이 뚫려 즉사했고, 1명은 팔 다리에 총알이 박혀 움직이지 못했다.

“S… 그 실력은….”

제나가 놀라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평범한 인간의 실력이라기엔 너무 뛰어나긴 했다. 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줬다.

이후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요란하게 찾아왔고, 우리는 살아있는 한 놈과 함께 본부로 갔다.

본부에서 코트라 불리는 직속 상사에게 잔소리와 꾸중을 들어야했다.

???

현실로 돌아온 나는 ‘오플의 요원’ 영화를 다시 시청하고, 인터넷에서 오플의 요원에 대한 정보와 분석 내용을 긁어모았다. 한 때 유행했던 영화답게 정보가 많았다.

‘이거 이거….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보이네.’

나는 히죽 웃으며 유희 세계로 들어갔다.

오플의 요원들은 기본 적으로 혼자서 활동하지만, 위험한 임무에는 다수의 요원이 투입되며 파트너끼리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나와 제나는 파트너가 아니었다. 이번 임무를 한정해 함께 움직인 것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제나는 원작의 주인공인 ‘미스터 A’와 함께 움직일 것이다.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나는 본부의 복도에서 제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제나가 나오는 걸 보고 바로 가까이 다가갔다.

“미스 J.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난 바빠. 놈을 심문해야 해.”

제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레드 아이에 대한 이야기야. 그놈들에 관한 엄청난 정보를 개인적으로 손에 넣었거든.”

“…엄청난 정보?”

“붙잡혀 있는 말단 놈은 입을 안 열거야. 그 자식들이 얼마나 독한지는 너도 알잖아?”

“…….”

제나가 걸음을 멈췄다. 나는 사람이 없는 곳, 청소 도구실로 그녀를 데려갔다. 도구실 안은 퀴퀴한 냄새가 났다.

“코트는 놈들, 레드 아이와 한패야.”

“……!!”

제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레드 아이.

이 세계의 악의 조직이고, 내가 없애야 할 놈이 이 조직의 보스다.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

애석하게도 내 말은 사실이었다. 영화를 보면 후반부에 밝혀진다.

“진짜야. 코트의 개인 컴퓨터를 살펴보면 너도 바로 알 수 있을걸. 그리고 코트는 사로잡은 레드 아이 말단을 조만간 죽일 생각이야. 그때가 되면 너도 코트가 배신자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야.”

“……코트가 배신자라면 그걸 왜 내게 말하는 거야?”

“상부에 알려도 시간이 걸려. 그리고 코트가 붙잡히면 레드 아이가 활동을 관두고 잠적할 수 있어.”

“……S. 네가 내게 원하는 게 뭐야?”

뚜벅뚜벅.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제나는 침묵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J. 내 파트너가 되어줘. 슬슬 혼자 움직이는 것도 벅차.”

“미안하지만 난 누군가의 파트너가 될 생각은 없어. 코트의 배신 건은… 묻어 둘게. 남의 공을 가로 챌 생각은 없어.”

제나가 몸을 돌리고 도구실을 떠나려고 했다. 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J.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어. 난 레드 아이의 거점 중 한 곳을 알고 있어. 어쩌면 레드 아이의 보스를 찾아낼 기회가 될지도 몰라.”

제나가 멈칫했다.

제나가 오의 요원이 된 것은 레드 아이 때문이다. 그녀가 어렸을 적에 경찰이었던 어머니, 아버지가 레드 아이 조직원에게 살해당했다. 그녀는 부모님을 복수를 위해 레드 아이를 쫓고 있으며, 레드 아이의 보스를 잡거나 죽이는 것이 그녀의 최대 목적이었다.

“…거기가 어디야?”

“지금 말해주면 혼자서 가겠지. 같이 가자. 내 파트너가 되어줘.”

제나는 고심 끝에 대답했다.

“좋아. 네 파트너가 될게. 단, 네 정보가 거짓이라면 가만히 안 있을 줄 알아.”

“그럴 일은 없어. 아, 지금 당장 가는 건 힘든 거 알지? 코트에게 알려서도 안 돼. 그는 배신자니까.”

나는 씨익 웃었다.

이걸로 제나가 주인공의 파트너가 될 일은 없어졌다.

???

시간이 지났다.

나와 제나는 파트너로서 함께 임무를 수행했다.

멕시코로 도망치려는 마약상을 잡거나,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았다. 또 외계인의 흔적도 추적했고, 숨겨진 지하 동굴을 탐색하기도 했다. 미스테리한 일을 추적하는 것도 ‘오플의 요원’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위험을 넘나드는 만큼 제나와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평범한 직장 동료 이상이지만, 연인 미만의 관계다.

아무도 없는 본부 휴게실 의자에 앉아 졸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제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상부에서 감찰관이 파견 됐어. 코트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 네 말대로 기회가 찾아왔어!”

얼마 전에 내 예상대로 붙잡은 레드 아이의 말단이 죽었다. 자살로 판명되었지만 상부는 믿지 못하고 감찰관을 파견한 것이다.

‘역시 원작 영화랑 똑같이 진행되는군.’

영화에선 내가 없었지만 제나가 레드 아이의 말단을 붙잡은 건 똑같았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리가 움직일 차례군.”

“이제 말해봐. 네가 말하는 놈들의 거점이 어디야?”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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