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6화 〉 42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426. 백자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선장실의 안쪽, 다이란이 평소 잠을 청하는 침실에서 끈적이는 소리가 났다. 찌긋찌긋찌긋. 그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커졌다.
다이란의 몸이 침대 위에서 꿈틀거렸다. 그녀는 평소 입던 가죽 바지를 허벅지 아래로 내린 상태였다. 그녀의 왼손은 침대보를 꽈악 잡은 상태고, 오른손은 사타구니 사이의 은밀한 곳에서 춤을 추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으읍! 학…, 크으읍! 흣!”
입밖으로 나오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무릎이 세워지고 엉덩이와 허리가 위로 올라간다. 그에 뻣뻣한 붉은색 음모가 위로 치솟았다.
그녀의 손은 음모를 헤집으며 핑크색의 모양 좋은 소음순을 치덕거렸다. 물에 젖은 소음순에서 계속해서 음란한 소리가 났다.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삽입을 피했다. 그녀의 오랜 자위의 습관이었다. 대신 손가락은 앞으로 삐죽 튀어나온 커다란 클리토리스를 괴롭혔다.
“흐으응~~!”
다이란의 몸이 긴장되었다.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가 젖혀졌다.
앞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만 있으면 이 일의 보상이 찾아올 것이다.
엄지와 검지가 삐죽한 클리토리스를 짜부시키듯 강하게 꼬집었다.
“하악!”
털썩. 그녀의 몸이 침대로 떨어졌다.
땀에 젖은 다이란의 하얀 뺨에 붉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발라 붙었다.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멍했다.
“하아, 하아.”
주르륵. 질구멍에서 투명한 애액 한 줄기가 엉덩이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본래 다이란은 자위를 자주하는 편이 아니었다. 많아봤자 한 달에 2번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4번째 자위다. 그것도 날이 갈수록 자위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5분이면 충분했던 자위 시간이 이제는 20분을 넘기고 있었다.
“하아, 하아….”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유진 프루커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진은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갑판 위에서 여해적과 섹스를 해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갑판 위에서 난교를 벌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선실에서는 매일 난교를 벌이는 모양이지만.
“망할….”
마음 같아선 선실에 유진을 가둬두고 싶다.
‘그 놈이 내 배에 오른 뒤부터 뭔가 어긋나고 있는 기분이야.’
유진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유진은 저래 보여도 오러 익스퍼트다. 호위인 멜리사도 쉽게 볼 수 없는 실력자다. 무력으로 겁주는 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선장의 권위를 이용하기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했다. 자신은 독에 중독된 상태에다가 돈에 의한 고용관계다.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선내의 여론이 그를 두둔하고 있어.’
다이란은 굴라를 제외한 부하들에게 충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해적이란 막장 인생들만 모인 쓰레기들이다. 해적의 충성은 물건이다. 이득만 된다면 사고 팔 수 있는 물건.
유진은 식량과 물건들을 이용해 여해적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몇몇 해적들은 유진과의 섹스에 빠져버렸다.
‘굴라….’
최악의 경우, 유진을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유진이 선장 자리에 큰 관심이 없기에 아직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방심할 수는 없어.’
???
보릭스가 말한 신입 해적들의 거점은 어느 한 해안가에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의 크기는 작았다. 가구로 따지면 100개도되지 않는다. 인구수는 대략 300명가량으로 파악된다.
“대단하네. 이게 드론이라는 마법이야?”
“마법은 아니다만, 쓸만한 건 맞지.”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마을을 확인했다. 해변가에는 5개의 해적선이 정박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해적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왜 해적들에게 살갑게 구는 거지? 해적들이 이 마을 출신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국 돈이야.”
다이란은 내게서 드론 조종기를 받았다. 그녀는 따로 조종법을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도 능숙하게 드론을 조종했다.
“해적들이 바다에서 약탈한 돈을 처리하는 방법이 해변가에 있는 마을이나 상인들과 손을 잡는 거야.”
“영주는 그걸 그냥 방치한다고?”
“영주가 변방에 있는 작은 어촌을 신경 쓸까? 그들 입장에서 세금만 잘 내면 그만이야. 간혹 변덕을 부려 어촌을 신경 쓰더라도 금방 흥미를 잃지. 그리고 이런 마을은 세금 관리관과 붙어먹고 있을 가능성이 커.”
“새로운 걸 알게 되는군. 나중에 내가 대영주가 되면 싹 다 조져봐야겠어.”
“풋. 대영주? 당신이?”
“비웃어? 내가 프루커스 백작가의 직계인거 모르나?”
“당신이 대영주가 되면 그 영지는 최악의 영지가 될 거야. 프루커스 가문의 가신들이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다면 절대로 당신을 후계자로 추대하지 않을 걸.”
“그건 모르는 일이지.”
나는 낄낄 웃었다. 내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건 소수였다. 그리고 소문이 잘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어떻게 할 거냐? 상대는 최소 200명의 해적이다. 정면 승부?”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아. 당신의 그 괴물같은 메이드가 있었다면 모를까.”
다이란은 부하들에게 소리쳐 배의 방향을 옆으로 돌렸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절벽 지대로 향한다.
“숲으로 이동해 마을에 몰래 침입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해적선들을 태울 거야.”
“육지로 도망치면 되지 않나.”
“마을 근처에 함정을 파놓겠지만… 끝까지 도망치는 놈들을 전부 잡을 수는 없어. 도망치는 놈들이 없을 수도 있고, 다만 다시는 해적질을 못하도록 숫자는 확실하게 줄여 놓을 거야. 보릭스도 그걸로 만족하겠지.”
“쉬운 건 아닌 걸로 보이는군. 네가 아무리 오러 익스퍼트라고 해도 적들 중에도 오러 익스퍼트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당신의 호위의 도움도.”
다이란이 말했다. 그녀는 내 도움이 받는게 썩 내키지 않는 듯 했지만 피해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나와 멜리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도와줘야지. 네가 실패하면 나도 곤란하니까.”
슬쩍 그녀의 어깨위에 팔을 올렸다.
“도움은 고맙지만 이 팔은 치워.”
다이란이 내 팔을 쳐냈다.
???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붉은 날치 해적선이 정박했다. 해적선의 전력 절반 이상이 숲에 내려 마을로 향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땀을 짜내고, 사방 곳곳에서 달려드는 벌레가 짜증을 일으켰다.
“후…. 벌써부터 배로 돌아가고 싶군.”
내가 투덜거렸다.
“시끄러. 숲에서 조용히해.”
다이란의 핀잔에 입을 다물었다. 대신 손을 옆으로 뻗어 굴라의 엉덩이를 만졌다. 굴라가 움찔거렸으나 별말 하지 않고 움직였다.
2시간 동안 이동했을까. 드디어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준비는?”
다이란이 주위를 둘러봤다. 여해적들이 제각각 무기를 꺼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기름이 든 오크통과 삽과 곡괭이, 밧줄같은 물건들을 꺼냈다.
“좋아. 밤이 되면 우린 놈들의 배를 몰래 불태울 거야. 그리고 놈들은 우리를 죽이려 들겠지. 그러니 우린 최대한 위험한 함정을 많이 만들어야지. 움직여.”
다이란이 부하들에게 함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해적들은 익숙한 듯 움직였다.
나와 멜리사는 다이란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뭔 해적들이 함정을 저렇게 잘 만드는 거지? 용병출신인가?”
“해적이라 해서 항상 바다에서 싸우는 건 아니야. 섬을 지배하거나, 이런 마을 거점을 가지게 되면 지상전도 준비해야 하지. 함정 만드는 법은 미리 부하들에게 가르쳐 뒀어. 이렇게 쓸 일이 생길 줄 알았으니까.”
함정 제작이 끝내고, 밤이 찾아왔다.
행동하기 직전 다이란은 인원을 둘로 나누었다.
파이어 볼 마법으로 순식간에 배를 태울 수 있는 멜리사와 굴라의 습격조.
그리고 마을 사람과 해적들을 혼란시키고 숫자를 줄일 나와 다이란의 전투조.
“배에 불을 붙이고 곧바로 숲으로 도망쳐. 우리도 너희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바로 숲으로 도망칠 거야. 근처에 설치해둔 함정으로 유인해 놈들의 숫자를 줄이는 거지.”
다이란이 마을을 쳐다봤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해적들이 약탈한 물건들을 마을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시작하자.”
그녀의 신호가 떨어지고 우리는 그림자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였다.
커틀러스를 손에 쥔 다이란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주점으로 향했다. 주점 안에 사람이 가득 차다 못해 바깥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우리와 마주친 놈들의 얼굴이 어땠는지 아나? 뱀앞에 선 쥐새끼마냥 바들바들 떨더군! 그 웃긴 모습을 너희들도 봤어야 하는데! 크하하!”
“결국 또 자기 자랑이군. 이봐! 여기 술 좀 더 가져와봐!”
“우리들의 동맹을 위하여!”
“위하여!”
떠들썩한 술자리.
그곳에 불청객이 참가했다.
“오! 여자들이잖아?! 이 마을에 이런 여자들이 있었나?”
“…씨발. 잠깐. 저 빨간 머리 여자. 해적 연합의 붉은 날치 아니야?”
“에이 설마 그 년이 왜 여기에… 컥!”
다이란이 술에 취한 해적을 향해 오러가 묻은 칼을 휘둘렀다. 깔끔하게 잘려나간 놈의 머리가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고 주위에 있던 해적들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무기가 없는 자들은 무기를 찾아 달렸다.
붉은 날치 해적들이 달려들었다.
“씨발. 돌려먹어도 시원찮을 년들!”
“그물 가져와! 그물!”
붉은 날치 해적단은 마구잡이로 달려들지 않았다. 항상 퇴로를 살피면서 포위당하는 걸 가장 경계했다.
“붉은 머리!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는 남자였다. 그가 손에 쥔 칼에서 푸른 오러가 일렁였다.
“…….”
다이란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남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카앙!
칼이 부딪힌다.
“불이다! 배에 불이 붙었어!”
“이런 씨발! 배에 붙은 불부터 꺼!”
“미친년들! 불붙이고 도망가잖아! 따라가서 붙잡아! 놓치면 너희들이 죽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해변에 5개의 커다란 불이 하늘까지 치솟는다. 작전은 성공했다. 놈들은 배를 잃었다.
“퇴각해!”
다이란이 외쳤다. 그에 여해적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으로 도망쳤다.
“쫓아! 놓치지 마!”
다이란이 움직여 추적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해적들이 주춤거렸다. 나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해적들을 베어내며 다이란의 옆을 지켰다.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는 남자가 우리를 보고 이를 빡빡 갈더니 소리쳤다.
“이 새끼들부터 포위해라! 다른 년들은 나중에라도 잡는다! 이 새끼들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해적들이 우리를 포위했다. 나와 다이란은 두 눈을 마주하고는 포위 방벽이 가장 약해보이는 왼쪽을 공격했다. 일반 해적들이 당황하며 칼을 휘둘렀으나, 오러에 감싸인 칼에 역으로 몸이 썰려나갔다.
“끄아아악!”
나와 다이란이 시체를 지나 달렸다.
“놓치지 마! 잡지 못하면 죽이기라도 하라고! 병신들아! 활은 왜 들고만 있냐?! 창을 들었으면 던지기라도 해!”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는 놈이 쫓아온다. 나는 품에서 총을 꺼내 놈에게 쏘았다. 처음 보는 무기에도 바짝 긴장하고 있던 놈은 기민하게 반응했다.
허나 총알을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 총알 2개가 그의 왼쪽 허벅지에 박혔다.
“크윽!”
놈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와 다이란은 보다 수월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다이란! 여긴 숲 쪽이 아니다!”
“부하들 몇 명이 아직 숲 안으로 도망가지 못했어. 시간을 더 끌 필요가 있어. 뭣하면 너 혼자 숲으로 도망가.”
“웃기는 소리. 혼자 내버렸다가 덜컥 죽어버리면 지금까지 공들인 시간이 아까워.”
“하긴. 내가 없으면 계획도 실패하게 될 테니.”
내가 말한 공든 일이란 건 다이란에게 향한 것이었다. 그녀를 따먹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호감도 쌓기 딱 좋은 상황이지!’
우리는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 창, 돌멩이를 피해 계속해서 도망쳤다.
쎄에에에엑!
화살하나가 다이란의 등으로 날아간다. 보통이 아니라 마나가 실린 화살이었다. 앞을 막는 해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다이란은 아직 화살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화살을 쳐내려다가 관두고 다이란을 향해 뛰었다.
“다이란!”
다이란을 밀치고, 그녀 대신 오른쪽 어깨에 화살을 맞았다.
“크윽!”
다이란이 나를 보며 경악한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