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4화 〉 454. 레벨업 시스템
454. 레벨업 시스템
2,000 명이 넘는 신도들이 강당에 모였다.
신도들의 정면, 단상위에는 나와 심종필이 있었다. 나는 단상위에 당당히 서있었고, 심종필은 팔다리가 잘린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세뇌 토템으로 전락했다.
“교주님은 악마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팔과 다리를 희생했습니다! 교주님의 활약으로 새로운 악마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우리가 악마의 저주에 걸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교주님!”
“현재 교주님은 저주의 후유증으로 여러분을 이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교주님과 같은 사도인 제가 당분간 적색바다교회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교주님! 신도분들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대주교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심종필의 입가에 마이크를 가져다댔다.
“으으…. 맞습니다. 성유진 사도님이 신도님들을 이끌 것입니다….”
최면에 걸린 심종필은 내 부하였다. 아직 완벽하게 최면에 걸린 건 아니지만,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교주님을 대신하여 제가 기도하겠습니다! 신도님들은 모두 옷을 벗으십시오!”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옷을 벗어 알몸이 되자, 주교와 신도들도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시발. 꼴 보기 싫은 남자 새끼들. 저 놈들을 당장 없애버리고 싶지만 전력이 될 수 있으니 참아야 한다.’
나는 되도록 여신도 쪽만 쳐다봤다. 남자놈들의 몸을 보고 싶지 않았다.
“여러분! 모두 무릎 꿇고 기도하십시오!”
처처처척!
신도들이 무릎 꿇고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가 끝난 후에는 어제처럼 미녀 여신도를 모아 광란의 섹스 파티를 시작했다.
‘크크. 대한민국을 지배할 날이 머지않았군.’
???
적색바다교회의 최고 권력자가 된 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지금의 적색바다교회의 세력은 약했다. 신도들의 숫자는 1만 명이 넘지 않아서 내 성에 차지 않았다.
‘적어도 10만 명은 모아야지.’
원활한 포교 활동과 신도들의 신앙심을 고취 시키기 위해선 나와 심종필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지방에서 사람들을 모아 물을 걷는 쇼를 해야 했고, 심종필은 세뇌 토템으로서 일했다. 신앙심이라곤 쥐뿔도 없는 인간이라도 내가 행하는 기적을 보고는 바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찬양했다.
“음~ 전라도 보지!”
미녀가 보이면 바로 최면을 걸어 내 자지의 노예로 만들고, 적색바다교회의 신도로 만들었다.
내 최면 능력과 세뇌 능력의 시너지는 제법 뛰어났다.
그렇게 한 달을 포교 활동에 전념했을 때. 공중파 방송에 적색바다교회가 소개되었다.
원인은 내가 물 위를 걷는 영상이 인터넷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 기적에 매료된 사람들은 적색바다교회의 신자가 되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적색바다교회의 신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일이야. 나중에 외국을 지배할 때 도움이 되겠어.’
성가신 점은 기자들이 나한테 달라붙는다는 점이다.
“성유진 씨! 당신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성인입니까?!”
“영상을 봤습니다! 물위를 걸으며 번개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던데! 마술 아닙니까?! 믿을 수 없으니 한 번 보여주십시오!”
“적색바다교회의 교리를 정말 믿습니까? 달이 떨어지고 바다가 붉게 변한다! 이 허황된 말을 정말 믿습니까?!”
나는 기자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카메라 앞에서 능력을 사용해줬다. 내 능력을 만천하에 공개해서 신도들의 숫자를 늘릴 생각이었다.
정부가 나를 납치한다? 내게는 3만 명이 넘는 신도들이 있었다. 거기에 지금도 신도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진짜다! 진짜 초능력이다!”
“오, 오오…! 정말 세계는 멸망하는 겁니까? 적색바다 너머의 낙원으로 저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건 마술이야! 마술로 우리 눈을 속이는 거라고!”
몇몇 기자놈들은 눈앞에서 능력을 쓰는 걸 보여줘도 믿지 않았다.
‘강제로 믿게 해줘야지.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60분입니다.>
“제가 멍청했습니다! 사도님의 능력은 진짜입니다!”
“이제 저를 믿겠습니까?”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그럼 믿음의 증거로서 헌금하십시오. 당신의 헌금은 적색바다교회를 위해 쓰일 것입니다.”
“제 전재산인 2억을 헌금하겠습니다!”
기자들은 내 편이 되었다. 즉, 적색바다교회를 두둔하는 언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적색바다교회의 세력은 점점 늘어났다.
‘연예계에도 손을 뻗을까.’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을 탄생시킨 유명 소속사로 쳐들어갔다.
“적색바다교회의 사도님께서 여긴 무슨 일이시죠?”
소속사 사장은 경계어린 눈으로 날 쳐다봤다. 손에 스마트폰을 꽉 쥔게 여차하면 경찰에 연락하겠다는 뜻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60분입니다.>
날 보는 사장의 눈에 존경심이 서렸다.
<이름: 성유진
힘: 7 체력: 7 민첩: 8 마력: 19
시스템 능력: 최면(레벨15)>
현재 내 능력치였다.
어지간한 사람은 내 최면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했다.
“지금 회사에 있는 연예인은 누구지?”
“연예인들은 없습니다만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크크…. 그 연습생들에게 내가 친히 은총을 내려주지. 안내해라.”
“감사합니다! 연습생들도 사도님의 은총을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복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
대한민국의 연예계를 절반 이상 지배하고, 신도의 숫자를 30만 이상으로 늘렸을 때, 엘피스의 인물들이 적색바다교회의 본교,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총 3명이었다.
박해준.
후드를 쓰고 있는 키 180cm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 그는 날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구면이었다. 내가 적광으로 호씨 일가에서 놀 때 마주쳤다.
그때 박해준은 염력을 이용해 내 몸을 구속했다. 찰나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
‘염력으로 내 몸을 터트렸다면 바로 날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박해준은 겉모습과 다르게 정신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직접 염력을 이용해 사람을 죽일 각오가 박해준에게 없다.
박해준의 옆에 있는 30대의 근육질 덩어리의 남자도 알고 있다.
‘…강태성. 원작에 나온 묘사와 똑같군.’
이놈도 엘피스 소속답게 당연히 시스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진 능력은 분신. 어떻게보면 박해준보다 더 성가신 능력이다.
박해준과 강태성은 어느 한 인물을 호위하듯 서 있었다.
마지막 1명은 여성이었다.
“성유진 씨. 저희는 엘피스라는 세계기구 소속의 일원입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시간 끄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적색바다교회를 해체하십시오. ”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검은 머리 여성이었다. 시원스레 뻗은 눈썹아래로 올곧은 눈이 반짝반짝 거린다.
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설레는 걸 느꼈다. 저런 도도하고 올곧은 여자가 내 밑에 깔려서 암컷의 표정을 짓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실룩 거린다.
“…성유진 씨? 듣고 있습니까?”
“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뭐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동성명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엘피스의 한국 지부장인 임유나입니다.”
엘피스의 한국 지부라고 해봤자 이 3명이 전부다. 시스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에서 3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임유나의 시스템 능력을 알고 있다.
투시.
벽을 꿰뚫어 보고, 옷을 꿰뚫어 알몸뿐만이 아니라 내장까지 볼 수 있는 능력.
다른 능력에 비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시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부가 능력이 생긴다.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거나, 대략 10초 후에 일어날 미래를 볼 수 있다거나.
‘지금 시기라면 미래를 볼 수 있겠지.’
겨우 10초 앞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정도의 능력으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흐흐….”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일부러 헛웃음을 흘렸다. 내 머릿속으로는 임유나를 어떻게 따먹을까 생각할 뿐이다. 임유나를 어떻게든 손에 넣으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엘피스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오신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적색바다교회를 해체하라? 장난하십니까?”
“이건 저희들이 의견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입니다. 정부는 적색바다교회를 아주 위험하게 보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적색바다교회를 강제로 해체시킬 겁니다.”
“…공권력? 내가 지금 잘못 들었습니까?”
“제대로 들었습니다. 성유진 씨. 정부는 당신이 적색바다교회의 실질적인 주인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서로 좋게 끝냅시다. 여기서 끝낸다면 정부는 당신에게 적색바다교회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겁니다.”
임유나가 날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정부가 위험을 느낀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현재 적색바다교회는 언론과 연예계에 손을 미치고 있고, 사이비 광신도들이 모여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르니까.
“으으음. 근데 왜 엘피스 소속인 당신들이 온 겁니까? 정부 관계자. 못해도 차관급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혹시 그쪽이 차관급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희도 정부 관계자입니다. 차관급의 권한은 없지만….”
“그럼 왜 왔습니까? 고작 그런 말만 하러 왔다면 이제 돌아가 주십시오.”
임유나가 온 이유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다.
“저희 엘피스는 성유진 씨와 같은 시스템 능력자를 관리하기 위한 세계기구입니다. 성유진 씨는 문제가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적색바다교회를 해체하고 저희 엘피스로 오십시오.”
나는 짐짓 놀란 듯 등을 바로 세웠다. 물론 연기였다.
“……당신들도 시스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군.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건… 날 체포하거나 죽일 수도 있다는 건가?”
“네. 저희는 성유진 씨를 체포할 수 있습니다. 설령 죽이더라도 비난을 받거나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시스템 능력을 가졌으니까? 근데 제가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아십니까?”
“……번개 시스템 능력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번개의 사도라 불리는게 아니십니까?”
“나는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번개의 능력을 이용한 트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임유나 씨의 제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저희는 여기서 성유진 씨를 체포하겠습니다. 성유진 씨만을 위한 특수한 감옥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평생 그곳에서 살아야 할테니 마음에 드셔야 할 겁니다.”
“…….”
임유나는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협박했다. 그녀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완전히 믿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실실 웃었다.
“임유나 씨. 그쪽이 내 여자가 된다면… 엘피스에 들어가지 못할 것도 없지.”
“너 이 자식!!”
내 말에 발끈한 건 임유나가 아니라 박해준이었다. 임유나는 발끈한 박해준의 앞을 한 팔로 가로막았다.
“지부장, 저렇게 나오시겠다는데 그냥 체포하지?”
강태성이 껄렁거리며 말했다. 태도와 다르게 두 눈을 살벌하게 빛나고 있다.
“하하…. 날 아주 얕보는 모양이야.”
나는 마른 웃음을 흘리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파지직. 익숙한 소리와 함께 시퍼런 뇌전이 오른손 주위를 맴돌았다.
“멈춰!!!”
돌연 임유나가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임유나의 얼굴은 식은땀 범벅이었다. 눈가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박해준과 강태성이 적의를 숨기고 그녀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했다.
‘…미래를 봤나 보군. 어떤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압도하는 미래겠지.’
자신들이 유리한 미래였다면 구태여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걱정되는 건 하나다. 그녀가 본 미래에서 내가 최면을 사용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지금 나는 최면을 사용할 생각이 없지만, 충동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임유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성유진 씨. 저희는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만, 저희들의 말은 진지하게 생각해주십시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엘피스에 들어오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제게 연락 주십시오.”
나는 순순히 그녀의 명함을 받았다. 미녀의 명함이다.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려 한다.
“늦었어.”
임유나의 다리가 멈췄다.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해체를 명하더라도 신도들은 따르지 않을 거야.”
“……성유진 씨.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적색바다교회는 당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들이 떠났다.