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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 4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08/2,000)

〈 428화 〉 4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4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다이란과 나는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공기 주머니를 비롯해 밧줄이나 단검같은 필요한 연장들을 챙기고 옷을 벗었다.

나는 상의를 벗어 조각같은 상체를 드러냈고, 다이란은 모자와 코트만 벗었다. 상당히 아쉬웠지만 벗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건 잘 하면 기회가 될 수 있어.’

멜리사는 날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위험하면 바로 주문서를 찢어라.”

“알았어. 알았어.”

손에 작살은 든 나와 다이란이 바다로 다이빙했다.

풍덩!

바다 속에 들어온 나는 [물의 축복] 스킬 덕분에 일종의 편안함까지 느꼈다.

“날 따라와.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내게 신호를 주거나, 그냥 바다 위로 올라가.”

“난 네가 더 걱정이다만.”

“하…. 당신과 달리 난 어렸을 때부터 바다랑 함께 자랐어.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바다 속으로 잠수했다.

그녀는 거침없이 바다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헤엄치는 그녀의 다리와 탱탱한 엉덩이를 보면서 뒤따랐다.

스쿠버다이빙을 보면 바다 속은 아름답게 나온다. 알록달록한 해초와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아름다운 광경임이 틀림없으나, 내 눈은 가죽 바지에 감싸인 다이란의 엉덩이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다이란은 곧 이어 바닥에 도착했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깊었지만 나와 다이란은 마나를 이용해 시력을 강화했다.

‘다이란의 말대로 난파선이 많군.’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부서진 난파선들이 한 가득이다. 다이란은 커다란 난파선 하나를 가리키며 그곳으로 움직였다. 뒤 따르던 나는 멈칫했다.

커다란 바위 옆으로 인간 하나 쯤은 덥썩 물어버릴 수 있는 상어가 나타났다. 놈의 꼬리에는 지느러미 대신 포악해보이는 뱀이 붙어 있었다.

‘그냥 상어가 아니라 몬스터잖아!’

마나를 담아 상어를 향해 작살을 던졌다. 작살 발사기로 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작살임에도 상어는 여유롭게 옆으로 피했다.

‘시발.’

멀리서 작살을 던지는 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인벤토리에서 화련비도를 꺼냈다.

다이란이 이쪽을 쳐다본다. 날 도우려는 걸 손바닥을 들어 저지했다.

‘이깟 놈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상어가 달려든다.

나는 칼을 옆으로 세우고 상어를 맞이했다. 상어가 획 몸을 돌리더니 내 머리를 노렸다.

파지지직!

몸에서 붉은 뇌전을 일으키자 깜짝 놀란 상어가 주춤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어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베었다. 허나 상어는 머리가 쪼개졌음에도 죽지 않고 움직였다.

‘진짜 머리는 뒤에 있는 뱀이었군!’

헌터인 난 당황하지 않았다. 머리가 두 개 이상인 몬스터는 장식용인 가짜 머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 머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몬스터는 흔하지 않았다.

파지지직!

다시 한 번 뇌전을 일으키지만 놈은 당황하지 않았다.

꼬리에 달린 뱀 머리가 내 팔을 노린다. 그냥 물리는 건 상관없지만 십중팔구 독이 들어있을 테니 공격을 포기하고 옆으로 피했다.

머리가 갈라진 상어가 다시 내게 공격한다. 이번엔 피하지 않고 아예 파고들어서 상어의 배를 칼로 쑤셨다.

상어 머리를 당했을 때와 다르게 상어가 거칠게 몸부림친다.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뱀머리를 잘랐다. 상어는 확실하게 죽었다. 심장에서 마석을 끄집어내 주머니에 넣었다.

‘…2마리 더 나타났다고?’

바위 옆에서 상어 몬스터 2마리가 유유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피냄새를 맡은 것이 틀림없었다.

‘날 만만하게 보는군. 다 죽여주지.’

짧은 전투 끝에 상어들을 처리한 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주위를 경계했다. 허나 다른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이란을 도와 난파선의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해골과 모래가 아무렇게나 깔려 있었다. 다이란은 구석에 있는 한 상자를 열었다.

금화가 가득 들어 있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는 들어 있었다. 대충 7천만 네르는 될법한 양이다. 내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대박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조각상이나, 녹슬다 못해 칼날이 사라진 커틀러스 같은 것도 잔뜩 있었다.

우리는 챙길 수 있는 건 전부 챙겼다.

‘수 십 억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그렇게 만이 되는 건 아니네.’

조금 실망스러웠다.

???

마지막 11번째 난파선을 조사했다.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금화 상자만 3개가 넘고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골동품들도 5개가 넘었다.

물건들을 배로 올리던 도중에 바다뱀이 리듬 체조의 리본처럼 우아하게 나타났다.

다이란이 말했던 씨서드란 놈처럼 배를 휘감을 정도로 거대하진 않지만 사람 3명을 한입에 꿀꺽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놈이었다.

‘오늘만 30마리 넘는 해양 몬스터를 죽였지만 저 정도로 큰 놈은 처음이다.’

덩치만 큰 쭉정이에 불과하다! 라고 하기에는 그 덩치가 너무 컸다.

고개를 돌려 다이란을 쳐다봤다. 그녀 또한 커다란 바다뱀의 등장에 긴장했다. 바다뱀은 우리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싸우자.’

내가 화련비도를 손에 쥐자, 다이란이 고개를 저으며 위를 가리켰다. 도망치자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을 다해 위로 헤엄쳤다. 하지만 바다뱀은 우리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듯, 속도를 높여 다가왔다.

‘놈이 너무 빨라. 이건 싸울 수 밖에 없어.’

다이란도 나와 똑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커틀러스를 뽑았다. 나와 그녀의 검에 오러가 치솟았다.

사투가 시작되었다.

바다뱀이 입을 쩌억 벌리고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 그 입안에 수 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들이 자라있었다.

‘뭔 놈의 바다뱀이 목구멍에도 이빨이 있어. 먹히면 분쇄기에 갈리는 꼴이 되겠어.’

나와 다이란이 서로 손바닥을 치며 밀쳤다. 옆을 지나가는 바다뱀의 몸에 칼을 휘둘렀다. 칼은 놈의 몸에 절반 이상 들어갔다가 꿈틀거리는 근육에 튕겨져 나갔다.

왜 다이란이 도망가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놈은 바다에서 싸우기엔 체급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보통 크기의 생물이라면 치명상인데… 덩치가 크다보니 생채기 수준이잖아.’

거대 몬스터 사냥법의 기본은 급소를 찾아내 노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눈이나, 뇌, 심장같은 곳.

‘심장은 모르겠고. 바다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저 놈의 눈을 어떻게 노려? 그러다가 입에 먹히면 그대로 끝인데.’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나는 아까 몬스터를 사냥할 때 찰나까지 전부 써버렸다. 이런 놈을 만날 줄 알았다면 찰나를 아꼈을 텐데.

‘죽을 때까지 칼침 놓다보면 죽겠지!’

다이란과 나는 서로 협력하며 바다뱀을 상대했다. 그러다 위기를 맞이했다. 다이란이 바다뱀의 거대한 꼬리에 맞아 정신을 잃고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란!’

기절하면 마나를 이용할 수 없다. 다이란은 앞으로 몇 분 이내에 익사할 것이다.

내가 다이란을 향해 다가가려하자 바다뱀의 머리가 내 옆을 빠르게 지나쳤다. 견제하고 있다. 놈은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날 사냥할 생각이다.

‘시발! 다른 건 몰라도 다이란을 여기서 잃을 순 없어! 아직 따먹지도 못했는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정상적으로 싸워서는 오히려 내 체력과 마나가 바닥날 것이다. 다이란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를 삼키기 위해 놈이 온다.

화련비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꽉 쥐었다.

‘방법은 하나 뿐이야.’

바다뱀이 가진 수 백 개의 이빨이 꿈틀거린다.

놈이 나를 삼켰다.

‘……!!’

온몸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이 엄습해왔다. 아니, 실제로 수 백 개의 이빨에 의해 내 몸은 찢겨져 나가고 있었다. 머리가 박살나고 내장이 분쇄된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육체는 다져진 돼지고기 꼴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나는 기다렸다.

대충 내가 놈의 목구멍 너머로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순간 완전회복을 사용했다.

분쇄되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몸이 큰 만큼 위장도 넓었다. 내가 서있어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가장먼저 뇌전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직!

주변이 밝혀지며 근처에 떨어져 있는 화련비도와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화련비도는 그렇다 치고 스마트폰의 내구도가 예상 밖으로 뛰어났다. 사실 스마트폰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죽인다!’

오러와 뇌전을 모조리 쥐어짜내며 그의 몸속에서 날뛰었다.

바다뱀의 살집이 조여들며 버둥거렸다.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칼을 휘두르고, 적뢰를 내뿜었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파직!!

해류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나를 토해낼 모양인데, 나는 놈의 살덩이에 발을 쑤셔 넣어 몸을 고정시켰기고 칼을 휘둘렀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른 끝에 놈의 몸을 끊어내고 바다로 나올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머리가 지저분하게 잘린 바다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는지 바다뱀이 입을 뻥긋거리며 노려본다.

놈을 향해 중지를 세워주고 기절한 다이란의 몸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바다뱀의 마석은 버리기로 했다. 그까짓 마석보다 그녀가 더 중요하다.

“푸핫!”

바다위에 올라서서 점프해 갑판위로 이동했다. 바로 다이란을 눕혔다. 기절한 그녀는 숨을 쉬지 않았다.

“선장?!”

“주인님! 무슨 일이냐? 옷은 또 어쨌고?!”

“시끄러! 다 물러나있어!”

나는 급하게 그녀의 상의를 칼로 베었다. 코르셋을 해제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빨랐다. 조여져 있던 G컵의 가슴이 출렁이며 나타나 중력에 따라 옆으로 늘어졌다.

모양 좋은 분홍색의 유두였다. 유두 끝에 -모양의 흠이 나있다.

다이란의 풍만한 가슴을 뇌리에 저장하고 기도를 확보한 뒤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중학생 때 확실히 배워뒀지. 나중에 물에 빠진 여자를 발견하면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뿐만 아니라 헌터과 1학년 때도 인공호흡을 배웠다. 헌터가 하는 일이 워낙 험악하다보니 헌터 대부분이 인공호흡을 할 줄 알았다. 정작 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공호흡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쿵쿵!

입을 맞춰 공기를 불어 넣고 깍지 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압박했다.

인공호흡을 몇 번 반복하자 다이란이 물을 토해내며 기침했다. 거기에 두 눈도 슬며시 떠졌다. 눈동자는 아직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했다. 비몽사몽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소생을 확인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모른 척 하고 입을 맞추고 공기를 입안으로 불어 넣고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은근슬쩍 압박 위치를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렸다. 내가 압박할 때마다 하얀 유방이 흔들렸다.

다이란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했다. 나는 마지막을 직감하고 입안에 혀를 넣었다.

“흐으읍…! 그, 그만!”

정신을 차린 그녀가 나를 밀쳐냈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는데 알몸인 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팔로 가슴을 가리고는 소리쳤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진정해라. 이건 널 구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공호흡이라고 하지. 못 믿겠으면 주위를 둘러봐라.”

굴라를 비롯해 다이란의 부하들 대부분이 지켜보고 있었다.

“마, 맞아요. 선장님. 유진 님이 선장님을 구했어요.”

굴라를 시작으로 여해적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죽은 선장님을 살려냈습니다.”

그러면서 여해적들은 제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숨도 안 쉬고 있어서 선장이 죽은 줄 알았지.”

“선장 가슴 장난 아니게 크더라.”

“근데 꼭 처녀처럼 반응하지 않았어? 선장은 혹시… 처녀?”

“에이, 설마 처녀겠어?”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다이란이 소리 쳤다.

“시끄러워! 당장 여기서 떠날 준비해!”

그녀는 도망치듯이 선장실로 떠났다.

나는 다이란의 뒤태를 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짠맛이 느껴졌다.

몸을 일으키자 여해적들의 시선이 내 고간에 집중되었다. 내 자지는 딱딱하게 발기 되어 있었다.

“바다에 오래 있었더니 찝찝하군. 샤워나 해야겠어.”

멜리사를 데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2시간 후, 즐거운 샤워를 끝내고 갑판 위로 올라와보니 다이란이 평소처럼 반곱슬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해적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노예들에게 더 힘차게 노를 저으라고 해!”

내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준 걸 잊지 않을게. 목숨 빚은 언젠간 갚겠어.”

“해적이 은혜를 갚는다는 말을 할 줄이야. 낯설군.”

“난 다른 해적들과 달라.”

“어떻게 갚을지 기대하지.”

몸으로 갚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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