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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7화 〉 447. 레벨업 시스템

447. 레벨업 시스템

엘피스의 추적에 나는 당분간 조용히 최면 레벨을 올리기로 정했다.

최면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최면을 사용해 숙련도를 올리면 된다. 쉬운 방법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최면만 걸어도 숙련도가 오르니까.

‘최면은 겉으로 보기엔 알아보기 힘드니 몰래 사용한다면 들킬 일은 없어.’

그러나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최면을 사용하는 건 재미가 없었다.

‘재밌게 최면을 사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은 있는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아아아악!”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던 유재경의 짜증섞인 고함이 들렸다.

‘재경이가 이유 없이 소리 지를리는 없고…. 우찬과 관련된 일인가보군.’

이유를 짐작하며 느긋하게 마당으로 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유재경과 우찬이 있었다.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유재경이 마당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우찬을 노려봤다.

“재경아. 무슨 일이야?”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유재경에게 다가갔다. 유개졍의 분위기는 최근 그 어느때보다 살벌했다.

“오빠! 이 자식이 내 팬티를 훔쳐서 뭘 했는지 아세요?”

“……뭘 했는데?”

“자위를 했어요! 내 팬티에 더러운 정액을 묻혔다고요!”

“미친 새끼.”

내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우찬이 유재경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유재경을 대상으로 온갖 이상한 상상을 하며 딸딸이를 치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최면을 걸고 우찬을 내버려뒀다. 불쌍해서 봐준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할 놈이라 생각했으니까.

“감히 내 여자의 속옷을 훔치고 더러운 걸 묻혀?”

우찬은 선을 넘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우찬을 쳐다봤다. 무릎 꿇고 있는 놈의 허벅지 위에 빨간 팬티가 놓여 있었다. 유재경이 어제 입었던 팬티다. 팬티에는 희멀건 액체가 묻어 있었다.

“자, 잘못 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우찬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허나 내 눈은 여전히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슬슬 재미없기도 하고 치워버릴까.’

어떻게 죽일까. 내 손으로 직접? 아니면 최면을 이용해 자살?

“오빠.”

우찬의 죽음을 고민하고 있을 때, 유재경이 내 어깨를 잡았다.

“응?”

“이 새끼를 죽일 생각이지? 이 새끼는 내가 직접 죽이고 싶어.”

“…네가 직접 죽이겠다고?”

의외였다. 지금까지 유재경은 살인에 대해서만큼은 피했었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충동적으로 하는 말이라면 말릴 생각이었지만, 유재경의 두 눈은 냉정하고 침착했다.

“갑자기?”

“…오빠랑 함께 다니려면 사람 정도는 죽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 기특하네. 근데 나 때문에 억지로 살인을 할 생각이라면 그만둬.”

내가 그녀에게 원하는 건 나를 위한 살인이 아니었다.

“전부 오빠만을 위해서도 아니에요. 제가 죽이지 않겠다고 한다면… 오빠가 이 새끼를 죽일거잖아요. 이 새끼만큼은 제가 죽이고 싶어요.”

우찬을 향한 짜증과 분노는 진짜였다.

나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떻게 죽일 거야? 총? 칼? 방망이?”

총을 선택할거라 생각했다.

총은 가장 편하다.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살마을 쉽게 죽일 수 있다. 원거리 무기인 만큼 살인의 감각도 덜하다.

“야구방망이요.”

“총이 편하지 않아?”

“야구방망이가 좋아요. 지금까지 계속 사용해 오기도 했고…. 이 새끼는 때려 죽이고 싶어요.”

“하하. 역시 재경이야.”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유재경의 어깨 손을 얹었다.

우찬은 덜덜 몸을 떨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우리의 대화를 대놓고 들었을 테니 자신의 죽음이 결정되었음을 알았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나와 유재경은 놈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빠. 지금 여기서 죽일까요?”

“그래도 돼. 시체야 나중에 바다에 버리거나, 산속에 묻으면 되니까.”

“으, 으아아아악!”

죽음의 공포에 질려 패닉에 빠진 우찬이 비명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빠! 저 새끼 도망쳐요!”

유재경은 당황했지만 나는 여유로웠다.

“멈춰.”

내 한 마디에 우찬의 몸이 멈췄다. 그는 볼품사납게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하아. 역시 오빠야. 괜히 식겁했네. …아까 비명 소리가 좀 많이 크던데. 다른 사람이 찾아오면 어떡하죠?”

“내 능력이 뭔지 잊었어? 와도 돼. 신고해도 되고. 설령 경찰이 찾아오더라도 최면을 걸어버리면 그만이야.”

“역시 오빠는 대단해요.”

우찬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우찬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우찬의 정신과는 상관없다. 우찬의 몸은 이미 내 손아귀에 있었다.

우찬이 마당 중간에 무릎 꿇고 앉았다.

“사, 살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애처롭게 살려달라는 말만을 반복한다. 나는 물론이고 유재경도 우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유재경은 야구방망이를 손에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이 더러운 새끼! 그렇게 살고 싶었으면 가만히 있었어야지. 내 팬티를 훔칠 뿐만이 아니라 더, 더러운 짓을 해? 그 팬티는 유진 오빠가 선물해준 마음에 드는 속옷이었어! 그런데! 너 때문에 버려야 하잖아!”

퍽! 퍽! 퍽! 퍽! 퍽!

야구방망이는 주로 팔과 등을 때렸다.

“악! 아악! 자, 잘못…. 아아악!”

죽일 거라면 머리를 때려야 정상이다. 허나 그녀는 계속해서 우찬의 몸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말리지 않고 기다렸다.

우찬의 비명은 점차 작아졌지만 구타소리는 여전히 울렸다.

우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야구방망이가 드디어 우찬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퍼억! 퍽!

“하아… 하아. 하아.”

유재경이 거친 숨을 내쉬며 피 묻은 야구방망이를 떨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찬을 살폈다. 우찬은 확실하게 죽었다. 뒤통수가 함몰되었고 피가 주르륵 흘려 나와 바닥에 고이고 있었다.

“오, 오빠….”

유재경이 울상을 지으며 나를 불렀다. 첫 살인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 재경아. 수고했어. 시체는 걱정 마. 조금 있다가 같이 뒷산에 묻으러 가자.”

“흐윽….”

이후에 유재경과 함께 차를 타고가 강원도에 있는 산에 우찬을 파묻었다.

“오빠. 만약 들키면… 감옥에 가겠죠?”

그녀가 구덩이에 눕힌 우찬을 보며 벌벌 떨었다.

“그럴 일 없어.”

시간이 지났다.

우찬의 직장 동료 한 명이 찾아왔지만 경찰은 찾아오지도 않았다. 우찬은 제대로 된 친구도 없는지 실종신고도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초조하게 굴던 유재경도 더 이상 우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빠. 돈이 필요해요. 지긋지긋한 촌동네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어젯밤에 옷장아래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거 알아요?”

“그랬어? 근데 너도 알잖아. 경찰 놈들이 우릴 주시하고 있어. 그리고 저번에 말했듯이 엘피스 놈들도 우리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고.”

“엘피스…. 오빠같은 초능력자들의 조직 말이죠? 그래도 오빠의 최면 능력은 잘 쓴다면 알아보기 힘들잖아요. 조용히, 최대한 자연스럽게 쓴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번과 다르게 대기업 회장에게 최면을 걸어서 조종해요. 그럼 돈도 벌 수 있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다.

최면을 조심스럽게 이용하면 쥐새끼처럼 마냥 숨어 지낼 필요가 없다.

“으음. 네 말대로 할까. 돈을 모으면 어디서 살고 싶어?”

“강남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펜트하우스란 곳에서 한 번 쯤 살아보고 싶어요.”

유재경의 두 눈이 반짝반짝 거렸다.

“그럼 어디 야생의 회장을 잡으러 가보실까.”

그렇게 선택 한 것이 승조 그룹이다.

나는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승조 그룹의 회장과 그 간부들, 그리고 본사 직원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이름: 성유진

힘: 6 체력: 5 민첩: 5 마력: 13

시스템 능력: 최면(레벨11)>

승조 그룹을 완전히 손에 넣었을 때의 내 상태창이었다.

유재경은 회장의 비상금으로 강남의 아파트 몇 채를 구입하고 펜트하우스까지 사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싹쓸이 하는 건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100만 원도 못쓰던 애였지만 지금은 하루에 3,000만 원 넘게 쓴다. 돈을 물처럼 쓰고 있었다.

그녀가 돈을 쓰는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 나는 승조 그룹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승조 그룹은 끝이야. 여직원들은 대부분 임신 시켰고…. 방송국도 이런 식으로 먹어볼까? 최면 능력이 높아져서 일주일이면 내 것으로 완벽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선 한국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최면을 걸고 싶으나, 정부는 내 존재를 눈치 채고 대통령을 철통같이 경호하고 있다.

‘엘피스를 어떻게 해야 돼. 엘피스만 없으면 날 막을 놈들은 없어.’

엘피스.

나와 같은 시스템 능력자는 마력이 있어서 최면이 영구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엘피스 놈들을 치워야 한다.

???

나는 오늘도 승조 그룹에 출근했다. 오전 11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타박하는 놈들은 아무도 없다.

“성유진 전무님! 오셨습니까!”

1층의 경비원들이 줄을 서서 내게 인사했다. 허리가 직각으로 굽혀졌고, 목소리에는 존경심이 묻어 있었다. 모두 최면의 효과였다.

“수고가 많군.”

경비원들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사람 없는 탈의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에 있는 회장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전무님!”

벌거벗은 승조 그룹 회장이 바닥에 오체투지하고 있었다.

“어. 그래. 조회장. 내가 돈이 필요해.”

“얼마가 필요하십니까?”

“대충 30억? 차 하나 사고 싶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역시 조회장이야. 오늘은 오후 5시까지 오체투지하고 있어.”

“네!”

회장은 내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했다.

나는 그를 지나쳐 회장실 옆에 있는 내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다.

5명의 미녀 비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직원들과 다르게 그녀들은 음란한 속옷을 입고 있었다. 망사 스타킹, 가터 벨트, 갈라 팬티….

“오셨어요. 전무님.”

“벗겨드릴게요.”

“오늘 업무는… 기획팀 쪽을 둘러보는 것과 면접이 있어요.”

승조 그룹 내의 최고 미녀들인 그녀들은 유혹하는 몸짓으로 다가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그녀들에게 몸을 맡겼다.

“앙! 전무님의 자지는 오늘도 팔팔하시네요!”

“봉사해드릴게요!”

“아으응!”

그녀들이 손과 혀, 가슴으로 내 온몸 구석구석을 애무한다.

“흐흐. 이렇게 서있으니 힘들군. 침대에서 하지.”

“아아아앙!”

???

오후가 되어서 기획팀이 있는 11층으로 내려갔다.

기획팀에는 최근 내가 기대하고 있는 여직원이 있다.

기획 3팀의 유혜나.

가슴은 E컵으로 크고 미모도 뛰어나다. 내 비서실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에 비서실로 부를까 하고 고민 중이다.

‘꼭 비서실에 부를 필요는 없어. 승조 그룹의 직원이라면 내가 호출하면 바로 달려와야 하니까.’

기획 3팀의 여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나를 반겼다.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들의 알몸을 훑어 봤다. 역시 그녀들 중에서 유혜나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전무로서 체통이 있지. 유혜나에게 바로 달려갈 순 없어.’

팀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그너들의 가슴과 보지를 만진다.

“하응…. 저, 전무님. 언제든지 넣으셔도 됩니다. 준비는 항상 되어 있으니까요…!”

“흐음. 삽입은 좀 기다려.”

솔직히 말하면 팀장 따위에게 삽입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내 정신은 유혜나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팀장의 매끈한 백보지를 몇 번 만져준 뒤 옆으로 움직였다. 과장이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명찰에 달린 얼굴과 이름, 그리고 보지를 봤다.

유독 시커먼 보지였다.

‘보지 색깔로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역시 분홍색이면 더 좋긴 하지.’

시커먼 보지도 보지니까.

그리고 마침내.

유혜나의 차례가 왔다.

유혜나의 몸을 보는 내 눈에 이채가 서렸다.

‘…가까이서 보니 뭔가 다른데? 그리고 왜 이렇게 긴장한 거지?’

내가 전무이긴 하지만 여직원들은 나를 비교적 편하게 대한다. 최면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바짝 긴장하는 건 이상했다.

유혜나와 두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유혜나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다지.’

유혜나는 내 눈에 들어온 미녀로 주시하고 있었다. 기본 적인 정보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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