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1화 〉 42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42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선미에 선 다이란의 붉은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휘날렸다. 테브라 영주의 배는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몰라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주 먼 곳을 볼 수 있는 마도구를 가지고 있는 다이란은 추적을 눈치 채고 함정으로 이끌었다. 항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그녀는 칼날치 떼를 이용해 적들을 없애려고 했다.
칼날치 떼에게 제대로 걸리면 그 어떤 배라도 산산 조각 난다.
허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어떻게 칼날치 떼에게서 무사했는지 몰라도 여전히 자신들의 뒤를 추적하고 있다.
‘안 좋아. 경계심이 올라갔어. 이런 방법은 두 번 다시 통하지 않겠지.’
자신을 이렇게 쫓아오는 것만으로도 상대 쪽의 항해사는 상당한 실력자다. 이제 어지간한 함정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이란의 생각이었다.
‘정면 싸움은 미친 짓이고, 함정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어. 떨쳐내고 손을 털고 싶지만… 추적이 만만치 않아.’
바다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을 올려다본 그녀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
“주인님. 드론을 날려 주위 일대를 확인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리아가 말했다.
갑판 위에 커다란 물침대를 올려두고 메이드들을 희롱하고 있던 내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바람이 강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상황은 꽤 심각했다.
저 멀리 엄청난 양의 회색 구름이 보였다. 파도 높이가 점점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태풍이 오고 있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괜찮더니만… 바다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 몰랐는데. 다들 내가 준 주문서는 가지고 있지?”
“네! 주인님의 말씀대로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주문서를 써서 저택으로 귀환할게요!”
나의 미녀 메이드들을 바다에서 잃을 수는 없었기에 모두에게 공간 이동 주문서 한 장을 주었다. 병사들이나, 포로, 재산 따위는 알게 뭔가. 중요한 건 메이드들이다.
“주인님. 병사들과 해적 노예들은 돌려보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
유리아가 나포한 해적선에 탄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은 기본 적으로 배를 다룰 줄 알고, 뭣하면 붙잡은 해적 노예들을 시켜 배를 조종하면 되니 귀환은 문제 없을 것이다.
“영주님은 귀환하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십인장이 떠나기 직전 내게 외쳤다.
“난 붉은 날치 해적단을 잡고 돌아갈 것이다. 내 걱정은 말고 귀환해라.”
“영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좀 잘해줬더니 나를 향한 충성심이 생긴 모양이다. 유리아의 조언에 따라 돈 몇 푼을 나눠준 게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저녁이 되자 바다가 사나워졌다. 높은 파도가 선박에 부딪혀 갑판 위로 바닷물이 올라와 더럽혔다.
메이드들이 바빠졌다. 그녀들은 유리아가 내리는 지시에 군말 않고 따르며 갑판 위를 돌아다녔다.
이 중에서 가장 한가 한 건 나였다.
“유리아. 내가 도와줄 일은 없어?”
“주인님은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비와 바닷물이 불쾌하시다면 선실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옆에서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복어마냥 온몸이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유리아가 팔을 휘둘렀다.
쾅!
물고기가 뒤로 날아가 바다에 떨어졌다.
나는 뒤늦게 유리아가 단검을 던져 물고기의 머리를 공격했음을 알았다.
그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마법을 이용해 위험한 파도를 박살내거나, 실수를 해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메이드도 구해냈다.
괜히 나섰다간 도리어 그녀들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는 걸 직감한 나는 조용히 선실 벽에 기대어 서서 구경했다.
“메이드장! 적들이다! 붉은 날치 해적단을 비롯해 총 4개의 해적선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람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멜리사가 외쳤다.
그녀의 말대로 정면에서 4개의 배가 파도와 함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해적선들은 태풍 속에서도 익숙하다는 듯 안정적이었다.
“붉은 날치 해적단의 선장의 계획인 모양이군요.”
유리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를 침몰시키기 위한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유리아가 없었더라면 그 계획은 성공했을 것이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붉은 날치 해적단을 빼고 몰살해버려. 지금 상황에서 노예를 챙기는 건 힘들어 보이고… 재산은 최대한 챙겨.”
“알겠습니다.”
비에 젖어 눈가로 내려온 앞머리를 옆으로 치웠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난 붉은 날치 해적단으로 간다.”
“네?”
“유리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천천히 따라와.”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슬쩍 뒤를 보니 유리아가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희귀한 광경이었던지라 시간이 흘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물의 축복]을 가지고 있는 나는 바다 속으로 잠수했다. 나는 바다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
해류가 강하긴 하나 파도치는 위쪽 보다는 훨씬 평화로웠다. 마나를 이용해 육체 능력을 끌어올려 수영을 했다. 방향이 헷갈리면 잠깐 바다 위로 올라가 상황을 확인했다.
해적선 중 하나는 이미 유리아에게 몰상당해 유령선이 되었다.
“이런 빌어처먹을! 저런 괴물이 있을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배를 돌려라!”
“다이란! 감히 우리를 속여?! 가만 두지 않겠다!”
내분이라도 일어난 모양인지 해적들이 고함을 터트렸다. 어차피 저들은 유리아에게 죽을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시 바다에 잠수하고 붉은 날치 해적선으로 헤엄쳐 다가가 선체에 개구리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설마 오러 마스터를 바다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승산은 없어. 바로 배를 돌려! 굴라! 배에 마법을 걸어! 젠장. 바다의 신은 날 왜 이렇게나 싫어하는 거지?!”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기척을 죽이며 붉은 날치 해적선에 올라탔다. 다행히도 해적들은 방향을 돌리고 노를 젓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오우! 갑판 위를 뛰어다니는 건 여해적들이 대부분이잖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조타수를 잡은 붉은 머리 미녀가 날 흥분하게 만들었다. 빗물에 젖은 몸매는 섹시했고, 바다를 노려보는 검붉은 눈동자는 예술품 같았다.
‘저 여자가 선장이겠군. 이름이 다이란 인가?’
다이란에게서 눈을 뗐다. 계속 배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선실 한 쪽에 노를 젓는 공간이 있었다.
“빨리빨리 하지 못 해?!”
“하나, 둘! 하나, 둘!”
손에 칼을 든 여자가 표독스럽게 외쳤고, 바지만 입은 남자들이 악을 쓰며 노를 저었다. 남자들은 목에 쇠사슬을 차고 있었다. 노예들이 틀림없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창고로 들어갔다. 밧줄로 고정되어 있는 식량상자 뒤에 몸을 앉혔다. 배가 놀이기구마냥 출렁였다.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배가 안정되었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몸을 일으켰다. 가만히 숨어 있기엔 너무 좀이 쑤셨다.
선실 곳곳을 돌아다녔다. 개인을 사용하는 선실을 발견했다. 일반 부하 해적들에게 개인실이란 특권이 주어질 리가 없다.
‘부선장실이겠군. 딱 좋아.’
비어있는 개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본능적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음~ 여자의 냄새!’
향초.
이 세계의 여자들이 애용하는 향초의 냄새가 났다. 몇 번이나 맡아본 향기이니 착각할 리가 없었다. 여긴 여자의 방이다.
좀 더 주위를 둘러본다. 고정되어 있는 침대와 옷장, 그리고 탁자와 의자. 옷장을 열어보면 여자의 옷과 속옷들이 보였다. 품질은 영 좋지 않지만 방의 주인이 깨끗함을 추구한다는 건 알겠다.
‘빨리 방으로 돌아와라.’
나는 문 옆의 벽에 기대며 조용히 기다렸다. 손에는 드워프제 단검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두 눈이 감기려는 찰나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 명이 아니라 다수다.
‘아무리 봐도 여긴 개인실인데? 설마 농후한 레즈 섹스 파티를 위해 오는 건가!’
아니었다.
기척들은 개인실을 그냥 지나쳤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개인실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다수가 아닌 하나의 기척.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왼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단검을 쥔 오른손으로 그녀의 옷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다. 발로 문을 닫은 뒤 단검을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여자의 겉모습은 귀여운 여자였다. 쭉쭉빵빵한 미녀를 선호하는 나지만, 귀여운 타입도 마다하지 않는다. 검은색 단발머리에 다람쥐를 떠올리게 하는 커다란 눈. 그리고 새하얀 피부.
입고 있는 건 해적들이 흔히 입는 가죽 옷이었는데 지금은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씨익 웃었다. 그녀를 보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잔뜩 겁먹은 눈동자가 나를 비춘다.
“내가 누군지 알아?”
실실 웃으며 그녀의 가슴으로 시선을 내렸다. 과속방지턱 수준도 되지 않을 듯한 빈약한 가슴이다.
“네가 협조만 잘 해준다면….”
마나가 느껴졌다. 바로 앞에 몸을 맞대고 있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오른 손을 움직여 그녀의 복부를 때렸다.
“끄윽!”
내 앞에 생긴 빛무리가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녀가 바로 붉은 날치 해적단의 마법사였던 모양이다.
“놀랐잖아. 신사적으로 대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단검에 푸른 오러가 맺혔다.
“오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움직이지 마라.”
“…윽! 으읍!”
그녀가 몸을 버둥거렸지만 단검을 목에 가져다대자마자 반항이 멈췄다. 마법사이니 상황 파악을 못할 정도로 멍청한 것도 아니고, 자살 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단검을 아래로 내렸다.
부드러운 그녀의 살갗을 베는 대신에 가죽 옷을 베어냈다. 상의를 완전히 자르자 절벽 가슴이 드러났다. 다만 젖꼭지 근처만 유독 봉긋 솟아 있다. 분홍색의 앙증맞은 유두다.
단검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바지까지 갈랐다.
대음순이 포동포동한 보지가 나왔다. 보지 위에 50가닥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보지털이 짧게 자라 있었다.
다시 단검을 목에 겨누었다.
“소리 지르지 마. 누가 널 도와주러 오는 것 보다 내가 먼저 널 죽일 수 있따는 건 알지? 편하게 가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왼손을 뗐다.
두려움에 질린 그녀는 입을 몇 번 달싹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어, 어떻게 배에 올라왔죠? 그리고 무,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거에요?”
“태풍으로 상황이 어지러울 때 기어 올라왔지. 목적은 붉은 머리의 해적이지. 이름이 다이란이랬나? 그 여자가 겁도 없이 날 노렸거든.”
다이란.
그 이름에 유약하기만 하던 여자의 얼굴에 적의가 서렸다. 뛰어난 충성심이다.
“다, 당신은 누구죠?”
“유진 프루커스. 테브라 항구 도시의 주인이고, 너희들이 공격한 배의 주인이지.”
“……!!”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아까와 다르게 훨씬 더 큰 공포에 질려 있었다.
‘뭐지. 내 이름만 듣고 두려워한다고?’
잠깐 고민하던 내가 입을 열었다.
“메이드.”
“히윽!!!”
내 짐작이 맞았다.
그녀는 메이드, 즉 유리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유리아가 해적선 3개를 순식간에 몰살해버리는 것을 두 눈을 본 것이 틀림없다.
“내 메이드가 좀 강하긴 하지. 근데 지금 문제는 메이드가 아닐텐데?”
단검 끝이 목에 닿았다. 피 한방울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에 미끄러졌다.
“제, 제게 무엇을 원하는 거죠?”
“원하는 건 많지. 하지만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바지에서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딱 붙어 있는 허벅지와 보지 사이의 삼각 라인에 자지를 끼어 넣었다. 말랑하면서도 매끄러운 보지가 자지를 통해 느껴졌다.
“읏….”
그녀가 비명을 삼켰다. 나는 성감 고조를 사용한 상태로 천천히 허리를 흔들면서 물었다. 보지에 자지가 쓸린다.
“이름이 뭐야?”
“…….”
“떨지 말고 대답해. 여기서 네가 떤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굴라. 굴라 스윙이에요.”
“굴라. 선택지를 주지. 처녀야, 목숨이야?”
굴라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둘 다 선택하지 않는 걸로 알지.”
“모, 목숨이요. 목숨을 선택할게요.”
“마법사라 그런지 합리적이군. 하긴, 처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건 말도 안 되지.”
나는 굴라를 끌고 침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