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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 42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03/2,000)

〈 423화 〉 42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42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두 척의 배가 바다 위에 나란히 섰다.

하나는 나와 메이드들이 사용하던 배였고, 다른 하나는 붉은 날치 해적단의 배였다.

붉은 날치 해적선에 유리아가 올라탔다.

유리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갑판 위에 서있을 뿐인데도 해적들이 긴장했다. 두 눈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 몇몇은 아예 다리를 덜덜 떨더니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오러 익스퍼트인 다이란과 중급 마법사인 굴라. 그녀들도 딱딱하게 굳어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그녀들은 유리아 한 명이 붉은 날치 해적단을 1분 내에 없앨 수 있음을 안다.

“유리아. 50억.”

“네. 주인님.”

유리아의 그림자가 마치 슬라임처럼 꿈틀거리더니 커다란 돈 주머니들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머니 1개에 들어 있는 건 5억. 총 10개의 주머니.

유리아를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해적들의 눈에 탐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저들이 왜 해적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이란. 오늘 새벽에 약속했던 50억이다.”

“……확인해보지.”

유리아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다이란은 주머니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주머니 하나, 하나에 금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하아. 이렇게 많은 금화의 향기를 맡는 건 오랜만이야. 몸이 자유로웠다면 더 좋았을 거야.”

다이란은 금화 주머니를 다시 묶었다. 그녀는 부하들을 시켜 돈주머니를 선장실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해적들이 탐욕에 물든 얼굴로 돈주머니를 옮겼다.

“부하들이 돈을 빼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잘도 믿는군.”

“내 부하들이니 내가 믿어야지. 그리고 이 바다에서 어떻게 도망칠까?”

하긴 금화를 들고 바다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다. 그녀는 오러 익스퍼트이기도 하니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

“다이란. 이젠 네 차례다.”

“걱정 마. 거래는 확실하게 하니까. 네 목적은 해적 연합 간부들의 일망타진이지? 도와줄게.”

“든든하군. 일망타진할 방법이 뭐지?”

“계획은 세워놨어. 단,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당신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면 성공하지 못하는 계획이지. 하지 못 할 거라면 미리 말해. 도중에 하지 못하겠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그 계획이 뭔데?”

“선장실로 따라와.”

우리는 선장실에서 해도를 올려둔 테이블을 중심으로 두고 마주앉았다. 나와 유리아, 다이란과 굴라. 총 4명이다.

내가 굴라를 쳐다봤다. 굴라는 움찔 떨더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마냥 나를 두려워하는 듯한 반응은 아니었다.

“해도를 봐.”

“제법 잘 그린 해도군. 이런 해도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직접 그렸어. 사기 치는 놈들이 하도 많아서 믿을 놈이 별로 없어.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 보이지? 거기가 해적 연합의 거점들이야.”

섬 4개와 대륙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 7개. 총 11개의 거점이다.

예측하고 있던 일이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섬은 진정한 의미로 해적들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고, 마을들은 보급을 위한 거점일 것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표시된 곳들도 있군. 이것들은 뭐지?”

“붉은색은 몬스터 위험 지대.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 곳들 만큼은 피하는 게 좋아. 검은색은 해적 연합 간부들의 구역이야.”

다이란은 도톰한 입술을 비죽였다. 그녀는 해적 연합 소속이면서도 해적 연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놈들은 바다가 자기 집인 줄 알지. 함부로 들어갔다가 걸리면 같은 연합 소속의 해적이라도 공격해. 지나가려면 안 걸리거나, 통행료를 내야하지.”

“음. 이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가서 죽여야 하나?”

“일망타진 하겠다며? 그런 미친 짓을 왜 해. 당신이 그런 짓을 하면 해적들은 사방으로 도망칠 거야. 바다는 막힌 곳이 없으니 평생 동안 술래잡기도 할 수 있어.”

“그냥 해 본 말이다. 일망타진 할 네 계획은 뭐지?”

사실 그냥 해 본 말이 아니긴 한데 다이란의 말처럼 해적들이 도망칠 가능성이 높았다.

“연합의 간부들은 평소엔 흩어져 있어. 자기들 구역에서 나오려 하지 않지. 일망타진을 노린다면 간부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 해.”

“어떻게?”

내가 알기로 놈들은 오라고 해서 올 놈들이 절대 아니었다.

“연합 간부들이 한 곳에 모이게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

“세 가지나?”

“첫 번째는 연합의 위기. 왕국이 해적들을 토벌한다고 선언하면 간부들은 모여서 회의를 통해 대책을 쌓을 거야.”

“불가능한 일이다. 왕국은 바다에 관심이 없어. 바닷길이 막히면 육로로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놈들 투성이지.”

나는 라펠리 왕국의 왕자인 에이든을 꼭두각시로 삼고 있다. 허나 그를 이용해 토벌을 명령할 수는 없다. 설령 에이든이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귀족들이 반대 할 것이 뻔하다.

“두 번째는 소집. 연합의 두목인 검은 상어가 소집을 명령한다면 원칙적으로는 응해야 돼. 문제는 검은 상어가 소집을 명령할 이유도 없고, 검은 상어를 우습게 아는 간부들이 쉽게 소집에 응한다는 보장도 없어.”

“검은 상어가 해적왕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왕이라기엔 권위가 너무 없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새로운 간부가 탄생했을 때야. 즉, 내가 간부가 된다면 연합의 간부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뜻이야. 일망타진할 기회가 생기지.”

“간부는 될 수 있으시고?”

“이미 연합에 기름칠을 곳곳에 해뒀어. 내가 당신을 바다에 수장시켰다면 새로운 간부가 되었을 거야.”

“아하.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널 간부로 만드는 일이었나.”

“맞아. 다행히 연합 소속의 다른 해적들은 당신의 괴물같은 메이드에게 전멸했고, 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어. 당신이 죽은 척을 해줬으면 좋겠어. 대충 2주 정도?”

“안 됩니다.”

가만히 있던 유리아가 딱 잘라 말했다.

“주인님이 죽었다는 소문이 돈다면 영지내가 혼란스러워집니다. 무엇보다 젠트 공자가 움직일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젠트 공자가 정식 후계자로 발탁 될 수도 있습니다.”

“들었지?”

다이란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거절 하리란 걸 예측한 모양이었다.

“탁 트인 바닷길을 마다하고 산맥을 넘겠다면 어쩔 수 없지. 죽은 척은 됐어. 대신 영지로 돌아가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공식적으로 토벌을 끝내. 연합 입장에선 애매하긴 하지만 미리 준비해둔 것들이 있으니 돈 좀 쓰면 어떻게든 될 거야.”

유리아는 말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내게 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겠지.

해적들에게 당했다는 오명은 쓰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전공도 무시 못 할 정도고, 나중에 해적 연합을 일망타진하고 작전을 위해 토벌은 끝낸 척 했다고 하면 된다. 그때가 되면 내 전공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리라.

다이란이 계획을 술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계획의 세세한 부분을 잘 모르겠다. 도중에 지루해져서 유리아의 엉덩이를 만지며 놀았다.

‘대략적인 계획은 알았어. 유리아가 아무말 하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은 계획이겠지. 그리고 내가 볼 때도 꽤 괜찮고.’

나는 다이란이 탐났다. 예쁠 뿐만이 아니라 오러 익스퍼트의 실력과 좋은 머리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미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내 좆집이 될 자격이 차고 넘친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읏….”

유리아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내 집게 손가락이 그녀의 엉덩이 구멍 안으로 쑥 들어갔기 때문이다.

“…….”

다이란과 굴라의 시선이 유리아에게 향했다. 유리아는 시치미를 떼듯 무표정함을 유지했다. 내 손은 여전히 그녀의 치마 속에서 엉덩이를 희롱한다. 그녀의 찰진 엉덩이는 몇 번을 만져도 질리지 않는다.

다이란은 상황을 눈치 챈 듯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나를 향한 눈초리에는 경멸의 빛이 섞여 있었다.

“계획대로 된다면 일망타진의 기회가 올 거야. 당신에겐 그 메이드, 오러 마스터가 있으니 일망타진도 쉽겠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질문은 내가 아니라 유리아를 향한 것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아가 대답했다.

“네.”

“오러 마스터인 당신이 왜 메이드 노릇을 하고 있는 거야? 약점이라도 잡혔어?”

“주인님이 원하십니다.”

“……아, 알겠어. 주인과 종이 쌍으로 미친 거구나. 회의는 여기서 끝이야. 2주 뒤에 이 바위지대에서 다시 만나자.”

“잠깐. 난 널 믿을 수 없다. 네가 50억을 잡고 대륙 반대편으로 도망친다면 따라 잡을 수 없어. 내가 이 배에 남아서 널 감시 할 거다.”

“내 배에 남겠다고? 장난해? 난 독까지 먹었어.”

“네 부하들은 안 먹었지.”

까놓고 말해서 다이란이 자살하면 붉은 날치 해적단은 자유가 된다. 그녀 한 명을 희생하는 것으로 수 십 명의 부하들이 50억을 나눠가지고 대륙 어딘가로 잠적한다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우리 일은 위험한 일이야. 댁을 보살필 여유는 없어.”

“내가 보모가 필요한 애새끼처럼 보이나? 그냥 선실 하나만 빌려주면 된다. 그리고 내 호위로 한 명 데리고 있을 거야.”

“……그 메이드를? 엄청난 걸 배에 싣게 되겠어.”

“아니. 유리아는 배를 끌고 도시로 돌아갈 거다.”

메이드 중에서 배를 제대로 몰 줄 아는 건 유리아 뿐이었다. 유리아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내 배에서 얌전히 지내.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벌벌 떨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죽음 따위가 무서웠다면 해적 따윈 되지도 않았어.”

다이란이 나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얌전히 있을 생각이긴 한데, 내 얌전히가 그녀의 얌전히가 똑같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소란 피우거나, 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 해적 연합의 박살은 내게도 중요한 일이다.”

???

유리아가 배를 몰고 떠났다.

물론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내 곁으로 올 방법은 이미 마련해뒀다.

“진짜 떠나는군. 그 동안 해적처럼 지내긴 했는데 정말 해적선에서 지내게 될 줄은 몰랐다.”

내 호위를 위해 붉은 날치 해적선에 탄 멜리사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아련했다.

“슬슬 저택이 그리워졌었는데….”

“어깨가 왜이래 축 쳐졌어. 영영 바다위에 있는 것도 아니니 기운 좀 내.”

멜리사를 위로하기 위해 가슴을 잡고 주물렀다. 한손에 다 잡히지 않는 풍만한 가슴은 내 손바닥위에서 형태를 이리저리 바꾼다.

“하읏….”

“방에서 계속 쉬워도 돼. 휴가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돼.”

“호위일을 대충 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얼빠진건 아니다. 무엇보다 주인님의 호위에 태만했다가 주인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날에는….”

멜리사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그 뒷말이 궁금해져서 재촉했다.

“날에는?”

“메이드장이 날 죽이고 지옥을 맛보여준 뒤에 다시 부활시키겠지.”

“하하. 아무리 유리아라도 그건 불가능해.”

“……주인님은 메이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주인님만 모른다.”

무언가를 상상했는지 멜리사가 몸을 푸르르 떨었다.

‘멜리사가 이 정도라면… 유리아가 메이드들은 꽉 잡고 있군. 뭐, 알고 있었지만. 역시 유리아야.’

배가 사라졌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갑판 위에 서있었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해적들이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선실로 갈까. 갑판위에 있어봤자 등만 따가울 뿐이고.”

“주인님의 속셈은 알고 있다. 선실에서 날 안을 속셈이군.”

“들켰나.”

암소의 젖을 짜듯 멜리사의 가슴을 손으로 꽉꽉 만지며 배정 받은 선실로 들어갔다. 창고로 사용하던 선실 중 하나였으나 유리아가 떠나기 전에 직접 청소까지 해줄 뿐만이 아니라 고급 가구들도 세팅해주고 떠났기에 지낼만 했다.

멜리사를 침대 위로 던지고 옷을 벗었을 때, 문이 열리며 굴라가 들어왔다.

굴라는 벗은 내 몸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일부러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갑자기 뭐야. 할 말이라도 있어?”

“다, 당신이 수작을 부리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왔어요.”

“다이란이 너한테 시켰다고?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이전에 굴라는 내게 강간당했다. 다이란이 굴라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닌 이상 내게 보낼 리가 없었다.

“제 독단이에요. 당신같은 위험인물을 감시도 없이 내버려두는 건 미친 짓이니까.”

“독단? 호오.”

굴라의 어깨를 잡아 침대를 향해 던졌다.

“꺄악!”

멜리사는 굴라를 등 뒤에서 잡아 양손을 구속했다. 그러면서 능숙하게 굴라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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