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화 〉 434. 레벨업 시스템
434. 레벨업 시스템
‘근데 이게 끝이 아니야.’
[레벨 60달성으로 가장 높은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가장 높은 능력치는 정력이었다.
‘좋아. 정력이 올랐군.’
[성유진
레벨: 60
근력: 51 체력: 51 민첩: 51 지능: 33 정력: 59 마나: 50]
[사용가능 포인트: 1,205]
현재 내 능력치와 포인트였다. 포인트 사용은 일단 뒤로 미뤄뒀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레벨 60을 달성하며 페널티 설정이 해금됩니다.]
‘페널티…? 이딴 게 왜…….’
나는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유희 세계를 선택할 때 페널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랜던 페널티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페널티가 강할수록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의 양과 인연 경험치가 늘어납니다.]
페널티를 설정하는 것에 강제성은 없다.
‘아하. 이건 일종의 난이도 조종이군.’
유희.
다시 말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 마 너무 시시하기만 하면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이 페널티 설정이란 유희의 난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희 생활 어플에 한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너무 강해지면 인생은 시시해질 것이고, 그때 이 페널티 설정이 빛을 발할 것이다.
‘페널티도 여러 가지를 설정할 수 있군. 기본적으로 능력치를 일반인 수준으로 깎아버리거나… 특성이나 스킬을 제약 할 수도 있고…. 인벤토리를 제약해 다른 세계의 물건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허… 유희 세계에 대한 기억까지 없앨 수 있는 거냐.’
알아둬야 할 것은 페널티 설정은 강제가 아니라는 것.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대신 페널티 설정을 하면 보다 많은 포인트와 인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결국은 쓰기 나름이란 거지.’
[레벨 60달성으로 특성, 사격 Lv.2가 사격 Lv.3으로 상승합니다.]
나는 혀를 찼다.
‘사격 특성은 레벨2로도 충분했는데…. 차라리 정신 내성의 레벨을 올려주지.’
사격은 레벨 3이 될 때 필요한 포인트는 100 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정신 내성은 레벨을 올리기 위해 1,000 포인트가 필요했다.
무려 10배 차이.
너무 아깝다.
[레벨 60달성으로 특성, 연기(演技) Lv.1를 획득합니다.]
[연기(演技) Lv.1
기본적인 연기 실력을 갖춥니다.]
‘……새로운 특성을 얻었으니 좋아해야 하는데….’
미묘했다.
나는 다른건 몰라도 연기는 그럭저럭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여자를 꼬시려 하다보니 자연스레 거짓말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다익선. 있으면 좋은 거겠지.’
[레벨 60달성으로 유희 리셋권을 획득합니다.]
‘유희 리셋!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인가?!’
나는 빠르게 유희 리셋권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 정보는 랜덤 뽑기 상점에서 자세히 찾을 수 있었다.
[유희 리셋권
엔딩을 본 유희 세계를 리셋하며 다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복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른 아바타 설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로 사용된 유희 세계를 다시 선택해 정식 유희 세계로 진행 할 수 있습니다.
가격: 3,000,000 포인트
※주의
단, 유희 생활 어플의 기록은 리셋 되지 않습니다.
한 번 저장된 엔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연 초기화를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있다면 퀘스트로 사용된 유희 세계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거군.’
엄청난 물건인건 틀림없다.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바타의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걸 사용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니까. 이걸 이용하면 진짜배기 회귀자 놀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 번 겪은 엔딩을 바꿀 수 있다는게 재밌긴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영 안 드는데?’
뱀파이어 형사.
내 기반이다. 여기서 현대의 무기를 마음껏 가져 올 수 있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현재 ‘뱀파이어 형사’ 세계는 미래로 도약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오버 테크놀로지 물건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른 유희 세계들도 마찬가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굳이 리셋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진절머리만 날 뿐이다.
‘이건 평생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창작물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굳이 하나의 유희 세계를 집착할 이유가 없었다.
‘이걸로 60레벨 달성으로 얻은 건 끝.’
이젠 포인트를 사용할 차례였다.
[사용가능 포인트: 1,205]
1,000 포인트는 미리 정해두었던 정신 내성 특성을 올리는 것에 사용했다.
[1,000포인트를 사용해 정신 내성 Lv.9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당연히. 천마신공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꼭 천마신공 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희 세계에서도 정신 공격에 당할 수도 있어.’
[절대 정신 Lv. Master
정신은 그 어떠한 정신 간섭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정신 내성 특성이 변했다.
절대라는 단어가 붙은 정신이라고 하니 좋은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정신 내성은 10레벨이 마스터였군. 나머지는 205 포인트….’
[성유진
레벨: 60
근력: 51 체력: 51 민첩: 51 지능: 35 정력: 60 마나: 55]
[사용가능 포인트: 5]
정력 능력치를 60으로 만들고 마나 능력치 5를 올렸다.
남은 25 포인트 중 20포인트를 사용해 지능 2까지 올렸다.
‘남은 포인트는 랜덤 뽑기지. 가즈아아아!’
결과는 폭망!
정령옥 1개와 집게, 돼지뒷다리 같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전부였다.
‘후우…. 60레벨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날이라 운이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어차피 5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는 랜덤 뽑기에 신경을 끄고 새롭게 시작할 유희 세계 목록을 쭈욱 살펴봤다.
‘사실 어떤 유희 세계에 들어갈지는 예전에 이미 골라놨지만 말이야.’
[레벨업 시스템을 선택했습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레벨업 시스템.’
이름만 들어보면 게임이나, 웹소설을 떠올리게 만든다.
웹소설은 맞았다.
‘단지 어느 웹사이트에 연재되던 19금 소설이라는 거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 자리를 반드시 뺏는다.’
참고로 주인공은 최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페널티를 설정하시겠습니까?]
‘난 이 소설에 대해서 알고 있어. 꼭 오버 스펙일 필요는 없지.’
[페널티 1. 정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 1로 시작.]
우선 페널티 하나를 걸었다.
‘덕지덕지 제약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유희를 시작합니다.]
이 세계는 나의 즐거움을 위한 선택이었다.
???
“성 주임! 뭘 멍때리고 있어?! 지금 다들 바쁜거 안 보여?!”
옆에서 한 남자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나는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봤다. 나이는 대충 20대 후반으로 보였고, 날 위에서 내려다보는 꼴이 재수 없었다.
“…성 주임. 그 눈은 뭐야? 한 대 치겠다?”
목에 달려 있는 명찰은 강오욱. 직급은 대리였다.
“놔라.”
내 어깨를 잡은 남자 새끼의 손을 뿌리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무실이었다. 대충 10명 안팎의 인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만약 지금이 원작 시작 시점이라면….’
스마트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한다.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현재 시간은 오후 3시 14분.
원작 시작의 날이었고, 주인공 놈이 최면 시스템을 얻기까지 3시간도 남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성 주임. 지금 뭐라 그랬어?”
강오욱이 다시 내 팔을 잡았다. 내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씨발. 게이냐? 왜 내 어깨를 잡고 지랄이야?”
주변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여자 직원 4명이 있었는데 죄다 얼굴이 빻았다. 기분만 잡쳤다.
“지랄…? 게이?! 성 주임 지금 미쳤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
“내가 할 말이다. 새끼야.”
안 그래도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했던 나는 강오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강오욱이 비틀거렸다. 주먹은 제대로 들어갔는데 코피 하나 흘리지 않았다. 내가 설정한 패널티로 인해 현재 내 능력치는 정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 대가 안 되면 여러대 때리면 되지! 가속!’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4]
스킬까지 사용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아까보다 최소 2배 이상은 빨라졌다.
퍽! 퍽퍽퍽!
“끄으으… 그, 그마아안…!”
강오욱의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가 박살났다. 부러진 코에서 쌍코피가 줄줄 흐른다. 강오욱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바닥에 툭 쓰러졌다.
시간도 부족하지 않고, 주먹만 아프지 않았다면 더 때렸을 텐데.
“꺄아아아아아악!”
“이, 이런 미친!”
“성 주임!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배 나온 중년 남자들이 날 막으려 했다. 나는 인상을 쓰며 그들을 피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 내달렸다.
“성 주임! 일크게 벌리지 말고 지금 당장 돌아와!”
웬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당연히 내가 멈출 이유는 없었다. 무시하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서울인건 확실한데…. 젠장.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이랑은 뭔가가 달라.’
나는 도로를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지갑은 없었지만 일단 뒷좌석에 탔다. 돈이야 인벤토리에서 꺼내면 된다.
“어디로 가시오?”
“강찬동이요. 여기서 몇 분 걸려요?”
“아, 거기? 50분은 걸리겠는데….”
“급해서 그러는데 좀 빨리 가주세요. 따블로 줄게요.”
“캬, 따블! 오랜만에 듣는 소리구만!”
택시 기사가 열정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나는 아까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아까 전에는 위치와 거리를 몰라 초조했지만, 1시간 안에 강찬동에 도착할 수 있다면 초조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강찬동에 도착했소.”
“여기 따블이요.”
“흐흐… 당신같은 손님만 있었으면 좋겠소.”
강찬동을 올려다본 내가 웃었다. 원작 소설의 묘사처럼 강찬동은 지저분한 달동네였다.
그리고 저 멀리 내 목적지인 강찬목이 보인다.
강찬목.
강찬동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말한다. 원작 내용에 따르면 최소 500년은 살아온 거목이다. 동네 주민들은 그냥 신목이라며 찬양하는 모양이지만 그냥 나무에 불과하다.
강찬목 앞에 있는 낡은 벤치에 앉았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무려 20분이 걸렸다. 현재 이 몸은 일반인 중에서도 약골 체질 일 것이다.
나는 인터넷을 하며 때를 기다렸다.
오후 5시 50분.
하늘이 새파랗게 물들기 시작할 때, 키만 멀대같이 큰 평범한 얼굴의 남자가 찾아왔다. 주인공인 안승재다.
그는 나를 보며 멈칫거리다가 곧 거목의 앞에 있는 난간에 걸어갔다.
내게 등을 보인 순간, 벤치에 올려두었던 소음기 달린 권총으로 안승재의 뒷통수를 쐈다. 즉사한 놈은 바닥에 쓰러져서 두 번 다시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다.
“크크. 네가 얻을 힘은 내가 잘 사용해 줄 테니 걱정 마.”
5시 59분.
때가 되었다.
저 멀리서 황금색 촛불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왔구나!”
나는 고목앞에서 양팔을 벌려 불꽃을 환영했다.
황금빛 불꽃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한 박자 뒤에 몸이 천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 좋다. 내 안의 더러운 불순물들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아직 멀었나?’
생각보다 좀 많이 길어지는 느낌이다. 소설에서는 금방 되는 것 같았는데.
‘아직?’
<띠링!>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정확하게는 머릿속에서 울리고 눈을 감고 있는데도 홀로그램같은 글자가 보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면(MC) 시스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외쳤다.
“상태창!
<이름: 성유진
힘: 1 체력: 1 민첩: 1 마력: 1
시스템 능력: 최면(레벨1)>
원작 대로의 상태창이다. 다만 원작 주인공보다 능력치가 낮았다.
‘걔는 힘과 체력, 민첩의 기본이 3이었는데.’
원인은 아마 패널티 때문이겠지.
나는 최면에 대한 정보를 보고 싶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최면
레벨:1
대상에게 간단한 암시를 넣을 수 있습니다. 암시는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마력이 높을수록 최면의 성공확률과 지속력이 늘어납니다.
숙련도: 0%>
내가 원하던 능력이다.
최면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성장시키고 남자들은 모조리 죽인 뒤, 여자들은 나의 좆집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시작은 셋.
세 명에게 최면을 걸고 성공하십시오!
현재 최면에 성공한 인원: 0
모든 능력치+1>
<최면은 대상의 정신력이 약할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갑니다!>
“원작대로군.”
나는 시체를 내버려두고 계단을 쳐다봤다. 마침 낡은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뭐, 뭡니까?”
남자는 내가 가로막자 당황하며 물었다.
나는 남자를 보며 최면을 사용했다. 중요한 건 최면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
“수겔라!”
몸속에 있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남자의 눈이 흐리멍텅해졌다.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 1분 5초입니다.>
“뒤 구르기.”
내가 남자에게 명령했다.
“네.”
남자는 곧바로 내 명령을 수행했다. 100개가 넘는 계단에 뒤 구르기를 시작한 것이다.
퍽퍽 거리는 것과 여기저기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착실하게 뒤 구르기를 했고 죽었다. 구르는 도중에 죽었는지, 아니면 계단 아래에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현재 최면에 성공한 인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